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펜하우스


여전히 미니어쳐 부스로 꾸준히 출품중인 푸펜하우스입니다.
제가 다녀온 몇년간의 전시회중 가장 출품작의 변화가 적은 곳이기도 한데
올해는 만지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작품들 앞에 아크릴판을 가려놨네요.

아크릴판도 그닥 깨끗하질 않아서, 아크릴에 가리지 않은 건물 2층쪽만 찍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이렇게 구도를 높게 잡고 촬영할 수 밖에 없었군요.
아이들 관리하나 못하는 부모들이 이런 곳을 찾아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저하고 나이차이 얼마 안나는 듯한 커플이 지지선 안으로 쑤욱 들어가서 기념사진 찍는 모습을 보니
내구력이 약한 미니어쳐 부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만약 저라면 부스 상주 인원을 늘리더라도 직접 제지를 하면서 아크릴판은 치우겠습니다.
관객들도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작품 감상하러 왔는데, 가뜩이나 디테일이 중요한 미니어쳐에
아크릴판 하나 건너서 감상한다는 것은...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이곳 부스는 한쪽에 작품이라 부를 만한 적당한 퀄리티의 미니어쳐를 배치하고
다른 한쪽에는 초보자들 교육 목적 혹은 예시를 위한 기초적인 미니어쳐를 배치합니다.
최근 몇년간 거의 똑같은 모습이라서, 이곳 부스에 가면 그냥 안봐도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할까요.

대만의 미니어쳐 박물관처럼 세계 일류급의 미니어쳐와 비교되기엔 불쌍할 정도 수준이지만
거의 변화가 없는 구성 탓인지 점점 이 부스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보물찾기 하듯이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보면 괜찮은 포인트를 만나기도 합니다.
제 손톱보다 작은 산세베리아와 어항에 들어있는 금붕어, 그리고 실제와 다름없는 벽돌의 질감은 대단하군요.


분명 불이 켜져있어야 할 집안이 어둡거나 해서 감상이 힘든 작품도 있었고...
어째 인형전시회의 관객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걸까요.
지지선도 작품에서 전체적으로 멀어진 느낌이고, 쓰러지거나 불이 안들어오는 작품도 있는 걸 보면.


자주 봐서 그런지 이제는 단순한 디테일 자랑만으로는 감흥이 없습니다.
소재의 종류, 배치, 색감의 조화 등등 신경을 많이 써야만 하는 장르라서
이번 전시품들은 그닥 마음에 드는게 없었네요.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곳은 이렇게 사진으로 남기고 있습니다만
내년에도 얼룩덜룩한 아크릴판으로 가려져 있다면 아마 이곳은 패스할지도 모르겠군요.


소홍비스크


이곳도 꾸준히 비스크돌을 출품하는 부스입니다.
의상과 머리카락은 바뀌어도, 문득 낯익은 얼굴의 인형을 발견하곤 합니다만
비스크돌이 워낙 고가인데다가 만들기도 쉽지 않아서 그 정도는 이해합니다.
과자의 집 앞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할머니인데... 이게 헨젤과 그레텔이라면 저분은 무서운 분이겠죠.


발랄한 표정이 인상적인 인형이었습니다. 특히 오무린 입술이 앙증맞네요.


살짝 바비인형틱한 녀석도 있네요.
입술이 반짝반짝한게 일본의 사과사탕이 생각났습니다.

그러고보니 일본의 빈티지 비스크돌은 4~5백만쯤 하던데, 여기 녀석들의 몸값은 어떨지 궁금하더군요.


동화하고 관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빨간두건입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빨간두건이 나왔었는데, 이 친구는 허리춤에 도끼를 끼고 있진 않군요.
아이들에게는 손떨려서 못만지게 하겠지만... 이 정도 퀄리티라면 어른들에게도 인기 있을것 같습니다.


이쪽 부스에서 가장 마음에 들던 인형.
뒷 배경과 오래된 자전거의 디테일, 포근한 옷감과 아이들의 특징을 잘 살린 얼굴표정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습니다.
비스크돌의 자랑거리인 자연스러운 얼굴색도 한몫 하고 있겠죠.


