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을 먹는데 중고등 학생으로 보이는 단체 손님이 주르륵 늘어서서 밥을 담는 중이더군요.
전부 체육복 입고 있는 걸로 봐서 뭔가 체전 같은데 출전하거나, 단순히 수학여행 온 사람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비지니스 호텔은 거의 싱글 룸 아니면 많아봤자 두 사람 겨우 머물 수 있는 곳인데
학생들이 여기서 묵었다는 건 왠지 굉장해 보였습니다.
제가 수학여행 갔을 때는 그냥 넓직한 방구석에 한 반 전체를 몰아넣은 닭장같은 곳에서 자곤 했으니...
아침에 교토역 버스터미널에 가니 관광 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나이 지긋한 분들만 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젊은 커플이 몇몇 있더군요.
중국인 관광객도 조금 섞여 있었습니다. 오사카, 코베, 쿄토 등 당시엔 중국인 관광객이 안 보이는 곳이 없었죠.
버스가 천천히 출발하고 나면 가이드가 가는 도중까지 코스에서 보이는 이곳저곳을 설명해 줍니다.
외국인에게는 번역된 라디오 기기를 대여해 줍니다만 엄니는 그렇게 듣고 싶진 않고 그냥 저한테 설명해 달라고 하시네요.
쿄토는 그냥 버스타고 아무 길이나 달려도 설명할 꺼리가 넘쳐나는 그런 곳이라서 가이드 분의 설명이 그칠 시간이 없군요.
첫 번째로 간 곳은 키요미즈데라와 함께 쿄토에서 가장 유명한 금각사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서식할 때 근처에 있었던 서울숲 보다도 더 많이 가 본듯한 기분이 드는 금각사로군요.
원래 이름은 로쿠온지(鹿苑寺) 입니다만, 저 금박이 워낙 유명해서 다들 금각사라고 부르죠.
참 볼때마다 어떻게 이런 녀석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합니다.
겨울이라서 전체적으로 색이 죽어있는 게 아쉬웠습니다. 봄, 여름, 가을엔 정말 별천지가 이런 곳이로구나 싶은데 말이죠.
원래 금각사 사진은 잔잔한 물에서 반영을 멋들어지게 잡는 게 최고라고 하는데
겨울이라 연못이 얼어있어서 반영은 무리였습니다.
엄니께서는 중국도 자주 가보셨기 때문에 화려함에서 감탄하실 만한 요소는 별로 없을 듯 하네요.
물론 일본의 사찰은 축소형 자연계라는 관점에서 매우 훌륭한 미관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이쪽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즐거운 볼거리인 경우가 많고 말입니다.
저에게 금각사는 금박 건축물 자체보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쪽이 더욱 인상깊습니다.
일본 탐미주의 문학의 절정을 이루는 작품인데
그 책을 파고들다 보면, 어째서 한 미친 승려가 금각사를 태워 버린 것인지 슬그머니 이해가 되는 기분이 듭니다.
실제로 금각사는 1950년 방화로 소실된 후 1955년 재건한 녀석이죠.
금각사는 사실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닙니다.
봄이라면 한두 시간 정도 느긋하게 주변을 산책하는 재미가 있지만
추운 겨울인데다가 단체 투어 최대의 단점인 제한 시간이란 녀석이 있어서 사진 찍는데도 시간이 빠듯하네요.
사실 제가 단체 투어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제한 시간이죠.
전 한곳에서 시간 느긋히 두고 감상하는 걸 좋아해서, 여행 가면 여기저기 많은 곳을 가지 않는 편입니다.
오늘 버스 투어 볼거리도, 홀로 여행이라면 약 3일에 걸쳐 가 볼만한 곳들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엄니 체력도 생각해야 하니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늘 하루를 보내야 하겠죠.
일본의 공원이나 정원에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공 연못이 있고
그 연못 안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섬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만
역시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 꼭 저런 녀석들이 유유자적 하고 있더군요.
