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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눈축제'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07.07  2월 9일 삿포로 - 오오도리 눈축제 9
  2. 2014.07.06  2월 9일 삿포로 - 시계탑 주변 8

 

잠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해진 시간에 딱 맞춰 일어나는 건 일종의 고문이다.

많이 피곤했는지 8시 알람소리에 눈을 떠도 일어나는 건 몸이 아니라 짜증 뿐.

 

신체적으로 본다면 그냥 아침까지 푹 자버리는게 최선의 선택이지만 여행중엔 희생해야 할 쾌락도 있다.

찌부둥한 몸을 이끌고 주섬주섬 옷과 장비를 챙겨서 이미 깜깜해 진 삿포로 시내로 나온다.

눈이 많이 내리면 추위는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하지만 역시 밤이 되면 꽤나 쌀쌀하다.

기온은 영하 6도 정도를 가리키고 있어서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카메라를 꺼내놓은 상태에서 움직이니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을수가 없다.

 

슬금슬금 걸어서 오오도리 공원에 도착하니 낮에 얼핏 보였던 흰 전시품들이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다. 역시 밤에 와보길 잘했다.

오오도리를 가로지르는 도로에는 신호등이 작동하고 있지만 축제 기간이다 보니 나이 지긋한 요원들이 수신호로 관광객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낮부터 희끄무레하긴 했지만 밤이 되니 본격적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물론 눈축제 기간에 눈이 온다는 건 싫어할 만한 일이 아니니 기분은 좋다.

 

조심해야 할 건 카메라 렌즈에 눈이 너무 많이 묻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 정도.

눈이라면 정말 펑펑 퍼붓지 않는 한 물이 카메라 안으로 들어갈 일은 없지만

렌즈 앞쪽에 많이 묻어버리면 결과물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후드를 항상 정방향으로 끼워놓는다.

위로 올려다보는 장면을 찍을 때는 살짝 들어서 찍고 바로 내리는 조심성을 보인다. 렌즈 닦는거 정말 고역이라서.

 

낮에는 아마 여러 먹거리들과 이벤트로 인해 시끌벅적하겠지만 점등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밤은 의외로 조용한 편이다.

 

 

 

눈축제에는 눈으로 만든 조형물과 얼음으로 만든 조형물이 혼재해 있는데

단순한 미적 조형물이 아니라 대부분 어떤 의미를 가지고 세워져 있다.

 

일본에서는 인기있는 작품인 시마 시리즈의 작가 히로가네 켄시가 그린 비영리단체가 전시한 작품.

초반엔 그럭저럭 볼만 했지만 지금은 그저 직장인 판타지에다가 극우 자위기계로 전락해 버린 작품이라

저 사람 그림을 봐도 하트모양의 얼음덩어리처럼 차가운 기분밖에 들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리는 세계 3대 눈축제 중 하나라서 더더욱 일본 문화를 나타내는 조각상이 많은 듯 하다.

이 정도 크기로 통짜 얼음을 조각하기엔 무리가 많아서인지

이곳에 전시된 얼음 조각상들은 전부 일정 크기의 블록을 쌓고 깎아서 만들어져 있다. 내부에 블록 조립의 흔적이 보인다.

 

 

 

얼음 조각상은 눈보다 무거워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상당히 거대한 건축물도 몇 점 보인다.

만드는데 고생 좀 했겠구나 싶지만 인상에 깊히 남을만한 예술미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관광은 흥미가 빨리 식어버리기 때문에, 사실 눈축제에 크게 기대하고 온 것은 없다.

낮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많이 열리니 체험하는 재미도 있겠지만 밤엔 그냥 라이트에 반사되는 조각상들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 말고는.

 

얼음이 깨끗하고 순수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하트모양이 왠지 크나큰 상처를 받은 듯한 느낌으로 빛나고 있어서

눈 내리는 도시의 밤 속에서 보고 있으니 뭔가 의도와는 다른 불안감이 느껴지는 듯 하다.

 

 

 

맥주는 더울 때 마셔야 좋다고 하던가. 본인은 술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기분내키는 대로 마시느라 잘 모른다.

