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뭔가 욕같아 보입니다만 그냥 착각입니다. 기분상으로는 설날 조카라고 하고 싶긴 하지만 그건 넘어가고...

8월에 태어났으니 이제 한 살 반쯤 되었나요.

 

엄니는 사진으로 보니 더 나이들어 보인다고 합니다.

8개월째부터 걸어다니는 걸 보면 좀 성장이 빠른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

 

 

 

100일 될때까지 제가 붙어있었는데, 몸도 못가누던 그때와는 정말 비교가 안되는군요.

말은 아직 엄마 아빠 정도밖에 못하지만, 알아듣는건 거의 다 알아듣습니다.

 

추석때 보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삼촌 누구야 하니까 바로 저를 가리키네요.

하지만 연극배우처럼 큰 리액션을 보이는 가족들과 달리 저는 별로 움직이질 않아서 좀 쪼는 듯.

 

 

 

그동안 놀이도 많이 익혔고, 자기만 노는게 아니라 상대방들이 웃고 반응해줘야 더욱 신이 나는 것 같습니다.

매일 이러고 논다고 생각하니 역시 애 키우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닐 것 같군요.

 

그래도 짧은 시간에 이렇게 반응이 다양해 지다니 놀랍습니다.

 

 

 

지금 이건 아비 뽀뽀가 기분나쁜게 아니라 딴 생각 하는 중입니다.

스킨쉽을 매우 좋아해서 안아주고 뽀뽀해주면 빵긋빵긋 웃네요.

 

자동차 중에서도 버스를 좋아한다길래 일본서 선물로 포드 GT 와 시내버스를 사 와봤는데

진짜로 GT 따위엔 신경도 안쓰고 버스를 갖고 놀더군요. 트럭같은것도 좋아하는 걸 봐서 앞으로 중장비 기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니는 GT 를 택시로 알고 사왔다고 하는데, 그런 택시가 돌아다닌다면 그것도 좋겠군요.

 

 

 

떼를 쓰는건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만 의사표현은 확실하게 하는 편입니다.

형님부부가 원하는 걸 잘 들어주는 편이라 그렇게까지 불만은 없겠죠.

몇살 더 먹으면 이제 부모가 커버할 수 없을 정도의 떼를 쓰겠지만.

 

 

 

색깔이 가장 화려한 오미자 강정만 집어먹는데, 씹을 수 있나 싶어도 잘 녹여 먹네요.

단맛이 강하니 많이 먹으면 안되겠지만 말이죠.

 

어른들 차 마시는데도 얌전히 앉아서 놀건 다 놉니다.

숨바꼭질을 좋아해서 타조처럼 벽에 머리만 박고 '에엥~' 하면 부모들이 못 보는 것처럼 행동을 하죠.

그러면 자기가 슬슬 걸어와서 바지단을 잡아당기는데, 이런 놀이로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아기 시절의 특권이 아닐까 싶네요.

 

 

 

다른 아기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일 특이한 점이라면

먹을 수 있는 것과 못 먹는 것을 아주 잘 구별한다는 것일까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걷지도 못하던 4~5개월 즈음부터도 장난감을 입에 가져간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장난감 가져다 줘도 안심이 된다고 하네요. 꼭 먹을 수 있는 것만 입에 가져가니까.

 

 

 

의자에 방석 하나 끼워주니 아주 편안하게 머리를 젖히는데, 이런 건 벌써 다 경험해 봤다는 걸까요.

움직이는걸 워낙 좋아해서 먹기도 많이 먹는데 살이 별로 찌지 않는 듯 합니다.

틈만나면 아파트 계단이나 오르막 같은 길을 수도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군요.

 

아직까지는 먹기도 잘 먹고 싸기도 잘 싸고...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졸면서도 논다는 게 좀 걱정이긴 하지만.

 

 

 

놀때는 잘 웃는데 아직까지 머릿속 처리속도는 조금 느린지

이쪽에서 뭔가 행동을 하면 멍하니 생각을 좀 한 다음에 반응을 보이는 듯 합니다.

그리고 한참 한가지 놀이에 빠져있을때는 다른 놀이를 시키려고 해도 짜증을 내네요.

 

 

 

먹는거든 장난감이든 달라고 하면 잘 줍니다. 물건 욕심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엄니가 삼촌한테 주라고 하니까 좀 망설이다가 자기 아비 손을 끌어당겨서 저한테 주는군요.

아직까지는 자기가 직접 주기가 좀 무서운가봅니다.

 

 

 

형님부부는 맛폰으로 사진을 찍습니다만, 찍히는데는 익숙한지

제가 DSLR로 사진을 찍어도 저한테 다가와서 LCD 창을 확인하더군요.

 

자기와 옆의 자기 아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뭐라뭐하 하는데

태어나서부터 디지털 사진에 익숙한 세대는 과연 사진이란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맛폰이나 TV는 부모가 보고 있어야 관심을 가지고 아직 가지고 놀 생각은 없는 듯 한데

부디 나이 좀 더 먹어서 맛폰 중독같은데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물론 부모가 몸으로 열심히 놀아주는게 최선의 방법이니 별 문제는 없으리라 봅니다.

