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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27  동해안 자전거여행 6편 20
  2. 2011.10.25  동해안 자전거여행 5편 21
  3. 2011.10.23  동해안 자전거여행 4편 23
  4. 2011.10.22  동해안 자전거여행 3편 18
  5. 2011.10.20  동해안 자전거여행 2편 14
  6. 2011.10.18  동해안 자전거여행 1편 23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때까지는 좋았는데 예상치 못한 적이 나타났다.
어딘가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밤새도록 모기가 출몰한 것.
처음엔 한두마리 잡고 누웠는데 이게 끝도 없이 계속 나오고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바닷바람에 강하게 큰 녀석들인지 왠만해서는 안 붙는 눈이나 입 주변에까지 신나게 붙는다.
반대로 너무 무방비하게 달려만 드니 잡기는 편했지만 이상하게 끝도 없이 계속 나온다.
결국 새벽 4시까지 모기 14마리를 잡고 피곤에 지쳐 쓰러졌지만 그 와중에도 귀며 손이며 팔이며 계속 물린 탓에
결국 반쯤 깬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도 벽에 붙어있는 모기만 세 마리더라.

출발하려고 짐 챙기는데 할머니께서 물도 차가운거 받아가라고 식당쪽 정수기에서 꽉꽉 담아주신다.
모기 이야기를 하니 그렇게 들어올 리가 없는데 하시며 방 점검을 해봐야겠다고 하시더군.
그렇게 많았으면 모기약 받아가지라고 하셨는데, 새벽 3~4시에 혹시나 주무실까봐 내려가질 못했다.
어찌됐든 텐트에서 하룻밤 보낸 것보다 더 피곤한 상태에서 출발.

고래불 해수욕장 주변은 성수기때 굉장히 붐비리라는 예상이 가능한 곳이다.
넓은 주차장, 넓은 모래뻘, 고래를 잡진 않겠지만 거대한 고래상까지.
그런데 은근 꼬리의 위치가 좀 이상한 듯 하다. 고래가 저렇게 길었나?


어제 바람만 불지 않았으면 이곳에 느긋하게 잠을 청해도 괜찮을 뻔 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더 이상 생각하지 말기로 하자.
비수기는 정말 조용해서 좋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도중 도로 한복판에 뱀이 뒹굴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중앙선에서 수십 센티 정도 떨어져 있어서, 자동차 한두 대라도 달렸다간 그대로 즉사할 것임에 틀림없다.
해가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지 몸이 안좋은지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이긴 하는데 거의 움직이질 않는다.

나뭇가지 집어들고 슬금슬금 당겨서 갓길 수풀 속으로 밀어넣어줬다.
반항다운 반항도 없고 꿈틀꿈틀거리기만 해서 정상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건 거기까지.


꽤나 귀찮아보이는 산이 앞에 가로막고 서 있는 곳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숨을 골랐다.
오징어 말리는 풍경이 보기 좋기도 해서.


성수기는 밀려드는 인파로 바쁘겠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지금도 바쁜 시기인가보다.
이제껏 달려온 거의 모든 어촌마을에서는 모두 오징어 말리느라 정신없으셨으니.

영덕, 포항쪽의 반 건조 오징어 피데기는 경상도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테고
날씨와 지형 탓인지 맛이 훌륭하다는 평이 많아 아직 조금 이른 시기임에도 자동차를 세워놓고 사가는 사람이 많았다.


이곳에서 이리저리 사진 찍으며 놀고 있으니 해안가에서 여행차림의 청년 두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고 그냥 하루정도 걸리는 거리를 여행나온 듯 한데, 그래도 슬쩍 반갑긴 하다.
어째 일본에서 만난 여행자들보다 더 소심하고 쑥쓰러워하는 것 같아서 몇마디 말도 못건네고 말았지만.


여기서부터 영덕 해맞이공원을 낀 강구까지는 조금 험난한 라이딩이 예상된다.
예전에 자동차로 와 본적이 있는데, 7번국도가 아닌 마을 어귀를 도는 구 도로는 약간 리아스식 해안의 성질을 띄고 있어서
경사도 급하고 업다운이 잦았던 기억이 나기 때문.

그래서 잠을 못자 지친 마음을 조금이라도 추스리려고 시간 좀 보내며 사진이나 찍으러 다녔다.


블로그에서 검색했던 동해안 도로의 난이도에 긴장하고 있었던 탓인지
1년간 자전거로 돌아다녔던 내 경험을 스스로 무시하고 있었던 탓인지
막상 달려보니 동해안 도로는 그냥 쉽다고 말하지 못할 뿐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다.

태어나서 첫 장거리 라이딩이라면 뭐, 충분히 투정부릴 만한 코스지만
그리 많이 달렸다고 하지는 못할 나 정도의 경험만 있어도 이 길은 그냥 땀만 좀 흘리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다.

예전에도 몇번 경험이 있지만, 여행 전에 인터넷에서 겁주는것에 너무 쫄면 안된다는 사실을 세삼 실감했다.
그렇게 어렵다고 써 놓으면 그 여행을 끝마친 자신의 가치가 좀 더 높아질거라는 무의식의 발로일까.
자전거 세계여행 준비 끝내고 인증사진 찍은 분에게 제일 많이 올라왔던 댓글이
저도 경험 좀 있는데, 그 장비로는 절반도 못가고 돌아오실겁니다. 너무 무겁고 짐많고 쫑알쫑알... 였었지.

일단 자기가 해낸 건 대단한 일이고, 남이 그런거 하려면 최대한 겁을 주는게 이쪽 사람의 본능일까.

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간 곳은 준비만 하면 아무나 갈 수 있다고.
사하라 사막 마라톤? 난 그거 갈때까지 마라톤 풀코스 완주 한 번 해본 적 없다.
1년간 자전거여행? 난 지금도 자전거 타이어 교체 말고는 수리하는 방법 모른다.
운동? 내 몸무게가 지금 90kg 가깝다. 짐 싣고 달리면 100kg 넘는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니. 땀흘리면 바로 픽 쓰러져 죽는 사람 아니면 못갈 길이 아니다.
무슨 극기훈련 가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가라고 만들어놓은 도로를 자전거가 못갈 일은 없다.

사하라 맴버 나침반님은 자전거끌고 융프라우도 갔다 오셨는데 뭘. 해발 3000m 가 넘는 융프라우 말이다.
내가 지옥을 경험하면서 넘었던 하코네나 키이 반도도 기껏해야 900m 정도밖에 안 된다.

힘들어서 포기할 수는 있지만 힘들어서 못 가는 여행은 없다. 사람의 적응력이란 걸 너무 우습게 보면 안된다.
중요한 건 가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인 듯. 가고 싶은 사람은 주위 반응에 너무 신경쓰지 말길.


그러나저러나 역시 이런 해안도로는 힘들긴 하다.
사실 리아스식이라고 부를 정도까진 아니라 엄청난 난코스는 아닌데도
떨어진 체력과 더불어 구식 도로의 단점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라
저전거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땀 쫌 깨나 흘려야 하는 곳이다.

여름엔 고생 좀 하겠지만, 마음 느긋하게 먹고 느린 걸음걸이처럼 한 발짝씩 페달 밟는 느낌으로 올라가면
어쨌든 끌고 올라가는 것보다는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언덕 정상즈음에 잘 치장된 펜션이 꽤 많다.
비수기라곤 하지만 젊은 연인들이 간간히 차 타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펜션 측에서 만든 것 같은데, 도로 맞은편 절벽과 맞닿은 곳에 그네랑 정자 같은 것도 만들어 놓은 덕에
땀 좀 식히면서 꽃 사진도 찍고 놀아본다.


몇 개의 자비심없는 업다운을 넘나들고 나니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아마 저 곳이 영덕 해맞이공원이겠지.
그 이름답게 저곳에서 해맞이를 보면 참 멋질 것 같은데, 대낮에 도착해서 하룻밤 지셀 수는 없으니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겠다.
그건 그렇고 도로에 사마귀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거 피해가는것도 고역이다.
얘네들이 뭘 잘못 먹었나, 전부 도로에 떡하니 나와서 움직일 생각도 별로 없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한다.
연가시한데 조종당하고 있는 녀석인가 싶기도 한데, 물도 없는 도로 한복판에 나와있는건 그래도 의아하다.


