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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다 해변'에 해당하는 글들

  1. 2015.07.03  대마도 - 히타카츠 3편 2
  2. 2015.06.30  대마도 - 히타카츠 2편 2

 

원래 이 위치에 있었을 리는 절대로 없는 나무둥치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떠밀려 왔다고 하기에도 상당히 깊숙히 박혀 있어서 정체를 알 수 없다.

해수욕 즐길 때 의자 대용으로 앉아서 발을 적시기에는 적당한 듯 하다.

 

 

 

해변 오른쪽은 이런 식으로 깎여나간 절벽처럼 되어 있다.

지질층이 독특한 것인지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이 가면 동굴이라도 하나 만들어 지려나.

 

아름다운 해변으로 소문이 난 곳이라 한여름엔 사람들이 꽤나 찾아올 법도 한데

장소가 장소다 보니 편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곳이다.

입구 쪽에 커피를 만들어 파는 차량이 한 대 서 있는 것 빼고는 먹거리도 전무하고.

 

어찌보면 지금의 나처럼 그냥 신기한 해변의 모습이나 감상하면서 산책하는데 더 특화된 곳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체관광객들은 찌렁찌렁 소리를 지르면서 즐겁게 바다 가운데의 조그만 섬을 탐험중이다.

동양인의 종족 특성인 듯, 소수로 다닐 때는 참 조용한데 뭉치기 시작하면 허파에 숨이 더 들어가는지 성대 근육이 강화되는지 목소리가 커진다.

 

수영복은 아니지만 몇몇 아주머니들은 거의 허리 바로 밑까지 잠기는 위치에서 옷을 입은채로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 주변 치고는 많은 편이지만 어쨌든 사람이 그리 빡빡하진 않으니 신나게 노는것도 나쁘지 않게 보인다.

홀로 여행은 어쨌든 간에 크게 흥분할 일이 없이 차분하게 흘러갈 때가 많다 보니

옆에서 저렇게 즐거워 하는 여행자들 보는 것도 왠지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느낌.

 

 

 

푸른 하늘에 바닷물이 뜨끈뜨끈해 지는 시기였다면 좀 더 멋진 광경을 만끽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자연 환경뿐 아니라 사람 구경도 좀 더 즐거워질 법 했지만 아쉽게도 그럴 만한 시기까지는 아니었다.

 

대마도 쪽에서는 이곳 미우다 해변을 '일본 해안 100선에 선정'되었다고 크게 자랑하고 있다.

물론 대마도라는 섬이 이런 모래사장이 생기기 어려운 지형이기도 하고, 모래가 고운데다가 수심이 완만해서 해수욕에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일본 해안 100선이라고 하면 아무리 섬나라라 해도 어지간 한 녀석은 거의 다 포함되는 거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한국이라면 해안 100선까지 선택이나 가능하려나.

 

 

 

바다도 좋긴 한데, 대마도는 전체 면적의 90% 가까이가 산림이라서 나무 구경하는 것도 좋다.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원시림도 약간이지만 존재하고 있어서 자연적으로는 가치가 높은 섬.

 

얼핏 보면 한국의 삼림에 비해 좀 더 키가 크다고 해야 하나, 높이 쭉쭉 뻗어있는 느낌이 든다.

기후와 지형 탓이겠지만 그래도 대마도라는 외국에 와서 한국과 비교해 가장 이질적인 느낌을 이런 산림 속에서 받는다는 건 특이하다.

 

 

 

주변 암석을 주욱 돌아보는데 그놈의 예절을 어디다 갖다 팔아먹었는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보인다.

물론 일본인이 그랬을 수도 있지만 이 곳이 어디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본인도 일단 담배를 피워는 봤기 때문에 권유받으면 피기도 하지만

이런 짓거리 하는 인간들 때문에 언제나 흡연자들은 욕을 먹을대로 먹으며 사는 것이라 생각.

 

일본에서는 개인 휴대용 재털이 갖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본인도 여행중 하나 사 와서 나침반님한테 선물로 드렸지만

한국의 흡연 사정을 생각해 보면 그런 거 유용하리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도 물놀이는 언제나 재미있는가 보다.

본인은 바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지 10년도 넘은 듯.

