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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15  매실 쥐어짜기 20

 

 

부모님과 친부 부부분들 몇몇이 총출동해서 시골의 매실을 따 왔습니다.

제가 가서 사진도 찍고 함께 따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좀 여러가지 꼬인 문제가 있어서...

아파트에서 대기중이다가 쏟아지는 매실 포대기를 집으로 옮기는데서부터 시작했네요.

 

이 날은 햇빛이 아주 더웠던 터라, 매실이 뜨끈뜨끈합니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승부네요.

일단 찬물에 매실을 담급니다. 매실의 겉표면은 미세하게 뽀송뽀송해서 물 안에 담궈놓으면 이렇게 공기막이 형성되는게 재미있죠.

 

 

 

올해는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던 날이라서

매실나무에 열린 매실을 전부 따지도 못했습니다. 1/3쯤 남았는데, 그냥 동물들이 먹거나 주위 사람들이 알아서 따가거나

아님 그냥 땅에 떨어져서 내년의 양분이 되겠죠.

돈 벌려고 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매실따서 담는 것 자체가 취미생활이라서 아깝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그렇고 그래서 작년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가져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20kg짜리 5포대는 나오는군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엄니와 저는 부모님 친구분이나 형님 장인부부댁을 돌면서 한 포대기씩 나눠드립니다.

동생분도 매실 좀 달라고 했으니 일단 나눠두고, 물에 담궈 3번씩 씻고 행굽니다. 이게 보통 노동이 아니네요.

아버지는 녹초가 되어 골아떨어지셨기 때문에 일단 집안에서의 활동은 전부 제가 합니다. 등과 다리와 팔이 뻐근하군요.

 

다 씻은 매실은 물이 빠질 수 있는 구멍이 뚫린 대야에 담아서 바람 잘 통하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곳에 하룻밤 보관합니다.

엄니는 저걸 다라이라고 하네요. 사실 저도 다라이가 더 익숙하긴 합니다만, 한국에서 일본어를 쓸 필요는 없겠죠.

 

 

 

고슷고에 들러서 설탕을 몇포대기 사 옵니다. 집앞 슈퍼에 비해서 1kg당 3백원쯤 저렴한데

별것 아닌것 같아도 50kg쯤 필요하니, 실제로 15000원 정도 이득을 본 셈이죠. 기름값은 충분히 커버합니다.

좀 더 정확한 저울을 사용해야 하는데, 없으니까 아쉬운대로 체중계를 이용해서 매실과 설탕을 1:1 비율로 섞습니다.

매실을 깔고 설탕을 붓고, 다시 매실을 깔고 설탕을 붓고 하는 방식으로 병을 채워나갑니다.

 

날씨가 더워서 해가 져도 땀으로 범벅이 되는군요. 조금씩 흘리는 설탕이 다리에 붙어서 기분이 더욱 훌륭히 찝찝합니다.

예전에 회사 다닐때 자판기 관리도 맡았었는데, 이번에 설탕을 들이부으면서 나는 향기가 그때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군요.

일단 맡은일이니 철저히 하자고 생각해서, 손이 퉁퉁 불어터지는 한겨울에도 이틀에 한 번씩 자판기를 열고 내부를 깔끔하게 청소했는데

자판기 커피라는게 거의 설탕맛이기 때문에, 청소하면서 매번 맡았던 그 향기가 이렇게 섵탕 들이부을때도 똑같이 느껴집니다.

 

집에 남아있는 병을 전부 썼는데도 아직 15kg쯤 매실이 남았군요. 병을 더 사올까도 싶었지만 더 보관할 데도 없고

몇년 전부터 숙성중인 매실 원액도 아직 수두룩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남은 매실은 장아찌나 담궈먹기로 했습니다.

근데 저 만큼 장아찌를 만들면 얼마나 먹어대야 할런지...

 

 

 

성미도 급하게 벌써 매실 주위의 설탕들이 액체화되고 있군요.

비닐과 고무줄로 공기 유입을 철저하게 봉쇄한 후 뚜껑을 닫습니다.

 

일단 녹기 시작하는건 정말 순식간이지만, 원액이 제대로 우러날 때까지는 몇달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에 절대로 뚜껑을 열어서는 안됩니다.

완전히 우러난 뒤에 매실을 건져내고, 두 병에 담긴 원액을 한 병으로 옮겨담으면 정확히 한 병짜리 원액이 탄생하게 되죠.

 

 

 

옷 입고 샤워한 듯이 땀에 절어버려서, 모자란 설탕 3kg 정도 더 사오기 위해 엄니가 슈퍼로 가실 때

아이스크림 하나 사달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니 몸매에 뭔 헛소리냐고 한방 먹이시고 그냥 설탕만 사 오시는군요.

대신 남아있던 수박 몇 조각을 냉장고에서 꺼내오셨으니, 그냥 달달한 수박이나 씹으면서 오늘의 전리품을 감상합니다.

 

근데 과연 저 설탕덩어리와 합체해서 만들어지는 매실 원액이란게 몸에 좋은게 맞는지 항상 의구심이 드네요.

크게 달지 않을 수준으로 물에 타 마시기 때문에 괜찮을 듯도 한데, 그러면 원액이 몸에 좋을 일도 별로 없지 않을까 싶고...

여지껏 그냥 콜라 대신 마시는 음료수쯤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별 신경을 안썼지만

나중에 시간내서 매실 원액의 효용성에 대해 좀 더 깊이 조사를 해 보고 싶습니다.

 

 

 

대충 공간을 마련해서 끼워넣으면 올해 매실 농사는 끝입니다.

제일 시커먼 녀석이 4년쯤 된 원액인가 그럴겁니다. 원액도 오래 묵히면 약처럼 좋아진다고 하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한번 찾아봐야죠.

 

오늘 집에 돌아오면서 이 녀석들 한번 쳐다봤더니, 벌써 절반정도 녹아서 하단부분이 액체화 되어 있습니다.

그 사진도 나중에 찍어서 올리면 재미있는 비교가 되겠군요.

 

순전히 취미생활로 하는 매실 농사인데도 이 정도 노력이 필요한 걸 보면

제대로 하는 1년 농사란 얼마나 숭고하고 대단한 일일지 상상이 됩니다.

생명의 원천이 되는 농작물이 그냥 몇푼 되는 돈의 가치로밖에 인식되지 못한다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한국에 농작물 불지옥이 (넵, 디아블로 하고 있습니다) 열릴 날이 그렇게 멀지 않았습니다. 항상 위험해질 때는 이미 늦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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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쥐어짜기 :: 2012. 6. 15. 21:10 Photo 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