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일찍 잔 덕인지, 알람 맞춰놓은 7시 반에 일어나 조식 챙겨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어제 저녁 뉴스에서도 체크했지만, 다시 한번 아침뉴스에서 날씨를 체크.

아주아주 맑고 올 겨울들어 가장 화창한 날씨가 될거란다.

 

이렇게 된 이상 목적없던 도쿄 둘째날은 일단 스카이트리쪽으로 결정.

물론 올라갈거라는 생각은 숙소를 나설때까지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침 일찍 출발이라 대기열이 적을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날은 토요일이었으니까.

 

어젯밤 잠깐 스카이트리 다녀온 사람들 포스팅을 찾아보니, 예약하지 않으면 대충 1시간보다 더 걸린다고 하더군.

순번표를 받아놓고 밖에서 한참 돌아다니다가 겨우 티켓을 받고, 또 거기서 몇십분 기다려야 승강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그럴 것 같으면 올라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지만, 일단 날씨가 좋으니 근처에서 사진이라도 찍어볼까 싶어서 출발.

 

전망대 못가더라도 지상의 쇼핑몰인 소라마치(空町)역시 볼거리가 많으니 가보라고 하는 블로거들의 정보도 있으니

가까이서 스카이트리 사진이나 실컷 찍고, 소라마치에서 먹을거나 좀 먹으며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한다.

어제의 아사쿠사까지 터벅터벅 걸어서 스카이트리행 전철을 탔는데, 막상 타보니 거리가 너무 짧다.

 

블로거들은 대부분 생각보다 거리가 머니 걸어가지말고 전철 타라고 포스팅을 했던데

아무래도 기준을 잘못 잡은듯 하다. 이 정도 거리면 내 기준으로 식사후 잠깐 산책나가는 거리일 뿐.

서울서 사하라 멤버 나침반님 만나면 보통 지하철 너댓코스 정도의 거리는 걸어다는게 일상이라

이 정도 거리라면 38도쯤 되는 한여름 아래서도 음료수 한병으로 충분하다. 전철비가 좀 아까웠다.

 

물론 전철안에서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는 스카이트리의 모습은, 어제 스미다가와 강을 사이에 두고 보던 것과

상상도 못할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전철 승객들이 우르르 창가로 몰려가서 사진 찍어대는 풍경이 연출된다.

 

원래 스카이트리가 있던 지역은 토부 철도의 화물창고로 사용되던 공터였는데

사실상 도쿄 부근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던 부지나 다름없었으니, 스카이트리는 자연스레 이쪽으로 오게 되었다.

이제는 역 이름도 스카이트리 역으로 바꾸고, 근심과 두려움이 가득한 도쿄를 살려보려는 최후의 노력을 쏟고 있는 중.

 

역에서 내리니 육중한 모습의 스카이트리가 뿌리부터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수백미터 떨어진 곳과는 역시 느낌히 달랐다. 사람이 이런걸 만들 수 있구나 싶은 생각.

겨울이라 해가 낮게 뜨니, 꼭대기쪽엔 햇빛이 걸려서 그림자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공적인 볼거리로서는 참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만드는 풍경.

 

 

 

매표소쪽으로 가 보니,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손님이 모여들기 전이라서

15분만 기다리면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기회를 놔두고 흥미없다고 돌아오는건 아무리 나라도 좀.

 

하지만 입장료가 2천엔이나 하기 때문에 가슴이 아픈건 어쩔 수 없다. 전망대 올라가는데 몇만원이나 내게 될줄은 몰랐다.

한시간이나 기다려서 바글바글한 전망대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현실에서

돈이 아깝다고 15분이라는 시간의 혜택을 놓치는건 아무래도 결단력이 필요하고, 난 좀 우유부단하기도 하다.

 

스카이트리 전망대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놀라워하는 것은 엘리베이터의 속도.

무슨 기술을 적용한건진 모르겠지만, 350m 높이를 50초만에 올라간다. 일본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라고 한다.

바깥풍경이 보이지는 않아도 LCD 화면에 올라가는 높이를 표시해 주는데, 숫자가 주르륵 올라가는걸 보면 놀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속도에 비해 귀가 멍해진다거나 하는 현상도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와 전망대가 완전히 밀폐되어 있기 때문일까.

 

이 엘리베이터는 개장 한달만에 두 번이나 바람때문에 멈춰서는 바람에 언론에서 많이 까이기도 했다고.

 

어쨌든 순식간에 전망대에 도착하니, 무리하지 않아도 창문쪽에 붙어 사진찍을 수 있을만한 공간이 남아있다.

사람 많을때는 유리창쪽에 달라붙는것도 순서 기다려야 할 정도라는데 왠지 이득본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하지만 화창하기 그지없는 날씨라고 했는데, 350m 위에서 바라보는 도쿄의 모습은 뿌옇기 그지없다.

