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문화공간을 나선 일행의 여정도 거의 끝나가는군요.
이번에 둘러볼 곳은 청풍 문화재단지입니다.
제천에서 일반적으로 의림지와 함께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기도 한 터라
벌써부터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더군요.
이곳에서도 팸투어를 위해 가이드분이 마이크를 들고 설명을 해주시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지만
시간도 촉박하고 해서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져 버렸습니다. 물론 계속 가이드분을 따라나니는 일행도 있었죠.
이곳 문화재단지는 충주댐 건설로 인해 수몰될 위기에 처한 제천의 여러 문화 유산들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과거 이곳은 남한강 상류라는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운을 이용한 교통의 요충지 중 하나였습니다.
그보다 훨씬 전 구석기 시대 유물들도 많이 발굴되었던 것으로 보아
충주댐 건설로 인해서 아마도 이곳에 옮겨지지 못하도 수몰된 유적들이 훨씬 더 많았을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좀 아쉬웠네요.
여러번 나온 말이지만, 이상기온 덕분에 당연히 만개했어야 할 꽃들이 이제 막 기지개를 펴고 있는 실정이라
이번 문화재단지에서도 아쉬운 광경을 많이 봤습니다.
온갖 꽃들이 활짝 핀 문화재단지의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니... ㅡㅡ;
그래도 만개했던, 막 머리를 내밀었던 꽃의 아름다움은 여전하니 그저 카메라 셔터만 누를 뿐.
그런데 카메라 베터리가 정말 간당간당해서 이제부터는 아껴서 한컷한컷 찍기로 했습니다.
이미 잔량표시는 0% 를 가리키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표시된 후로도 40여장 정도는 찍을수 있다는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아껴찍으면 오늘 분량을 소화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합니다.
이곳의 고가(古家)들은 그냥 푸근한 느낌으로 도배되어있는 곳입니다.
마음 편한한 돌담과 그 사이사이를 수놓은 꽃나무들의 풍경에 매료되는 것은
역시 한국사람으로서 살아온 전통에 대한 향수가 그 원인일까요.
관광객들이 많아서 고가 내부의 사진을 마음에 들만하게 찍어내기가 힘들어
그저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이 되는 꽃들에 촛점을 맞췄네요.
가이드분의 설명도 듣고싶어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몸은 따로노는 기술을 시전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아있진 않네요. ㅡㅡ;
저희 엄니께서 좋아하시는 전통 가옥의 모습이라, 나중에 함께 와서 보면 좋을것 같았습니다.
적당히 넓은 마당과 시원한 툇마루, 'ㄷ' 자 형태의 안정적인 가옥 모습은
역시 습도와 온도조절도 기계에게 맞겨야 하는 콘크리트 덩어리 아파트와는 너무나도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시골 출신이라, 아마 이 기구들을 보시면 추억에 잠기셨을듯 하네요.
저 톱날은 좀 많이 무서웠습니다만...
이제는 시골에서도 이런 마루를 가진 집을 찾기가 어려운데
이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벌렁 누워있으면 참 편안할것 같군요.
돌담을 배경으로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도 담아보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절구.
이런 사진 찍으면서도 '베터리 아슬아슬'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있으니 신세 서글픕니다.
여행에서는 조급함이 가장 큰 적인데, 팸투어 특성상 느긋하게 즐기는게 힘든 와중에
카메라 베터리까지 제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앞으로 반성하고 베터리는 여유있게 가져와야겠네요.
저건 아버지께서 보셨으면 금방 뭐에 쓰는 것인지 아실텐데...
아마도 곡식 타작할때 펴 놓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녀석은 앞에 희미하게 정답이 보이는군요. 탈곡기입니다.
사람의 손재주와 머리굴리는 능력이란 참 대단하네요.
추수때엔 이런 곳에서 탈곡 체험같은거라도 열리면 아이들도 재미있게 놀 수 있을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문화재단지가 그렇기도 하지만
날씨 좋은 날에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풍경입니다.
이루어지기 힘든 꿈이지만, 지금도 이런 풍경속에 느긋하게 살 수 있다면 마음이 여유로울것 같네요.
수십억짜리 창문도 안열리는 아파트에서 사는 갑부들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느끼기 위해 그런 곳에서 사는 건지...
단정한 돌담과 푸근한 지붕에 색색의 꽃나무가 함께 하는 이 모습 참 좋습니다.
좀 더 단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비석들.
가이드분께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사진 찍는데 집중하다보니 다 까먹어 버렸네요. ㅡㅡ;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여행이란 힘듭니다.
여유가 있었다면 일단 가이드분의 설명을 다 메모하면서 경청한 후에 카메라를 꺼냈겠지만...
그래도 이거는 기억에 남는군요. 교과서에도 자주 나와서 익숙한 고인돌입니다.
용케 저런 거대한 바위로 무덤을 만들 생각을 했구나 싶었는데
저 결모습을 보고 안 사실이지만, 수만년 전에는 사실 이 돌맹이는 나무였다고 합니다.
보물로 지정된 여래석조입상입니다.
높이가 3.3m나 되는 큰 불상으로, 고려시대 작품이라 듬직하고 힘있는 조각 형태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충주댐 건설로 원래 있던 자리에서 이곳으로 이동시켰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베터리 걱정이 되던 시기라 이제부터는 그냥 설명에만 집중했네요. 그래도 이건 한장 남겼습니다.
문화재단지의 또 하나의 보물 청풍 한벽루(淸風寒碧樓)입니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대략 1300년대 고려시대에 지어진 누각으로,
조선시대까지 여러번 증축되다가 1872년 홍수로 완전히 소실되었고, 1875년 복원된 녀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3대 누각으로 이름을 떨칠만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멋진 누각이죠.
원래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나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쓴 편액(현판이라고도 하죠)이 걸려있었는데
홍수로 모두 소실되었다고 하니 정말 안타깝더군요.
누각이란 원래 지어진 위치 역시 절반을 차지한다고 할 만큼 지형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한데
충주댐 건설로 인해 원래 지어진 위치에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지만
다행히도 옮겨진 곳 역시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라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겠죠.
신발을 벗으면 한벽루 위로 올라갈수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멀리 보이는 망월산성과 망월루의 모습은
과거 조선시대의 한벽루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이겠죠.
저기까지 올라가는 데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붙어서 염장질 중인 '연리지'도 있고 볼거리는 많은데
시간관계상 도저히 저기까지는 못 올라갈 것 같아서 그냥 이렇게 풍경만 담았습니다.
안개끼는 날이 많은 청풍호 주변이라, 시야가 깨끗했다면 저곳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의 경관은
그야말로 최고가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여기까지 용케 버텨준 카메라 베터리에게 감사를...
이제부터는 겁나서 리뷰도 못하는터라 거의 필름사진 찍는 느낌으로 담았습니다. ㅡㅡ;
이제 밥먹으러 가야죠. 제천에서의 마지막 식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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