저녀석은 카리스마 대빵큰오리라고 하는데, 겨울이라 추워서 그런지 한 발로 서 있습니다.
다리 부분은 털이 덮혀있지 않아서 체온을 뺏기기 쉽다고 하네요.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실제 이름은 왜가리입니다.
겨울이라 초목 색깔은 좀 우울합니다만 날씨는 좋아서 다행입니다.
실제로 이 정도 금을 본 적이 없어서 참 신기한 색깔이다 싶긴 하네요.
총 20kg 정도의 금을 사용해서 금박을 입혔습니다만
옛날엔 정말로 저 위에 올라가서 경치를 즐기고 했던 걸까요.
금을 발로 밟고 지나다닌다는 경험은 뭔가 새디스틱한 느낌이 듭니다.
산책로 자체가 금각사를 중심으로 빙 둘러나 있기 때문에 모든 시선이 금각사 쪽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죠.
은각사와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이기도 한데, 정원으로서의 미적 완정도는 은각사 쪽이 월등한 편입니다.
이곳은 주변에 괜찮은 환경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금칠을 한 사찰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그것 외에는 집중하기가 힘든 편이네요.
일본의 사찰이나 정원에 혼자 올 때면 저는 보통 같은 길을 두 번 걷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갈아끼우고 첫 번째와 다른 시선으로 둘러보기 위한 경향도 있고.
한 번만으로 전부 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좀처럼 없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단체 투어는 시간이 촉박해서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습니다.
엄니는 사진을 안찍으시니 저를 추월해 거침없이 전진하시고
저는 안 굴리던 머리와 눈을 굴려가며 순간순간 들어오는 장면만 후다닥 담아내고 있네요.
금각사를 이렇게 헐레벌떡 둘러본 적은 처음이네요.
금각사 구경을 후다닥 마치고 은각사로 향합니다.
은각사는 쿄토 시내를 중심으로 반대편 산언저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버스가 천천히 지나가면서 가이드 아가씨가 여러가지 설명할 거리가 많죠.
재밌다 싶은 것만 골라서 엄니한테 설명해 드리며 은각사로 향합니다.
제가 한창 쿄토에 자주 가던 때, 공교롭게도 은각사가 보수기간에 들어간 터라
금각사를 6~7번쯤 갔다면 은각사는 2번 정도밖에 가지 못했었죠. 그래서 저 역시 오랜만에 기대됩니다.
면적 자체는 금각사가 훨씬 크고, 쿄토에서도 워낙 유명한 곳이라 주차장도 광활합니다.
반대로 그 덕분에 은각사는 관광객이 조밀조밀해 보이는 면도 있더군요.
은각사 누각에는 은박지가 없습니다. 단아한 느낌이 드는 소박한 누각 하나만 놓여 있죠.
눈이 좀 더 많이 내렸더라면 겨울에 볼 수 있는 최고의 풍경이 되었을 텐데.
하지만 엄니께서 이보다 더 추워지면 움직이기 힘들어 지실테니 이 정도로도 만족합니다.
은각사는 원래 지쇼지(慈照寺)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대칭되는 금각사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곳도 은각사라는 이름이 더욱 알려지게 되었네요.
휘황찬란한 금각사의 느낌과 비교하면 좀 수수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수수함과 더불어 정원의 미적 구성양식은 이 쪽이 훨씬 아름다운 느낌이 듭니다.
쿄토는 대구와 같은 분지 형태임에도 겨울에 날씨가 꽤 추운 편입니다.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정원이라 그런지 꽃도 살짝 움츠러 든 듯한 기분이군요.
금각사가 금으로 유명하다면 은각사는 이 모래 정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모래로 물과 산을 표현하는 이런 방식을 카레산스이(枯山水)라고 하는데
이곳의 완성도는 정말 굉장합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은 대체 어떻게 유지를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군요.