영덕은 먹을것으로도,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한 곳이 많아서
조그마한 마을이라도 있다싶으면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민박과 횟집이 줄줄 늘어서 있는데
나같은 홀로 라이더한테는 크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오후 2시가 될때까지 몇 번의 횟집에 들어가 봤는데, 혼자서 먹을 메뉴가 없단다.
회는 최소 2~3인분이고, 매운탕도 회를 시켜야 나오는 거라서.

해산물로 유명한 곳이라 횟집 말고는 음식점이 별로 없다는게 더 서글프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석면 플레이트 지붕과, 사람이 살지 않는것이 확실한 폐가의 모습이 꼭 내 심정이다.
하다못해 음식점 옆 구멍가게에 들어갔는데도 술안주와 술밖에 팔질 않아서
냉장고에 든 아이스크림이나 한개 사들고 허기를 채워야 했으니.

어제 저녁 7시에 컵라면 먹은 이후로 오후 2시까지 먹은 건 아이스크림 한개.


해맞이공원도 당연히 언덕 위에 있어서 올라가는건 좀 귀찮았다.
하지만 여기서 큰 착각을 하고 말았는데
그냥 해안도로만 스윽 달리면 그 옆에 있는게 해맞이공원인줄 알았지.

내려오고 나서야 알게 됐는데, 그 도로에서 좀 더 산쪽으로 올라가면 바람개비공원이라든가 볼거리가 더 많았다고 한다.
신나게 바람을 타고 내려오고 나서야 그 표지판을 봤으니,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뭐, 영덕은 내 서식지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니니 언제 가더라도 갈 기회는 더 있겠지라고 자조하는 수 밖에.


지금쯤이면 바다보단 산 쪽이 장관이겠지.
본격적인 가을을 맞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산으로 산으로 몰려든다고 하더라.
이렇게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해지면, 앞으로는 어딜 가든 비수기만 골라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끔 성수기 관광지와 맞닥뜨릴 때가 있었는데, 컬쳐 쇼크에 가까운 인파에 정신이 혼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도시에서 일상 생활을 보내다가 간다면 그리 문제될 것 아니지만,
하루 많아봐야 열댓 명 정도의 사람과 얼굴 스치며 지나가는 여행 중에
갑자기 수만 명의 인파에 휩쓸리면 가끔 스스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새끼고양이가 이런 느낌일까 생각하기도 한다.


해맞이공원은 홀로 고독을 즐길만큼 한가하진 않았다.
주차장은 널널하지만 그래도 여남은 명 정도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었으니. 더불어 간이 매점도.
주위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으니 이 공원은 언덕 위쪽부터 아래로 나 있는 산책로가 즐길거리인 듯.

일조량의 차이 때문일까, '영덕해맞'과 '이공원'의 빈부격차가 안타깝다.


자전거로 힘겹게 언덕 올라온 터라 농담으로라도 자전거 세워놓고 혼자 산책로로 내려가고싶진 않다.
그냥 바람 쐬고 전망대에 올라가보고 사진이나 찍고 갈 생각.
이 때 조금만 주위를 둘러봤다면 이 바다 반대편에 다른 여러가지 시설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배가 빈 만큼 머릿속에도 든게 없었다는게 적당한 표현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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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와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울진과 영덕은 서로 대게의 원산지라고 주장하며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예전부터 대게 많이 잡히는 쪽은 울진이었는데, 물류센터 역할을 하던 곳이 영덕이라 영덕 대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뭐, 대게가 고양이처럼 영역 가지고 살아가는 애들도 아니고 해서
딱 붙어있는 울진과 영덕의 지리적 특성상 어느 쪽이 더 대게마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곳인가를 판단하는 건 그닥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색하긴 하지만 과거 식민지 시절 영국과 프랑스가 지네들 멋대로 선을 죽죽 그어버리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온갖 내전과 폭력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모습을 느꼈다고 하면 과장된 생각일까.

일단 사진에 나온 대게라면 냉동보관해서 3~4일 정도는 맛있게 뜯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앞서긴 했다.


도 경계를 넘은 뒤부터는 크게 힘들다고 생각할 업다운도 없어서 몽롱한 기분으로 전진을 게속하던 중
표지판에 관동팔경의 하나라는 월송정이 나타나고나서 조금 고민했다.
이제껏 느긋하게 달려온 터라 예상했던 시간보다 많이 지채되었는데, 이런 거 보고 가도 괜찮을까 생각 좀 해봤는데


묘하게 날씨도 좋겠다, 멍하니 달리다보니 사진도 별로 찍은 것 같지 않아서 가 보기로 했다.
월송쪽으로 가기 전 모습을 드러낸 소나무숲도 꽤나 멋졌다.
이곳 소나무는 곧게 뻗은 황토빛 몸통과 푸른 솔잎이 멋진 조화를 이루어 그 명성이 높다.
아버지 친구분 중에는 평생 이곳의 소나무만 찍는 프로 사진가분도 계시단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월송정으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정원을 즐기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듯.
정확히는 평해 황씨 시조 대종회 소유의 정자와 연못, 구름다리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정원이다.
이곳의 소나무는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더군.

문은 잠겨있지만 낮디 낮은 흙담 사이에 샛길이 얼마든지 나 있으므로 마음껏 즐겨도 된다.


월송정으로 향하며 접하는 수많은 소나무숲은 확실히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닥 기개가 느껴지진 않지만 아담하면서도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 군체들은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풍경.
슬슬 본격적으로 익어가는 벼이삭에 반사되어 한층 더 황금색으로 물들어진 태양빛이 새어들어오는 숲의 모습은 심히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러다가 월송정에서는 감동을 못받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관동팔경이라고 해서 기대를 한 탓인지, 실제로 월송정의 첫 모습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다.
신라시대부터 이어졌다고는 하지만 원형은 파괴된지 오래고, 지금 서 있는 정자는 1980년에 만들어진 것이라
정자 자체의 운치를 느끼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그나마 멋들어진 소나무숲이 감싸고 있어서 음주가무엔 부족함이 없겠지만.


현재는 '越松亭'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일간에서는 '月松亭'이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마음에 든다.
보름달 즈음에 정자에 앉아 달빛에 비치는 파도소리를 안주삼아 술을 즐기는 것이 이 곳에 어울릴 듯한 느낌이라서.


60년대 복원했지만 복원 상태가 고증과 전혀 맞질 않아 80년대 다시 개축했다고 하는데
신라, 고려시대 양식에 대한 문헌이 남아있을리가 없으니 실제로는 거의 조선후기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아쉬운면이 없잖아 있고, 조그만 슈퍼 하나 외엔 아무런 편의시설도 없는 주위 모습을 보면
이게 과연 관동 팔경이라는 이름을 붙인 관광 명소인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당연하게도 관리 사무소 같은 건 있지도 않으니 문화재적 가치가 전무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선전하는 듯 하다.


지금 남아 있는건 단지 '술마시고 놀기 좋은' 장소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하다.
천 년도 넘은 예전 그 월송정 주변의 바닷가와 소나무숲은 아마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겠지.
그래서인진 몰라도 바닷가가 정자에서 꽤 먼데다가 소나무에 가려있어서 '越松'이라는 이름이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아주 아담한 관광 회사에서 온 건지 아주머니 서너 명을 데리고 월송정을 설명하는 가이드분도 있었다.
정자 위에서 바라본 모습. 이곳은 아무래도 달이 뜰 무렵이 그 명성에 걸맞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함께 한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내고 근처 슈퍼에서 술이나 좀 사와서 달을 보며 즐겼을 것이다.

혼자서도 물론 가능한 일이었지만 아무리 혼자 움직이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런 곳에서 달을 벗삼아 혼자 홀짝이는건 내공이 필요하다.


