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오사카 여행때 꼬리흔드는 고양이와 함께 눈에 들어와서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하게 만든 미니 피규어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꽤나 유명한 보컬로이드. 원래 야마하의 음성합성 소프트웨어인데,
야마하에서 이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구입한 크립톤 퓨쳐 미디어에서
애니메이션 성우의 목소리를 코드로 해서 캐릭터 일러스트와 함께 발매한 녀석이 이 보컬로이드 패거리들.
음정과 가사를 입력하면 이녀석이 거기에 맞춰 노래를 불러줍니다.
말은 그렇지만 굉장한 기본 지식과 뼈를 깎는 노가다가 필요한 소프트라 과연 이걸 누가 쓰려나 싶더군요.
현재 이녀석들의 소프트웨어는 '보컬로이드2'라고 해서 여러가지 성능이 향상된 버전이지만
그래도 단순한 취미로 즐기기엔 너무나 전문적인 음악지식이 필요한 프로그램임에 틀림없습니다.

사실 크립톤 이외의 회사에서도 많은 캐릭터들이 나왔지만 현재의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키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녀석이 이 녹색머리 트윈테일의 하츠네 미쿠(初音ミク)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도 발매 후 한동안 아무런 기대를 받지 못했는데

'파돌리기 송'으로 더욱 유명해진 핀란드의 민요 'levan polka'를 열창(?)하는 미쿠의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온 후
그야말로 능력 출중하고 할일없는 슈퍼 오덕들이 달라붙어서
웬만한 대중가요 수준의 (그러면서도 그 매니악함은 잃지 않는 심히 괴이하기 그지없는) 퀄리티를 가진 창작곡을 발표하는 덕에
이제는 그래픽으로 콘서트홀에서 공연도 하는 수준에 이른 전자세계의 아이돌 스타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츠네 미쿠를 띄우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levan polka'
핀란드에 감사패라도 전달해야 하는것 아니냐.
참고로, 원래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는 손에 파를 들고있지 않지만
이 PV에서 왠일인지 캐릭터가 파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하츠네 미쿠 = 파' 라는 공식이 성립되어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파를 들고 나오는 실정입니다.

무서운 오덕의 힘... ㅡㅡ;

위 사진의 피규어들은 일본 게임센터의 UFO 캐쳐 등에서 경품으로 얻을 수 있는
비네티엄 큐트 시리즈인데, 도저히 게임으로는 얻을수가 없어서 그냥 피규어 샵에서 웃돈 주고 구입해왔습니다. T_T
캐릭터 자체나 노래를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피규어화한 모습이 워낙 귀여워서 지나칠수가 없네요.

이 피규어는 총 4종류가 있는데, 각각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곡의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200엔짜리 야채쥬스를 선전하는 폿핏포-(ぽっぴっぽ-)라는 노래를 이미지화.

여기 출시된 피규어들의 PV 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보컬로이드 음악 중에서도 상당히 매니악하고, 웬만한 오덕파워가 아니면 범점할 수 없는 아스트랄한 곡들이니
들어보시려면 각오 단단히 하시는게 좋을겁니다. ㅡㅡ;


하츠네 미쿠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인해 출시된 보컬로이드 카가미네 린(鏡音リン).
이녀석들의 이름인 카가미(鏡)는 거울이라는 뜻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 소프트웨어에는 카가미네 렌(鏡音レン)이라는 소년캐릭터의 음성 샘플도 들어있습니다.
사실은 성우 한 사람의 음성 샘플을 프로그램적으로 변환시켜서 소년틱한 보이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실제로 꽤나 잘만들어서 얼핏 보면 전혀 다른사람 목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피규어의 PV는 악의 딸(悪ノ娘)이라는 곡으로, 원곡의 분위기를 참 잘나타냈군요.
(여러번 말하지만 이 피규어들의 PV는 오덕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엄청난 데미지를 줄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이 '악의~' 노래는 시리즈물로 가사의 스토리도 군데군데 이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다 듣고 있으면 나름 재미있긴 합니다.


세 번째로 발매된 보컬로이드 메구리네 루카(巡音ルカ)입니다.
설정상 다른 보컬로이드들에 비해 성숙한 모습이고, 크립톤의 버전업된 기술에 의해 영어발음능력이 좀 더 좋아졌다고 하네요.

풍성한 분홍색 머리칼이 마치 문어발을(ㅡㅡ;)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 처자의 별명은 문어 루카(たこルカ)입니다.


저런 식으로 문어화된 녀석이 돌아다니죠. 참 파생상품 팔아먹는 능력은 대단한 나라입니다.
피규어는 거의 19금에 가까운 가사덕분에 인기있는(?) 순희무용곡(巡姫舞踊曲)을 이미지화.
참 캐릭터들 성격 망가지는건 순식간이네요.



어쨌든 가장 인기있는 녀석이 하츠네 미쿠이다 보니 이녀석만 두 종류가 들어있군요.
그나마 현재까지 나온 PV중 가장 정상적인 노래 벚꽃의 비(桜ノ雨)입니다.
대놓고 졸업 축하노래를 표방한 녀석이라 굉장히 듣기 편합니다. 쉽게 찾을 수 있으니 한번 들어보시는것도.

작곡자가 졸업식에 쓰일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었지만 결국 발표당시엔 졸업식이 끝나버려서 서글펐는데
많이많이 쓰이길 바란다는 바램이 이루어진건지 요즘엔 졸업식장에서 많이 들리기도 하고
200명이 넘는 합창 버전도 등장하는 등 오덕에너지의 결정체 보컬로이드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먹히는 곡입니다.


참, 이렇게 예정 외의 녀석들을 덥썩 집어오는건 지갑사정에 별로 좋지 않은데 말이죠.
지르지 않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지르고 후회하는게 낫다는 성인의 말씀을 위안삼을 따름입니다.

큰돈 들여 질러놓은 녀석이니 사진 찍어서 크기 조절한 후 윈도우 배경화면으로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츠네 미쿠의 가장 유명한 히트곡중 하나인 'MELT' PV를 하나 올려볼까요.
인터넷 오덕들의 힘은 대단해서, 워낙 넷상에서 인기를 많이 끄는 덕분에
소니뮤직에서 정식으로 앨범 발매까지 되었던 곡입니다.
원 작곡자가 사실 웬만한 대중가요 뺨치는 작곡실력을 가진 분이긴 합니다만
오덕들의 잉여력 + 상품화 가치가 결합하면 못 팔아먹을게 없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합니다.




컨텐츠 산업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한국도 빨리 인식하면 좋겠네요. 오덕오덕 거리면서 무시하지 말고.

근데 이번 포스팅에서 제가 제일 오덕오덕 거리지 않았나. ㅡㅡ;
하지만 전 오덕 좋아합니다. 살짝 정신줄 놓은 수준만 아니면.
저 자신이 여러가지 분야에서 매니아틱한 것들을 좋아하다 보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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