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서울 갔을때 나침반님과 만나서 서울숲 산책을 했습니다.

걷는걸 좋아하시니 만나면 하염없이 걷긴 하는데, 기왕이면 공기라도 좀 좋은 곳을 걷고 싶어서.

날씨 화창할때부터 좀 걱정되긴 했지만 역시 사람이 참으로 많더군요. 거기다가 꽃은 피지도 않았을 때라서.

크기는 참 넓지만 공원이라기 보다는 그냥 산책로라고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이 좀 산만하고 특징이 없어서 말이죠.

 

대구는 이제 벚꽃은 다 지고 나머지 꽃들이 바톤을 이어받고 있는데, 이 사진들은 2주일도 전의 것들이라서 아직 황량합니다.

 

 

 

서울숲 지근거리에 서 있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갤러리아 포레.

원래 이곳 뚝섬역 근처는 상당히 빈곤한 동네였는데, 이젠 이런 것까지 생기는군요.

출입구쪽에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아닌, 한 주먹 하게 생긴 검은 정장의 요원 두명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게 저 아파트의 정체성이죠. 100평짜리 고급 감옥.

 

 

 

나침반님이 조만간 카메라를 구입하실 예정이라 조금씩 카메라 설명도 곁들여가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근데 뭐 제가 남한테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지식이 많은 건 아니라서

책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이야기들만 해 드렸으니, 앞으로는 본인의 색깔을 찾으셔야겠죠.

 

 

 

서울숲엔 애들 데리고 온 가족들과, 외국인들이 꽤나 많이 보였습니다.

애들 노는 모습은 잘 찍으면 좋은 피사체가 되는데, 소심한 저로서는 도촬하기도 뭣해서 그냥 이런것만 찍고 있죠.

그림 참 리얼하네요.

 

 

 

재미있게 날리던 연이 저기 걸렸을 때의 심정을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바람 불때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었으면 저 모습 그대로 낙엽이 되어버렸을까요.

그럼에도 잎사귀가 떨어지지 않았다는게 더욱 신기합니다.

 

 

혹독했던 시기의 흔적들과 더불어 봄의 기운도 여기저기서 느껴지는군요.

왠지 노란색 꽃은 봄의 시작을 알린다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이 녀석 원래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말라있는 모습이 참 특이합니다.

 

 

 

서울숲 자체는 아직 갈색 빛이 강하지만, 커플들은 아주 활활 타오르더군요.

물론 소심해서 뒷사진만 남겨왔지만 몇몇 커플들은 장장 12초 정도 키스ing 중이었습니다.

한국도 젊은 사람들은 상당히 개방적이 된 듯 하네요. 경사로세.

다음엔 옷도 훌떡훌떡 벗어주면 더욱 보기 좋겠지만, 그건 아마 범죄겠죠?

 

 

 

이곳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은 너무 조밀하게 심어진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담양이나 대구의 메타세콰이아 길은 사진 스팟으로 매우 유명한데, 여기는 그닥 매력이 없네요.

 

여담으로 이 메타세콰이아는 은행나무와 함께 세계에서 1속 1종만 존재하는 멸종위기 식물입니다.

물론 야생나무가 그렇다는 것이고 가로수로는 많이 쓰이고 있지만, 1속 1종이라는 점은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위태위태하죠.

 

 

 

망원도 들고 나갔으니 멀리 떨어져서 대담한 도촬도 한번 해봅니다.

일부러 담으려던건 아닌데 마침 셔터 누르는 순간 여자사람분이 포즈를 취해 주셔서 괜찮은 느낌을 건졌네요.

공원 구석에서는 코스프레 촬영회라도 열렸는지 알록달록한 캐릭터 복장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학생때 봤다면 어느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인지 금방 파악했겠지만 이제는 무리군요.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처음 사용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 드리고 싶은 건 역시 화각에 따른 피사체의 변화이기 때문에

24mm 광각과 70-300mm 망원 렌즈 두 개를 가지고 요런 느낌이란 걸 조금씩이나마 보여드렸습니다.

 

전 바깥에서는 시야를 한 곳에 집중시키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제 취향에는 광각렌즈가 더 맞는 것 같지만, 광각은 필요없는 것 쳐내면서 원하는 바만 담기가 힘든 편이죠.

광각으로 크게 들이대지 않으면서도 담을 것만 딱딱 담는 작가분들 사진이 부러운 이유입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서울숲도 좀 더 푸르게 변했으려나요. 대구가 한창이니 서울은 조금 더 있어야 할지도.

일단 노란색으로 기분을 달래봤습니다. 서울숲 외각으로 갈수록 사람이 적어져서 좀 여유가 생겼네요.

 

 

 

코스프레 촬영하는걸 보고 저도 일단 나침반님 사진 한장 남겨드렸습니다.

인물사진은 그닥 많이 찍는 편이 아니라서 항상 좀 불만이지만, 연습하다보면 좋아지겠죠.

 

나침반님의 여행은 제 여행이기도 하니, 마음으로나마 응원하고 있습니다.

 

 

 

빛의 방향에 따른 피사체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한 장.

찍어놓고 보니, 역시 제가 가르쳐드리는건 좀 주제넘는 일이 아닌가 싶네요.

 

 

 

50mm 단렌즈의 심도와, 수동 포커스의 난점을 이야기하는 도중에 슬쩍 찍어본 사진입니다.

수동렌즈를 꾸준히 쓰는 터라 완전히 핀이 나가버리진 않았네요. 다행입니다.

제가 쓰는 카메라 자체가 오토 포커스도 느리고 동체추적도 없는거나 마찬가지라서

사실 AF 가능한 렌즈를 써도 이것만큼 나오지 않아서 생긴 노하우라고 할까요. 왠지 서글프군요.

 

저녁즈음부터 카메라는 뚜껑 닫아버리고 건대까지 걸어가서 괜찮은 치맥집에서 한잔 당기며

서로서로 일반인들과는 조~금 생활 패턴이 틀린 일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Vagabonding' 이라는 책을 소개해 드렸는데, 그 책에서 느낀 감정이 저와 같다는 걸 알고 참 기뻤네요.

책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100시간 200시간을 이야기해도 공감하기 힘든 소통의 애매함을

일순 시원하게 풀어주는 소화제 같은 느낌이랄까요. 밖에서 사람 만나는 가장 큰 목표가 이것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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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산책 :: 2012. 4. 20. 12:24 Photo 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