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 찍은 사진은 아니고 좀 묵은 녀석입니다만

후덥지근하고 하늘도 탁하고 해서 뭔가 의욕이 안 생기는 하루로군요.

책이나 좀 읽을까 했지만 분위기가 살지 않아서 그냥 예전에 찍었던 일상의 사진이라도 올려봅니다.

 

차 마시며 먹었던 키위인데, 이 녀석 잘라놓고 보니 하트모양이랄까, 배트맨 모양이랄까 생긱이 나서

이런 사소한 것들이라도 차 마시며 이야기 하기에는 좋은 안주거리가 되니 카메라 들고 한장 남겨봤습니다.

찍고보니 예전에 쓰던 접사렌즈를 그대로 마운트 해놓아서, 그럼 이번에는 접사로만 한번 담아보자고 생각.

 

 

 

보이차 마실 때 자주 이용하는 자사호입니다. 대만여행중 사온 녀석인데

예술적인 가치는 당연히 없지만 덩치 크고 물빠짐 좋고 흙도 나쁘지 않은걸 사용했기 때문에

집에서 홀짝홀짝 마실때는 어디하나 빠지는게 없는 훌륭한 녀석이죠. 거기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는데

한국에 데려오면 돈 좀 나갈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시세는 모르겠지만 10만원쯤 하려나요.

 

손잡이 부분이 쭉 올라와 있는게 보이실텐데요. 저게 뚜껑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걱정없이 차를 들이부어도 뚜껑이 떨어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손이 커서 보통 자사호를 써도 충분히 엄지손가락으로 공기구멍 옆을 잡아줄 수 있는 터라 크게 상관은 없지만

내구력이 꽤 약한 축에 들어가는 자사호 뚜껑이 깨어지지 않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 녀석에게 점수를 주고 싶군요.

 

 

 

아주 예전에 자사호 전시회 다녀온 사진도 있으니 링크 걸어둡니다.

자사호는 기본적인 물빠짐과 흙의 통기성 등등을 만족하면 차 마시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죠.

 

명나라 시대부터 내려오던 공예의 한 갈래이기 때문에, 비싼 자사호들은 대부분 작가가 만든 예술품 취급받기 때문에 비싼 것이고

단지 차를 마신다는 데 있어서는 이 정도 자사호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이건 엄니께서 애용하시는 찻잔이군요.

전통 방식의 찻잔과는 전혀 다르지만, 잔이 두 겹으로 되어 있고, 빈 부분에 공기가 들어 있어서

잔이 뜨거워 지지 않기 때문에 쉽게 들 수 있습니다.

 

중국 전통 찻잔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뜨거운 차를 부으면 도저히 몸통 부분을 잡을수가 없어서

다들 찻잔 머리부분을 살짝 잡고 마시게 되는데, 이 녀석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죠.

 

하지만 차의 온도를 손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무심코 홀짝 마셨다가 입천장 다 벗겨지는 참사도 일어납니다.

통각이라는 요소가 신체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처럼, 이 녀석은 편한만큼 위험하기도 한 양면성을 지녔죠.

 

 

 

요즘엔 그다지 쓰지 않고 그냥 감상용으로 놔두고 있는 자사호입니다.

제가 엄니 생신 선물로 사 드렸던 작품인데, 이건 그냥 대량생산 판매용이 아니라

중국 작가의 공예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좀 나갑니다. 지금 이 작가의 동일작품이라고 하면 최소 백은 넘겠군요.

 

작가의 이름과 연표, 누구에게 기술을 사사받았는가 등등을 고려해서, 앞으로 크게 될 작가를 예상해서

미리미리 구입후 몸값이 오르는 것을 기다리는, 투자 형식의 구매자들도 꽤나 있긴 합니다만

전 순수하게 이 녀석 모양이 참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구입했네요.

 

 

 

자사호는 유약을 바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옹기와 같이 숨구멍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같은 종류의 차를 꾸준히 오래 마시고 잘 보관하면, 나중엔 그냥 뜨거운 맹물을 넣어도 향이 우러난다고 하네요.

이 녀석이야 뭐, 흙의 퀄리티 같은 걸 따질 레벨은 아니고... 깔끔하고 치장 없는 모습을 좋아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세심하게 새겨넣은 글씨와 풍경 그림이 의외로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림 세겨진 녀석을 구입한 건 이게 최초고 최후였습니다.

 

 

 

엄니께서는 싸구려 자사호도 귀엽다 싶으면 많이들 사 오셨기 때문에

싸구려 자사호에 세겨진 그림을 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쪽엔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 녀석은 처음 본 순간 전 그림이 전체 분위기와 묘하게 잘 조합되어 있어서 꽤나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신 선물로 사드렸는데 막상 엄니께서는 손떨려서 못 쓰시겠다고, 그리 자주 쓰지는 않으시네요.

요즘엔 대부분 제가 차를 타고 있으니, 가끔 이녀석을 다시 써볼까 합니다. 보관 잘하면 제가 죽을때까지는 무난히 사용할 듯.

 

 

 

사실 보이차는 말차나 녹차와 달리 따로 간식거리를 안 먹는게 제일 좋습니다.

속에 부담이 가는 차도 아니고, 맛이 부드러운데다 향이 강한 편이라서, 간식을 먹으면 오히려 혀가 어색해지죠.

하지만 뭐, 그런 격식 따지며 마실 필요가 없는게 차라는 녀석이니 저희 집에선 간식도 신나게 먹습니다.

 

기껏 FTA 효과라는게 '우리 궁민이 이제 체리를 관세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따위의 헛소리나 지껄여대는 통에

과일에는 죄가 없지만 요즘 시선이 영 떨떠름해지는 체리를 먹습니다.

 

맛은 있네요. 많이 익은 녀석은 살짝 탄산 비슷하게 톡 쏘는 느낌까지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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