 

바다를 보는 건 항상 좋지만 빠지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만 나아가서 물장구 치는 건 왠지 좀 식상해 졌다고 할까.

쭉쭉빵빵한 언니가 비니키를 입고 달려든다면야 다시 바다놀이가 즐거워 질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로또 당첨보다 조금 더 허황한 공상이다.

 

 

 

우거진 수풀과 한적한 모래사장 사이에 아담하게 진을 치고 있는 녀석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색상도 마음에 딱 드는데, 번호판도 있고 정식으로 운전이 가능한 모델인 듯.

 

보통은 폭스바겐 마이크로 버스라고 불리는데, 이 녀석은 나라별로 별명이 워낙 많아서 정식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정리하면서야 '장사하는 아주머니들한테 일본에서는 이 녀석이 무슨 이름으로 불리는지 물어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나 무더운 날씨라 그런지 한두 명씩이라도 뭔가를 사 마시고 있다.

 

 

 

섬이라고 할 수도 없는 조그만 돌덩이 위에 올라가면

그래도 이제껏 걸어오면서 봤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저씨들 모습을 찍고 나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도촬이라 조금 미안하지만 어차피 얼굴은 나오지도 않았으니 문제없지 않을까.

강렬한 느낌이 거의 없는 대마도의 모습 중 그나마 좀 마음에 드는 녀석을 건져서 왠지 살짝 해탈한 느낌도 든다.

 

 

 

주차장 쪽으로 걸어나오니 놀랍게도 이타샤(痛車)가 한 대 주차되어 있다.

이런 섬에도 이타샤가 있다는 게 가히 놀라울 따름. 매니아들은 도시 시골 가리지 않고 서식중인가 보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찍혀있는 캐릭터들은 거의 다 모르는 녀석들 뿐이라는게 조금 섭섭했지만.

 

 

 

문짝에 큼지막하게 박힌 그림은 비록 캐릭터가 누군지는 몰라도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을 듯 하다.

학생 시절 많이 봐 왔던 CLAMP의 그림체임이 틀림없다.

 

물론 내가 한창 만화책을 탐닉하던 시절의 CLAMP는 '성전'이나 '도쿄 바빌론'같은 초기작들이라

이런 그림체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그들 특유의 인형같은 그림체의 흔적은 아직 남아있어 보인다.

 

 

 

본인이 빌려 온 전동자전거도 기념으로 남겨 본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하나큐피트의 풍선이 운전대 앞에 꽂혀 있다.

하나큐피트는 일본의 꽃 배달 서비스 기업 이름인데, 어째써 여기서 이런 걸 보게 되는 걸까.

 

어찌됐든 자전거 앞에서 멋진 임팩트를 주는 녀석이라 사진에 담기 좋다.

 

 

 

대마도 여행에는 속옷 한두 벌과 카메라밖에 가져온 게 없어서 가방도 간소하다.

구입한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용량이 작다는 점만 빼면 여전히 생생한 보블비의 백팩.

천이 아니라 살짝 물렁물렁한 폴리에틸렌 재질은 어지간히 굴리고 오래 사용해도 모양의 변형이나 상처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잘도 사용해 오고 있는데 전혀 수리가 필요하지 않아서

이 정도 용량의 백팩은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끔은 난감해지기도 한다.

 

 

 

좀 전에 괜찮은 사진도 건지고 했으니 간소한 답례라도 하기 위해

마이크로버스 앞으로 다가가 음료수를 골라본다. 커피도 나쁘지 않지만 날씨가 더우니 빙수를 선택.

군것질용으로 먹는 이런 빙수는 그냥 얼음조각에다가 색소 넣은 과당을 뿌려줄 뿐이지만

왠지 어릴 적 불량식품 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끌리게 되는 편이다.

 

양은 굉장히 적은데 그래도 일본인 특유의 포장 기술이 어디 가진 않는지 멋들어지게 쌓아올린 빙수를 내어준다.

날씨가 덥긴 더운지 윗 부분을 씹어먹고 있으니 아랫부분이 거의 다 녹아버린다.

 

역시 달달한 편이라 갈증 해소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지만 바닷가에서 먹는 녀석은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시간은 아직 모자라지 않게 남아있어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반대편 언덕을 타고 올라가 본다.