눈축제 기간이라고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니, 수많은 진행요원들이 부지런히 눈을 치우고 개최장을 정비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된다.

 

도시의 눈이란 건 그냥 방치해 뒀다간 여러가지로 흉물스러워지는 법인데

이곳 축제장 주변은 관광객들이 일상적으로 걸어다니기에 거의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정비되어 있다.

1주일간 참 고생하는구나 싶다. 눈이 쌓인 양은 2월 8일 서울의 수 배에서 수십 배는 되지만 걸어다니기는 이쪽이 훨씬 편하다.

 

 

 

관광객이 워낙 많이 오는 축제다 보니 흡연구역의 철저한 격리도 중요한 요소일 듯 하다.

내부는 따로 부스가 설치되어 있지만, 축제와 분위기를 맞추려고 일부러 얼음벽까지 만들어 놓은 꼼꼼함이 만족스럽다.

시간이 늦어서 흡연부스는 문을 닫았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은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밤엔 특별히 이벤트 같은거 없나 싶었는데, 사람이 직접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이벤트라면 열리고 있었다.

경마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는 특히나 목장으로 유명한 곳이 홋카이도인데

서로우브래드의 고향 홋카이도라는 주제로, 음영이 조각되어 있는 거대한 눈벽에다가 영상을 쏘아서 다양한 장면을 연출중이다.

 

기술적으로는 딱히 놀라울 구석이 없는 전시지만 관광객 배려라고 할까, 서비스 정신은 그럭저럭 높게 쳐줄 만하다.

 

 

 

당시는 소치 동계올림픽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이라 이번 눈축제에서는 스키점프대도 설치되어 있다.

분명 이곳 오오도리 공원은 완전히 평평한 곳이었는데, 산등성이 대신 철제 구조물을 세우고 거기다가 눈을 퍼부어서

그럭듯하게 점프대를 만들어 놓았다. 언제 이벤트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은 더 이상 점프가 없는 듯 하다.

 

 

 

동계 종목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지만, 두 곳의 점프대의 모양이 다르다.

자세히 보니 눈의 상태도 전혀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데, 점프의 종류에 따라 지면의 상태도 바뀌는 것인가 싶다.

 

오늘은 기회가 없지만 어차피 내일이나 모레 즈음 한번쯤은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가볍게 자리를 뜬다.

첫날부터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으면 의외로 실망하기 쉽다는 과거의 전례를 생각해

그냥 슬쩍슬쩍 구경이나 하고 추위에 몸을 적응하는 편에서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머리속이 텅 빈것처럼 멍할 뿐이다.

 

 

 

긴장 풀고 돌아보는 와중에도 메인 조각상에 포함되리라 예상되는 거대한 얼음 조형물은 친숙한 느낌이다.

큰 임팩트는 없었지만 대만에 다녀와 봤기 때문에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던 고궁박물관과 101 타워의 모습이 얼음으로 재현되어 있다.

 

 

 

대단한 덩치의 얼음 구조물이 형형색색으로 은은히 빛나고 있는 모습은 꽤나 볼 만하다.

얼음 구조물 위에 타이밍 좋게도 눈이 내려서 훨씬 멋들어진 지붕이 만들어 진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

 

이 정도 덩치를 얼음으로 만들어서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일지 궁금하다.

만약 쓰러졌다가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신경을 썼을 텐데.

 

 

 

조금 전 서로우브래드 때와 비슷한 원리로 이번엔 아우디 부스가 나타났다.

자동차 1:1 크기의 구조물이라 크기는 좀 전 것에 비해 훨씬 작아서,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건 벽면에 붙였다기 보다는 그냥 자동차 한 대를 조각해 놓은 셈이나 마찬가지.

 

밋밋하던 흰색 자동차가 레이저 쇼의 시작과 함께 훌륭한 질감을 가지기 시작한다.

도시의 밤길을 달리는 듯한 연출도 이어지고, 아이들과 함께 보면 먼 훗날 고객층이 0.1% 정도는 늘어날 듯한 느낌.

