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대구국제재즈축제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여행중이었던 2010년에는 관람하지 못했지만 그 외엔 대강대강 보러 가던 공연인데요.

작년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덕에 재즈축제 규모도 상당히 커져서 화려한 여름밤을 보낸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일단 육상대회도 끝이 났고 해서 규모는 작년에 비해 조금 아담해 진 편입니다만

여전히 상당한 실력파들이 여기저기서 참가해 주시는 덕분에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번에는 대구에 특화된 문화이벤트 소설커머스 사이트인 '이놀자'에서 전 공연 무료관람, 사진촬영이 가능한 프레스 데뷰어 안내를 해주셔서

작년과 달리 좀 더 정식으로 활동하면서 마음껏 재즈를 감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프레스라고 해도 수성아트피아 공연 외에는 원래 촬영에 문제가 없는 공연들이라서

가끔 공연에 너무 몰입하다가 촬영하는걸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했는데, 이번엔 정식으로 데뷰어 자격을 얻었으니 자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공연을 무료 관람 + 프레스 자격을 얻는 대신 제가 제공해야 할 것은 이렇게 블로그에 리뷰 쓰고, 태그와 제목에 규정 단어 넣고

데뷰 배너를 포스팅에 삽입하는 것 정도입니다. 처음 해보는 거라 생소하네요.

 

 

이렇게 넣으면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6일간 여러 장소에서 펼쳐지는 이번 재즈축제의 첫 단추는 'Art Factory 청춘'에서 시작하는군요.

원래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전야제를 하는 날이기도 했는데, 대구가 하필 이날부터 비가 들이붓고 있어서

실제로 축제의 스타트라인은 이곳에서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제 서식지와 매우 가까워서 편리한 곳인데, 대딩때 홍대 근처에서 익히 보아오던 까페형 공연장입니다.

열악한 면이 많았던 홍대 지하까페보다는 훨씬 넓직하고, 제대로 된 까페 시설도 갖추고 있어서 음악과 커피를(혹은 맥주를) 즐기기에 부담없는 곳이네요.

물론 음향시설이야 수성아트피아 같은 곳과 비교할 수 없지만, 관객과의 거리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이런 곳이

오히려 재즈공연과는 더 어울리는 법이죠. 작년엔 이런 곳에서의 공연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는데 올해는 시작부터 느낌이 좋습니다.

 

 

 

이곳의 담당자분이신듯 한데, 공연 시작하기 전에 간단하게 참여 그룹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처음엔 사람이 별로 없더니 차근차근 모여서 홀을 꽉 채우더군요.

촬영하는 입장에서는 동선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라서 난감하지만, 재즈 공연 즐기는데는 특화되어 있으니 뭐.

 

 

 

재즈 색소포니스트 홍순달씨가 첫 번째 그룹인 호리 히데아키 트리오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니다.

한국에서도 인지도 높지만, 홍순달씨는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중이시라서, 이번 트리오에 대해서도 잘 아시는군요.

 

전 호리 히데아키라는 분을 들어본 적이 전혀 없어서 대체 어떤 타입인가 궁금증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대구 재즈축제와 상호관계를 맺은 일본의 스미다 재즈축제도, 말만 많이 들었지 가본적이 없네요.

 

 

 

홍순달씨의 설명으로는 떠오르는 신예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분들이라고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쪽 밴드들과 달리 뭔가 쑥쓰러운지 살짝 인사하고 후다닥 자리를 잡아 들어가는 트리오 분들.

리더인 피아노의 호리 히데아키씨는, 홍순달씨가 서태지 닮았다고 하셔서 기대했는데 피아노 위치상 얼굴이 안보입니다.

 

피아노와 컨트라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훈훈한 밴드로군요. 훈남 세명이라서 더욱 훈훈한지?

 

 

 

제 카메라는 요즘 나오는 입문형 카메라보다도 고감도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녀석이라서

특히나 이런 어두운 실내공연 촬영은, 부탁받는게 이쪽에서 죄송할 정도로 결과물이 형편없습니다.