상당한 오르막이라 귀차니즘의 화신이 되어 있던 당시엔 전동 자전거가 아니라면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았을 듯 하다.

 

일본은 전동 자전거 발매 초기에 아무런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기 바이크처럼 무지막지한 출력을 자랑하는 녀석도 있었지만

속도를 30km 이상 내다가 사고로 탑승자가 사망한 사고 이후 반드시 전동 자전거는 사람의 페달 밟는 힘을 보조해 주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규정이 생겼다.

그래서 일본에서의 정식 명칭은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기술이 좋아져서 어시스트비가 7:3 까지 올라간 녀석도 있긴 하지만, 초기 모델처럼 밟으면 밟는대로 엄청난 출력을 뿜어내던 때와 비하면 좀 소박해 지긴 했다.

 

대마도의 전동 자전거는 워낙 구형이라 베터리도 무겁고 수명도 짧고 어시스트비도 4:6 정도 될까말까 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 녀석이 있었기에 땀은 좀 흘렸지만 어렵지 않게 언덕을 넘어오는데 성공한다.

 

끝까지 올라오자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풍경이 맞이해 줬는데, 관광객을 위해 상당히 깔끔하게 손질된 도로가 인상적이다.

 

 

 

가끔씩 야외 공연도 하는 듯 길다란 나무판이 밑에 보인다. 텐트치고 야영을 해도 안성마춤인 분위기.

언덕 아래쪽 바다를 돌아가면 방금 전 거닐던 미우다 해변의 끝자락이 나온다.

 

확실히 여름 해수욕장으로서는 최적지인 듯 하다. 바글거리지도 않고 깨끗하고 주변에 야영할 곳도 많고.

 

 

 

택시가 한 대 올라오더니 안에서 젊은 한국 여성 둘이 내린다.

대마도는 택시가 상시 운행을 하지 않아서 관광객들이 센터에 문의를 하면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2시간에 6만원 정도로 본토에 비하면 그리 비싼편도 아니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관광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설명과 함께 사진 잘 나오는 포인트에도 내려주기 때문에

편안한 관광을 생각한다면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본인은 아마 구경하는것 보다 기사 아저씨하고 잡담하는게 더 재미있겠지만.

 

설명은 일본어로 하다 보니 관광객 쪽은 그다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그것 또한 여행의 매력.

꼽사리로 설명을 좀 들으려 해도 바람이 워낙 거세서 말이 들리지 않는다.

 

울타리가 쳐진 곳 쪽으로 30~40분쯤 걸어가면 높지는 않지만 바닷가 절벽쪽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나쁘진 않은 경험이겠지만 날씨도 덥고 왕복 시간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좀 빠듯해서 그냥 사진만 찍어놓는다.

 

평소에도 바람이 심한지 주위 나무줄기들이 한 방향으로 쏠려 있다. 한 쪽으로 쓸어올린 머리칼 같은 느낌이다.

 

 

 

자전거를 손에 넣은채로 앞으로 펼쳐진 한적한 길을 보고 있으니 예전의 욕망이 되살아난다.

물론 예전 자전거 여행 당시엔 앞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좀 무섭기도 했지만

대마도 정도의 크기라면 어차피 달리다 보면 한 바퀴 금방이니 무작정 페달을 밟고 싶어진다.

 

하지만 출항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예전의 그 열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약간의 미련을 남긴 채 마을로 돌아간다.

 

 

 

마을로 돌아와 자전거를 반납한 후 남은 일은 한 가지 뿐이다.

나름 대마도의 명물 버거라고 할 수 있는 츠시마 버거를 먹어보는 일.

하룻밤 묵었던 호텔 바로 옆에 버거집이 있어서 들어가 본다.

 

특별한 관광 상품이 없었던 대마도에서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 내어 만든 버거로서

해산물이 풍부한 섬의 특징을 살려서 소고기 패티 안에 톳과 오징어를 넣어 만든 녀석이다.

 

이즈하라에 본점이 있긴 한데, 공교롭게도 내가 도착한 날은 이미 영업이 끝나있어서

분점이긴 하지만 히타카츠에서 시식을 해 보게 되었다.

 

 

 

패티는 당연히 수제라서 기본 레벨은 한다.