 

 

 

이번 눈축제에서 가장 큰 조형물 중 하나인 소치올림픽 기념 조각상.

여기는 특별히 색깔을 강조하는 조명이 설치되지 않았는데, 대신 꽤나 밝게 빛을 비추고 있어서 감상하긴 좋다.

 

어쨌든 일본의 눈축제라 그런지 이 조각상에 나와 있는 선수들은 전부 일본쪽에서 유명한 사람들인 듯.

 

 

 

 

실상 소치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이야기지만, 관심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여러 종목에서 기대감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도 기대만큼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목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출전한 사람이 많아서

한국보다는 좀 더 즐기는 축제라는 인식이 들기 쉬운 대회였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으니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옷을 봐서는 아마도 아사마 마오 선수같은데, 가장 크고 박력있게 지어진 조각상과는 달리

김연아에게 밀리기도 했거니와 개똥같은 러시아의 조작질 때문에 스포츠 정신의 몰락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피규어 대회였기 때문에

지금 보면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이 드는 조각상이다.

 

반대로 마오 위에서 점프하고 있는 선수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일본 스키점프 종목의 레전드인 카사이 노리아키(葛西 紀明) 선수를 형상화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 당시는 아직 점프 대회 전이라, 훗날에서야 멋진 이야기가 만들어 졌지만

올해 41세의 백전노장인 카사이 선수는 이번이 자신의 올림픽 마지막 출장이었는데

쟁쟁한 유럽의 강호들을 누르고 은메달을 획득, 역대 최연장 메달리스트로 훌륭한 종지부를 찍었다.

 

마오의 캐릭터성 때문에 유독 부각이 되지만, 일본의 동계스포츠 수요는 상당히 큰 편이라 숨겨진 멋진 선수들이 많다.

 

 

 

오오도리 공원은 50% 정도밖에 보지 않았지만, 슬슬 라이트를 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어서 이 정도로 하고 돌아갈까 싶었는데

왠걸 스스키노 거리에서 열리고 있는 눈축제는 10시 넘어서까지도 계속된다는 방송이 나오는 바람에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한다.

 

몸은 무겁고 카메라는 조심스럽고 날씨는 매섭지만 일단 스스키노쪽의 밤풍경도 보기는 봐야 할 것 같으니 어쩔 수 없다.

거리가 만만치 않아서 돌아올 때 꽤나 피곤하겠지만, 여행에서 피곤함이란 뿌뜻한 성취감과도 직결되는 것이니 뭐.

 

오오도리 공원을 벗어나도 삿포로의 밤은 여전히 싱싱하다.

전통 문화라는게 존재할 수가 없는 홋카이도이기 때문에 서양식 펍이 매우 활성화 된 곳이기도 하다.

옆구리에 같이 온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곳에 들어가 분위기를 즐기며 술 한잔 했겠지만.

 

 

 

도로의 높이가 눈 때문에 10cm 정도 올라와 있는 풍경 자체가 나에게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국도 철원 정도쯤 되면 이 정도 눈이 우습게 보이겠지만, 인구 200만의 도시에서 이렇게 눈이 쌓이는 모습은 꽤나 이질적이다.

 

평범한 거리 모습도 나에게는 셔터를 누를 가치가 충분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모습은 왠지 눈 보고 발광하는 개와 비슷하지 않았을려나.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오키나와와 더불어 항상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홋카이도는

삿포로의 무한한 향략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아득하고 고풍스러운 주위의 도시, 조금만 더 나가면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야생림의 향연 등등

여러가지를 동시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가득한 섬이다.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곳 삿포로의 일본답지 않은 시원시원한 도로와 정방형의 시내 구조,

 밤새도록 먹고 마시고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환락성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가 없을 듯 하다.

 

 

 

개척정신과 독립성이 강한 이주민들의 특성상 대형 브랜드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소규모 공예에 강점을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 최고의 예술 타투이스트들이 밀집해 있기도 하고, 본토에까지 명성을 떨치는 라멘 가게라던가

심지어 아이폰 케이스까지 해외구매 신청이 쇄도할 정도로 유명한 젊은 창작집단 등등. 둘러보면 재미있는 곳이다.