하룻밤 묵어가기엔 최적의 장소였지만 아직 시간이 이른 터라 조금 더 달려보기로 했다.
아무리 비수기라고 해도 너무 쓸쓸한 모습의 월송정은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이곳의 진가는 아무래도 밤에 발휘되는 듯 하니, 다음엔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저녁즈음 와 보는게 좋을 듯 하다.


본격적으로 익어가는 벼를 바라보면서 시간 난 김에 일본의 소야노씨 가족한테 전화를 걸어 봤다.
예전 태풍 때 전화를 받지 않아서 뭔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마침 그때 하와이로 놀러 가셨다고 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기억이 난다.

부부끼리 간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계속 천문대에서 일하시고, 따님과 둘이서 다녀왔다네.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나가노의 매서운 산지보다 푸근한 하와이가 시설이나 환경면에서 훨씬 좋다고 하셨던 말이 기억나서
이번엔 아마 사전 탐사 겸 관광으로 가신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여담으로, 따님 얼굴이 모 일본 연예인과 완전히 판박이다. 머리 자르러 가면 싸인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


저녁이 되니 좋던 날씨는 어디 가고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예전에 몇번 경험했던, 자전거가 휘청거릴 정도의 강풍이다.
느긋한 하루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녁부터 바람이 강해지면 노숙이 굉장히 힘들어진다.

일본에서 오기로 강풍 속에서 텐트를 친 적이 있었는데, 귀마개도 소용없고 텐트 전체가 밤새도록 휘청휘청거려서
거의 한 숨도 못 잤던 기억이 난다. 자연과 맞짱뜨는건 부질없는 짓이라는 진리를 뼈저리게 느꼈던 한 때.

슬슬 가게 안에 들어가기도 민망할 냄새가 몸에서 솔솔 올라오는 것을 보니 바람이 더 심해지기 전에 민박이나 한번 찾아볼까 하며 전진.
해안가엔 비수기라 문 닫긴 했어도 민박이 그럭저럭 눈에 들어왔는데 이곳은 의외로 그런 게 별로 없었다.
바다가 보일랑 말랑 하는 언덕 위쪽에 그럴듯한 모텔이 있어서 슬그머니 들어가 말을 걸어보니
나이 지긋하게 드신 노부부께서 혼자 자전거끌고 왔으니 싸게 해주신다며 만원이나 깎아주셨다. 비수기 가격까지 합쳐서 2만원.

예전에도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이 묵은 적이 몇번 있단다. 이곳은 원래 바람이 강하다고 하시니 아마 비슷한 이유로 온 사람들 아닐까.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짐을 끌고 2층까지 올라가는게 좀 힘들긴 했지만
주인장께서 그것도 고려해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방을 준비해 주셨다. 역시 뻣뻣한 호텔보다 이런게 좋구나.
근처 슈퍼에서 컵라면과 과자, 음료수를 사온 후, 내 모니터보다도 작은 볼록TV에서 나오는 이름모를 버라이어티 쇼를 보며 배를 채웠다.

2중으로 된 창문조차 무서울 정도로 덜덜 떨리는 걸 보니 이곳에 들어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삐그덕거리는 몸을 끌고 욕조에 세제를 듬뿍 풀어 빨래를 한 후 욕조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슬금슬금 침대로 들어간다.
한국에서 모텔이라고 하면 다들 그렇겠지만 뭔가 얼룩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이불이 조금 신경쓰이긴 했다. 뭐 그래도 감지덕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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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경계가 가까워질수록 업다운이 심해진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마음을 어지럽히는 건 바로 옆의 7번 국도다.

구 국도와 신 국도가 한동안 나란히 같은 방향으로 나 있는데
신 국도가 완만한 경사로 주욱 올라갔다가 주욱 내려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비해
구 국도는 확 내려갔다가 확 올라가는 방식으로 나 있어서
느긋하게 달리는 7번 국도 자동차들의 머리 위로 힘겹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는 코스가 계속된다.

어차피 신 7번국도는 자동차 전용도로라 자전거가 달리지는 못하지만 뭔가 차별받는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해안과는 좀 멀어져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이 많았지만
한참을 나란히 달리던 7번국도에서 떨어져서 잠시 땀을 식힌다.

강원도와 경상도는 이제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려 있는데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 길이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지금까지처럼 오래 걸리지만 못넘을 경사는 아닌 진득한 오르막길.
또 하나는 한동안 해안가에 바싹 붙어 평지를 달리다가 순식간에 산을 오르는 가파른 길.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경사가 완만한 곳을 선택하겠지만
그곳은 지금까지처럼 7번국도와 바싹 붙은 곳이라서 바다도 안보이고 매연냄새가 지독할 것 같아서
사실상 자동차도로가 아닌 가파른 마을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살짝 오기가 동했는지도 모르겠다.


약 20분간 편안하게 해안 도로를 달릴 때까지는 모든것이 평화로웠다.
신기한 눈으로 한번씩 쳐다봐 주시는 마을 분들의 눈빛도 두렵지 않을 만큼.
해수욕장이 아니라 깔끔한 모래는 아니지만 한동안 업다운으로 지친 나를 위로하기엔 충분한 풍경이다.


역시 관광지에서 벗어난데다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서 화장실이 없다.
가끔 이런 곳에서 실례하는 것이 그리 죽을 죄는 아니라고 장거리 여행자들은 다들 생각하지만
그래도 일반인들 눈에 들어와서 괜히 위축될 필요는 없으니 한참을 이리저리 경계한 후 수풀더미에 슬쩍 실례를.


마을 어귀에서 시작되는 오르막은 예상대로 상상을 초월한다.
약 10km에 달하는 오르막을 1.5km 만에 오르는 길이니 거의 정상 부근의 등산로를 생각나게하는 경사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것조차 힘에 부칠 정도였으니
터질듯한 허벅지 근육과 더불어 오랜만에 팔에 힘좀 들일 수 있는 경사였다.
머금다 머금다 한계를 넘어버린 버프에서 발걸음을 뗄 때마다 주륵 주륵 빗물처럼 땀이 흐른다.

물은 모자라지 않게 갖고 있었으니 중간중간 쉬어가며 수분을 보충해 준다.
가끔 굉음을 내며 슬금슬금 올라가는 자동차를 보니 역시 편하게 해안가를 달려온 댓가는 치뤄야 하나 보다.


여행 중 유일한 셀카도 한장 남겨두고 다시 자전거를 밀어 올라간다.
40분 가까이 등산하는 기분으로 올랐는데, 정상에 도착하니 정말 산을 오른게 맞더라.
완만히 오르는 도로와 맞닿는 곳까지 오르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선택을 잘못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게, 다른쪽 길도 2차선의 좁은 도로라 자동차 신경쓰며 오르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것임에 틀림없었기 때문.
이제부터 이어질 내리막과 평지에 가슴 설레며 그리웠던 자전거 안장에 올라탄다.

산을 내려와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뭔가 메뉴에 이것저것 적혀있어서 적당히 주문했는데
아주머니께서 웃으면서 지금은 정식밖에 안되요 라고 하신다. 그럼 메뉴의 의미는?
흔쾌히 백반을 부탁하니 마침 볶음밥도 만들고 있는 중이라서 쌀밥 대신에 볶음밥도 가능하다고 하신다.
여러가지로 재미있는 곳이라 생각하며 볶음밥과 소박한 정식을 음미했다. 가정식에 가까운 소박하고 정갈한 요리라 부담없이 해치웠다.


조그마한 해수욕장에 무서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계속 모래가 깎이다 보니 언덕 위에 만들어둔 주차장 한 쪽이 무너져 내린 것.
얼핏 봐서는 왜 이렇게 바다와 가깝게 주차장을 만들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모래가 쓸려나가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니 이곳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이렇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당연하게도 완벽한 폐장상태의 해수욕장. 이곳저곳 심각하게 깎여나간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이제 몇몇 해수욕장은 개장시 모래를 다른 곳에서 대량으로 가져와 퍼붓는다고 할 정도니.
가뜩이나 냄비근성의 화신이라 불리는 한국사람들이 자연 훼손 따위에 신경이나 쓰며 만들었을까.