방금전 지표면에서 위를 올려다 봤을때는 꽤나 푸른 하늘이었는데, 역시 이 정도 규모의 도시가 가지는 숙명과 같은 것일런지.

 

 

 

여러 정황증거들을 봤을때, 오늘 이 시간에 스카이트리를 찾은건 매우 적절한 판단이었던 듯.

현재 도쿄 관광지중에서 가장 붐빈다는 스카이트리 전망대 안을, 인파 걱정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건 큰 수확이다.

젊은층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찍는것에 비해,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SLR 이나 RF 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조금 독특하다.

 

그리고 그런만큼 장년층 관광객수가 절대수치로 따져도 젊은사람보다 더 많은듯 보이는것 역시 놀랍긴 하다.

여전히 소비활동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고, 그럴만한 소득을 누렸던 세대이긴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여행이라는 관점에서 이렇게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것은 좀 부럽다.

 

 

 

이렇게 보니 정말 도시의 숲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넓긴 넓다.

그런데 웃기는 건, 도쿄도는 서울보다는 좀 넓어도 대구 면적보다 좁다는 것.

서울이나 대구처럼 주변에 산지가 없이 완전한 도시숲인데다가, 인구밀도가 워낙 높아서 체감적으로 서울이나 대구보다 더 넓어보인다.

 

이것은 도쿄도라는 행정구역과 실제로 사람들이 느끼는 도쿄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한국사람으로서는 도쿄와 별개의 이름이 붙은 주변도시들은 그냥 서울과 인천 정도의 차이겠지 싶겠지만

사실 거리상으로 인천의 관계와 그리 다르지 않은 요코하마의 경우 어디서부터가 도쿄이고 어디서부터가 요코하마인지 구별이 불가능하다.

이 스카이트리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후지산까지 보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렇게 보아서는 어디까지가 도쿄인지 알 수 없는 것.

 

위 사진에서는 숨은그림찾기가 가능하다. 도쿄타워가 너무나도 초라하게 보인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이곳 스미다구와 타이토구는 개발이 더딘 곳으로, 가까운쪽과 저 멀리 도쿄 중심부의 건물 모양만 봐도 금방 구분이 된다.

 

 

 

예전에 대구 우방타워에 올라서 찍은 사진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스카이트리의 높이를 조금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제저녁 아사쿠사에서 바라본 아사히 똥덩어리와 스카이트리의 크기가 기억난다면

사진 중앙 하단부의 똥덩어리를 잘 찾아보는게 재미있을 듯. 이 정도나 차이가 나는 녀석이었다니.

 

우측의 수목이 우거진 부분이 아사쿠사 센소지.

 

 

 

도쿄 주민들이라면 내가 대구 우방타워에서 그랬던 것처럼

알고있는 건물이나 자기 집 찾아보는데 재미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을듯 하다.

그런 면에서 고층 타워란 외부 관광객보다는 지역 주민들에게 더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아닌가?

 

확실히 350m 씩이나 되는 높이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도쿄처럼 어디를 둘러봐도 인간의 흔적밖에 보이지 않는 이런 풍경은, 의미를 가지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는 좀 가벼운 느낌이다.

그리고 확실히 이 정도 높이에서 바라보면 고소공포증도 작용하지 않을 듯 하다.

너무 높다보니까 어딜 둘러봐도 무섭다는 감각이 생기지 않는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바라보는 느낌.

바람이라도 통하고 있다면 무섭겠지만, 그랬다가는 이 전망대에서 스펙타클 호러영화 한편 찍게 되겠지.

 

 

 

 

전망대에 오르기 전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진 생각이었지만

실제로 보게되니 이 녀석의 민폐를 어느정도 실감할 수 있다.

 

워낙 높은 녀석이고, 스미다구와 타이토구는 고층 빌딩이 그렇게 많지 않은고로

이 근처 주민들은 아무래도 하루의 일정 부분이 인공 그늘에 가려지는 현상을 감내해야 할 듯 하다.

 

시간에 따라 위치가 바뀔테니 피해가구를 특정하는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일본인들의 성격상, 스카이트리가 이 지역에 가져다주는 이익을 고려해서 그냥 참고있는게 아닐까 상상해 본다.

다행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타워형태가 길쭉해서 그늘이 금방 지나가니 그렇게까지 불편하진 않을지도.

사실 한국의 대단지 아파트들은 높이가 이렇게 높진 않아도 워낙 장막처럼 뻗어있어서

뒤편 주택이나 저층단지 세대들은 하루에 한두 시간밖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거기보단 낫다고 봐도 되겠지.

 

 

 

다양한 패턴을 보여주긴 하지만 역시 인공 구조물로 가득한 풍경은 금새 흥미가 떨어진다.