하지만 일본 아니랄까봐 크기가 너무 작아서 그냥 간식거리 이상의 의미를 가지긴 힘들다.

그 작다는 모스버거와도 자웅을 겨룰 만한 크기니 어느 정도 덩치 이상의 남자들은 이걸로 배 채우긴 힘들 듯.

 

주문후 구워주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버거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

톳과 오징어는 확실히 특이한 향미를 가져다 주는데, 소스가 과하지 않아서 소고기 향내에 쌓인 톳과 오징어의 식감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다.

 

길 가다가 눈에 들어오면 한 개씩 먹고 가기에 충분한 맛이지만 지역적 특성상 크기에 비해 가격이 꽤나 비싼 편인 점이 조금 아쉽다.

맛 자체의 레벨도 뭐, 사세보 버거나 유후인 버거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요소가 매우 강한 지역이다 보니

여기 와서 이거 안 먹고 가는 한국인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나이 든 단체 관광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항구에 도착하니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뭔가 사 들고 가기는 많이 사 들고 간다.

당연하게도 본인은 완전히 빈 손이다. 반찬거리야 많이 있지만 외국여행 선물로 사 들고 올 만큼 특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들이 대체 어디에 있다 온 건가 싶을 정도로, 확실히 이 곳은 한국인 관광객이 생계에서 큰 위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조용하길 바랬지만 그래도 줄 서서 구경할 만한 요소가 없는 곳이다 보니 생각만큼 귀찮지는 않아서 다행.

 

자전거 여행 중 가 보지 않은 곳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출발한 여행이었기에

과연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궁금하다면 한 번쯤 와도 될 만한 곳이다.

물론 기대를 하지 않고 가는 여행이라고 해서 볼거리가 풍성한 곳 보다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여행이란 일단 집을 출발하고 나면 작던 크던 나름의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만들어 주니까.

 

짧은 기간이지만 어쨌든 예상치 못한 불편함에 짜증도 나고 편안한 풍경에 느긋해 지기도 했다. 무난하고 조용한 일상같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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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이 없어서 호텔에 오래 머물 일은 없다.

남은 시마토쿠 쿠폰이 2장쯤 되는데 이건 식사와 간식거리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자전거 대여점에서 전동자전거를 빌리는 데도 쓸 수 있다. 수량이 남아있으면 그걸로 해결할 생각.

 

자전거 대여점으로 가기 전에 호텔 근처의 신사에 슬쩍 들러본다.

아침이지만 동네 어른들이 벌써 나와 집 주변을 빗자루로 쓸고 있다. 시골 사람들일수록 아침이 부지런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

 

마을의 살짝 외곽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이 토요사키 신사는 관광객들과는 별 인연이 없는 평범한 동네 신사.

화려하지도 않고 규모도 눈물날 정도로 작은 곳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구경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둘러보기 편한 곳이다.

 

 

 

신사 건물은 이것밖에 없지만 옆에는 넓은 공터와 함께 유치원으로 보이는 시설이 함께 놓여있다.

아이들이 없어 보이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기분이 든다. 수업중이라면 괜히 사진찍으며 돌아다니는 게 좀 부담스러울 테니까.

 

히타카츠는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마을이지만 마을 안에는 정말 볼 것이 없다.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라고는 허름한 숙박업소 몇 개와 특산품 매장 정도.

대마도에서 두번째 가는 도시라지만 이즈하라와 비교하기엔 차이가 너무 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런 평범하기 그지없는 곳을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본인에게는 즐거운 곳이다.

 

 

 

토요사키 신사에는 별다른 것이 없지만 바다에서 건져올린 듯한 거대한 바위 하나가 영물로 취급되는 모양이다.

금줄을 둘러놓긴 했지만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되는 편은 아닌 듯.

 

 

 

신사 옆엔 놀이터도 있다. 신사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 정서 함양에는 좋으려나.

사진을 찍으며 거닐고 있으니 나름 아침인데도 6~7살쯤 되어보이는 아들과 젊은 아버지가 이곳에 들어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런 신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가끔 궁금해 진다. 이건 한국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정서다.