원래 주로 찍는게 주광 사진인 탓에 카메라를 고감도에 강한 녀석으로 바꿀수도 없고.

 

초대해 주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진들 뿐이지만 그래도 어쩌겠나요. 열심히 올리는 수 밖에.

 

 

 

호리 히데아키씨는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자꾸 궁금증만 더해갑니다.

처음 접하는 밴드라서 첫 곡이 인상을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하죠.

뭔가 듣고 있으면 생김새에 딱 맞는 스타일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종종 발랄한 느낌이 들지만 기본적으로 차분하고 섬세한 느낌이군요.

 

 

 

드럼을 맡고 있는 우미노 슌스케씨입니다. 왠지 여자사람한테 다정할 것 같은 얼굴.

이 트리오는 멤버들이 전부 동안이신 듯 한데, 우미노씨가 79년생으로 가장 어립니다. 아까 얼핏 본 바로는 호리 씨가 더 젊어보였는데...

표정변화가 다양한 분이신데 제대로 잡아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네요.

 

 

 

베이스의 타카세 히로시 씨는 멤버중 가장 연장자인데, 나이차가 8~9살이나 나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군요.

타카세 씨의 멍한 눈빛이 의도와는 달리 찍힌 것 같지만, 재즈의 눈빛교환을 보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유럽쪽 밴드에 비해 아시아쪽의 재즈 밴드들이 확실히 호흡 맞추기에서 능숙한 느낌입니다.

멤버 개개인의 개성은 유럽 쪽이 좋은데, 협동이라는 면에서는 이족이 더 능력을 발휘하는 듯.

사실 이것도 개인 실력이 상당히 뛰어나야지만 제대로 된 음악이 나오니, 이분들 상당히 실력자입니다.

 

 

 

베컴머리의 타카세 씨가 여러가지로 눈에 잘 띄는 편이군요.

유머감각도 풍부할 듯 하시고, 얌전한 옷차림 하신 다른 두분과는 달리 패션 감각도 남다르고, 거기다 컨트라베이스의 위용까지.

 

반대로, 타카세 씨와 눈 맞추느라고 자꾸 고개를 저쪽으로 돌리는 호리 씨는 여전히 한 번도 얼굴을 잡질 못하고 있습니다.

공연장 반대편으로 가면 담을 수 있을까 싶은데, 홀이 관객으로 꽉 찬 상태라서 동선 확보가 힘드네요.

촬영차 오긴 했어도 저 역시 기본적으로 공연 즐기러 온 사람이기 때문에, 방해받고 싶지도 않고 방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냥 사진이야 남길 수 있을만큼만 남기고 음악 감상하는게 좋을 듯.

 

 

 

아주 잠깐씩 얼굴이 보일듯 말듯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어차피 느긋하게 기다리다 보면 곡이 끝나고 인사할 시간이 있으니 별 문제는 아니지만.

동네 빵집에 빵사러 나온듯한 편안한 옷차림으로 부담되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데

저보다 나이가 많다는게 사실 믿어지지 않는 얼굴이군요.

 

한국에 처음 오는데, 요즘 독도문제때문에 시끄러워서 그런지 겁을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이 트리오의 연주는 뭐랄까, 사이도 좋고 화합도 잘 되고, 종합적으로도 참 세련되고 기교있는 느낌을 주는데

한국에서의 첫 공연에 대한 부담인지, 원래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그 자연스러운 앙상블때문에 살짝 단조롭다는 느낌도 듭니다.

 

호리 히데아키씨 홈페이지를 둘러보던 도중 어마어마한 스케쥴표를 보고 이래도 되는건가 싶었는데, 한달에 공연 없는날이 2~3일 밖에 없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스미다 재즈축제 공연 마치고 바로 한국으로 날아오셔서 정신없을 듯 한데, 이 정도 조화를 이뤄내는것도 대단할 따름이네요.