얘는 나름 귀엽긴 한데... 조금은 늙어보이는 듯한 느낌도 드는군요.
웃는 표정 자체는 굉장히 잘 살렸다고 봅니다.


김진경 작가


클레이아트를 선보이신 김진경님의 부스입니다.
지난 번 포스팅의 풀잎문화센터 부스에서도 클레이아트를 선보였었는데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부스답게 직설적이고 간결한 작품을 선보인 풀잎문화센터와 반대로
김진경님은 진한 원색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실 인물들의 특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셨더군요.

자신의 삶과 운명, 그리고 바깥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고통스러운 투쟁을 계속하며
그 투쟁을 예술의 힘을 빌어 승화시킨 여인 프리다 칼로의 인형입니다.

영화보다 더 기구한 삶을 살다 스스로 그 무게를 놓아버린 그녀의 작품은 이미 멕시코에서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클레이아트로 다시 접하게 되니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2008년도 인형전시회의 세계명화인형전 부스에서도 그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새로운 것 같았습니다.


작품과 캐릭터를 한번에 잡질 못해서 이렇게 나왔지만
그리고 있는 작품을 잘 보시면 금방 이중섭 화백이라는걸 알아차릴 수 있을 듯.

전쟁 후의 피폐한 한국사회에서, 극도의 가난 속에서도 그림을 포기할 수 없었던 분이죠.
예술이란 건 인간의 고통을 먹고 자라나는 달콤한 과일과도 같은 것일까요.


그러고보니 프리다 칼로나 이중섭이나 반 고흐나 예술이라는 이름의 독에 중독된 작가들이 아닌가 싶네요.


고흐는 폴 고갱과 더불어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라서
점토로 훌륭하게 표현해 낸 팰트모자의 자화상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20세기 유럽 미술을 뒤흔든 불멸의 예술가 두 명이 함께 지낸 '노란 집'은 저한테 성지와도 같은 느낌입니다.

불행히도 프랑스에서는 머물 시간이 너무 촉박해 아를까지 가 보지 못했습니다만
좀 더 느긋하고 충분히 즐기기 위해 잠시 미뤄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와 버금가는 유일한 조각가로 일컬어지는 오귀스트 로댕의 모습도 보이는군요.
어떤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겠지만, 조각이란 장르는 실물을 직접 보지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예전 로댕전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각엔 그닥 관심이 없기도 했고, 한국이 아니라서 작품 해설에 애를 먹었지만
실제 로댕의 작품을 눈 앞에서 보니 몸이 덜덜 떨렸던 경험을 한 적이 있네요.


볼륨돌



이전 포스팅의 '블룸돌'이 아니라 '볼륨돌' 입니다.
헝겊인형 부스였는데, 크게 임팩트있는 작품은 눈에 띄지 않더군요.


역시 부스 돌아보는 동선도 관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앞서 뛰어난 퀄리티의 인형들을 보고 돌아오니
딱히 떨어지는 편이 아님에도 그닥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없었습니다.


약간은 호기심있게 쳐다봤던 천사 인형.
올누드여서 그랬을까요... 날개의 표현과 주렁주렁한 머리칼이 인상적이었다고 봅니다.


이곳 부스에서 제일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눈의 여왕이라는 느낌에 맞게 색온도를 확 낮춰봤는데, 나름 어울리는군요.


닥종이 갤러리


닥종이인형 부스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이곳도 김현정님 부스 못지않게 굉장한 퀄리티를 자랑하더군요.
표정이 조금 더 차분했고, 배경과 소재에서 현실감이 더 느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인형들 전시가 조금 빡빡하게 되어 있어서 카메라에 담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중 참 인상깊었던 인형입니다.
그 옛날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과 거무잡잡한 손을 훌륭하게 표현하셨습니다.
구겨진 삼배치마에서 삶의 애환이 느껴지네요. 업혀있는 아이는 지금쯤 할아버지가 되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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