 

 

 

아이들이다 보니 물건을 다루는 데 조심성이란 게 없습니다.

손에 쥔 거나 물잔이나 파팍 하고 던져버리는 걸 재미있어 하더군요.

그래서 고가품은 미리미리 빼 놓는게 좋죠.

 

엄니는 제가 서울에 잠깐 올라간 사이 거실에 놓여있던 피규어들을 싸그리 자루에 담아 찬장에 처박으셨다고 하는데

아직 뜯어보진 않았지만 부디 박살난 부분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똥오줌 잘 가려서 좋긴 합니다. 소변 보고 싶으면 꼬추를 살살 만지면서 끙끙거리더군요.

화장실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대구 본가에서는 그냥 바닥에 싸라고 하고 닦습니다.

 

차례 지내는데 보니 이 녀석도 남자인지 고 2 올라가는 사촌 여동생을 매우 빤히 쳐다보고 얼굴을 만져보네요.

나이 든 사람보다는 역시 젊은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듯 합니다.

 

 

 

엄니가 주워온 도토리가 매우 신기한지 양 손에 들고 딱딱 부딪쳐 보기도 하고

한 개씩 잔에서 잔으로 옮기며 놀기도 하고, 물 채워놓은 잔에 넣었다가 탁탁 털어서 옮기기도 하고

혼자 재미있게 봅니다. 집중력이 있는 듯 해서 교육열에 불타는 부모님은 좋아하시더군요.

 

한참 놀다가 도토리를 휙휙 집어던지기 시작하면 슬슬 싫증이 난다는 뜻입니다.

 

 

 

엄니가 여느때의 경상도 억양으로 '에헤이~'라고 하니 그걸 금방 따라해서 대폭소가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웃어재끼니 자기도 매우 흡족한 듯 좋아하더군요.

 

그냥 어색하게 따라하는게 아니라 엄니의 억양에 맞춰 가지 억양도 바꾸는 비범함을 선사합니다.

 

 

 

엄니가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자지러지니 그것도 금방 따라하더군요. 학습력이란 무섭습니다.

손벽을 치면서 웃으니 그것도 따라하네요. 지금은 엄니가 없는 곳에 데려가도 손뼉치고 웃는다고 합니다.

 

확실히 이런 나이에 할머니하고 같이 자라면 말투도 노인처럼 변할 수 있겠더군요.

 

 

 

엄니가 입에 손대며 웃으니 그것도 따라합니다. 이 정도까지 가니 놀랍더군요.

하라고 시키는 것도 아닌데 주위에서 웃어주니까 굉장히 의욕적으로 따라합니다.

 

교육의 근본적인 동기는 이런 미소에서 출발하는 것이겠죠.

나이 들어도 중요한 요소인데, 한국에서는 점차 아이에게 긴장과 고통을 유발하는 교육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니 걱정입니다.

 

 

 

 

이 나이대 아이들은 다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밥 싫어하지도 않고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긴 하는데

앉아서 밥을 먹는다는 개념은 아예 존재하질 않는것 같더군요.

 

무슨 놀이를 하던간에 노는 중간에 숟가락을 입 가까이 가져가면 먹어가면서 놉니다.

밥상머리 교육 시작할 때는 꽤나 지겨워하지 않으려나 싶네요.

 

 

 

엄마한테서 요구하는 놀이와 아빠한테서 요구하는 놀이가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가 아무리 뼈빠지게 놀아줘도 만족하지 않고 다시 아빠한테 엉긴다고 하는군요.

 

테이블의 떡처럼 생긴 사각형 물체는 누르면 음악 나오는 기계인데

이게 6곡 정도 있어도 반드시 자가기 원하는 노래 나올때까지 계속 버튼을 눌러서 돌리더군요.

무슨 자동차 노래였는데, 중간중간 춤도 추고

띠띠빵빵 하는 파트에서는 디오에 맞먹는 강렬한 샤우팅을 펼치기도 합니다.

 

 

 

언제까지 저렇게 올라갈 수 있으려나요.

조금 더 크면 다리 좀 밟아달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저학년 까지는 아버지 안마 좀 해달라고 하면 벽 짚고 다리 올라가서 밟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무래도 가슴에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을테니 지금 열심히 올라가야 할 것 같네요.

 

 

 

아직까지는 파워가 부족해서 그런지 큰 소란없이 잘 놀고 잘 크고 있는 조카입니다.

3~4살 되고나서부터는 지옥의 헬이 펼쳐진다고 하는데, 지금도 확실히 순둥이라고 할 만한 성격은 아니라서 긴장이 되네요.

 

아기들은 삼촌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는 무뚝뚝하고 아비가 워낙 잘 놀아줘서 저하고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을지...

저하고 그렇게 되려면 역시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제 방 방문턱을 넘어오기를 무서워하고 있어서.

 

다음에 사진 찍을때 쯤이면 또 어마어마하게 달라져 있겠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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