시즈오카쪽 해변가는 반대로 모래가 해안가로 자꾸 밀고 들어와서 도로까지 침식될 정도던데
일단 사람 손을 타면 망가지는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바다에 들어간 게 15년은 넘은 듯 하다.
여름에 이 정도로 한적한 곳이 있다면 들어가고픈 생각이 없는 것 아니지만
몰려드는 인파를 생각하면 도저히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찌나 그렇게도 쓰레기를 여기저기 잘 버려두고 즐기는지... 그냥 쓰레기장에서 뒹구는 느낌이었다.


울진에 들어가서 덜컹거리는 자전거 앞바퀴를 고친 후 여행 후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현대문명의 산물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다.
맛있어서라기보단 단순히 도시라는 감각을 느끼고 싶었을 뿐.
장거리 여행시엔 이런 도시향기 맡기가 그리 쉽지 않아서 가끔 그리워 지기도 한다.

카운터를 맡은 직원 두명이 모두 신입연수 중인듯, 차라리 내가 들어가서 세트 만들어 나오고 싶을 정도였다.
주문한 메뉴 오더 넣는 방법도 모르고 카드 결제하는 방법도 모르고
햄버거는 한참 전에 만들어서 차갑게 식어가는데 한참동안 감자 튀긴후 그걸 세트라고 건네주는 행태를 보니
떠돌이 여행만 아니었다면 당장 점장불러서 이게 햄버거냐고 소리를 지르고도 남을 만큼 인상깊은 곳이었다.

햄버거 패티가 내 손가락보다 차가웠다. 울진에 롯데리아가 몇개 있는진 모르겠지만 가히 내 인생 최악의 지점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힘들면 들어가서 푹 쉬었던 일본의 패스트푸드점에서 느꼈던 안식을 무의식으로 바라던 차에 들어간 곳이었는데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어도 이딴 수준의 햄버거보다는 낫겠다고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준 곳.



세련되게 번화한 것이 아니라 옛날냄새를 많이 풍기며 번화한 울진은
느긋하게 둘러보기에 훌륭한 옛 냄새가 여기저기 남아있지만
반대로 자전거를 위한 도로 사정은 최악이라 이곳저곳 고생했다.
갓길주차는 도를 넘어서 2차선까지 깜빡이 켜고 서 있는 자동차들이 즐비하며
가로수와 전봇대가 가로막고 있는것도 모자라서 이곳저곳 파이고 울퉁불퉁한 자전거 도로는 흉악한 지뢰나 다름없었다.

머물면서 관광하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나에게는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픈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후다닥 울진시내를 빠져나와 달리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데
사하라 멤버 나침반님이 추천해주셨던 공원과 비슷한 녀석이 등장해서 순간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주고받았던 문자로는 지금 나타날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도를 보면서 좀 더 조사해보니 해맞이 공원이란 곳은 영덕쪽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마 이곳은 그냥 이름만 같은 곳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해맞이 공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저녁엔 사람도 없고
어차피 비수기에 찾아올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 적당한 공터에 짐 풀고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아니나다를까 안개가 심해서 해는 보이지도 않는다. 미련 버리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출발.


해맞이공원을 통과하고 나서부터는 또 여유로운 해안도로가 이어져서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여기저기 멈춰서서 이것저것 찍어대고 있는데 이 사진을 찍다가 메모리 상태가 불량한 것이 판명되었다.
여행때문에 새로 준비한 CF 메모리였는데, 꽤나 유명한 회사의 메모리가 초기 불량이었다니 기분이 팍 상했다.

서둘러 예비 메모리로 바꿔 끼웠다. 서너 장 정도가 데이터 에러로 사라져 버렸다.
만약 이제까지 찍은 사진이 전부 날아가 버렸다면, 아마 여행 때려치우고 메모리 회사로 쳐들어가지 않았을까.


1년간의 일본 자전거 여행중 수고해 준 구닥다리 CF 카드는 여전히 잘 작동한다.
만지면 보슬보슬해서 기분 좋을듯한 바위를 상대로 테스트를 여러번 해 봤지만 이 메모리는 문제 없다.


평년보다는 좀 메말랐던 가을이라서 그런지 잠자리도 좀 의기소침해 보인다.
뻑난 메모리 때문에 기분이 좀처럼 밝아지질 않아서 한참동안 근처를 돌아다니며 사진만 찍어대던 기억이 난다.


어제 롯데리아의 괴랄한 햄버거 이외엔 아직 뱃속에 집어넣은 음식이 없어서 약간 허기가 진다.
일본의 편의점에서는 지갑의 다이어트가 무섭지, 자금만 있다면 배 채울만한 도시락과 호빵, 치킨조각등은 널리고 널렸는데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 이곳의 편의점은 아사 직전이 아닌 한 절대로 입에 넣고싶지 않은 저급하기 그지없는 도시락밖에 없다.
아무리 찾아보고 찾아봐도 음료수와 초콜릿 말고는 당기는 음식이 전혀 없어서 몇번이나 그냥 돌아나왔다.

한국이라서 먹을 걱정은 하지 않고 달리겠구나 싶었는데, 매번 제대로 된 식당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귀찮아진다.
굉장히 한쪽으로 기운 판단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편의점의 도시락 수준만큼은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평가를 바꿀수가 없다.
한국 편의점의 도시락은 쓰레기다. 컵라면이 고급 정식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다행이랄까, 거대한 몸집과는 달리 굶는데는 이골이 난 몸이라
상황에 따라서는 하루 한끼 먹는것은 기본이고, 무리해서라면 이틀 정도는 물과 칼로리메이트만으로 버틸수 있어서
한국의 편의점에게는 기대를 완전히 접어버리기로 했다. 상비된 물이 떨어졌을 때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동해안 도로는 의외로 비 관광지 부근에도 구멍가게는 여기저기 있어서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사진이나 찍으며 약 한시간을 바닷가에서 보냈다.
바다 반대편의 조그마한 밭두렁에는 터줏대감 행세를 하는 냥이님께서 진득하게 누워 계시던데
카메라의 육중한 움직임을 보자마자 스윽 일어나서 허둥대지 않게 사박사박 사라져 버리셔서 카메라에 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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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역시 해안쪽엔 안개가 낀 덕에 일출은 물건너갔다.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아서 그런지 푸른 하늘도 얇은 막이 쳐진 듯한 느낌이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속을 달릴 때는 내가 왜 이짓을 하고 있나 고민도 하지만
그 후에 나타나는, 망막을 한꺼풀 벗겨낸 듯한 상쾌한 하늘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냄새나는 판초 우의와 신발도 견뎌낼 수 있었지.

편안하게 계속되는 맑은 날씨는 어려움없이 여행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격언이 틀리지는 않은 듯 하다.


컵라면 하나로는 역시 체력 보충하기 쉽지 않은지 허기가 좀 진다.
호텔 조식은 추가요금이 필요해서 아침 먹지 않고 나와 달렸는데, 다이어트엔 좋지만 정신건강엔 좋지 않다.

이름도 확인하지 않은 항구마을의 식당에서 깔끔한 칼국수로 배를 달랜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지만, 넣을 것만 넣은 간소하고 깔끔한 칼국수가 생각외로 든든했다.
공기밥 추가도 가능했는데 그만큼 먹으면 자전거 탈때 괜히 고생하기 때문에 살짝 모자란 듯한 느낌이 낫다.

김치도 국산재료로 직접 담궜다는데 적어도 저질 중국산 김치가 아닌것은 확실했다.
5천원에 이정도면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식당 음식은 왠만해서는 먹고 속이 끓는 체질이지만 이건 멀쩡했으니까.


국물까지 깔끔히 비운 탓에 식사 후 바로 자전거 타기는 좀 더부룩하다.
엄니한테 전화도 한통 드리고 느긋하게 주변 구경이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기선 안보이지만 왼쪽 가장자리의 곰치국 전문점의 유리창에는 'KBS, SBS, MBC 방송 한번도 안한 집'이라고 적혀 있다.

언덕 비탈을 따라 소박하게 세워진 집들이 마음에 든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기는 힘들지만.


