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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31  해물은 거들 뿐, 폴인샤브 18

엄니께서 추천하신 집 근처의 맛집 폴인샤브입니다.
제목 참 재미있게 지었네요.

추천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무한 리필되는 유기농 야채에 있습니다.
가장 싼 소고기나 해물 샤브가 1인분에 6천원인데요.
이거 하나 시키고 나면 식당 중앙에 놓여있는 야채들은 먹고싶은대로 마음껏 갖다 끓일 수 있습니다.


유기농인지 아닌지까지는 제가 알 방법이 없지만 먹어본 바로 질이 떨어지는 야채는 아니었습니다.
뷔페라면 재료의 질이 떨어지는게 아닌가 으레 걱정이 앞서지만
이곳에서는 적어도 적정 수준 이상의 야채들을 사용하니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듯.


엄니가 좋아하시는 치커리.

샤브샤브에 넣어먹기 좋은 야채는 역시 숙주나물, 치커리, 배추 정도일까요.
아니, 애초에 한국에서 먹는 샤브샤브란 음식은 사실 샤브샤브가 아니고 전골이죠. ㅡㅡ;
10여년 전 샤브샤브가 처음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만 해도 샤브샤브의 특징인 '살짝 담궈 익혀먹는 얇은 고기'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야말로 100% 전골화 되어서 정통 샤브샤브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각설하고, 이곳엔 버섯과 호박, 시금치, 대파, 감자, 고구마, 떡, 두부, 국수, 곤약 등도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재료가 떨어질 틈도 없이 아주머니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계속 채워넣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재료는 마음껏 들어다 먹어도 아무도 눈치 안줘요.

종업원 아주머니들이 굉장히 친절한 것도 이 집의 특징입니다.
제가 카메라 갖다대니 '빛 좋은데서 잘 찍어주세요~'라고 웃으며 인사하시더군요.
식사 중간중간에도 많이많이 사양말고 드시라고 말씀해주십니다.


육수는 깔끔한 간장맛과 매운맛 두 가지를 동시에 끓이는 냄비가 준비되어 있고
육수 역시 필요할 때 마음대로 부어넣을 수 있습니다.
야채 뷔페가 최대의 특징인 만큼 메뉴에는 고기샤브, 해물샤브 등이 있지만
사실 그것들은 육수 맛 우려내는데 쓰이는 걷치레일 뿐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야채들이 진짜 메뉴죠.


전 곤약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한접시 가득 퍼다먹고 또 먹었습니다.
다른 샤브집에 비해 육수를 오래 끓이면서 먹는 편이라 육수의 진한 맛이 스며든 쫄깃한 곤약은 최고~
그 외에 시원한 식혜와 과일음료수도 준비되어 있으니 가끔 한 잔씩 먹어줍니다.
당연하겠지만 술이나 탄산음료는 별도 계산입니다. ^^;


6천원짜리 해물샤브를 주문했는데, 해물의 질은 크게 좋다고 할 수 없더군요.
5~6만원짜리 고급 해물샤브도 몇 번 먹어본 기억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해물의 품질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라
제가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느긋하게 익히면서 야채와 함께 집어먹기 무난한 정도?

1만원짜리 생해물샤브란 메뉴엔 좀 더 신선한 해물이 나오겠죠.
이후에 궁금해서 추가해본 부채살은 고기도 신선하고 향기가 살아있는것이 해물보다는 먹을만 했습니다.
(처음 주문 후 추가 고기나 해물은 가격이 좀 쌉니다)

어차피 이곳은 야채를 즐기는 곳이니 가격대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죠.


육수의 품질은 그냥저냥 평범합니다.
중후한 맛이 느껴지는 고급 육수는 아니고, 적당히 짜고 적당히 매운 육수인데
문제는 오랫동안 끓여먹는 이곳의 특성상 후반에 상당히 짜게 변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네요.


두부도 마음껏 넣고 곤약도 마음껏 넣고 신나게 끓입니다.
금방 익는 야채들 건져먹고 시간이 경과하면 곤약에 육수의 맛이 베어나서 맛있게 즐길 수 있죠.
곤약은 쉽게 퍼지지도 않으니 오래 넣어 끓여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야채 덕에 식사시간 즈음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군요.
회사 회식등에서도 강점을 발휘하니 단체 손님도 많습니다.
간장과 매운 소스 두 종류에 찍어먹을 수 있는데, 보통 고기는 매운 소스, 해물은 간장에 와사비 쳐서 찍어먹는다고 합니다.
전 그런거 상관없이 그냥 마음가는대로 찍어먹었네요.

하트모양의 떡과 국수도 마음껏 제공되니 김치 좀 풀고 국수로 마무리하면 배 터집니다.
이때쯤 되면 육수가 좀 짠편이라 국물은 조금만 먹는게 좋겠더군요.


식후엔 조그만 서비스도 있습니다.
먹고싶은 만큼 강냉이를 비닐에 넣어 싸들고 갈 수 있네요.
저희 엄니가 강냉이에 대해서는 아주 매니아이신지라, 엄니를 만족시킬만한 고급 강냉이는 아니었습니다.
단 맛이 좀 강하더군요. 뭐, 저희 집에서 먹는 강냉이는 상당히 고급 웰빙이니 공짜로 퍼주는 강냉이와 비교할 필요는...

계산할 때 아주머니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다음 방문때 쓸 수 있는 3천원 할인 쿠폰을 줍니다.
기본 6천원짜리 샤브집에서 3천원 할인 쿠폰이란 상당한 녀석이죠.

주 메뉴보다 듬직한 야채를 저렴한 가격에 산더미처럼 먹을 수 있는 장점덕분에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딱 맞는 똑똑한 음식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몇번 더 가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