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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4  작전명 발키리(Valkyrie, 200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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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독일과 현 대한민국의 상황이 심히 비슷한 고로 감상이 자꾸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긴 했지만
이 작품은 굳이 애써 영화를 영화로만 즐기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류의 감정이입이 감상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작용한다.

유럽에서, 특히 독일에서는 2차대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만 갖고 있어도 누구나 알고 있는 실화지만
한국에서는 이 실화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이 없으니 좀 더 적절한 긴장감 조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히틀러가 2차대전 말미에 자살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일부러 이 영화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우를 범하진 말길 바란다.

결말이 만천하에 다 까발려진 내용을 영화화한다는 것의 의미는
결국 감독과 배우의 역량이 관객의 나머지 기대치를 뒤덮을 정도로 뛰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인데
슈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 2006)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둔 브라이언 싱어가 선택한 이 작품은
다행히도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진 작품이었다.
(슈퍼맨 리턴즈는 영화 자체가 아니라, 감독이 작품 선택을 잘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의 촬영이 실제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이루어진 사실 등
철저한 리얼리티를 추구한 결과 미장센 부분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을 뿜어낸다.
깔끔한 화면과 박력있는 사운드가 50년 전의 미장센과 만나는 묘한 이질감이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

작품의 특징은 초중반의 잔잔한 진행 가운데서도 항상 불안한 긴장감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점.
적절한 구성과 상황에 맞는 대사만으로 자칫 획일화되기 쉬운 인물들의 특징을 정확히 묘사하는 능력을 보면 역시 브라이언 싱어로구나 싶었다.
유독 안티팬이 많은 탐 크루즈라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나 역시 안티로 비춰질까 해서 약간 움찔하지만
이 작품의 주연으로서 합당한 연기를 보여주었나 한다면, 상당히 미묘한 해석의 갈등이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분명 전시 독일 장교라는 신분을 생각한다면 적당히 딱딱하고 1950년대틱한 훌륭한 연기임에 틀림없지만
조연들의 열연이 거의 하극상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편이라 작품 전체를 휘어잡을 인상을 주는데는 실패했다고 본다.

암살작전이 실행되는 후반부부터는 결말이 어떨지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에서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작품 전체를 가득 채운다.
어떤 화면을 봐도 '어차피 실팬데 뭐' 라고 매번 자신을 굳세게 세뇌하며 영화 감상하는 무뇌아들이라면 심심할지도.
내가 바랬던 브라이언 싱어의 영화는 바로 이런 것이다! 라는 느낌에 온 몸의 세포가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다른 관객들에게 적극 추천하느냐? 그건 아니다.
감독이나 배우, 역사적 현실에 관심을 가지는 부류가 아니면 이 작품은 분명 어딘가 지루하다.
히틀러 암살이라는 사건이, 그리고 발키리라는 작전이 가지는 거대함을 다루고 있다고 보기엔 아무래도 화면에 뿌려지는 규모가 너무 소박한 점이 있어서일까.
짧은 시간에 최대한 인물들의 상관관계를 풀어내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워낙 역사적으로 얽히고 섥힌 배경이 많은 혼란의 시기여서 이 역시 충분하다고는 못하겠다.
영화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장면이 현실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감독의 재량을 넘어서는 극적 긴장감을 만드는것은 태생부터 무리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혹자는 '저 작전이 실패하면 피해를 입을 주위 사람들 생각해 봤나'며 클라우스 대령을 비판하기도 하는데
그러니 인류 역사 이래 지구는 이모냥 이꼴로 돌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