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 이 음악을 안들어 보신 분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아마도 귀에 익은건 전설적인 92년 MTV Unplugged 버전일 가능성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오리지날 앨범이 1970년에 발매되었으니, 리얼타임 세대라면 지금쯤 아무리 젊어도 50대는 넘었을 듯.

물론 Unplugged 와 22년이라는 세월이 차이가 있으니 듣기야 다 들어보셨겠지만, 한국에서는 역시 MTV 버전이 압도적이었고.

 

저 역시 국민학교때 Unplugged 앨범을 먼저 들었습니다, 그 후 오리지날을 들었을 때의 컬쳐쇼크는 대단했었죠.

저절로 손가락이 리듬을 타며 들썩들썩했던 MTV 버전을 생각하며 첫 감상을 했을 때는 시작부터 한방 맞은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레드 제플린의 전신 '야드버즈'의 멤버, 최고의 블루스밴드 '블루스 브레이커스'의 멤버, 락 역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수퍼밴드 '크림'의 멤버.

현대 대중가요의 역사를 이끌어온 에릭 클랩튼이 참여한 마지막 밴드인 '데릭 & 도미노스'

그 밴드가 남긴 유일한 앨범 'Layla And Other Assorted Love Songs'에 수록된 곡입니다.

원래 '델라니 & 보니 & 프렌즈' 멤버에 에릭이 합세한 형태였기도 했으니, 단 한 장의 앨범만 남기고 사라진 밴드가 되어버렸죠.

 

에릭의 기타에 결코 뒤지지 않는 거장 듀언 올맨도 참여해서 신들린 솜씨를 뽐내는데,

이 Layla 의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폭발적인 슬라이드 기타 연주는 제가 알고 있던 Unplugged 버전의 환상을 박살내버렸습니다.

 

 

 

 

비틀즈 조지 해리슨의 마누라 패티 보이드에 대한 사랑과 열망을 절규하듯이 써내려간 이 앨범은

위에서 언급한 Layla 는 말할것도 없이, 제가 에릭의 음악중 가장 좋아하는 'Bell Bottom Blues' 와

가사의 내용이 참으로 심금을 울리는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등등, 왠만한 앨범의 타이틀곡으로도

손색이 없는 명곡들이 빼곡하게 포진해 있는, 화려해도 너무 화려한 앨범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명반입니다.

 

조지 해리슨과의 갈등, 패티 보이드에 대한 갈망과 좌절 등으로 크게 상심했던 에릭이

헤로인에 쩔어 악보도 없는 스튜디오 안에서 되는대로 중얼거리고 기타를 튕기며 생명을 불태우듯이 만들어 낸 녀석이기도 하죠.

사람에게서 예술이 창조되는 근원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광기와 갈망이 반드시 스며들어 있다는 지론을 느끼게 해 준 앨범입니다.

 

이 앨범에는 에릭과 함께 영혼을 나누던 절친인 지미 핸드릭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의 명곡인 'Little Wing'도 리메이크 되어 있었는데

앨범 발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미 핸드릭스가 사망하고, Layla 의 기타리스트 듀언 올맨도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크게 실의에 빠진 에릭은 약물에 빠져 긴 암흑기에 빠져들었고, 두 번 다시 밴드를 결성하지 않은 채 솔로활동을 하게 되죠.

 

그의 음악 스타일도 이 앨범을 기점으로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으니, 여러가지로 애증가득한 녀석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도 오랜만에 감상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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