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과는 관계없지만 얼마전에 아버지께서 법무사 사무실을 옮기셨습니다.
이사 당시 저는 동해안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었던 터라
도와드리지 못한 것도 있고 해서 카메라들고 풍경이나 담으러 가 봤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무실 단장이나 이런거 전혀 못하시는 타입이라
아마 엄니께서 가보신다면 이것저것 바꾸고 싶어하실 것 같더군요.
예전이라면 아마 사무실이 가득 찰 정도로 화환이 넘쳐났겠지만, 일선에서 물러난지 오래 된 결과는...


사진이 소소한 취미인 아버지 친구분이 찍으신 야생화 사진입니다.
마음에 들어하시길래 제가 액자로 만들어서 드렸죠.

소소한 취미라도 해도 라이카를 들고 산을 타시는 분이라... 같은 취미라 적어놓고 자금력의 차이가 저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 ㅡㅡ;


일평생 공무원만 하셨던 아버지고
너무 젊은 나이부터 고위공무원을 맡으셔서 (아마 대한민국 최연소 XXX 라는 타이틀이 꽤 많을겁니다)
오히려 영업직이나 마찬가지인 법무사 일은 좀 힘들어 하시는 듯 합니다.

엄니께서도 이미 무급으로 봉사활동하러 계속 교장직을 맡고 계시니 아버지께서 노력하셔야...
저도 그냥 손놓고 볼 수는 없으니 사무소 이사비용을 조금 보태드렸습니다. 덕분에 알거지 상태. T_T


대구는 특히 불경기라 여러가지로 힘들지만
뭐, 여태 쌓아오신 경험이 있으니 잘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다치고 지난주가 아버지 생신이었습니다. 음력을 쓰시기 때문에 매년 생신날짜가 바뀌죠.
주민등록번호에 111111이 찍히길 원해서 재왕절개까지 서슴치 않는 정신나간 부모들이 창궐하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주말에 서울 가셔야 된다고 해서, 서울의 형님부부 집에서 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거하게 돈들여서 식당 가면야 듬직하게 먹을 순 있겠지만
정성도 안느껴지고, 금액도 수 배이상 차이나는데다, 요리 질은 집에서 만드는것보다 떨어질 테니.
다행인지 가족 모두 외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진수성찬을 맛보는데 불평은 없었습니다.


귀차니즘의 화신인 형님과는 달리 요리 꼼꼼하게 잘 하는 형수님 덕분에
초호화 건강식임에도 맛없는 요리는 하나도 없는 훌륭한 만찬이 이미 서울서 완성되어 있더군요.


생신 안챙겨드리기도 뭣한데 대구 내려가서 음식 준비하기는 여러가지로 힘든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이랄까 아버지께서 서울 올라오실 일이 생겨서 덩달아 엄니와 저도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후 사하라 맴버 나침반님도 만나고 서울 시내를 신나게 걸어다녔죠. 지하철 8 정거장쯤 걸어다녔나?


걸어다니는건 좋아하지만 이날은 점심을 너무 호화스럽게 먹어서
밤 11시에 돌아올 때까지도 배가 불러서 조금 고생했습니다. 평소 이렇게 안먹다가 먹으니.


저는 왠만해서는 못하는 '폼나게 장식하기'까지 해 놓은 녀석이네요.


갈치에 더덕무침에 해산물을 넣은 전요리까지...
형수님 힘드셨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 이해해 주실거라 생각합니다.


주위 이야기 들어보면 요즘 제 나이때의 부부들은 아예 밥 자체를 안만들어먹는 곳도 꽤 있는 듯 하네요.
'이대 여자는 손에 물 안묻힌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이건 카더라통신이 아니고 진짜입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물론 피곤할테고, 요즘 세상에 여자만 식사준비한다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럴때면 꼬박꼬박 밥 만들어 먹는게 자랑스럽지, 평생 바깥 음식만 먹어대는게 왜 자랑스러운 일인지는 모르겠네요.

형수가 건강과 음식 잘 챙기는 분이라 형님은 다행인줄 알아야 할듯.
아무튼 요즘 거의 혼자서만 된장찌개를 벗삼아 밥 먹던 저한테는 어마어마한 만찬이었습니다.
물론 된장찌개가 질렸다는 말은 아니구요. 몇달동안 똑같은 것 먹어도 불평없는 성격이라.
맛있어서 생각보다 많이 먹다보니 저녁 내내 배가 폭발할 것 같았습니다만, 어쟀든 잘 놀다 왔습니다.

아, 전 생신 선물로 스마트폰 가죽 케이스 하나 끼워드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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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신 :: 2011. 11. 15. 21:16 Photo 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