멤버들이 기본적으로 탄탄한 실력이라서 연주에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그 때문인지 좀 더 장난끼있고 현실감이랄까... 그런 느낌이 약간 부족한 듯 합니다.

 

 

 

사실 매번 이 멤버로 공연하는것도 아니라서 딱히 리더라고 할 만한 위치도 아니겠지만

이 트리오는 정말로 어느 한쪽이 튀는 일 없이 자연스러운 음악을 들려줍니다.

살짝 어두운 까페에서 술 한잔이나 커피 한잔과 함께 느긋하게 앉아서 감상하기엔 더없이 적합한 밴드라는 느낌.

 

촬영 동선이 이렇게 제한될줄 알았으면 저도 일찌감치 자리 하나 만들어놓고 앉아서 촬영해도 문제가 없었을 것 같네요.

좀 돌아다녀 볼까 해서 자리잡지 않고 서 있었는데, 서 있어봤자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연주에서는 리더가 필요없지만, 타국에서 긴장 타며 멤버 소개할 때가 리더의 역할이 빛나는 듯 합니다.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앳되보이는 호리 씨의 얼굴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옆에 같이 서있으면 아마 저 멤버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로 보일 자신이 있을 정도로.

참고로 컨트라베이스의 타카세 씨와는 10년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제가 더 늙어보여요. 이건 자랑할일은 아니지만.

 

쑥쓰러운듯 열심히 준비해온 한국어로 인사하는 호리 씨의 모습은, 아마 공연장에 계신 분들 전부 응원해주고 싶게 만드는 오오라가 감도는 듯 합니다.

처음엔 얼핏 여성분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남자란 이런 느낌인가 싶었네요.

 

한일관계가 영 뒤숭숭할때 찾아온 데다가, 무뚝뚝하기로는 둘째가기 서러운 대구에서 첫 공연을 하니

여러가지로 긴장 타지 않을 수 없겠지만, 관객들이 편안하게 맞아주었으니 아마 인상은 나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제로인 그룹이기도 하고, 언어적으로 어려움도 있고 하니

중반부부터 든든한 원군이 둘이나 참가하셨습니다. 대구재즈축제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시는 박라온씨와 색소포니스트 홍순달씨가 참전.

 

사실 제가 박라온씨보다 어리지만, 표면나이로는 홍순달씨와 형님아우 해야 할 정도로 삭아보이기 때문에

홍순달씨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동안 포스를 푹푹 풍기는 이 조합은... 촬영을 하고 있어도 왠지 안구에 습기가 차는 듯 하네요.

 

 

 

홍순달씨는 예전에 딱 한번 라이브를 들어본 적이 있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정말 보통 분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은 금방 들 정도로 색소폰의 음색이 부드럽습니다.

 

저도 소프라노 색소를 조금 배웠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기도 하구요.

지금 밴드 조합으로는 단숨에 앞으로 치고나올 수 있는 위치임에도 욕심부리지 않고 홀 전체에 소프라노 색소의 음을 방향제처럼 깔아주십니다.

 

 

 

라온씨는 대구 재즈축제 오시는 분들이라면 이제 모를사람이 없을 정도로 매년 열심히 도와주시는군요.

호리 히데아키씨와 동갑인데, 두분 다 제 표면나이를 비참하게 깔아뭉게는 동안이시라...

 

재즈 보컬리스트중에서도 두드러질 정도로 미성을 가진 분이라서, 정교한 느낌을 주는 호리 트리오와 맞물리니 효과가 좋습니다.

 

 

멤버가 늘어나니 당연히 음도 풍족해지고 다들 기분이 조금씩 들뜨는 듯 합니다.

라온씨의 목소리는, 눈을 감고 듣다보면 왠지 악기 연주소리처럼 들려오는 듯 해서

피아노의 호리 씨가 좀 더 마음껏 뛰어들어도 어느 한곳이 비지 않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군요.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라온씨가 진도 아리랑을 재즈풍으로 들려주시니 분위기가 좋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독도문제는, 국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굉장히 정치적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서 기분이 좋지 않은데

재즈라는 이름 아래 모인 아티스트들 사이에 그런 문제는 음악 너머로 날려버리는게 좋겠죠.

