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순대교를 출발한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솟대문화공간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일행을 반기는 예사롭지 않은 솟대들이 보이는군요.
길가에 세워져 있는 거시기한 기둥은 재미있는 포인트네요.
성숙한 관람예절을 입장료 대신 받는다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원래는 사진을 찍어서는 안되는 곳인가 본데... 이번 팸투어의 목적이 제천의 홍보라서 아마 허락을 해 주신듯 합니다.
찍어오지 않았으면 그 멋진 솟대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리고 있었겠군요.
서울 현대미술관 관장직을 맡기도 하셨던 윤영호 선생님이 제천시로부터 임대받아 사용중인 곳입니다.
단정한 현대식 건물 사이사이 온통 솟아있는 솟대들은 찍사들의 마음을 뒤흔들더군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다투어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갑니다.
덕분에 윤선생님의 솟대강의도 조금 늦춰져야 했네요.
이곳에 세워진 솟대는 대략 500여점이 넘는다고 합니다.
나무를 깎아서 정형화된 모습으로 만드는 솟대와는 달리
이곳의 솟대는 윤선생님이 직접 야산에 나가 주워온 나뭇가지에 전혀 칼을 대지 않고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이곳의 솟대는 단 한개도 똑같은 모양이 없습니다.
지금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친숙한 녀석이던 솟대도 이런 곳 아니면 보기 힘들지만
그저 하늘을 향한 바람을 소박하게 표현한 이 녀석들에게 이런 개성을 부여한 점은 참으로 인상 깊었네요.
솟대는 고조선 시대부터 만들어져 왔다는 설에서부터, 검증된 것만으로도 2천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신앙물이라고 합니다.
솟대와 장승을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을 어귀에서 악귀를 막는 역할을 하는 장승과 달리
솟대는 어디에서든 그저 하늘에 소망을 기원하기 위한다는 목적만으로 세워진다는 점이 독특하죠.
그런 가장 근원적이고 순수한 소망을 담은 이 솟대라는 녀석은, 그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곳은 문화공간이라는 말이 참 잘어울리는 곳이더군요.
여기저기 수없이 솟아있는 솟대 외에도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곳, 한적하게 차 한잔 할수 있는 곳 등등
180여평 남짓한 공간에 문화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 체워져 있습니다.
뭔가 한적한 느낌이 드는 박물관과 달리 여기저기 이런 센스넘치는 자연적 구조물들이 놓여있어서
항상 피사체가 고픈 찍사들은 이곳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진찍기 바빴습니다.
전 베터리가 하나밖에 없었던 터라... 3% 정도 남아 달랑달랑거리는 잔량을 보면서 한컷 한컷 아껴 찍느라 식은땀이 흐르더군요.
애완동물 금지라는 표어가 무색하게 뒷마당에서는 똥개 한마리가 무심한듯 시크한 표정으로 졸고 있네요.
슬쩍 손을 올리니 순간적으로 움찍하는게 조금 경계심이 많은 녀석인 듯 했는데
몇번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이 풀린듯 느긋하게 눈 감고 누워있네요.
역시 제 농후한 손길에 걸리면 축생들은 그냥 한방입니다.
날씨가 좋고 꽃이 만개할 때쯤이면 이곳에 앉아서 차도 한 잔 즐길 수 있습니다.
이곳 솟대문화공간은 팸투어가 아니더라도 일부러 들러서 시간을 보내기 아주 좋은 장소라서
제천을 찾으시는 분들은 무조건 강추 한번 날립니다. 실제로 지금도 연간 2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드는 인기 명소라고 합니다.
뒷마당에는 이런 작업공간도 있습니다.
뒤쪽에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솟대들도 얼마 후면 이곳 어딘가에 높게 솟겠죠.
솟대가 가진 소망은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좋겠죠.
크게 신성시되지도 않으면서 한민족 사이에 자연스러운 존재로 자리잡은 솟대는
이런 소박한 모습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신사 앞에 세워지는 토리이(鳥居)와 비교해서 제가 솟대를 훨씬 더좋아하는 것도
이런 친근함과 소박함 때문이죠.
빨래하듯이 색추출을 해서 고즈넉한 색감을 담아보려는 도중에
분홍색 꽃이 지네들끼리만 이상하게 색이 빠져버렸네요.
이것도 나름 재미있는 결과물이다 싶어 그냥 놔뒀습니다.
한참 정원을 돌아다니다 보니 강아지가 한 마리 더 보이네요. 이놈은 정말 어린 새끼입니다.
무심한듯 시크한 어른이와는 달리 사람을 보니 아주 좋아 죽을듯 달려드는군요.
바닥을 보면 아시겠지만 오줌도 좀 지렸습니다. 원래 강아지들이 되게 흥분하고 기분 좋을때는
싸더군요.
아마도 방금 전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던 녀석이 어미가 아닌가 싶었는데
이녀석과 한참 놀고있는 도중 그 어미로 추정된 녀석이 슬금 일어나서 저희쪽으로 오는 모습을 보니
어미가 아니라 아비인 듯 합니다. 거시기가 달려있더군요. 그럼 부자지간일지도.
시간만 널널하다면 이 애교쟁이와 몇 시간은 더 버틸 수 있지만 윤선생님의 솟대 강의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은 한참 전부터 스탭분이 계속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었지만 사진찍는데 재미들린 분들이라 쉽게 모이질 못했습니다.
윤선생님의 말씀 듣고나면 더 이상 사진 찍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서둘러 풍경을 담고 건물 안으로...
항상 그렇지만 시간에 쫓기는 투어는 아쉬운 점이 많네요.
역시 더 느긋하게 즐기고 싶으면 혼자 계획짜서 다시 찾는게 좋겠습니다. 팸투어는 말그대로 맛보기니까.
정원의 큰 솟대들도 좋지만 이런 자그마한 솟대로 실내 장식으로는 그만이군요.
칼을 대지않고 만든 솟대들이라 그런지 자연적이고 여유가 느껴집니다.
베터리가 간당간당해서 50mm 수동 단렌즈로 모터 쓰지않고 찍느라 노심초사했네요.
겨우 이틀정돈데 베터리 하나면 되겠지 싶어서 충전기를 안 가져온 댓가를 치릅니다.
모든 사진을 RAW로 찍다보니 역시 전력소모가 만만치 않네요.
사람들 앞에서 열성적으로 한국의 솟대에 대해 강연을 해주시는 윤선생님.
솟대에 대한 애정이 가득 느껴지는 말씀을 가득 늘어놓아 주셨습니다.
스탭분을 말로는 원래 상당히 긴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를 해 주시는데
이번엔 시간관계상 짧고 간략하게 솟대의 기원과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더군요.
강연이 끝나고 다시 버스로 돌아가려는 순간, 선물용 미니 솟대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잠시 고민하다가 과감히 지르기로 했습니다. 2마리가 사이좋게 마주보고 서있는 녀석을 구입.
1천원짜리 책갈피도 좋을것 같아 하나 구입하려 하니 그냥 덤으로 넣어주시더군요.
저 말고도 솟대 구입해가시는 분들이 몇 계셨습니다. 역시 상당히 매력적인가보네요.
가슴 따뜻해지는 풍경이 사방에 가득한 멋진 문화공간이었습니다.
제천에 들르는 분들이라면 꼭 이곳 솟대문화공간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햇살이 기분좋은 날에 찾아오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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