특히나, 자신과 연고가 없는 지역이다보니 뭘 유심히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래서 전망대에 별로 흥미가 없었던 것인데, 어쨌든 큰돈주고 올라왔으니 본전은 뽑아야지.

그나마 바로 밑을 흐르는 스미다가와 강이 만들어내는 곡선이, 이 흐릿한 도시의 허리선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소위 말하는 보정용 코르셋같은 느낌이랄까. 스미다가와 강이 없으면 이곳 주변은 드럼통이나 마찬가지.

 

 

 

전망대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주변을 뜯어살펴보니 예전 자전거 여행이 생각난다.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순 없지만, 지금 내 눈으로 관측 가능한 곳까지는 대충 하룻만에 주파가 가능한 지역.

 

그 당시는 하루하루 달리면서 이 굼벵이같은 속도로 어디까지 갈런지 지루해 한적도 많았는데

조금 떨어져서 보니, 무동력으로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그렇게까지 하찮은 건 아닌것 같다.

 

일반인은 올라갈 수 없는 타워의 최상층 634m 꼭대기에서, 관측사상 가장 가시거리가 넓은 날에 둘러본다고 해도

자전거로 삼일이면 주파할 수 있는 거리다.

 

스카이트리는 인류가 만든 두 번째로 높은 탑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지 않겠나 싶다.

 

 

 

도시란게 원래 야경이라도 빛나지 않으면 원채 심심한 색채와 모양으로 점철된 녀석이라

스카이트리 전망대에서 제일 그림이 잘나온다 싶은 건 스카이트리의 그림자라는 묘한 결과가 나와버린다.

 

도쿄 역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어지럽게 개발된 도시라서

평소같으면 10분쯤 둘러보고 후다닥 내려와 버렸을 이런 전망대에서

그래도 30분 넘게 계속 돌아보며 이 끝없는 풍경이 가지는 매력을 찾아보려고 노력중이지만

난해한 수학공식과 같이 쉽게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어서 좀 골치가 아프다.

 

역시 해가 지고나서 전망대에 올라오면 그 풍경은 정말 은은한 아름다움을 발산할 것 같은데

저녁의 스카이트리가 훨씬 붐빈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티켓의 현장구매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예약하면 좀 더 수월하게 입장이 가능하다는데

인터넷 예약은 최소 2주전에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불가능.

스카이트리에서 보는 도쿄 야경이라고 하니, 그건 한번 구경할 가치가 있을듯 해서

다음에 도쿄 오게된다면 미리 저녁시간에 예약하고 올라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사쿠사 앞의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스미다가와 강을 타고 오다이바까지 갈 수 있다.

친구일행 데리고 딱 한번 타본적이 있는데, 외관이 아무리 멋져도 배는 역시 배일 뿐이라

크게 감흥은 없었던 기억이 난다. 볼것없는 전철보다는 풍경이 좋았지만, 오다비아로 갈때는

풍경 좋기로 유명한 무인열차 유리카모메를 타기 때문에 그것도 별 의미가 없다.

 

도쿄엔 한강만큼 폭이 넓고 유량이 풍부한 강은 없지만, 바다와 근접한 곳이다 보니

도시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지류의 수는 훨씬 많은 편이다.

도쿄가 그나마 숨쉴 만한 여유가 있는것도 이런 강들이 허파 역할을 해 주고 있기 때문이었고.

하지만 원전 사고 이후, 바다를 타고 들어온 방사능 물질들이 이제는 강으로 역류에 들어오고 있어서

도쿄의 허파가 오히려 종양전이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는 실정.

 

사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니,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살고있는 도쿄 주민들도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이나 걸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일런지...

 

내 개인적인 입장이라면, 아마 도쿄전력 임원들을 시장바닥에서 돌맹이로 공개처형이나 하고 싶겠지만.

 

 

 

광각역할을 담당하는 35mm 렌즈로는 넓은 영역을 담을 수 있지만

지상에서 350m 나 떨어진 스카이트리 전망대에서 그렇게 담으니 이거나 저거나 너무 콩알처럼 보여서 재미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람들 밀도가 높아지는 듯 해서 약간 신경쓰이지만, 아직 렌즈를 교환할만한 여유는 있다.

망원렌즈로 담으니 저기 하늘아래 세상이 좀 더 사람냄세를 풍기는 듯 하다.

 

솔직히 작정하고 찾아보면 일본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스팟들을 사진에 담을 수 있긴 한데

현지인도 아닌 내가 한국 블로그에서 관광 가이드 할것도 아니고, 그런거 골라담아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처음 올라왔을때는 그래도 좀 마음이 두근두근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30분쯤 지나자 그 기대감의 절반 정도는 '지불한 2천엔이 가지는 의미'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내려가면 두번다시 올라오지 못하니, 최대한 구경할거 많이 지긋하게 구경하자는 의미로 빙글빙글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