남는 시간동안 가을 꽃도 좀 담아주고.
꽃은 역시 봄꽃의 찬란함이 마음에 들지만 가을 꽃은 나름 정취가 있다.


워낙 느긋하게 달리다 보니 아직 울진까지도 못 왔더군.
도 경계는 어디든 험하다고 하는데 과연 편하다고 말하기는 힘든 언덕이 자주 나타난다.
가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강렬한 햇빛이 엄습해 와서 얼굴과 팔뚝은 이미 미디엄 웰던을 넘어가고 있다.


업다운중 라이더를 힘빠지게 만드는 대표적인 푯말.
대충 이 푯말이 붙어있는 곳은 경사가 조금 심한 편에 속한다.
그래도 구 7번국도는 성수기가 아닌 이상 통과하는 차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그저 쓴웃음 한번 짓고 천천히 페달을 움직이며 조금씩 조금씩 기어오르듯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해결된다.


해안도로의 장점은
저런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높은 확률로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흐르는 땀을 식히며 풍경 감상좀 해 주고 몸이 슬쩍 식을 때쯤 시원하게 내리막을 미끄러지면
오르막에서의 생성되는 건전하지 못한 분노와 짜증은 입에 넣은 1등급 한우처럼 녹아내려 버린다.


가끔씩 어쩔 수 없이 7번국도와 합류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때는 경치 감상할 여유도 없어진다.

바닥에 널려있는 사고 파편과 온갖 쓰레기, 자잘한 모래등을 피해가면서
동시에, 친절하게도 경적은 잘 울려주지만 속도는 결코 떨어트리지 않고 지나가는 자동차들도 경계해야 하니까.

마을 안에서는 가끔 사거리에서 1차선 광속 우회전하는 정신나간 운전자도 만났기 때문에 시내든 시외든 방심은 금물.


몇개의 업다운을 지나 평지를 멍하게 달리고 있으니 궁촌 정거장이란 곳이 나타난다.
관광 버스가 상당히 많이 드나들고 있어서, 숨이나 돌릴 겸 들어가 봤다.

작년에 개장한 탓인지, 비수기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레일바이크 외엔 제대로 작동하는 시설물이 없었다.
기념품점은 열고 있었지만 야외 휴게소도 식당도 완벽한 휴업상태라 음료수 하나 제대로 뽑아먹을 곳이 없다.

그래도 레일바이크는 꽤나 인기인지 사람들이 가득가득 차서 출발하고
꽤 많은 후발 주자들이 2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에 아쉬워하며 돌아가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레일바이크는 6km 정도 거리로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원래는 석탄 수송하던 길이라고 한다.
가족이나 연인들끼리는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관광버스는 사람들이 출발한 후 도착지 역을 향해 미리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편리하군.


덥긴 하지만 멋진 날씨라서 주변 공원을 거니는 맛은 훌륭했다.
전부 레일바이크 타러 간 덕분에 사람도 없고.

지금이 저녁이라면 들어눕고 싶은 멋진 정자라서 대낮인 지금이 오히려 아쉬워졌다.


꿀 나온다고 해서 내 기억이 최대한 남아있던 때부터 계속 빨아대던 기억이 나는 붉은 사루비아.
마당에 지천으로 피어있어서 당시 그 사루비아들은 거의 남아나질 않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런데 달콤한 무언가가 입으로 들어온 기억은 남아있지 않아서 좀 궁금하긴 하다. 정말 꿀이 들어있었을까.


일렬로 늘어선 붉은 군대의 위엄이 지나치다는 느낌에 찍어본 녀석.


내 자전거도 느리기로 치면 가슴을 펴고 자만해도 될 정도지만
레일바이크만큼 느리진 않기 때문에 한참 전에 출발한 녀석들을 쉽게 지나쳐 버린다.
그래도 레일바이크 덕인지 한동안 사치스러울 정도로 편안한 평지가 이어졌는데
종작점을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업다운이 시작되어서, 다른 의미로 레일바이크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좋게 생각하면 항상 해변가를 독차지하는 바람에 시야를 방해해 온 레일바이크가 사라져서 카메라를 꺼낼 맛이 난다고 할 수도 있겠네.


숨은그림찾기 같지만, 우연찮게 찍은 이 사진을 보니 맥이 풀렸다.
왜 저기에다가 음료수라고 써 놨을까.
이곳도 성수기엔 사람들이 미어터져서 좌판이라도 벌리는 걸까.
얼핏 본 바로는 내려갈 길도 없어보이는 곳이었는데.

이번에 나에게 모습을 드러냈던 동해안은 겨울잠에 들어가는 곰과 같은 존재였을지도.


징하게 나타나는 해안선 업다운을 넘나들다가 중국집이 눈에 들어와서 얼른 들어갔다.
매번 국수나 해장국 같은거 먹으며 달리니 조금 심심한 느낌이 들었는데 중국집 간판을 보니 확 땡기는 게 있더라.

느긋한 아주머니께서 느긋하게 준비해 주는 호사스러운 삼선볶음밥을 입에 퍼부어 넣으니 만족감이 몰려온다.
중국집은, 일단 배달음식은 논할 가치조자 없는데다, 직접 가서 먹어도 괜찮다 싶은 집은 그다지 찾기 힘들었는데
피곤과 시장이라는 두 가지 향신료와 함께 서울보다 훨씬 푸짐한 오징어와 새우가 함께하니 맛이 없을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원덕이라는 이름의 조그만 항구마을을 지나고 잠시 앞으로 나가보니
오후 5시 40분부터 넘기에는 상당히 귀찮을 법한, 산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언덕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도를 찾아보니 사실상 강원도와 경상도의 경계면이다.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해야 할까. 6시 20분만 되면 라이트를 켜야 할 정도로 해가 빨리 지고 있어서
괜히 지금 올라가봤자 자동차소리 시끄러운 도로 옆 덤불 어딘가에서 뒹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느긋한 여행인데 서두를 것 없다고 생각해서, 원덕쪽 슈퍼에서 적당히 먹을 것좀 사고
슬금슬금 마을 외곽을 돌아다니다가 도로가 끊기는 지점이 마음에 들어 그곳에 텐트를 쳤다.
주변에 군사시설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좀 긴장되긴 했지만 두세 시간동안 아예 자동차 흔적도 보이지 않는 곳이니
보이는 즉시 사살당하진 않겠지 생각하고 누워서 가져온 책이나 읽었다.

일본에서는 건전지가 아까워 텐트 속에서 책 읽는 시간도 많이 줄이곤 했었는데
이번엔 AAA형 건전지 잔뜩 가지고 왔으니 최대로 밝혀놓고 느긋하게 읽었다.

살짝 피곤한 느낌도 드는 것이, 만약 여름의 강렬한 햇살 아래였다면
확실히 동해안의 업다운은 라이더를 쉽게 지치게 만들 것이란 느낌이 든다.
물도 조금 남았겠다. 대강 얼굴과 손을 씻어내고 1시간 가량 음악을 듣다가
살짝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 이어폰을 빼고 귀마개로 귀를 막은 뒤 송충이처럼 몸을 움츠린다. 하루의 멋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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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望祥) 이라는 지명은 처음 들었을 때 부터 마음에 든다. 정확한 뜻은 몰랐지만 아마도 '좋은 일이 있길 바라다' 정도일까.
은근슬쩍 해가 저물무렵 간단히 씻고 편의점에서 물과 빵으로 배를 채우고 텅빈 주차장 근처에 텐트치고 들어갔다.

정동진도 그랬듯 동해안 일출이 참 좋다고 해서 기대하며 잤는데, 왠걸 일어나보니 7시 반이고 해안가엔 안개가 끼어있었다.
그래도 꽤나 유명한 해수욕장이라는 곳인데 그 넓은 주차장에 단 한대도 차가 없어서 임금님 기분으로 편한하게 자긴 했다.

