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딱히 가리는 냥이는 없지만 왠지 끌리는 녀석이라면 러시안 블루를 듭니다.

의자 위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녀석을, 등받이에 턱을 괴고 슬금슬금 만져주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얼굴을 제 얼굴에 마구 비벼대더군요.

 

고양이를 대하는 예절의 하나로, 걔네들이 강한 힘으로 몸을 밀어붙일때

놀라거나 해서 사람이 몸을 빼는건 실례되는 일입니다. 함께 적당한 힘으로 대응해주는게 애정의 상호확인이죠.

 

그래서 저도 얼굴 들이밀고 비비적거리니 이녀석도 좋다고 덤빕니다.

살짝살짝 핥아도 주고, 그런데 얼핏 보니 눈도 거의 안뜬 상태에서 이러는것 같군요.

잠에 취해있는데 기분좋게 만져주니 무의식적으로 애졍표현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참 얼굴과 얼굴을 비벼대다가 다시 픽 쓰러져서 취침모드로 들어가네요.

 

 

 

러시안블루 다음으로 좋아하는 샴고양이입니다.

둘다 사람에게 굉장히 친근한 녀석이지만, 깊게 들어가면 성격 차이는 꽤 나는 편입니다.

 

아기때부터 정을 주어 길렀다고 가정할 때, 러블이는 그 한사람 외에는 거의 친구로 인정해주질 않죠.

심지어 같이 사는 가족 중에서도 딱 한두 사람만을 골라서 평생의 친구로 여기고, 나머지는 피하기 바쁩니다.

샴고양이는 인간 자체를 좋아해서, 어느정도 낯이 익으면 장난치러 오기도 합니다.

그 덕에 러블이는 얌전하고 소심한 반면 화나면 싸움도 무지막지하게 잘하는 편입니다만

샴고양이는 친화력이 좋은 대신 냥이들 세계에서는 겁장이에 속하죠.

 

여기 이녀석도 호기심 때문에 노르웨이 숲고양이 등등한테 살짝 접근하다가 호되게 당하고 도망가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아까 의자에서 자고 있던 러블이가 땅바닥에서 자고 있네요.

동생분과 함께 쓰다듬어 주다가 러블이가 살포시 손을 얹어버리는 바람에 동생분이 한동안 마비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고양이한테 저런 심한 짓을 당해버리면 어지간해서는 움직일 수가 없죠.

 

 

사실 동생분은 다른 쪽에서도 비슷한 짓을 당하곤 했습니다.

고양이는 어쨌든 머리나 몸을 밀착시키는걸 좋아해서, 쓰다듬다보면 그걸 배게삼아 자는 경우가 많죠.

역시 이 사진도 초상권 보호를 위해 적당히 필터를 걸어봤습니다.

 

 

 

한동안 냥이들하고 뒹굴어주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이렇게 되는 건 필연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듯한 에어콘 케이블을 한장 담아봅니다.

발톱갈이는 여기저기 비치되어 있는 곳이지만, 냥이들이 착하게스리 그런 곳만 알아서 긁어줄 위인은 아니죠.

 

 

 

노르웨이 숲고양이는 생긴것만큼 성격도 늠름합니다.

자는 녀석 기분좋게 만져주니 딱히 애정표현도 없으면서 은근슬쩍 만져주길 바라는 곳을 갖다대더군요.

반응이 약해서 아쉽긴 하지만, 귀찮다면 살짝 물거나 긁거나 자리를 떠버리기 때문에. 일단 가만 있어주는 것만해도 합격인 듯.

 

 

 

이곳 냥이들의 1/3 가까이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천장에서 숙면중입니다.

사진 찍으면서 한참 생각해 봤네요. 지금 화면에 잡힌 건 대체 몇마리인지...

 

한마리라고 한다면 저 녀석은 닥스훈트 버금가는 소시지 채형이겠지만.

 

 

 

어지간하면 떨어질일이 없긴 해도

저런 곳에서 잘도 자는군요. 사람의 수면과는 많이 다르긴 하지만, 사람손에서 느긋하게 자란 녀석들은 가끔 떨어지기도 합니다.

 

 

 

중앙의 캣타워에 가보니, 이녀석들 역시 제가 이곳 떠나기 전까지는 움직일 기색이 없을것 같군요.

얘는 잠자는 곳이 덩치와 안맞아서, 어떻게든 우겨넣어보려고 발바둥치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 있습니다.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스윽 훑어주니 살짝 몸을 부르르 떨면서 몸을 비비 꼬는군요.

꽤나 깊에 잠에 빠져있으니 귀찮게 하지말라는 행동인 듯 합니다.

 

 

 

이녀석은 침소와 몸 크기가 딱 맞는군요. 행복해 보이는 수면입니다.

살짝 쓰다듬어줬더니 몸을 웅크리면서 얼굴을 손으로 막아버리는군요.

 

기분 나쁘다는 표현은 아니고, 냥이는 수면중 자극에 저렇게 반응할때가 많습니다.

 

 

 

암튼 이 캣타워에서 자는 녀석들이 제일 편안해 보이네요.

 

 

 

까페 개장당시에는 조금 움직이기라도 하는 녀석들인데

시간 좀 지나니 역시 거의 대부분 퍼질러 자게 됩니다.

나이 적당히 든 녀석들이라서 새끼처럼 활발하게 뛰어놀지도 않고, 인생이 수면인 녀석들이죠.

 

그래도 자는 모습을 보면 뭔가 정화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자연계에서는 이렇게 늘어지게 잘 수 있는 경우는 인생을 통틀어 몇번 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면서도, 이렇게까지 고양이한테 어울리는 모습은 없다는 아이러니한 모습이군요.

 

 

 

가수면을 취할 때엔 이렇게 식빵을 굽습니다.

밖은 더워 죽으려고 하는데, 여긴 에어콘도 있겠다 이녀석들에겐 천국이네요.

만약 밖의 온도와 동일하다면 이녀석들 아주 고생하고 있을겁니다.

 

 

 

내 팔자는 뭔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않는 녀석도 있군요.

저녁에 엄니하고 식사하러 갈 예정이라 그리 오래 있지는 못하고 나왔습니다.

동생분은 여기 올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였는데, 제가 나가야 하니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듭니다.

 

여기 녀석들은 일년내내 축 늘어져 있고, 손님들이 간식거리 사들고 오면 슬쩍 가서 애교좀 부려주고 얻어먹는 인생입니다만

까페가 망해서 다들 보호소로 가던가,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보다야 나을테니, 열심히 살아보라고 무언으로 격려해 봅니다.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국제재즈축제 - 호리 히데아키 트리오  (14) 2012.08.24
게가 먹고 싶군요  (18) 2012.08.17
휴가맞아 고양이까페 1/2  (14) 2012.08.09
하늘속 폭염담으러 2/2  (36) 2012.08.01
폭염속 하늘담으러 1/2  (24) 201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