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형님부부네 집에 물자 조달하러 거대한 아버지 자동차를 끌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자동차 운전은 정말 싫어하지만 내가 안가면 너네 형은 굶어죽거나, 짐 들고 올라가다 허리 부러진다는 엄니의 부탁에
사실은 들고 KTX 타도 아무렇지도 않을 짐을 차에 싣고 달려갈 수 밖에 없었네요.

 

전 대학생때 대구서 서울까지 집에서 쓰던 컴퓨터 전체를 보자기에 싸서 새마을호 타고 갔는데 뭘...
지금처럼 LCD 모니터도 아니고 19인치 CRT를 본체와 함께 들고 말이죠. 형님은 벌써부터 골다공증인가.

 

이 날은 핸들이 휘청거릴 정도로 엄청난 강풍이 불었더랬습니다.

고속도로 반대 차선의 표지판을 제가 읽을 수 있는 날이기도 했죠. (잘 생각해 보시면 무슨 뜻인지 이미지가 떠오르실 것)

 

가끔 150km 이상 질주하며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믿힌색히가 출몰하긴 했지만

소풍가는듯한 초딩들의 버스 수십대가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되려 감속하며 달릴 수 있었네요.

2시간쯤 달리다가 휴게소에서 잠깐 바람 구경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애들은 날아가겠더군요.

 

바람덕에 하늘은 맑고 구름은 빠르게 흘러가는게 꽤나 멋져보여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담아봅니다.

 

 

 

하늘은 역시 구름으로 양념이 좀 되어 있어야 하늘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름한점 없는 하늘은 뭔가 좀 공허해 보이더군요. 날아다니다 보면 가끔 구름속에서 좀 쉬어주기도 해야 할 테니.

왠지 트리 오브 라이프가 생각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조금씩 담아는 보는데, 아무리 광각을 쓰던 망원을 쓰던 하늘을 마음 가는대로 담기란 쉽지 않군요.

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나면 아직 담아내지 못한 부분들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습니다.

초광각이나 어안을 쓰면 다 담을려나 싶지만, 그건 제 눈이 느끼던 그 모습은 아니라서.

 

하늘만 담으니 마음이 붕 떠서 그런가 싶어 휴게소로 발 밑을 좀 안정시켜 보는데, 그래도 뭔가 좀...

 

 

 

카메라의 센서란 좀 괴팍하게 민감해서, 입사각을 달리해서 담아보면 느낌이 좀 살까 싶어 시도해봅니다.

파인더에 담긴 하늘도 나쁘진 않은데...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드는군요.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나서 나름대로 결론내리길

 

하늘이란 너무 대단한 녀석이라서

항상 파인더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진의 주인공인 저 자신이 너무 작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담아봤습니다. 욕심은 금물.

이제 좀 하늘과 가까워 진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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