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미국서 귀국한 강군부부가 집에서 밥 한끼 먹으러 오라고 해서 갔습니다.
강군 부모님댁이 실로 오랜만에 이사를 하셔서 집구경하려는 의도도 좀 있었죠.
원래 그랬는지 미국살면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는 꼬막을 만들어주겠다며 시계까지 내려다 보며 정확하게 꼬막 삶는 시간을 지키는 강군.
정확히 1분이 되자 후다닥 건져냅니다.
저렇게 입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 정도까지 살짝 삶아낸 녀석이 부드럽고 맛있다네요.
꼬막에 대한 강군의 열정과 집착에 고개가 수그려집니다?
이사하신 아파트는 그야말로 드라마 촬영장을 방불케하는 어마어마한 광경이었습니다.
몇십 년이나 된 아파트지만 당시 최고급 VIP 만을 위해 지어진 녀석이라서
리모델링을 거친 집은 뭔가 아파트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의 별천지더군요.
게다가 강군 부모님은 두분 다 예술가.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전부 강군 어머님이 그리신 것들이죠.
실내 벽돌과 함께 조화를 맞추는 목재 디자인은 모두 부모님께서 직접 계획하셨다고 합니다.
애초에 이런 곳으로 이사하게 된 이유도
아버님 서재와 어머님 화실이 필요해서라고 하시니.
대한민국 아파트중에서 이만큼 느낌좋은 곳은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남의 집자랑을 이정도로 하고 술과 함께 준비해주신 횟감들을 음미하기로 하죠.
혼을 불어넣은 꼬막이라서 그런지 부들부들하고 짭쪼름한 맛이 일품입니다.
이걸 요리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시계까지 끌러가며 요리사의 정신을 보여줬으니.
강군 결혼할 때 카메라 추천해달래서 추천해준 니콘 D80 입니다.
보급형 모델중에서 이만큼 잘 빠진 녀석이 또 없더군요.
근데 와이프분이 저한테 사진찍히기를 싫어하시며 자꾸 도망가는 바람에
결국 강군만 신나게 찍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외모가 어디가서 꿀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시남...
제가 좋아한다고 개불까지 준비해놓은 준비성좋은 강군입니다.
강군 부모님과는 중학교때부터 잘 알고 지내와서 오랜만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군요.
중간에 강군의 고등학교 친구까지 불러서 좀 더 거하게 술을 마시며 꼬막을 뜯어먹었습니다만
그 친구분은 와이프와 두살난 아이가 기다리고 있어서 조금 일찍 자리를 떴네요.
와이프를 12시까지 기다리게 하는건 좀 후환이 두렵긴 합니다만...
대구 본가의 제 방안에도 오른쪽과 똑같은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강군 어머님 첫 개인전 여실 때 선물로 저한테 주셨죠.
이런 걸 값도 지불하지 않고 덥석 가져오는 바람에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만.
제가 마음에 들었던 이 그림이 사실 어머님 작품중에 제일 인기가 많다고 하시는군요.
저한테도 예술을 간파하는 눈이 달려 있는건지도.
새벽까지 회판에 술판에 광란의 밤을 보내다가
강군 엄니께서 준비해 주신 매실차 한잔으로 상황을 종료했습니다.
이건 강군이 제 카메라 만지면서 찍은 사진인데,
과연 더블 예술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남 카메라로도 잘 담아내는군요.
도망가는 와이프분 대신에 포즈도 잘 취해주는 강군입니다.
오늘은 저희 집에서 밥 좀 먹일려고 불러놨으니 내일도 어쩌면 이런 식의 포스팅이 될지도...
근데 와이프분이 도망가서 그닥 찍을게 없고... 그냥 음식 사진이나 올라갈 것 같군요.
내년까지 열심히 하면 박사과정도 끝날 듯 한데, 한숨 돌릴만한 인생이 되면 여행이라도 같이 가고 싶습니다.
사하라 같이 가자면 와이프분한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서 그냥 여행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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