 

묵묵히 사진 찍으며 걸으니 어느세 스스키노 대로변으로 도착한다. 삿포로 최대의 번화가인 이곳은 도로가 정말 시원시원하다.

 

 

 

삿포로 올 때마다 사진은 담지만 한 번도 타 본적은 없는 관람차의 밤모습을 연례행사처럼 찍어본다.

밤에 타 보면 스스키노 거리의 화려한 불빛을 멋지게 담아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삿포로는 항상 혼자 오다 보니, 어쩐지 그냥 타기에는 흥미가 식어버리는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다.

 

다음엔 혼자라도 타서 야경을 한번 담아볼까 싶다.

 

 

 

그러고보니 스스키노 거리 중앙에는 노면전차도 달리고 있다.

꽤나 옛날 맛이 살아있는 전차라서 사진 찍기엔 참 좋은데, 문제는 본인 루트상 저 전차를 탈 일이 전혀 없다는 것.

 

 

 

스스키노 거리의 눈축제 코스는 오오도리 공원에 비해 상당히 아담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오도리 공원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길쭉한 야외 정원이 마련되어 있지만

조형물이 전시된 이곳 스스키노 거리는 평소에 그냥 유흥가 골목거리나 마찬가지라서 그럴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오오도리 공원의 조형물들과 겹치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즐기는데는 문제 없을 듯 하다.

오오도리 공원이 끝물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훨씬 많아서 편안하게 사진 담기에는 에로사항이 꽃피겠지만.

 

처음 삿포로 역을 봤을 때가 2008년 즈음이었는데, 그때의 충격은 상당했다.

자전거로 도쿄에서 토마코마이(苫小牧)까지 달려왔기 때문에 중간에 한참동안 시골 마을만 보다가

이 거대한 역사를 보게 되니 삿포로가 생각보다 정말 큰곳이구나 하는 임펙트가 있었던 듯.

 

옆으로 길쭉한 것이 아니라 이 뒤쪽으로 건물이 길에 늘어선 형태니까 실제 크기는 정말 크다.

물론 옆에 백화점, 호텔, 요도바시 카메라 등의 입점업체가 건물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커 보이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냥 크고 멋진 역 중에 하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지만

여전히 그때의 추억이 지금의 나에게 있어 삿포로의 인상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 영향은 이어지고 있다.

 

 

 

예전보다 많이 더워지는 바람에 삿포로 눈축제도 괜찮을려나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원래 눈축제 조각용 눈은 모자라면 밖에서 사오기까지 한다니까 별로 문제가 되진 않는 듯 하다.

겨울엔 여전히 눈이 많이 내리고 기온도 그럭저럭 추워서 눈이 녹지는 않는다고 하니.

 

겨울 홋카이도는 처음 와 보는데, 곳곳에 비치된 미끄럼 방지 모래주머니 박스가 눈길을 끈다.

눈 보기 힘든 지방에 살아서 이런 것도 신기하다. 물론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적혀 있다.

 

 

 

6개월 전에 예약해서 저렴하게 숙박 가능한 호텔은 역에서 10분만 걸으면 되는 가까운 곳이지만

전망이 좋은것도 아니고 빌딩 골목 사이에 조심스럽게 웅크리고 있어서 관광을 즐기려는 기분과는 좀 동떨어진 느낌.

 

짐을 풀고 잠깐 한숨을 돌렸는데, 전날 서울에서 나침반님과 실컷 놀고, 수면시간이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피곤하다. 침대에 누으면 다시 일어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이 날을 위해 준비한 비니와 손목 방한대 등을 착용한 후 밖으로 나온다.

 

원래라면 손가락까지 덮은 장갑을 이용하겠지만, 사진 찍기가 영 불편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손목 밑에서 손가락 밑까지만 올라오는 방한대를 사용한다.

많이 추울때를 대비해 장갑도 가지고는 왔지만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추위에 강한 편이기도 하고 삿포로는 의외로 그렇게까지 춥지 않다고 하니.

