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가난해서... 명절 선물로 오는것 아니면 맛보기 힘든 자연산 전복이 도착했습니다.

조카 태어났을때는 건강 챙긴다고 미역국에다가 조그마한 양식 전복 몇개 넣기도 했는데

그 쪼그만 양식 전복도 가격이 장난 아니더군요. 후덜덜...

 

 

 

이번 설날은 선물 보내주시는 분들이 무언의 약속을 한 건지, 기묘한 우연이 겹치고 겹친 것인지

한우 선물세트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난리가 났습니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남는칸에 전부 밀어넣어도 공간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제 평생 이렇게 많은 고기는 처음 볼 정도.

 

운동중이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있는 요즘인데, 식사때마다 밥 없이 고기만 구워먹는 요즘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근방에 사는 친척 어른들한테 한박스식 돌려드렸는데도 집에 남은 고기들을 보면 이걸 다 어떻하나 싶기도 하고.

 

웃기는건, 이렇게 들어올줄 전혀 생각도 못하고 지난주에 설날 차례용 고기를 따로 사서 보관중이었다는 점이죠.

 

 

 

아무튼 고기는 그렇다치고 이런 큼직큼직한 자연산 전복은 선물중 유일하기 때문에

싱싱할때 맛있게 먹기로 했습니다. 엄니께서 껍데기을 벗겨내는데 손목이 아프다고 하셔서

제가 숟가락으로 꾹꾹 밀어넣서 껍데기와 속살을 분리해냈습니다. 그런다음 재빨리 카메라 들고 이 영광의 순간을 담았죠.

 

그저 욕심일 뿐이지만, 집에 처박혀있는 고기들이 전부 동량의 자연산 전복이었다면

이걸 어떻게 먹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똥꼬에서 푸른색 X가 콸콸 나올 정도로 열심히 먹어재꼈을 텐데...

내장이 고소하다고 많이 먹으면 여지없이 X색깔이 푸르딩딩하게 변하더군요.

 

파손 걱정을 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이스박스 안에 또 뾱뾱이를 넣은채로 보내주신 탓에

전복의 평평한 흡착부가 뾱뾱이 모양으로 오돌도돌하게 변한 모습이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이 날엔 근방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모 사람이름 김밥집의 맛이 어떨까 싶어서

일부러 종류별로 4줄이나 사와서 먹었던 터라, 저녁은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배가 빵빵했는데

이런 녀석이 도착하니 안 먹을수가 없네요. 덕분에 맛잇게 먹고 녹색 X을 배출했습니다.

 

김밥은 왜 그렇게 소문이 났는지 모를 정도로 평범하던데... 사실 집에서 제대로 만들어 먹는 김밥이 제일 맛있죠.

재빠른 물물교환이 된다면 집에 있는 고기들을 이 전복으로 바꾸고 싶지만 이루어질수 없는 꿈이라는 사실.

 

이제 추석때 다시 이런 녀석이 선물로 들어오기를 내심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그때는 엄니께서 퇴직하신 후라, 아마 이제부터는 이런 선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한없이 줄어들겠지만.

 

본인은 명절에 별로 좋은 감정이 없습니다만, 사교성 멘트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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