 

근처에 한국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아이는 관광객에 익숙한지 한번 눈 마주치고는 평범하게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는 본토의 시골 신사에서 나처럼 여행객임이 분명한 사람과 마주치면 신기한 듯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몇 있었는데

시골틱함에서는 거기 못지 않지만 이곳 사람들은 관광객이 전혀 신기하지 않음에 틀림없다.

 

왠지 너무 익숙해 보이니 그것도 좀 김이 빠지긴 하지만.

 

 

 

산책삼아 신사를 둘러본 뒤 자전거 대여점 쪽으로 걸어간다.

오늘은 무슨 날인지 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도로쪽으로 나와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

조만간 행사라도 있는 것일까. 어차피 오늘 오후 배편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나하고는 인연이 없지만

축제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본의 마을 주민들 모습은 여러 번 봐도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다.

 

저 멀리 산기슭에서는 '야마다'라는 이름이 떡하니 찍혀 있다. 마을 지주인가?

낙석 혹은 토사 위험 때문인지 산 한편을 완전히 발라버리고 그 위에 이름을 찍어 놓았는데, 별로 볼 만한 풍경은 아니다.

워낙 경사가 아찔해서 저렇게 하지 않으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훌륭한 자연 훼손으로 보인다.

 

 

 

자전거 대여점에 가니 벌써 한국 사람이 몇 와 있다.

다행히도 전동 자전거가 남아있어서 하나 빌리기로 한다. 시마토쿠 쿠폰도 사용가능하니 시원하게 남은 쿠폰을 모두 준다.

 

주인장 부부는 간단한 한국어 정도는 할 수 있는데, 내가 일본어를 한다는 사실을 알자 편한 일본어로 돌아간다.

짐을 전부 가지고 나온 터라 백팩은 둘째치고 카메라용 숄더백을 좀 맡길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승락해 주신다.

하지만 백팩에는 빨아야 할 옷가지들이 쌓여있고 숄더백에 카메라 장비가 들어있는 바람에

저기 구석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서 잽싸게 양 쪽의 내용물을 바꿔치우는 짓을 벌여야 했다.

 

일본에서는 한창 전동 자전거가 활발히 발매되고 있어서 조금 기대했는데

당연하게도 이곳의 전동 자전거는 굉장히 구세대 모델이라 어시스트비도 형편없고 베터리도 채 2시간을 가지 못한다.

중간중간 어시스트를 끊어서 사용해 달라는 주인장의 조언이 허투로 느껴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는 처음 타 보는 전동 자전거의 위력은 그야말로 굉장해서

평소 힘의 절반 정도만 사용해도 앞으로 죽죽 치고나가는 느낌이 매우 신선하다.

기어비 1단 정도의 힘을 10단 이상에서 들이는 힘만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이랄까.

 

돌아가기 전 후다닥 구경할 수 있는 미우다 해변은 걸어가기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최소한 자전거가 없이는 조금 곤란할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냥 자전거로도 가능하지만 언덕이 워낙 많은 곳이라 귀찮기 그지없다.

 

 

 

오늘 귀국하는 사람이 많은지 상당한 수의 한국인 관광객이 벌써부터 해변가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버스로 한꺼번에 오기도 하고 나처럼 자전거로 오기도 하고.

모래사장은 바닷가 멀리서부터 시작하는데, 거기서부터 자전거 들여놓지 말라고 표지판이 놓여 있었지만

역시 대륙의 기상을 물려받은 한국 관광객은 거침없이 모래사장 깊숙히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고 있다.

 

아쉽게도 3일간의 대마도 여행 중 오늘 날씨가 가장 좋지 않아서 푸른 하늘과의 앙상블을 감상할 수는 없었다.

사실 아름답긴 하지만 가이드 팜플렛에 쓰인 것 만큼 엄청나게 황홀한 그런 해변은 아니라서 되려 다행이라고 할까.

 

암석 지형 사이로 푹 파여 들어간 반달형 모래사장이라 확실히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이기는 하다.

중앙에 저렇게 멋들어진 암초 하나가 들어서 있는 것도 이 해변의 트레이드 마크.

 

한번 가 볼까 싶었지만 등산복 입은 중년 관광객 무리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저 곳으로 건너가는 중이라 깔끔하게 포기했다.

 

 

 

수영을 한 만한 시기도 아니고 날씨도 아니고 해서, 해변가엔 비니키 입은 여인네 구경도 할 수 없다.