 

확실히 겁낼만큼 추운 편은 아니지만 쌓여있는 눈을 보면 확실히 많이 오는구나 싶다.

서울에 눈 내리는 것만 봐도 재미있는 대구의 환경을 생각해 보면, 이미 이곳은 별천지나 마찬가지.

겨울의 눈은 자비가 없어서 여름에 당당히 서 있던 자전거들은 비참한 모습으로 널부러져 있다.

 

 

 

눈이 그냥 폭폭 쌓인게 아니라 도보에 있던 눈을 위에 쌓고 쌓아서 얼음층처럼 변해버린 녀석들이라

저 밑에 깔려있는 자전거들의 안위가 걱정된다. 어차피 대부분 무단 방치된 녀석들일테니 봐 주는 사람도 없겠지만.

눈축제 보려고 왔지만 눈 자체가 신기한 나로서는 이런 모습도 매우 즐거운 관광 볼거리다.

 

 

 

사방에 눈길 천지라서 무거운 카메라 세트 들고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서울처럼 빙판길 때문에 쭐떡쭐떡 미끄러지는 느낌은 아니다.

 

도보쪽은 상당히 공을 들여 치워놓았고, 쌓여서 얼어버린 길은 모래를 충분히 깔아두었기 때문에

체감되는 미끄러움은 전날 서울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덜하다. 거의 평지 걷는 느낌으로 움직일 수 있다.

 

 

 

삿포로가 홋카이도 안에서 별로 추운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내를 흐르는 조그만 하천은 거의 다 얼어있다.

눈축제를 보고 나면 삿포로 유일의 비경인 시레토코로 향하게 될 텐데, 그 쪽은 살짝 걱정이 된다.

 

 

 

이제는 친숙하기까지 한 TV탑의 모습이 보인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저게 시계탑인줄 알지만 사실 시계탑은 따로 있다. 워낙 작고 아담해서 처음엔 놀라지만.

저 시계탑을 기점으로 현 장소에서 오른쪽 대로가 전부 눈축제 개설장인데, 지금은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눈축제는 조명이 밝혀지는 밤이 훨씬 더 다채로운 구경이 가능하다고도 하고

낮에 보는 눈축제는 어차피 내일 Y 양과 만나서 하루종일 돌아다닐 예정이니까. 미리 예습해서 즐거움을 덜어내고 싶진 않다.

 

그래서 가능하면 TV탑 앞까지는 가지 않기로 생각하며 천천히 눈 덮힌 풍경을 즐긴다.

 

 

 

일본인들에게 있어 홋카이도는 메이지 이후의 개척정신 넘치는 강인한 이미지로 인식된다.

선진 문물의 시험장이자 계획도시의 표본이기도 한 삿포로와 그 주변 도시들은 서양식 건축의 흔적도 많이 남아있다.

 

사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몰아내며 확장하던 경우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좋게만 볼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

 

조그만 성당이지만 주변 모습과 이질적인 매력이 셔터 한번 누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서부터 언뜻언뜻 눈축제 전시장 모습이 아른거리지만 지금은 꾹 참는다.

일단 삿포로에서 빠뜨릴 수 없는 라멘이라 한 그릇 먹고 돌아가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에.

 

맛있는 부분은 나중에 먹는 성격이라, 지금 눈축제 구경 시작했다간 아무래도 저녁에 기진맥진해 질 것 같으니까.

눈은 내리지 않지만 역시 천천히 걸어다니고 있으니 살갗이 노출되어 있는 부분은 꽤나 매섭게 느껴진다.

 

 

 

지금까지는 딱히 눈축제가 아니라도 눈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아쉬운 기분이 들지 않는다.

설령 눈 보기 힘든 대구 지방 출신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도시 안에 이만큼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는 기회란 흔하지 않으리라 본다.

 

일주일간 열리는 눈축제의 2/3 기간쯤에 도착했기 때문에 비교적 사람이 적은 편인지

몇몇 중국인 관광객 외에는 나름대로 한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흐트러지지 않게 쌓인 눈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삿포로가 대자연의 축복을 듬뿍 받은 곳이긴 한데, 개척민의 피가 남아있는 탓인지 의외로 도시에서 쓰레기 보기가 어렵지 않은 곳이다.

