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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2  철도파업을 지지합니다 14

저희 철도노동자들이 왜 파업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저는 철도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서울기관차 승무사업소 소속 현직 기관사입니다. 지난 1년간 철도 현장에선 어떤 일 들이 일어났는지 왜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지 진실을 알려드리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철도 파업에 대해 온갖 비난만 난무하는 지금 이 파업이 일어나게 된 가장큰 원인은 철도공사측에 있습니다. 올해 초 철도공사 사장으로 철도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경찰청장 출신이  사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공기업 사장에 부임해 철도발전을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철도에 문외한인 사람을 사장으로 앉히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하는 실용정부의 모습인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허준영씨가 철도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철도의 노사관계는 파행에 파행을 거듭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회사측에서 노조를 설득하고 한 번이라도 더 만나서 노사간의 이견을 조정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노조와의 대화 창구를 굳게 걸어 잠근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철도노조는 인내심을 가지고 줄기차게 사측에 대화를 제의 했으나 철도공사측은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노동조합과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뿌리깊은 적개심을 가지고 노조를 부정하는 일들을 거리낌 없이 자행했습니다. 끝내 사측은 60여년을 이어온 철도의 단체협상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노조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에 철도노조는 노동조합이 취할수 있는 최후의 압박수단인 파업을 벌이게 된 것입니다.

 


철도공사는 발표문을 통해 철도노조가 절차는 적법하지만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등 목적상 불법인 파업을 단행해서 철도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입니다. 철도노조의 요구는 막무가내식 해고자 복직을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해고자 복직은 이번 쟁의 목적과 무관합니다.

지난해 철도노사는 진통 끝에 철도노조가 쟁위행위를 하지 않고 철도공사측과 합의를 했습니다. 철도공사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합의서에 서명하고 이를 이행하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그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노사관계발전계획 및 기존의 노사합의 정신에 따른 해고자 문제에 대한 조치방안을 2009년도 상반기 내에 마련한다.’

그러나 노사가 약속한 합의서는 회사측에 의해 헌 신짝처럼 버려졌습니다. 원래 2009년 상반기까지 노사합의 정신에 따른 해고자 문제에 대한 조치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음에도 철도공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해명도 없이 무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노사가 이행하기로 약속한 합의사항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대통령부터 헌법을 부정하는 나라.

 


지난주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 참석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해서도 안될것’이라는 발언을 하며 엄정대응을 주장했습니다. 분명히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할 것을 손을 들어 선서 하며 다짐했습니다. 그러면 대한민국 헌법 33조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33조>

근대 법의 정신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합니다. 단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그렇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하여 남에게 피해를 줄 경우 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노동자에게만은  비록 제3자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습니다. 노동자의 단체행동에 따른 사회적 불편보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해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득이 이 사회의 발전과 인간적 삶을 보장하는데 훨씬 더 커다란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헌법정신이요 대통령이 수호해야할 가치인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자에 대한 뿌리깊은 멸시와 노동조합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이 파업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해서는 안되는 불경 스러운일이라는 천박한 인식에서 한 발자욱도 못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철도공사는 철도노조가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로 경제도 어려운 이 시점에 자기욕심만 챙기려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철도노사가 임금교섭에서 난항을 겪었던 이유는 철도노조의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가 아니라 무리한 연봉제 도입 및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을 요구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 했기 때문입니다. 

 

 

 

백번 양보해도 적자투성이 철도가 파업을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구요?

 

 

 

맞습니다. 철도는 적자입니다. 그러나 철도의 적자는 방만경영이나 부실경영에 따른 결과가 아닙니다. 한국철도의 생산성은 세계적 수준으로 높습니다. 철도 현장의 노동자는 24시간 끊임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철도는 적자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바로정부의 과거 철도정책이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부르짓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도 철도를 중심으로 한 투자와 교통정책의 필요성은 아무리 그 가치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정부는 철도적자가 심해지자 철도선진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건설비 부담을 줄여준다며 철도를 시설을 담당하는 회사와 운영을 맡은 회사로 분리했습니다. 지금 철도공사는 철도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정부는 철도시설에 대한 투자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하며 철도공사는 철도운영에만 전력해 경영상황을 개선시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말만 번지르르 할 뿐 철도에 막중한 비용부담을 안기는 정책을 스스럼없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철도공사는 철도시설을 이용하는 댓가로 비용을 지불하는데 그 이름이 선로사용료라 는 것입니다. 이 선로사용료의 경우 외국의 경우 운영수입의 10%나 최소한의 유지보수 비용만을 지불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고속철도 운영수입의 31%, 일반철도 유지보수 비용의 70%나되는 세계최고 수준의 엄청난 비용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건설에 들어간 비용을 철도운영수입을 통해 메꿔나가겠단 것입니다.

