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께서 학교에서 받아오신 맷돼지 고기입니다.
직원분중 한명이 잡은 녀석이라는데, 총 맞고 죽은 야생 맷돼지로군요.

맷돼지는 일반 돼지고기보다 향과 맛이 진하고 지방이 적어 좀 질깁니다.
일본서는 일반 돼지와 맷돼지를 교접시켜서 만드는 猪豚 라는 고기가 몇몇 지방 명물로 잘 알려져 있죠.
맛은 맷돼지처럼 농후하고, 고기가 질기지 않아서 상당히 맛있는 고기였습니다.

맷돼지고기는 소금구이로 먹기 위해서는 나름 숙련된 조리방법을 필요로 합니다.
지방이 적어 타기 쉬운 이 녀석의 비린내를 없애고 질기지 않게 구워내려면
꼬치에 끼워 숯불 위에서 시간 조절을 잘 해가며 돌려야 하더군요.

물론 집에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으니 한국서는 쉽게쉽게 불고기 양념장에 하루정도 재워놓은 후에 먹는게 낫습니다.
일단 양념장 만들기 전에 야생 맷돼지 맛이나 볼까 싶어서 조금만 잘라 소금구이를 해 봤습니다.


지방층이 없는건 아니지만 야생 맷돼지는 마블링이라건가 하는 층이 아예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비계부분을 조금 떼어내서 미리 팬을 충분히 적셔놓는게 좋습니다. 아님 금방 늘어붙어 버리니까요.


질긴 걸 감안해서 조금씩 칼집을 내 놓고 굽습니다.
기름을 나름 많이 적셔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저 정도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더군요.


돼지치고는 기름이 신기할 정도로 적어서 금새 바싹 말라버리는군요.
그래도 덜 익힐수는 없으니 불을 줄이고 진득하게 굽습니다.
이러면 사실 맛이 없는데, 제대로 된 요리법은 아파트에서 실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아서...


먹어보니 확실히 조금 질기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잡내도 없고 씹는맛도 괜찮네요.
돼지고기보단 맛이 진하고, 닭가슴살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기름이 적습니다.
그냥 시식만 해보는 것이니, 엄니하고 둘이 서서 이대로 다 집어먹어 버렸습니다.
엄니께서 양념장 만들기 귀찮다고 하시니 저녁에 슈퍼에서 불고기용 양념이란거 사서 재워버려야겠네요.

그런고로 내일 포스팅은 아마 양념 맷돼지고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가뜩이나 매마른 블로그에 맷돼지 한마리가 우려먹을 소스를 남겨주네요. 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