쭈욱 동해안만 달릴테니 언젠간 보겠지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는데, 사실상 단 한번도 일출을 보지 못했다. ㅡㅡ;



12시쯤 밥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스티브 잡스가 떠났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시대의 풍운아가 사라지는구나.
꾸역꾸역 갈비탕을 먹으며 지금쯤 인터넷에선 잡스 추모와 함께 잡스 그게 뭐 대수냐 인간 말종 등등의 대립이 재미있게 벌어지고 있으리라 예측해 본다.
다른건 둘째치고 난 그저 다시는 볼 수 없는 잡스의 다음 아이팟과 아이맥,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아쉬울 따름.

삼성에서는 어느 누가 사라져도 그 다음 제품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건 없는걸 보면 잡스라는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은 대단한가 보다.


편하다고 할 정도는 아닌 업다운 코스가 주욱 이어지지만 난이도로 치면 중하 정도의 수준이다.
다른 블로거들이 치를 떨었다던 두 개의 긴 터널도 통과하지 않고 옆길로 세어 나왔으니.
애초에 신 7번국도는 어쩔 수 없는 코스가 아닌 이상 달릴 생각이 없었고
쭈글쭈글하고 봉긋봉긋한 코스가 대부분인 해안가 도로, 즉 구 7번국도를 계속 달려서 그런지
자동차도 별로 없고 사람도 별로 없는 한적한 코스가 대부분이더군.

망상해변을 지나고 나서는 어촌마을 어귀도 간간히 나타난다.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큰 모래사장은 아니지만 갈매기들에겐 좋은 휴식처인가 보다.


차를 세워놓고 내려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몇 있지만 
누구 하나 모래사장으로 내려가려는 사람은 없어서 갈매기들도 느긋하다.
여름엔 아마도 북적대는 인파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새우깡 한 조각에 위안을 삼곤 했겠지.


날씨가 더 추워지면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일까.
망원렌즈를 망원경 대신으로 쓰면서 한참 동안이나 얘네들의 느긋한 모습을 즐겼다.


해안가뿐만 아니라 바위섬에도 갈매기는 수두룩했다.
어느 쪽이 더 먹이 잡기가 쉬울까.


해안가의 구멍가게 앞에 강아지가 있었다.
한 걸음마다 눈동자에 들어오는 모든 새로운 것이 신기하기만 한지
움직임과 눈빛에서 녀석이 가진 호기심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겁은 많은지 차만 지나가도 깜짝 놀라며 도망가더군.


별로 안 닮은 것 같지만 일단은 어미인 듯 하다.
좀전까지의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인 모습과는 달리 그야말로 편안한 움직임으로 바뀐다.
털끝에서는 긴장감이 사라지고, 어미 냄새를 맡은 콧잔등은 기분좋게 풀어지겠지.

주인장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도 계시길래 말 걸고 만져볼까도 싶었지만
이런 흉폭한 귀여움으로 무장한 녀석을 만기지 시작했다간 오늘 여행은 종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피사체는 피사체로 남겨두자고 스스로 위로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까막바위 버스정류장 앞엔 오징어가 진득하게 말라가고 있다.
맞은편엔 회 백화점이라고 개인적으로 명명한 거대한 수산시장이 서 있었다.
주차장도 넓직하고, 좀처럼 관광객이 걸음을 멈출만한 장소는 아닌 듯 한데 왜 그럴까 싶더라.

아마도 정류장의 이름인 까막바위가 일등 공신이겠지.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고서는 그저 조금 크고 기묘한 모양의 바위일 뿐이지만
이곳 묵호항 주변 토박이들에게는 그들의 인생에 오독하니 자리잡은 역사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겠지.

해녀들도 원래 이곳 근처에는 가지 않는단다.
그리고 서울 남대문에서 정동방향에 위치한 곳이라고도 한다.
정동진이 워낙 인기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잘만 어필하면 관광상품이 되나 보다.


까막바위는 그 이름과 전해지는 이야기가 그다지 연관성이 없는걸로 보아
바위 차제는 예전부터 신성시 되던 녀석인 듯 하다.

까마귀가 새끼를 치는 바위라는 이름인데
왜구의 침입을 물리친 어느 마을 지주의 혼이 문어화되어 밑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로 더 유명하단다.
그럼 맞은편 횟집에서는 문어를 팔지 않는가 궁금했는데, 먹으러 들어가지는 않았다.


나한테는 까막바위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노릇하게 말라가는 오징어와
방을 잘못 잡은듯한 생선 한마리가 더 운치있게 느껴졌다.

어릴 적부터 포항의 친척집에 자주 놀러간 터라 말린 오징어는 그리 신기한 것도 아니지만
지역에 따른 차이점인지, 오징어 말릴 때 저렇게 세로로 작대기 꽂아놓은 건 조금 신선했다.

삼척 근처로 자전거를 모는데, 자전거도로란 건 거의 이름뿐인 허울인 듯 하다.
도로 상태도 형편없어서 그냥 자동차도로 쪽으로 나가는게 훨씬 편할 뿐더러
그 자동차 도로조차도 갓길 쪽엔 모래와 자갈, 쓰레기, 부서진 자동차 부품 등의 지뢰밭이다.
결국 갓길도 아닌 자동차 도로 자체를 달릴 수 밖에 없는 곳이 대부분.

그나마 비수기인데다 신 7번국도가 만들어진 덕에 이곳 도로엔 차량이 거의 없어서 망정이지
제대로 차가 다니는 곳이었다면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음이 틀림없다.

이건 자전거 도로라고 이름만 붙여놓고 대충 만들어 구색만 갖췄다고밖에 하지 못하겠네.


이러나저러나 산 넘긴 싫고 자동차랑 섞이기도 싫어 최대한 바닷가 쪽으로만 자전거를 몰다 보니
뭔가 익숙한 지형지물이 눈에 들어오는게, 중간부터 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보니 머리를 탁 치게 되더군. 태어나서 유일하게 삼척에 온 기억은 예전 23사단 훈련소 뿐이니.
사격장으로 이동할 때 접한 조용하고 깔끔한 농촌 마을의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인생의 황혼기쯤엔 이런 곳에서 사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
23사단 바로 앞엔 삼척 해수욕장도 있다. 모래사장 끝에서 끝까지 단 한사람도 없이 오직 나 혼자더군.


건너편 산자락에서는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저쪽에서 화생방과 각개전투 훈련을 했었지.
훈련소 자체는 아늑한 숙소나 다름없었는데, 어디든 그렇듯이 개똥같은 조교 한두 마리가 귀찮게 했던 기억이 난다.

보충역 훈련인데다 원체 늦게 들어간 터라 조교들이 전부 꼬꼬마들이었는데
대구 출신의 그 네가지없는 색히는 참... 대구에서 만났다면 정말 공단 뒤로 끌고가서 숨만 붙어있을 정도로 아작을 냈을 텐데.

이러나저러나 훈련소 생활은 별로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그저 여행중 슬쩍 들렀다 가는 휴게소 같은 느낌이어서 아무런 감흥도 없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 느낀 삼척의 차분한 풍경은 상당히 인상깊었다.
이렇게 혼자 와 보니 그 차분함도 조금 쓸쓸해 보이는데
계절에 맞춰 깨어나는 식물들처럼 이곳도 그렇게 피다가 지다가 하는 것이겠지.



해수욕장을 지나 조금 귀찮은 언덕을 주욱 오르다 보니 넓직한 광장이 나온다.
이게 뭔가 했는데 비치조각공원이라는 곳이더군.

맞은편에 편의점도 있어서 숨이나 좀 돌릴 겸 해서 구경에 들어갔다.
가볍게 차 타고와서 염장질을 시전해 주시는 젊은 커플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더군.


예술에 조예따윈 거의 없어서 그냥 촬영연습이나 하는 기분으로 셔터를 누른다.
마침 해가 막 저물기 시작할 때쯤이라 사진 찍기에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었네.


대부분의 조각들이 뭘 말하고 싶은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현대미술은 더더욱 일반인들에게 멀어지는 중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

제목을 하나하나 적어놓으면 아 이런 것이구나 할 수도 있지만
설명이 필요한 예술은 이미 그 시점에서 글러먹은거 아닌가.
그 전에, 애초에 한두 시간씩 감상해가며 뭔가 찾아내려는 마음가짐이 아닌 이상엔
이런 건방진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저 관심 가는 조각이 없어서 마음이 휑했다고만 하지.