 

 

 

라온씨의 흐름을 읽는 능력은 참 감탄할만 합니다.

수성 아트피아에서 매번 Jazz & Story 라는 제목으로 관객지향적인 공연을 꾸준히 해 오고 계셔서

스토리텔링에 익숙하다는 장점을 살려서 대구 재즈축제에도 꾸준히 참가해 주시는데요.

 

역시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도 훌륭합니다.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대구 재즈축제 기간중에도 노래 좀 많이 불러주시면...

 

 

 

홍순달씨의 티셔츠 하단을 잘 보면, 스미다 재즈축제 관련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쪽 활동을 많이 하시다 보니 한국에서 그렇게 자주 만나뵐 수 있는 분은 아니지만

타이밍 나쁘게도 내리는 폭우때문에 첫단추를 소소하게 시작한 이번 재즈축제에서 귀중한 한 축을 담당해 주셔서 다행이네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프로의 색소 소리에 잠시 카메라를 놓고 둥둥 떠다니며 감상중입니다.

 

 

 

공연촬영은 제 전문이 아니라서, 항상 카메라 성능에 발목을 잡히곤 하는데요.

못난 찍사가 장비탓을 하는 것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제 카메라의 고감도 성능이 워낙 떨어지고

망원렌즈도 주광 야외촬영용이라 조리개값이 많이 어두워서, 실내 공연촬영엔 정말 최악의 조합이라서 말이죠.

 

ISO도 1600 까지가 한계고, 최대 조리개값도 F5 밖에 되지 않아서 이 정도로밖에 담아드리지 못하는게 그저 죄송할 뿐...

예전에 쓰던 D3 가 있었다면 훨씬 잘 담아드릴 수 있겠지만, 어쩌겠나요. 주제넘게 데뷰어 신청을 했으니 힘닿는데까지 노력해야죠.

 

 

 

소리에 힘이 있어도 과하게 폭발시키지 않는 라온씨는 동작도 그리 크지 않아서

임팩트있는 장면을 담는게 쉽진 않군요. 밝은 곳이라면야 연사라도 날려보겠지만 여기서는 감상에 방해도 되고 하니.

 

 

 

멤버들간에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기분이 좋습니다.

몇몇 밴드들은 이상할 정도로 긴장해서 얼굴이 굳은 상태에서 연주하는 경우가 있어서

재즈공연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큰 마이너스죠.

 

 

 

라온씨가 다시 한번 트리오를 소개합니다. 일본에서 굉장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시네요.

조만간에 두분이서 합작한 앨범도 나온다고 합니다. 음악적 분위기가 잘 어울릴 듯 합니다.

앞모습 좀처럼 보기 힘든 호리씨라서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단체샷이라고 해 봤자 겨우 이정도밖에 건진게 없네요.

뒤로 더 물러날수도 없고 해서.

 

 

 

마지막 곡 나갑니다. 라온씨 앨범 수록곡이라고 하네요.

중간중간 자유분방한 비밥이 들어가는데, 색소폰이 절묘하게 따라가 주는게 흥을 돋굽니다.

일본 트리오분들은 공연 바로 전날에 한국에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을터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군요. 라온씨와 호리씨는 오랫동안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으니 괜찮을려나?

 

 

 

기왕 오셨으니 좀 더 길게 공연하시면 좋을 것 같지만 다음 공연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 정도에서 끝냅니다.

촉망받는 신예는 첫 소개를 듣고 과연 어느 정도일까 기대했는데

삼심대 중반의 나이에 이 정도로 완성된 연주를 들려주는 것을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살짝이라는 단어는, 연주가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곳에 초청받아 올 정도라면 보통 수준은 아닐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어넣은 멘트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점점 무르익어 갈 호리 씨의 연주가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내년 재즈축제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아님 제가 스미다 재즈 스트리트에 한번 가보는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