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터 왠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틱하다?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종잡을 수 없는 구성, 장르적 특성을 무시한 진행방식일 것이다.
특정 장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기로 유명한 코엔 형제의 작품은, 그냥 장르 구분에 '코엔 형제'라고 써 넣어야 할듯.
근 10년간 본 영화들 중 가장 완벽한 구성력을 보여주는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미스틱 리버(Mystic River,2003)였는데,
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그 작품과 대칭점을 이루는
그래서 그만큼 믿기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다.
미스틱 리버는 거장 감독의 완벽한 통제 아래 열거하기도 힘든 특급 배우들이 그들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히치콕 이래 가장 교과서적인 '잘만든 영화' 대열에 들어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처럼 감독의 광기어린 집착이 느껴지지 않는게 또 포인트를 얻는다.
'노인을~'은 텍사스라는 지역과, 텍사스 출신 배우들이 없이는 아예 만들어질 수가 없는 영화.
(친구 강군이 텍사스 A&M에 유학중인데, 강군 너무 많이 물들지는 말게.. ㅡㅡ;)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텍사스의 거친 이미지와 코엔 형제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전 던지기식의 진행.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래서 관객에게는 당혹감을 선사할 수 밖에 없는 불확실한 작품이다.
합리적인 구성? 친절한 네러티브? 그런걸 코엔 형제에게 바라는 것 자체가
우베 볼한테서 스토리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제되지 않은 영화는 배경과 배우들의 매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안톤 쉬거라는 인물은 한니발, 존 도우에 이어 영화사상 최고의 살인마로 등극했다.
안톤을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 나 당신하고 결혼도 할 수 있을것 같아 T_T
(여담이지만, 구입후 아직도 보지 않은 '씨 인사이드'에서 이 사람이 나온다는건 오늘에서야 알았다. 역시 인연인가?)
이거야 원 그냥 가만히 얼굴만 봐도 '나 미치광이 살인마요'라고 느껴지지 않나?
하비에르 바르뎀은 그 자신도 안톤의 심리를 모르는 상태로 연기했다고 했는데, 그렇기에 훌륭한 싸이코패스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합리적이고 자신의 내면과 충돌이 없는 진실된 행동으로 일관하는 인물이 이 안톤 쉬거다.
보안관 벨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한탄하며,
결국 정말 눈꼽만큼도 진행에 영향을 주지 못한 무능한 주역이라는 희대의 역할을 맡은데 반해
안톤은 합리적인 이유에 따라 살인을 하며, 살인을 할 때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완벽한 프로의 정신을 보여주고,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에서 살인을 결정할 때는 동전 던지기로 판단을 신의 손에 맡긴다.
싸이코패스의 심리를 이만큼 정확하게 집어낸 작품이 또 있을까.
코엔 형제가 양념으로 잘 사용하는 '기계장치의 신'이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사용되고 있는데, 안톤 쉬거의
등장으로 인해 작품의 맛을 몇 단계는 더 올려주는 훌륭한 최고의 향신료가 되었다.
관객들의 일반적인 기대감을 무참히 짓밟는 최후반부를 제외하고는
세상에 이런 긴장감을 90분이 넘게 유지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니까 말 다했다.
명실공히 코엔 형제의 작품 중 가장 상업적으로 뛰어난 영화임에 틀림없을 듯.
이런 작품을 국내에서는 블루레이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할 뿐이다. (제발 좀 나와라)
가장 놀랐던 사실은, 이 작품이 원작 소설과 거의 100% 일치할 정도로 원작 종속적이라는 거다.
아무리봐도 이건 코엔 형제의 색깔로 충만한데, 원작자가 코엔 형제를 위해 헌정한 작품이 아닌가 할 정도니까.
이 영화를 보고 무한히 생성되는 전율에 즐거워 몸서리치는 하루다.
아임 낫 데어, 데어 윌 비 블러드 등등 아직 못본 작품들이 즐비한데.. 다크나이트와 헬보이까지 나온다니
올해 영화생활은 정말 행복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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