이런건 좋다.
히치콕이 생각나서.
아마 작가의 의도와는 한참 어긋난 감상 포인트겠지만.

비둘기가 아이 얼굴을 반쯤 파먹었다는 생각이 드니, 호러 매니아였던 본성은 숨기기 힘든가.


조각공원 근처에도 초소와 철조망은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해외서 보면 한국은 정말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놓인 국가일텐데
일본사람들이 지진에 익숙하듯 한국도 이미 익숙해져 버린 걸까.
아마도 이 상황을 악랄하게 이용해 먹는 추잡한 인간들 때문에 더더욱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일지도.


이 공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조각.
왜냐하면 제목을 보기 전에 이미 짐작했던게 정확히 들어맞았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 낼 때의 그 동질감이 참 마음에 들고 뿌듯하다.

제목을 말하진 않을테니 슬금 상상해 보길.


이쯤 되면 이건 조각 감상이 아니라 촬영 포인트 연습이다.


금속을 이렇게 주물주물한다는게 이 나이 먹고서도 참 신기하긴 하다.
조형적 특징까지는 그렇다치고, 저 군데군데 바랜 색상마저도 작가의 의도인 걸까.


삼척 해수욕장엔 한 명도 없는데 이곳엔 그럭저럭 차들이 왔다갔다 하더군.
편의점 건물 2층엔 멋져보이는 레스토랑도 있었는데 내부수리중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대강 절반을 훨씬 넘는 수준으로, 내부수리중이란 팻말 붙은 음식점은 다들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어차피 먹지도 않을 거 괜히 부정적 추측으로 몰아갈 건 없지.

하루를 식당에서 식사 한끼, 컵라면 한개, 빵과 음료수 조금으로 때우는 여행임을 생각하면
이런 곳에서 맛나게 식사 해보는것도 괜찮을거라 기대헀는데, 수리중이라니 좀 아쉬운 기분이었다.

게다가 달려보고 알았지만 이곳은 동해라서 일몰이 그닥 멋있지가 않다.
자전거 여행은 하루의 시작보다 끝이 훨씬 감정적으로 흥분되기 때문에
멋들어진 일몰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조금 의욕을 꺾고 있었다.


하늘에 돛을 열고 떠다니면 좀 더 부드럽게 스스륵 흘러갈것 같았다.


반대쪽 해안이었다면 얼마나 다른 풍경이었을까.
부드러운 그라데이션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에 맞춰
그 빛에 반사되어,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갈 때의 나른하지만 기분좋은 색감으로 조용히 옷을 갈아입는 산과 바다의 모습은
아무리 찍고 찍어도 그 황홀함은 없어지지 않아서 매번 매번 감탄하곤 했었는데.

일출은 본인의 부지런함을 증명해 주고, 일몰은 본인의 하루를 위로해주는 느낌이라서 나는 일몰이 더 마음에 든다.


조각공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소망의 탑이라는 스타게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동해안답게 일출시 해가 저 원안에 들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밑도끝도없는 설명이 적혀있던데
인공 조형물에 그렇게까지 원념을 불어넣는것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를 가지고 만들어진 조형물이라면 몰라도, 의미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조형물엔 관심 없다.


소망의 탑이라는 이름답게 손이 닿는 곳에선 전부 소원이 적혀있었다.
그닥 재미있는 소원은 없었는데, 그래도 이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가 딱 좋지.

지난 번 해돋이도 실패했고, 엉덩이도 영 따갑고, 마침 언덕 위라 오늘은 좀 즐겨볼까 싶어서
소망의 탑 바로 옆에 있는 모텔로 보이는 곳에 스윽 들어갔는데... 사실 모텔이 아니라 호텔이었다.
들어왔는데 쫄아서 나가기도 뭣하고 갈팡질팡하다가, 친절한 여직원이 비수기에 혼자라 깎아주신대서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투숙을 해 버렸다. 고맙긴 한데 방 안에 들어가보니 이렇게 으리으리한 곳인줄 몰랐다.

일본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비즈니스 호텔에 묵었지만, 여긴 관광호텔이라 넓기는 무지하게 넓다.
룸 안에서 텐트쳐도 되겠더군.

기왕 이렇게 됐으니 빠듯빠듯한 휴대폰 베터리도 충전하고 욕조에서 신나게 목욕도 즐기고
메모장에 밀린 일기도 쓰고 최대한 나태와 사치를 즐기며 보냈다. 스마트폰 베터리 정말 빨리 닮더군.
예전 피쳐폰은 일본서 베터리 한개로 1주일도 거뜬했는데 이건 뭐 하루 꼬박 가면 많이 버틴거라니.

그렇게 호화스러운 호텔에서 방금 전 편의점에서 산 빵과 컵라면을 먹는 자신의 모습은 여전히 좀 소박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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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어지기 전에 자전거 끌고 대구로 내려가려고 나섰다.
강릉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고 출발.

출발 전엔 뭔가 상반되는 생각들이 자꾸 머릿속에서 충돌하고 있었다.
1년이나 휘적휘적 떠돌아다니다 돌아와서 반년도 되지 않아 또 나간다는 건 역시 몹쓸 짓인것 같고.
그래서 여행이 아니라 자전거 회수라는 목적을 덮어 쓴 소박한 나들이라는 자기 합리화.
그리고 의외로 동해안 해안선이 자전거로 굉장히 힘들다는 수많은 블로그 포스팅이

상당히 이곳저곳 망가진 몸 상태와 맞물려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1년간 자전거를 굴려온 내가 동해안 도로를 못 갈 일은 없겠지만
여행 전의 정보 탐색은 뭐랄까, 적당히 겁 먹기엔 딱 좋을 정도라는 느낌?
워낙 고생했다, 업다운이 장난 아니다. 죽을 뻔 했다는 등등 수사가 많이 들어간 블로그가 많아서
대체 어느 정도의 난코스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지.

장담하는데 나보다 짐 많이 얹고, 나보다 더 뚱뚱한 라이더는 없었을 거다.
짐과 내 몸무게를 합하면 100kg 가 넘으니.


1년간 자전거여행 해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10월은 축복받은 최고의 시기임에 틀림없다.
비는 적고 노숙하기에도 그리 힘들지 않은 날씨.

한적한 강릉 시내를 빠져나오니 예전 생각이 들어서 살짝 기분이 풀린다.
이젠 첫 페달을 밟던 그 때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진 않지만, 출발은 언제나 머리를 상쾌하게 하니까.

단지 살짝 오기를 부려서 카메라 장비를 좀 많이 가져온 터라
사진 찍다보면 '이번엔 좀 귀찮겠구만' 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 건 사실.

모든 여행 하나하나가 다음 여행에서 덜 후회하기 위한 여러가지 실험의 일편이다.
그리고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런 여행만 하겠지.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단 덜 후회할거라고 언제나 생각하겠지.



해안도로를 살짝 달리다 보니 나타나는 강릉 통일공원.
이번 여행은 거의 완벽한 백지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런 공원이 있는줄은 전혀 몰랐다.
아마 라이딩 코스에서 보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갔겠지.

15년전 한국을 경악시켰던 무장공비들이 침투시 사용했던 잠수정이 실물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다.
생각보다는 훨씬 컸다. 이게 전혀 들키지 않고 강릉 앞바다까지 잠행해 왔다니 허탈하다.


맞은편엔 퇴역함인 전북함이 전시되어 있다. 실물로 보는 함정이란 역시 대단하구나.
하지만 이곳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필요해서 그냥 밖에서 감상하는 걸로 끝냈다.

미국에서 제작되어 한국으로 인도되고 1999년 퇴역한 함이라는데
최신함과 비교하면 뭔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만재배수량이 3500t 이란다. 세계 최대의 항공모함인 니미츠급 조지 워싱턴호가 10만 4천t 이란것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걸 보니 그럼 니미츠급 크기는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군.

수치화된 데이터는 현실감이 없다는 걸 이 함정을 보니 세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마주보고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사진이 연출 가능하다.
아마 일부러 그랬겠지.

