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간 잘 써오던 PSP 2000번 액정이 박살나는 바람에 고민 좀 하다가 결국 PSP GO 를 구입했습니다.
제가 소니스타일 멤버쉽 소지자라서, 소니 A900을 구입했을 때 포인트가 꽤나 쌓여있었기 때문에 그걸 이용했죠.
고가의 DSLR이었으니 포인트 쌓이는것도 남다르더군요. ㅡㅡ;

일단 수고하신 2000번 PSP와의 크기비교. 정말 작긴 작아졌습니다.
PSP GO 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로서의 장점을 살리려고 제작된 일종의 옆그레이드죠.
화면 크기가 줄어들고 (해상도는 동일하니 좀 더 조밀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UMD를 제거해서 사이즈 줄이고, 슬라이드형식을 채용해서 필요할때만 조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외 게임이나 동영상, 음악 등의 재생능력에는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블루투스 지원으로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긴 합니다.
게임쪽에서는... 원래 별로 좋지도 않았던 조작감이 크기 때문에 더 엉성해진 바
불편할 사용자를 위해 PS3 패드를 사용할 수 있게 했네요. 하지만 웃기게도 PS3 본체가 있어야 패드가 등록됩니다.


요렇게 슬라이드형식으로 변했습니다. 슬라이드를 끝까지 열었을때 딱 하고 고정되지 않고 약간 덜렁거린다는게 마음에 안드네요.
버튼 조작감은 예전 버전에 비해 변하긴 했지만, 저는 게임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특이한점은 못느끼겠네요.
리듬게임이나 몬스터 헌터같은 다양하고 세밀한 조작이 요구되는 게임에서는 불편하다는 말이 많은 듯 합니다.

저야 PSP 가지고 있었던 3년 남짓한 시간동안 게임 해본건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니 관계없지만
이번 PSP GO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오직 소니의 PSN 을 통해서만 게임을 다운받을 수 있다는 점.
일본에서는 UMD 소프트보다 1천엔 정도 싼 가격으로 어느정도 납득은 가지만
한국에서는 겨우 1천원 정도 싸거나, 아예 정품 UMD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스토어에 올려놓는 바람에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는 중.

패키지 제작비용, 물류비용, 소매점 마진등이 전부 사라진, 말하자면 완전 독점공급채제로 이루어진 소프트 다운로드가
UMD와 비교해서 천원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는건 악덕 이윤추구기업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듯 합니다.
그나마 올라와 있는 게임의 수도 일본, 미국과 비교하기가 서러울 정도로 콩알딱지만한 수준이라
게임을 위해 지금 PSP GO를 구입하는건 바보짓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예전 버전들과는 달리 다 즐긴 중고 게임을 다시 팔 수도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부르주아적 기기라는 느낌.


전 버전과 바뀐 점이라면... 슬라이드를 닫았을 때 저렇게 시계가 나옵니다.
정해놓은 절전모드 시간에 따라 슬립이 되기도 하고, 처음부터 슬라이드를 닫으면 슬립이 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또 PSP GO의 불편한 점이 나오는데
예전 버전처럼 베터리를 따로 구입해서 교환할 수 있는게 아니라
아이팟 터치처럼 완전한 내장형 베터리라 교환은 오직 AS 센터에서만 가능하다는 점.
장시간 외출을 대비해 예비 베터리를 갖고 다닐수도 없다는 이야기죠.
베터리 용량도 크기관계로 줄어드는 바람에 풀사용시간은 4~5시간이 될까말까.


예전 버전에서 지적되어오던 상단부 LR 버튼의 모양과 누르는 감촉이 바뀐 것은 환영할 만합니다.
좀 더 부드럽게 눌리고 딱딱했던 예전 LR 버튼보다 둥글둥글해져서 만족합니다.

사진 한 장마다 PSP GO의 단점을 계속 적을만큼 문제점이 있는 기기인데
처음부터 16G 메모리를 내장하고 있어서 실제 가격적으로는 예전 버전과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추가메모리가 소니 독자 표준인 Memory Stick을 쓰는게 아니라 Mini MS로 또 바뀐 겁니다.
독자 표준 때문에 안그래도 욕먹고 있던 소니인데 또 포맷을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기존 MS 갖고 있는 사람을 화려하게 물먹였죠.
미니버전은 어댑터를 통해 기존 MS와 호환된다지만 그럼 원래 MS 갖고 있던사람은 뭐가 되는지... ㅡㅡ;

심지어 기존 버전의 어떤 악세사리와도 호환이 안됩니다. DMB, 카메라는 물론이요 심지어 충전용 USB 포트까지 호환 불가.


슬라이드형식을 채용했음에도 UMD가 사라진 덕분에 두께는 2000번보다 오히려 더 얇아졌습니다.

전체적인 감상으로는
확실히 휴대하기 편한 멀티미디어 기기로서의 PSP GO는 미려한 디자인과 고해상도 화면으로 크게 진화했지만
게임용으로서는 오히려 더 불편해진 느낌이 듭니다.

기기의 완성도로는 구경만 해도 구입욕구가 일어날 만큼 앙증맞고 귀여운 디자인으로 호평받아 마땅한데
온갖 독자표준이란 독자표준은 다 집어넣고 그로 인한 사용자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소니의 오만함 때문에
기기완성도를 다 깎아먹고 욕 먹을만한 여지를 남겨버린 작품이네요.

설마 종이조각만한 MS조차 호환을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존 PSP를 잘 사용중이고, 게임 위주로 하시는 분들이 PSP GO를 구입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처럼 PSP가 고장나서 하나 더 구입해야 하거나
게임 편의성보다 휴대성을 중시하는 유저나
얼리어댑터적인 성격을 가진 유저라면 구입을 고려해봐도 되겠군요.
자금이 널널해서 비싼 돈 주고 다운로드받아 중고로 판매할 필요도 없는 유저라면 PSP GO가 최선의 선택이 될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기기는 정말 마음에 드는데, 그 외 소니의 모든 짓거리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특히 소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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