특히 반달리즘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스트리트 페인팅의 흔적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특징.

사방이 눈이라서 쓰레기 꽂아놓고 가기도 쉽긴 하다.

 

쓰레기라는 점을 배제한다면 흰 눈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표현중인 금속 캔의 모습이 나름 인상적이기도 하다.

 

 

 

삿포로는 삿포로 역에서부터 메인 공원인 오오도리(大通り) 공원까지가 한 블럭,

오오도리 공원에서 유흥가인 스스키노(すすきの) 거리까지가 또 한 블럭으로 묶어 생각하는게 편하다.

두 구역을 한꺼번에 가로지르는 일은 도보로는 30분쯤 걸리기 때문에 조금 거리가 있지만, 블럭 안에서 돌아다니려면 어디든 도보로 쉽게 갈 수 있다.

 

삿포로 역과 스스키노엔 엄청난 수의 숙박지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어디를 선택해도 오오도리 공원까지 손쉽게 이동 가능하다.

물론 본인 경우엔 삿포로 이외에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닐 생각이라 역 쪽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선택하는게 조금이라도 수고를 덜 수 있지만.

 

오오도리 공원 근처에 위치한 시계탑은 규모는 작아도 역사있는 관광 명소이기 때문에 사람들 모습이 꽤 보인다.

시계탑 정문쪽으로 향하기 전에 귀엽게 만들어놓은 눈사람이 있어서 먼저 담아본다. 입 모양이 만화적 데포르메에 충실한 모습.

 

 

 

몸은 상당히 피곤하지만 지금까지는 겨울 삿포로라는 첫 경험과, 익숙한 지형지물의 묘한 콜라보로 인해

어디를 보며 돌아다녀도 재미있다는 느낌 뿐이다. 오히려 이런 경우엔 메인 이벤트에 속하는 눈축제의 감흥이 크지 않게 되는 역효과가 조금 걱정되는 편.

 

웅장함과 거대함은 사람의 힘으로 만든 것보다 자연이 만들어낸 쪽에 훨씬 매력을 느끼는 성격이라서

사실 이번 삿포로 눈축제는 그냥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 이외엔 별로 기대하는 게 없다.

 

몸이나 풀고 나서 진짜 목표인 시레토코까지 가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뿐이라서, 삿포로는 그냥 마음 비우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삿포로 시계탑은 그 역사성 때문에 이곳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좀 전에 걸어오면서 찍은 이름모를 성당과 비교해도 결코 특이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평범하고 작은 건물일 뿐이다.

외국에서 기대감을 갖고 들어오는 관광객들에게는 그냥 기념 사진이나 남기는 정도의 과정밖에 남지 않는 소박한 곳.

 

더구나 안에 들어가는 데는 요금까지 들기 때문에, 어지간히 시계탑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추천하지는 않는다.

본인 역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고.

 

 

 

그래도 시계탑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손바닥만한 눈사람이 늘어서 있어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커플들이 좋아할 만한 하트모양 연결 고리의 선명함이 매력적인데, 수컷으로 보이는 쪽이 의도와는 다르게 좀 우울해 보이는 것이 포인트.

 

 

 

여담이지만, 눈 사진을 마음먹은대로 찍어내는 건 초보인 본인에게 여전히 힘든 일이다.

계조와 DR이 만족할만큼 뛰어나다면 걱정없지만 아직 카메라라는 기계에서는 구현하기 어렵다.

 

특히나 눈 찍을 일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살다 보니, 눈만 내리면 항상 평소보다 더 초보가 되는 기분이 든다.

이번엔 삿포로에서 열심히 연습해서 앞으로 조금씩이나마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중.

 

 

 

특정 지역이나 가게에서 마스코트를 만들어 홍보하는 데에 어떤 제한이나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계탑 옆의 라멘 가게에서 내 놓은 듯한 프란체스카라는 마스코트 캐릭터는 좀 의외다.