잠수정은 무기따윈 없기 때문에 실제 발견만 했다면 그 엄청난 사상사를 내지 않고 격퇴가 가능했을텐데...


잠수정 구경은 공짜라 내부로 들어가 봤다.
내 덩치로는 혼자 들어가도 거의 움직이지 못할 만큼 빡빡하다.
허리를 푹 숙여도 조금만 방심하면 머리를 박아버릴 듯.

하긴 2000톤급 잠수함도 내부는 한두 사람 겨우 줄지어 걸어갈 수 있을 정도였으니.
아, 이 녀석은 300톤급이다. 악에 받친 헝그리 특공대는 정말 무섭다.


이 녀석은 뭔가 싶었는데, 탈북한 북한 주민들이 사용헀던 배라더군.
이 정도라면 역시 들키지 않게 도망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서는 지구상의 어떤 피조물도 초라하기 그지없게 보이니.


통일공원내에는 편의점도 있어서 컵라면 하나 끓여먹고 푹 쉰다음 다시 출발했다.
출발하기 직전 일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더라. 가이드가 관광객들 앞에서 잠수정과 전함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굉장히 술술 쏟아져 내리는 일본어에 어울리지 않게 억양이 완벽한 한국식이다.

머리를 비우고 멍하게 들어보면 한국말 듣는 느낌이었는데, 물흐르는 일본어 설명과 함께 굉장한 괴리감을 느끼게 했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 해안가 도로는 사방에 철책과 감시 초소가 서 있어서 과연 이곳이 한국이구나 싶었다.
바다 색깔도 조금은 다르다는 느낌이었지만, 어찌 보면 철책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될 정도로 한국의 현 상황을 잘 나타내 준다.

느긋하게 달리다 보니 그 유명한 정동진이 등장.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려는데, 해안가 쪽에서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계속 들려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심상치 않을 정도로 내지르는 괴성이라 뭔가 유명인이라도 온 걸까 싶어서 좀 망설이다가 방향을 틀어 정동진으로.

가 보니 보트 타고 있는 사람들이 내지르는 괴성이더군. 맥이 빠졌다.


무슨 드라마 촬영으로 유명해진 곳이라는데,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정동진은 그냥 적당히 넓은 해수욕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미 명백한 비수기에 들어간 동해 해수욕장임에도 강릉 시내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는 점이 나름 재미있었다.

끝나고 나서 이야기지만, 포항을 제외하고 어떤 곳에서도 이보다 더 많은 인파를 본 적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산 위에 배가 놓여있길래 저게 뭔가 하고 유심이 쳐다보던 기억이 나는군.
스마트폰의 힘을 빌어 저 사공많은 배의 정체를 검색해 봤다. 꽤나 아이디어 잘 쓴 리조트라고 한다.
얼핏 다들 그렇게들 생각하겠지만 사실 배를 옮긴게 아니고 산 위에서 제작한 녀석이란다.

스마트폰 데이터량이 500m 인데다, 몇년간 동고동락한 나침반이 맛이 가버리는 바람에
지도 데이터를 자주 활용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그런 데이터 검색은 좀 사치스럽긴 했지만.

이왕 자전거 안장에서 엉덩이를 뗐으니 슬쩍 한바퀴 둘러보기로 한다.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비명의 주인공.
한 번에 태울 수 있는 사람이 적어서 꽤 많은 인원이 대기중이었다.
중고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굉장히 많았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휴일도 아닌데.


정동진에서 발걸음을 멈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준 것은
기쁨의 괴성도, 한량한 가을바다도 아닌, 빨래판같은 구름과 멋들어진 하늘색이었지.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니 사실 저 곳이 진짜 바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 중간중간에 놓여있는 흔들의자가 재미있었다.
이런 의자에서 흔들흔들 해 보는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흔들의자뿐 아니라 의자란 의자엔 전부 낙서가 빼곡하다.
이런 곳의 낙서야 뭐 애교로 봐줄 수 있으니 넘어간다고 쳐도
문화재나 자연 경관에까지 낙서해대는 행위는 참 꼴불견이지.

뭔가 동방신기를 좋아하는 중국 팬이 여기까지 온 모양인데, 정동진과 동방신기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고민 좀 해 봤다.
그리고 동방신기는 해체했나? 너무 보고 싶다니.

더더욱 의아했던 건 말끝마다 '우리' 동방신기.
동방신기 애들 할머니도 아니고 뭔 아기달래듯한 저 수식어는 뭘까.


재미있는 낙서 찾아다니는 것도 나름 신나는 일이다.
아빠를 장렬히 배신하는 자식의 낙서도 재미있고 (너네 엄마는 아빠거란다)
눈앞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지구 멸망 직전도 아니고, 평화로운 정동진에 와서
세삼스럽게 뭔 자아성찰인지 궁금했던 낙서도 재미있다.

혼자 여행해서 마음이 다잡아 진다면 난 이미 붓다와 술잔 기울이고 있을거다.
여행은 남는 거 없이 그냥 현재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건 못되먹은 버릇이라 생각.
아니 의미를 부여함으로 인해 여행의 순수성이 오히려 사라진다고 본다.

여행은 여행이고, 현대 사회에서 어떤 것보다 중요한 돈과 시간을 실컷 낭비하면서 얻는건 없는 비생산적인 행위지.
그러니까 거지처럼 움직이는 여행이라도 누구보다 사치스럽고 우쭐하고 배부를 수 있는 거다.


땀으로 범벅된 머리와 지끈지끈한 엉덩이를 식히며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정도가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 아닐까.

그리고 지랄맞은 병영체험 따위가 아니면 이런 사치는 돈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겠지.



바다쪽보다 한적한 반대쪽이 좀 더 보기 좋다.
사람이 없어서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네.
정동진은 이 비수기에도 사람이 너무 많다. 만약 성수기였다면 돈 준다고 해도 오지 않을거다.


적당히 의미는 없어도 찍어놓으면 좀 있어보이려나 싶은 사진도 한번 찍어보고 해변가를 거닌다.


바다보다 상쾌했던 하늘을 다시 한번 올려다봐 주고 발걸음을 옮긴다.
오랜만에 탄 자전거라 그런지 역시 초반엔 엉덩이가 따끔하군.

내 몸상태에 뒤치지 않게 자전거도 사실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다.
간단한 체크만 하고 튀어나온 터라, 타이어는 마모되어 민둥머리가 되어 있고
체인은 늘어나서 덜그럭거리며 100kg 가까운 무게를 지탱하는 터라 기어는 쉽게 변환되지도 않는다.

타이어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계속 덜컹거리며 위로 튀어 오르는 느낌이라, 이것만은 중간에 점검해 봐야겠다는 생각.
그러나저러나 15000km 를 달린 녀석이 타이어 펑크 한 번도 나지 않고 스포크 하나 부러지지 않은 걸 보면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동진 바로 눈앞의 언덕은, 거리는 짧지만 엄청난 급경사다.
24단 기어를 최저로 돌려도 이 짐을 싣고서는 앞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
어쩔 수 없이 내려서 밀고 올라가는데, 그래도 좀 전에 봤던 사공이 많은 배는 가까이서 한번 보고 싶은 터라
쓸데없는 오르막을 또 15분 가까이 올라 헉헉거리며 접근한다.

적당한 위치에서 사진 찍고 다시 살짝 내려와 또 언덕을 넘는다. 어떻게든 자전거 위에 앉아서 넘을 수 있는 경사라면
30분이 되던 1시간이 되던 느긋하게 오를 수 있는데, 그 이상의 경사는 정말 고역이다. 15분만에 내려와서 다행이지.

망상해변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곳까지는 언덕의 피곤함을 잊게 해 주는 편안한 도로다.
거의 개점휴업 상태인 길가 식당에 들어가서, 텃밭에서 일하고 계시는 주인장 부부를 직접 불러낸 끝에 육개장 한 그릇을 해치운다.
사실 들어가서 10분 가까이 혼자 서 있던 시간동안 이래가지고 도둑같은거 안 들어오려나 하는 걱정도 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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