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일본에 갔을 때, 일본어를 최대한 유창하게 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는데,
오히려 '여행객'으로서의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거리도 그리 가까워지지 못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의사소통이 된다고 해도 결국 여행객은 여행객일 뿐인데, 그 나라의 언어를 유창하게 해 버리면
현지인과의 거리가 어설프게 가까워져 버리는 느낌을 받았죠.
차라리 조금조금씩 하면서 처음부터 어설픈 언어를 쓰는 모습이 역으로 현지인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낯선 사람과는 그 나름의 거리감이 느껴져야 그게 자연스러우니까요.
그런 고로 이번 여행에서, 인간관계 만들기엔 영 꽝인 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보완하고
윤택하고 인간미 넘치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가져가기로 한 녀석이 후지필름 PIVI MP-300 입니다.
MP-300은 휴대용 포토프린터이면서 잉크를 사용한 출력이 아닌, 폴라로이드 형식의 전용 필름을 이용하는 방식이네요.
카메라와 프린터를 연결 후 사진을 선택해 출력하면 즉석사진기처럼 출력되는 방식입니다.
요렇게 출력하면 됩니다. 폴라로이드처럼 슬금슬금 사진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죠.
인화 품질은, D700의 성능에 비하면 그야말로 눈물날 정도지만 렌즈 한개값도 안되는 휴대용 포토프린터에서 그런거 바라면 안되겠죠.
카메라와 바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보정을 거친 파일을 출력할 수 없고
컴퓨터와 연결하려면 적외선 포트가 있어야 하며
필름값도 10매에 6천원 정도로 비싼 편이고, 전원도 CR2 라는 비싸고 충전 안되는 건전지를 써야 해서
여러가지로 개선점이 많은 기기입니다만, 국내 정식 출시가 되지 않은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끄는 것은
역시 즉석사진의 감성과 편리한 휴대성 두 가지 요소를 적절히 잡아냈다는 점에 있겠죠.
이번 여행은 좀 더 현지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기를 적극 활용해 볼 생각입니다.
도촬은 심장이 벌렁거려서 잘 못하는 성격이라, 한 장정도 출력해 주면서 사진을 찍는게 마음 편하기도 하구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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