 

라멘과 무슨 접점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양식 건물이라고 고딕풍의 의상을 선택한 것인지. 거기다 안대는 왜 달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국민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하츠네 미쿠가 탄생한 곳이다 보니 이런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점심은 라멘으로 정했기 때문에 흥미가 동하긴 했지만, 캐릭터에 끌리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맛있어 보이는 곳을 찾아가려 하니 일단 패스한다.

 

 

 

올해로 건설 135주년이 되는 시계탑은, 거대화 된 삿포로에 비해 아담하게 위축된 듯한 분위기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길지 않은 역사라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의 노력은 외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0분만 구경하면 더 볼것이 없는 곳이긴 해도, 역시 현대적 건물만 잔뜩 늘어서 있는 것 보다는 보기가 좋지 않은가.

 

 

 

고드름도 평소엔 그저 길어봤자 팔목 정도밖에 되지 않는 녀석들만 봐 왔는데

여기서는 상반신 정도 고드름은 그냥 지천에 널려있다는 점이 또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저 녀석이 떨어져서 사람과 접촉하면 단순한 사고로 끝나지 않을 듯 하니

고드름 주위에서는 조금이라도 조심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눈 촌놈의 괜한 걱정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예전 삿포로 눈축제 때 전시용 눈 조각상이 무너져 관람객을 덥치는 사고도 발생했다고 하니

스스로 몸 추스려야 하는 겨울 여행엔 무조건 조심하는게 상책이다.

 

 

 

한적한 평원 언덕즈음에 서 있으면 딱 분위기 좋을만한 시계탑이지만

위치가 현 삿포로의 최중심 주변이기 때문에 근처엔 빌딩들로 가득해서 매력이 살지 않는 느낌.

 

실제로 이 시계탑은 옛날 삿포로 농대에 속한 건물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엔 정말 분위기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반쯤 얼어버린 손으로 렌즈를 교채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일단 망원렌즈로 교체 후에는 일부러라도 망원으로 건질 만한 피사체를 찾게 된다.

시계탑 건너편에 위치한 이 묘한 정체성의 음식점은 그 좋은 대상으로 손색이 없다.

 

현 홋카이도 대학의 초대 총장이었던 W.S 클라크의 흉상이 가리키는 손끝에 늘어서 있는 맛있는 식재료들의 모습은 매우 초현실적이다.

라멘 목표가 아니었다면 한번 들어가보고 싶었던 센스있는 식당.

 

 

 

한국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Boys, be ambitious' 라는 격언의 주인공인 클라크의 모습은

묘하게 쌓여있는 눈과 더불어 굉장한 인상을 남겨준다.

 

야심을 가지고 맛있게 밥을 먹으라는 의미인지, 팝아트적인 조합이 사진 찍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를 풍긴다.

 

 

 

좋게 말하면 예의바르고 나쁘게 말하면 소심한 본토 사람들의 성격과 달리

풍요로운 자연과 거친 환경을 자랑하는 홋카이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뭔가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인 성향이 있다.

물론 혹독한 겨울을 생각하면 의외로 사색적인 느낌을 풍기기도 하지만, 적어도 삿포로라는 도시는 젊은 혈기가 넘치는 곳임에 틀림없다.

 

자전거 주륜 금지구역에 당당하게 세워놓는 대담함은 말할것도 없이, 그림 그릴만한 공간엔 빠지지 않고 재미있는 그래피티들이 난립해 있다.

주인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지만 개인적으로 삿포로에서는 이 정도 관용은 용납되어도 크게 문제가 없을거라는 기분이 든다.

 

 

 

남한 면적의 80%나 되는 대지에 인구는 겨우 600만도 되지 않고, 그것도 인구의 70% 이상이 삿포로 주변에 밀집해 있는 곳이라

자연스럽게 삿포로 이외 지역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매우 미비한 탓에, 이곳에서는 자동차가 매우 중요한 이동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겨울의 눈보라에도 거침없이 운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홋카이도에서 출고되는 자동차들은 본토와는 다른 타이어를 장비한 채로 나온다.