해변가에서 왼쪽은 가파른 절벽이지만 오른쪽은 완만한 바위더미가 건너편 모래사장까지 이어져 있어서 구경할 만 하다.

바닷가 바위는 다들 그렇지만 어떻게 깎아내면 이렇게 될까 싶은 녀석들이 많다.

 

 

 

암석의 종류에 따라 깎이는 모양도 다르겠지만 다들 사람이 흉내내기는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가 없는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원래 바다는 구경만 해도 좋아하는데

 

일본 자전거 여행이 1년의 대부분을 거의 해안가를 따라 달리다 보니 이제 바다가 꽤나 익숙해 졌다.

그런 고로 이런 바위도 워낙 많이 본 터라 그냥 오랜만에 재미있는 모습을 보는구나 하는 정도의 감흥밖에 없다.

사실 대마도 여행에서 바라고 있었던 마인드 자체가 그렇긴 하다. 그냥 나에게 있어서 평범했던 기억을 편안하게 되살려 보고 싶은 기분밖에 없었으니까.

 

 

 

미우다 해변은 사람들이 청소를 해서 깨끗한 것인지, 건너편 모래사장은 쓰레기 천지다.

새삼 이런 곳에 한국이나 중국 쓰레기가 떠밀려 내려오는 것이 신기하지만은 않다.

 

북한 위도를 넘어가는 홋카이도 최북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본 모습이니까.

물론 일부러 버리는 것이 아니라 홍수나 태풍 때 쓸려내려간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이곳으로 도착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일본도 태풍으로 쓸린 쓰레기가 미국쪽 해안에서 발견되기도 하니까 딱히 시민 의식이라던가를 비판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타국 해안가에서 자기나라 글씨가 적힌 쓰레기를 보는 건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니긴 하다.

 

 

 

바위쪽에 가까이 다가가면 보이는 이 갯강구 무리는, 나처럼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겁할 정도로 수가 많다.

한국에서는 근 10여년간 바다에서 제대로 놀아 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예전엔 이 녀석 보기도 참 쉬웠다. 요즘엔 어떨런지.

 

일본에서는 굳이 이곳뿐만 아니라 따뜻한 해안가 쪽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신기하진 않다.

단지 이곳엔 생각보다 개체수가 많고 덩치도 큰 녀석이 많은 게 조금 특이하다.

 

 

 

얼핏 바퀴벌레와도 닮았고, 떼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소름을 돋게 하기에 그닥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다.

그래도 바닷가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하는 녀석들이라 많이 보이면 나름 환경 보존이 잘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잡으면 문다고 하는데 이 녀석들이 발걸음 진동을 느끼는지 조금만 다가가도 손쌀같이 내빼기 때문에 잡기도 힘들다.

일본에서는 바닷가 어린이들의 좋은 장난감이라고 해서, 이걸 잔뜩 잡아서 싫어하는 애들한테 보여주는 짓을 곧잘 한다고 한다.

저렇게 빠른 녀석들을 어떻게 잡는지 참 궁금하다.

 

 

 

망원렌즈로 갈아끼고 조심조심 다가가서 찍은 후 상당부분 크롭해서 당겨낸 녀석이 겨우 이 정도다.

그나마 제일 커 보이는 녀석을 찍어보려고 고심한 끝에 나온 녀석이라 모양이 꽤 듬직하다.

 

이렇게 찍어놓고 나니 정말 바퀴벌레처럼 징그럽게 생기긴 했다. 그래도 좀처럼 보기 힘든 녀석이니 기념으로 간직해 두기로 했다.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걸로 봐서 쓴지 얼마 되지 않은 글씨인 듯 하다.

'Au Revoir MIUDA' 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는데, 어깨 너머로 배운 프랑스어를 여기서 이렇게나 써 먹는다 싶다. See You Agiain.

 

프랑스에서 이곳에 오려면 대체 어떤 루트를 거쳐야 하는지.

부산에서 왔을지도 모르고 후쿠오카에서 왔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여기 히타카츠까지 온다는 건 매우 신선하다.

사실 다시 이 곳에 오겠다는 의미로 글을 남겼다면 그게 더 놀라운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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