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벌초 다녀왔습니다.
타이밍도 기막히게 꽤나 더운 날이었네요.
아침 일찍 시골로 출발.

찍을만한 소재는 찾아다니면 보이는 것.
좀 성급하게 가을을 맞이하는 녀석 한 장 담아줬습니다.


배롱나무꽃이 피어 있어서 그것도.


사실 꽃 이름은 아는게 없어서 여기저기 물어서 제목 찾아봤습니다.


집안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메인 모델로 등장하는 사촌의 딸내미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네요.
무지하게 컸습니다. 제 블로그엔 이 친구 아기때부터의 발자취가 가득 담겨있죠.

태그에서 조카를 치시면 좌르륵 나옵니다.


이제 말도 하고 걸어다니고 생각도(?) 할 줄 아는것 같습니다.
아직 피부가 맑아서 사진 찍는 맛도 나구요.

하지만 좀 더 나이먹으면 슬슬 카메라를 피하는 시기가 오겠죠.


어디서 뭘 배웠는지 손가락으로 숫자 세는걸 영어로 말합니다.


낯을 많이 가려서 절 볼때마다 움찔움찔 거립니다만
카메라는 좋아하는지 제가 자세 잡으면 잘 쳐다봐 주네요.

제가 카메라 들이댈 때 피하지 않은 피사체는 이 녀석이 처음일지도?


항상 모이는 오동나무숲입니다.
이곳에 아침 일찍 일가 친척분들이 모여서, 팀을 가른 후 각각 맡은 산소에 벌초하러 떠나죠.


어른들 이야기는 저한텐 의미가 없으니 그냥 돌아다니며 사진이나 찍습니다.
이 녀석은 무릇이라는 이름의 조그마한 꽃이군요.


오동나무숲 주위엔 버섯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거진 99%가 먹으면 쥐박이처럼 변해버리는 독버섯이겠죠.
무서워라!


제초기가 없던 시절엔 (사실 없던 시절부터 벌초 가긴 했는데...) 참 어떻게 벌초했을지.
요즘엔 제초기도 업그레이드 되어 다양한 상품이 나오는 것 같더군요.


애기들의 표정 변화는 사진 찍기 좋습니다.
수동렌즈 포커스 연습도 할 겸 후지논으로 찍고 있네요.


뽀샤시하게 역광사진도 함 찍어보고...


형님이 말상대가 되어주기 때문에 그 틈을 타서 자연샷을 많이 날릴 수 있었습니다.
전 장난으로 찍는 샷 외엔 설정샷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김밥이 맛있더군요. 넵.


손도 잡고 걸아가다니. 아침에 만났을 때는 낯설어서 울었다던데...
아직 저한테는 영 접근을 못합니다.


이러다보니 정작 아버지되는 사촌동생은 전혀 사진에 담겨있질 않네요.
누가보면 저 사람이 아버진줄 알겠네.


뭐든 신기해 할 나이니 알아서 재밌게 놉니다.
분명 여자사람처럼 보이는데 제일 좋아하는 TV 프로는 파워레인저라네요.


렌즈를 바꿔 찍어봤습니다. 역시 느낌이 확 달라지네요.
광각은 재미있는 구도가 가능해서 스냅샷에도 좋군요.


여자사람들은 아이 시절의 이 뽀얀 살점을 잊지 못해서
끝없이 화장품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걸까요.


좀 놀다가 벌초하러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도로가 다 트여서 어려움없이 올라갑니다만
그런 거 없었을 시절엔 올라가는데만 2시간은 족히 걸릴 첩첩산중이군요.
산소 앞에서 패랭이꽃도 찍어봅니다.


지금 이 산소는 아버지에게 고조 할머님이셨던 분의 것입니다.
일제시대를 뛰어넘어 조선시대 살고 계셨던 분이라는 뜻이죠.

지금은 많이 내려앉았지만 그래도 요즘 봉분보다 훨씬 큽니다.
그 당시엔 꽤나 힘이 있는 집안이었을지도?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산골짜기에 이런 산소를 만들었을지...


제조기 만지는게 재미있으신지 아버지께서는 한번 제초기를 손에 넣으시면 왠만해서는 안 벗습니다.
제초기가 하나뿐이라 사실 전 할 일이 없네요. 낫으로 주섬주섬 풀을 베긴 하지만 제초기에 비하면 그냥 소꿉장난.


갈퀴도 하나뿐이라 정말 할 일이 없습니다. 그냥 사진이나 찍고 낫을 휘두를 뿐.

사진에 나온 지면 전체가 봉분이니 어느 정도 큰지 감이 잡히실런지.


벌초는 사람들에겐 예와 성을 다한 숭고한 작업이지만
곤충들 입장에서 보면 영화 '2012' 만큼의 대재앙이겠죠.
난도질 당한 방아깨비에, 얼핏 사마귀 알로 보이는 녀석들도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조그마한 뱀 한마리는 상처 없이 유유히 제 발앞을 빠져나가더군요. 행운을 빌어줬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다시 오동나무숲으로 집합.
점심 먹고 다른 곳에 위치한 산소로 차를 몰고 갈 예정입니다.

이 녀석은 사진 찍히는것도 좋아하고, 포즈도 귀염떠는 것 보다는 망가지는걸 좋아하더군요.
나중에 숙녀가 되었을 때 망가진 사진 보여주면 참 기분 좋겠죠. 흐흐흐...

사진이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