 

걷다가 우연히 만난 볼보 대리점에는, 요즘들어 디자인에도 신경쓰기 시작한 회사의 기조를 반영이라도 하듯 멋들어진 녀석이 전시중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눈이 아니라 얼음을 깎아 만든 조그마한 조각상이 진열되어 있다.

삿포로 눈 축제가 워낙 유명한 녀석이다 보니, 축제 기간중엔 도시 곳곳에 볼만한 조각상들이 널려 있다.

 

 

 

회사 입장에서 본다면 매출과 별 상관없는 지출일 수도 있겠지만

도시를 대표하는 축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취지를 생각한다면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서 축제를 지탱한다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다.

 

한국에서 축제란 조직위원회에서 차려놓은 밥상을 시민들이 퍼먹기만 하는 남의 집 불구경 같은 인상을 지울수가 없는데

이런 시민 참여적 축제가 제대로 열리려면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할까 아쉬워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겨울 날씨란 처음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다가도, 시나브로 추위가 뼛속까지 사무치는 느낌이기 때문에

슬슬 손끝의 감각은 무뎌지고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니 뜨근뜨끈한 라멘의 유혹을 물리칠 수가 없다.

 

홀로 여행자라면 선뜻 들어가기도 꺼려질 정도로 고풍스러운 느낌의 한 오래된 라멘집 간판이 보여서 결심하고 문을 연다.

창업 40년은 넘어보이는 반 목조 건물의 내부는 옻칠한 검은 인테리어가 라멘집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중후함을 풍긴다.

 

축제 기간이라 라멘과 주먹밥 세트가 나름 저렴하게 판매중이라 고민없이 주문해 본다. 라멘은 삿포로의 주류인 미소라멘으로 선택.

 

풍부한 토핑과 완벽한 완성도의 반숙 계란, 짜릿함이 느껴지는 진한 미소 국물의 조합이 추위와의 완벽한 대칭점으로 느껴진다.

처음 몇 숫갈은 얼어붙어서 콧물까지 나올 정도의 얼굴 탓에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이 풀리니 전신을 자극하는 강렬한 맛이 모세혈관에까지 스며드는 듯 하다.

 

 

 

위에는 연어알, 속에는 연어살로 무장한 주먹밥이 세트 메뉴로 따라나온다.

사계절의 변화가 극단적인 곳에서 나는 쌀은 찰기와 꼬들꼬들함이 절묘히 조화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추운 날씨탓에 라멘의 국물이 조금이라도 식기 전 열심히 흡입하다 보니, 주먹밥을 먹을 타이밍이 조금 애매하다는 게 살짝 아쉽긴 했다.

일본 라멘이 원래 짠 편이지만, 삿포로의 특제 미소라멘은 그 농후함 만큼이나 짜기도 정말 짠 편이라

이걸 맛있게 후룩후룩 먹는 한국인은 나름 일본 문화에 익숙해 진 사람이라 봐도 될 듯.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은 국물이 짜다고 원성을 낼 법 하다. 이거 한그릇 먹고 나면 몸이 퉁퉁 부는게 느껴질 정도로.

실제로 일본에서도 라멘은 그냥 별식으로 가끔 먹을 정도지, 이걸 매 끼마다 먹다간 몸이 남아나질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야 라멘을 워낙 좋아해서 몸 생각 하지 않고 여행중엔 1일 1라멘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는 편이긴 하지만.

 

후끈거리는 뺨과 함께 다시 숙소로 돌아와 옷을 벗고 침대에 몸을 누였다.

TV를 틀고 방송에 집중하려 해 보지만 눈꺼풀이 감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금이라도 방송을 즐겨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한두 시간이라도 눈을 붙였다가 떼어야지만 야간 눈축제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생각과는 달리 야간 눈축제는 9~10시 즈음에 라이트를 전부 꺼버리기 때문에 심야에 즐기기엔 힘들다.

삿포로엔 3일간 체류할 예정이라 아직 기회는 있다고 생각하며, 일단 8시 쯤 다시 나가기로 하고 체력 보충을 위해 TV 를 전등삼아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