 


지난 2007년 철도의 영업적자가 6414억이었는데 선로사용료로만 지급된 비용이 6175억이었습니다. 만약 정부의 약속대로 철도투자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 외국수준의 선로사용료만 지불되었어도 철도의 영업적자는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왜 정부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을 관철 시킬때에는 선진국 및 외국의 사례를 들먹이면서 정작 필요한 곳에서는 선진외국의 기준을 무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철도가 흑자를 보기위해서는 요금을 올리면 됩니다. 현재 한국의 철도 요금은 적정원가의 70%수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철도가 적자를 면하기 위해 원가수준에 맞춰 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누구의 몫이 될까요? 바로 시민의 몫입니다.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또 흑자를 보기위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각종 할인제도 등을 폐지하게 될 경우 결국 시민들의 부담이 증가하게 됩니다. 국제적으로도 철도가 제공하는 필수적인 공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이런 비용도 정부는 매번 철도공사가 요구한 금액을 삭감해서 지불 합니다.

 


흔히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합니다. 수출기업들의 고민들 중 하나는 늘어나는 물류비를 줄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가 흑자를 보겠다고 화물운송비용을 올려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된다면 철도회사는 이익을 보겠지만 국가전체적으로는 손실을 보게됩니다. 그렇습니다. 철도에서 발생되는 적자는 부실기업이어서가 아니라 철도가 그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발생시키는 적극적 적자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은 철도가 운행되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환산해 철도의 재정을 보완해주어 철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씀하셨습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인 이 시기에 정년이 보장된 공공기관 노동자가 파업이 말이되느냐고.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최소한 이명박대통령은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이미 고용없는 성장이 대세이고 이명박 대통령집권이후 일자리 창출은커녕 일자리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공공기관이라도 고용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선진화란 명목아래 강력한 구조조정을 살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희 철도 현장에도 경찰출신 사장이 온 뒤로 바로 5115명 인력감축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이게 일자리 창출입니까? 철도 현장에서는 2005년 신입사원이 들어온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수의 채용인원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이뤄진 사원모집이 없었습니다. 철도노선은 갈수록 늘어나고 일거리는 많아지는데 사람은 줄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문제를 불러오게 될까요?

 

 

 

시민여러분! 숨겨진 1인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새로 개통되어 운영중인 경의선과 중앙선 전철의 비밀을 아십니까? 다른 노선을 운영하는 전철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전철은 앞에 기관사가 타고 맨 뒤에 차장이 타서 운행합니다. 기관사는 열차운전을 책임지고 차장은 출입문 취급 및 각종 비상상황 대처 등 기관사와 상호 보완해서 전철을 운행합니다.

 


그러나 경의선과 중앙선은? 차장이 타지 않습니다. 기관사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지난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했을 때 맨 뒤에 차장만 타고 있었더라도 승객을 유도해서 소중한 목숨을 지켜내는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후회를 합니다. 

 


요즘 지하철이나 전철역을 이용하면서 유심히 살펴보십시오. 역이나 승강장에 관계직원이 있는지요. 요즘 일본여행 많이 다니셔서 아는 분도 많겠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는 웬만한 역 승강장에 철도직원이 서서 시민들을 안내하고 위험을 예방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왕십리역과 같은 규모의 역에서 중앙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을 한다고 했을 때 이곳이 일본이라면 중앙선 승강장과 환승통로, 5호선 승강장에서 철도 직원을 마주칠 수 있으며, 일부 순회하는 철도직원을 볼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말로 단 한 명의 철도나 지하철 직원도 만날 수 없습니다.

 


만일의 사태의 경우 정말로 두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비상시 훈련된 직원이 능숙하게 안내하는 지하철 시스템과 관계자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며, 천국과 지옥차이입니다.  공기업 선진화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용을 줄이라는 지상명령이라면, 공기업의 영업수입이나 가치가 올라갈 수록 시민들은 사지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이여! 위험이 닦치면 알아서 생존하라! 우리는 돈만벌면 된다! 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영방침이 이 사회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돈보다 생명이 우선 아닙니까?

 


시민 여러분! 우리 철도노동자들은 지금이라도 파업을 끝내고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열차를 운행하고 싶습니다. 철도노조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제발 사측이 협상테이블로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철도공사측이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철도 노동자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우면서 현재의 태도를 고수하는 한 우리 철도노동자들은 파업을 중단할 수 없습니다. 우리 철도의 미래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그렇습니다.

양식있는 시민 여러분 부탁드립니다. 이 파국적인 사태가 하루 빨리 정리될수 있도록 철도노동자들에게 힘을 모아 주십시요.


다음 아고라가 출처라고 하는 글.

연일 TV와 신문에선 '시민불편, 엄중처단' 따위나 지껄이고 있지만
그런 저열한 선동에 놀아나는 멍청한 꼭두각시가 되기 싫으면
파업이란 행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지 깊이 새겨야 한다.




고작 출근길 정도의 불편함 때문에 자유시민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무시한 채
악마의 노예가 되는 불행함은 피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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