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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인투 더 와일드 (Into The Wild, 200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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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한 친구가 꽤나 오래 전에 추천해 주었던 영화인데
국내 개봉은 커녕 DVD 도 발매가 되지 않아서 참 안타까워 하다가
간신히 발매가 된 덕에 한참만에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소개해주셔서 감사. ^^


감상 후
정말 징하게 호불호가 갈리겠다는 느낌이 든 영화.

기본적으로 숀 펜이 감독을 맡고 펄 젬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 에디 베더가 음악을 맡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구성상 크게 허점으로 다가올 구석이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예측이 가능하고, 실제로도 그랬다.

이 작품을 보는 사람을 크게 4부류로 분류하자면
1. 유랑 여행을 좋아하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진실성에 크게 의미를 두는 사람.
2. 유랑 여행을 좋아하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진실성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
3. 유랑 여행에 관심이 없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진실성에 크게 의미를 두는 사람.
4. 유랑 여행에 관심이 없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진실성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
정도로 나눌수 있을 듯.

아마 이 작품을 가장 낮게 평가하는 사람은 3번일 것이고
이 작품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사람은 2번일 것이다.

난 1번과 2번의 중간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보는 내내 절친한 동료를 만난 가슴 뿌듯한 느낌과 함께
눈에 띠게 작위적으로 구성된 주인공 알렉스 띄워주기에 여러번 씁슬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현대 사회의 합리적 구조 속에 그럭저럭 안착하고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알렉스의 오만하고 자만심 가득 찬 허영에 가까운 무모함에 진저리를 칠 것이다. 왜 저리 멍청하냐고.
아마 '내가 저렇게 했다면 훨씬 더 잘 할수 있을 텐데' 라고 말이지.

하지만 암흑의 대륙 아프리카에서 가장 자연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하는 부시맨들을 동물원 속 호랑이 관람하듯 돈을 주고 만나야 할 만큼
충분히 인간적으로, 내가 가진 인상으로는 충분히 추악하게
이익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고 관리되는 요즘 세상에 그나마 시원하게 한숨 한 번 쉴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은
어리석고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면서 가는 '무지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태풍이 지나간 후, 발정난 고양이만큼이나 히스테릭한 날씨 변화덕에 미친듯이 고생하면서
해가 막 저물 무렵 간신히 버려진 마굿간 하나를 발견해서 서둘러 자전거를 세워놓고
얼마 남지 않은 물을 탈탈 털어 밥 지어 먹은 후 건초 냄새를 맡으며 저려오는 두 다리를 눕히고
텐트를 찢어발기듯이 때려오는 매서운 바람때문에 한 숨도 못 자고
아침에 일어난 모습을 누가 봤으면 지명수배자로 착각하고 경찰을 부르러 달려갔을 만한 표정을 지었어도
자전거에 내 두 다리의 힘을 의지해 1500km를 달려온 후의 묘한 성취감은 그 비합리성을 뛰어넘는다.

바람을 등에 업고 브레이크를 잡고 싶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길 가로 불쑥 튀어나온
북방여우 30cm 앞에서 간신히 충돌을 면한 순간.
약 20초 남짓 서로 놀란 가슴을 벌렁거리며 진정시키는 동안 가만히 상대의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때의
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뛰어넘은 원시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나에게는 여행 말고 없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냥 여행하다가 픽 쓰러져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기 때문에
내가 이 녀석을 여느 영화평론가처럼 되도록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것 처럼 행세하며 판단하긴 어렵다.
아마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느꼈던 것 처럼 나 역시 알렉스의 무모하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막무가내 여행과
오만하고 꽉 막힌 자의식에 술술 넘어가 주는 주위 인물들의 비현실성에 진저리를 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원작 소설이나 이 작품이 꾸준히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나도 한 번 쯤은 해보고 싶다 라는 막연한 동경의 끈을 슬쩍슬쩍 잡아당기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는,
하지만 우리가 가장 합리적이라 인정하는 자연의 순리에 철저하게 위배되는
그런 가식적인 세상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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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난 그렇다.
화려한 관광지나, 고대의 문화 유산이나 그런 것들보다
그저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평범한 시골길을 달리는게
나한테 얼마나 큰 위안을 주었는지, 아마 그 멍청한 알렉스라면 조금은 동감해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