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무료 공연을 즐기게 된 것이 즐겁고 고마워서 슬쩍슬쩍 올린 사진인데
대구 재즈축제측에서 수성 아트피아 공연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김중화 집행위원장님과 김유림 기획팀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수성 아트피아까지는 보통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넉넉잡아 40분 전에 출발했는데
정말 어마무지하게 도로가 막히더군요. 가서 인사나 하고 기다리지 생각했었는데
왠걸 공연 시간에서 5분이나 늦어버렸습니다.

초대까지 해주셨는데 죄송하기 그지 없더군요. 김유림님 보고계시면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ㅡㅡ;

사진은 공연장 맨 뒷쪽에서 촬영가능하다고 하셔서 좌석표는 받았지만 그냥 뒤에 서있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촬영 불가인데 특별히 스탭증까지 넘겨주셔서 무난히 촬영 가능했네요.

운이 좋아서 슬쩍 들어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공연은 놓치지 않고 전부 감상할 수 있었군요.
첫 번째 공연의 막은 클래지콰이의 호란씨가 참여해서 화제가 되고있는 그룹 이바디 입니다.



음, 제 음악 취향이 호란씨와 그렇게 어울리는 편은 아니지만
기괴한 매력이 살아숨쉬는 코믹스 '에밀리 더 스트레인지'의 번역활동도 하셨고
음악 외적인 부분으로도 참 매력적인 분이구나 해서 관심 갖고 있었던 분이죠.


이바디는 보컬의 호란씨, 드럼의 거정씨, 베이스의 저스틴 김씨로 이루어진 밴드입니다.
호란씨가 소개할 때 이바디가 아니고 삼바디라고 말씀하신 대로(?)
2 + Body 라는 뜻이... 라고 설명하면 또 믿어버릴분이 계실까봐, 그게 아니고

'잔치'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라고 하네요.

게스트로 출연해주신 기타와 키보드 분께서도 멋진 음색을 들려주셨습니다. 이젠 오바디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트피아 공연장 제일 뒤에서, 그것도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이라
딱 제 카메라 장비에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네요.
고감도 노이즈 쩌는 구박이에 최대 조리개값이 5.6 밖에 되지 않는 구닥다리 망원렌즈 하나로
감도 최대한 올리고 노출 최대로 낮춰서 어찌저찌하게 겨우 건져낸 사진들이 요런 것들입니다.

개인 블로그에서 취미로 올리는 것이니 뭐 이 정도면 혼자서 그럭저럭 감상은 가능하겠지만
초대해 주신 주최측에겐 죄송할 따름이네요. 그저 이렇게 포스팅 열심히 해서 홍보라도 해 드려야...


클래지콰이 앨범도 그리 유심히 들어보진 않았고, 이바디라는 그룹의 음악은 이번이 첫 감상이라
섣불리 판단하긴 힘들지만, 클래지콰이와는 방향성이 상당히 다른 음악을 들려주셨습니다.

상당히 차분하고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음악이 주가 되었는데요.
호란씨의 나른하면서도 호소력있는 보컬이 굉장히 잘 어울리더군요.


중간중간 솔로 파트로 들어갈 때면 가슴이 뜀박질 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차분하고 감성적인 음색을 들려주셨습니다.
호란씨의 몽환적인 음색에 자칫 느슨해 질 수도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올려줄 곳은 확실히 올려주는 느낌을 받아서 만족했습니다.


거정씨는 드럼도 치시고 기타도 치시고...

여담이지만, 두 번의 야외 공연에 비하면 수성 아트피아는 음향시설이 워낙 빠방해서
음악 감상에는 역시 최고였습니다. 사운드가 전혀 다르군요.

하지만 야외공연은 그 나름대로 관객과의 소통도 편리하고 분위기 타기 좋기 때문에 둘 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겠죠.
조금 많이 시끌벅적했던 동성로 야외공연을 제외하면 어느 쪽이든 재즈라는 음악을 즐기기엔 더없이 훌륭한 기회였습니다.


이바디의 음악은 잠깐 눈을 감고 감상하는게 더 좋았다는 느낌입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부들부들해 진다고 할까요.


보컬이 있는 그룹이라서 당연하겠지만
조명이 호란씨에게 좀 집중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촬영시에는 조금 아쉬웠네요.
그저 사진이 잘 찍히지 않은 본인의 개인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이바디의 앨범 전체를 들어보질 못해서 뭐라 단정짓긴 힘들지만
일단 호란씨가 이번 공연에 쓰인 음악은 전부 본인들 노래라고 말씀하셨으니 생각해 보는데...

클래지콰이에서 들려운 음악과는 상당히 다른, 서정성이 몇 배는 증폭된 듯한 느낌입니다.
호란씨의 목소리가 이런 음악과도 이렇게 어울리는구나 싶어서 조금 놀랐죠.


음악만큼이나 중간중간 멘트도 나긋나긋하게 말씀하셔서
조금 더 나긋해지면 이소라씨 멘트와 비슷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 봤습니다.

대중적으로는 역시 호란씨의 위치가 부각되긴 하겠지만
잘 들어보면 밴드 전체의 분위기에 호란씨의 보컬이 잘 녹아들어간 느낌이라
클래지콰이와는 다른, 새롭게 즐길만한 밴드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헐레벌떡 뛰어와 미안한 마음과 쿵쿵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 이바디의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