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서민들의 꿈 복권.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솽렌 역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는
가이드북에서 대만 가면 꼭 먹어봐야 된다는 기막힌 고구마 과자가 있다고 해서였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역 근처에서 파신다는데 맛이 어마무지하다고 해서.


그런데 결국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 않는 할머니... ㅡㅡ;
너무 많이 걸어가는 바람에 중간에 예정에 없던 조그만 야시장에 당도했습니다.
관광지는 아니고 그냥 이름없는 조그만 야시장인데 관광객인 저한테는 좋은 볼거리였죠.


형님의 손가락이 형수님의 엄한 곳에...
저래 줘야 사진찍는 맛이 나죠. 밍밍하게 서 있는것보다 낫습니다.


곧이어 형수님도 반격을 시작하는군요.


과연 대륙의 후손들답게 생전 처음보다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즐비했습니다.
가끔 썩은 두부의 강렬한 공격때문에 커다란 데미지를 입기도 했지만 꾹 참고 빠져나왔네요.
한 바퀴 쭈욱 돌아보고 그나마 먹기에 문제없을 듯한 게다리 튀김을 좀 사서 먹었습니다.

양이 별로 되지 않을줄 알았는데 막상 가위로 잘라서 튀겨주니 상당히 많더군요.
대만처럼 먹거리가 다양한 곳에서는 조금씩 여러가지를 먹어야 하는데 이걸로 배가 좀 힘들어졌습니다.
맛은 그냥저냥한 게다리 튀김이네요. 너무 독특한 걸 먹으려니 냄새가 겁나고, 알만한 걸 먹으니 너무 알만해서 그닥...


고구마 파는 할머니는 결국 못찾았습니다.
가이드북을 원망하며 일행은 대만 최대의 야시장인 스린으로 향합니다.

대만 전철을 타는데 매우 유용한 EASYCARD도 수고했으니 한 컷.
한국 돈으로 2만원가량 하는 이 카드는 돌아갈 때 남은 금액을 포함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3박 4일 정도의 여행이라면 이 카드 하나로 웬만한 일정이 소화 가능하기 때문에 여행자들의 필수 아이템이죠.


스린 야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관광지로, 관광객들이 대만을 느끼기에 최적의 환경이죠.
한국에서도 재래시장이 인기가 많은 것과 마찬가지.

과연 식사의 대부분을 밖에서 해결한다는 대만답게 엄청난 인파가 줄지어 시장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이 골목 옆에는 거대한 시장 건물도 있는데, 거의 백화점급의 건물 전체가 먹거리 시장이라더군요.
이미 배는 충분히 불렀고, 그곳 역시 인파로 바글바글할 테니 지칠대로 지친 일행은 그냥 이곳 거리만 돌아봅니다.

남대문 시장에 온갖 일본어가 난무하듯이 이곳에서도 주 관광객은 일본인인듯. 오른쪽에 일본어가 보입니단.


스린 야시장은 인파에 밀려 거의 무빙워크급으로 차근차근 이동할 수밖에 없더군요.
그것도 골목이 일직선이 아니라 개미굴처럼 여러갈래로 뻗어있기 때문에 자칫 일행과 떨어질 수도 있으니 아이와 함께라면 조심.

안 파는 음식, 안 파는 물건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종류를 자랑합니다.
가격도 시장이라는 특색 상 싼 편이고, 진품이라고 적어놨지만 그것 역시 시장이라는 특색 상 못믿겠네요. ^^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을만큼 만만한 인파가 아니리 사진 찍기도 참 힘들었습니다.

중간에 조그만 사찰이 있어서 사진 찍으며 휴식을 취했네요.
대만 최고의 사찰이라는 용신사는 아닙니다. 스린야시장에서 가깝긴 하지만 이곳은 그냥 자그마한 사찰.


중국이나 대만의 사찰은 무지하게 화려하더군요.
기하학에 가까울 정도로 복잡하고 세밀하게 장식된 지붕이나 기둥, 벽 곳곳에 새겨진 신수들의 조각상들.

사찰 내부엔 돌맹이 가지고 운세를 볼 수도 있지만 방법을 잘 몰라서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관우임에 틀림없게 보이는 인물상도 보이고, 공자로 보이는 인물의 초상화도 있고...
전통 불교와는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대만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런 사찰은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나마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던 야시장에 비해 한산한 곳이라
숨도 골라가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인파 속으로 다이브.


시장 골목을 이리저리 후벼파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빙수집.
가이드북에도 나와있고, 대만에서는 꽤나 유명한 집이랍니다. 날도 덥고 피곤하고 해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으로 들어갔네요.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서 한자 덩어리인 메뉴판을 보고 한참 고심한 끝에 적당적당히 주문을 끝마쳤습니다.
저는 옆사람들이 먹는거 보고 맛있어 보여서 주문한 메론맛 빙수.

엄밀히 말하자면 빙수라기보다 우유를 얼린 후 아주 부드러운 조각으로 갈아서 만듭니다.
얼음처럼 씹히지 않고 눈처럼 아삭아삭한 느낌이네요. 메론 시럽이 무지하게 달아서 아찔했지만 시원한게 맛있었습니다.


형수님은 생딸기. 형님은 사진 배경에 보이는 진짜 팥빙수.
원래는 가게 내부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고 주문하려고 했지만 사진 색이 바래버려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네요.

이미 주문 다 끝난 후에 메뉴판을 정독하고 이건 뭐고 이건 뭐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주문한 메뉴와 메뉴판을 대조하고 나서야 해독할 수 있었으니 때늦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유명세에 비해서 무지하게 맛있다고 평가할 순 없지만 덥고 지칠 때 앉아서 퍼먹으면 시원하게 좋습니다.


돌아다니다 먹고 돌아다니다 먹고를 반복하다보니 배가 너무 불러서 더 먹지도 못하겠고...
조금 건성건성으로 돌아다녔지만 스린 야시장의 분위기는 충분히 파악했으니 숙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밤 11시 반쯤 됐는데, 새벽부터 비행기타고 강행군을 하느라 다리가 욱신욱신하네요.

허름하지만 온천 하나만은 자랑할 만한 아타미 호텔의 욕조는 나무판대기를 이어 만든 전통 욕조라
별로 청결하지 않은 듯 해서 조금 망설여졌지만 온천을 만끽하기 위해 물 받아서 들어가 봤습니다.
과연 대만에서도 유명한 온천답게 아주 뜨끈뜨끈한 것이, 찬물로 식히지 않으면 발도 못담글 정도네요.

몸을 푹 고아서 찌든 때와 피로를 씻어낸 후 일본어 방송을 시청하다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배게 하나를 이용해 다리를 좀 올려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리가 피로할 땐 이 방법이 잘 듣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