아이들이라면 몰라도 이 곳을 찾는 어른들이라면 카레산스이 쪽엔 발을 들이지 않도록 조심하겠죠.
뭔가 분위기를 망치면 큰일 날 것 같다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모습입니다.
규모가 작은 사찰이지만 완벽하게 사람의 손길로 재현된 자연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자연스러움과 엄숙함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를 살리고 있습니다.
금각사야 땅도 넓고 금도 반짝반짝해서 관광객들의 셔터소리가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데
이곳은 가능하면 사람이 적은 상태에서 느긋하게 둘러보고 싶은 바램이 있습니다.
단체 버스로 오면 아무래도 그럴 기회가 적어져서 아쉽긴 하죠.
카레산스이 정원 멀리 보이는 볼록 솟은 녀석은 후지산은 형상화 한 것입니다.
때마침 눈이 살짝 쌓여있는 모습 덕분에 더욱 보기가 좋았네요.
눈이 내려도 비가 와도 말끔히 단장된 모래 정원의 모습을 보면
하루에 몇 번이나 이 녀석들을 관리하는 것인지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참 손이 많이 가는 손질일텐데, 적어도 제가 가 본 모래 정원 중에서 모습이 흐트러 진 녀석은 한 번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은각사의 전체적인 모습은 속세를 잊고 조용하게 살아가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는데
쿄토라는 도시 전체가 관광객이 끊일 일이 없는 곳인데다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비경으로 유명한 곳이 이 은각사라서
좀처럼 홀로 유유히 산책을 즐길 만한 기회가 오지 않는군요.
더구나 봄이 되면 더욱 유려한 풍경으로 변모하는데, 그 때는 줄서서 이동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붐비니...
권력의 흥망성쇠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할까요.
금각사는 일본 역사상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 義満)가 만든 별장이었습니다.
이 은각사는 100년쯤 뒤에 그의 후손에 의해 세워졌는데, 자신의 고고조 할아버지 뻘 되는 일본 최고의 권력가가 세운 금각사를 생각하면
차마 그것보다 더 화려하게 지을 수는 없어서 '은'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실제로 은각사가 세워질 당시엔 예산 부족으로 은칠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다는 말도 있고.
금각사나 은각사 둘 다 원래 사원이 아니라 쇼군의 별장으로 세워진 녀석이라
당대 건축양식의 정수를 그대로 담고 있으니, 이 별장을 혼자 소유하고 거닐던 당시 권력자들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와서야 소원 이뤄주는 연못에 동전이나 던지는 일반 시민들이 찾는 곳이지만
수직적 권력의 정점을 이루었던 당시 일본 지배층의 힘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겠지요.
만약 하늘 어딘가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다면, 거늬할배한테 적선하는 거지들을 보는 기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설하고, 은각사는 정말 은칠을 했다면 금각사보다도 영 볼품없는 곳이 될 뻔 했습니다.
직접 가 보시면 알겠지만 은각사는 화려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
잘 정돈된 초목근피와 인공미의 극치를 달리는 카레산스이, 누각 앞에 살짝 솟아있는 산책용 언덕까지
미니멀리즘의 정수라고 해도 될 만큼 일본 문화의 중요한 요소를 간직하고 있는 명소입니다.
언덕 쪽은 또 이끼가 자욱하게 덮여있어서 그 모습 또한 볼거리 중 하나죠.
엄니께서도 금각사는 그냥 금삐까 보는 재미로 보셨다면
이곳에서는 천천히 거닐며 이곳저곳 둘러보시고 있습니다. 이런 곳 참 좋아하시니 마음에 드셨으리라 생각.
은각사는 면적이 금각사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산책로는 이리저리 꼬아놓은 모습이기 때문에
실제로 산책에 소모되는 시간은 거의 비슷하거나, 좀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금각사에서는 금삐까가 보이지 않은 곳에서는 속도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이곳은 발걸음을 서두를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죠. 거의 모든 코스 코스가 아름다운 볼거리로 가득합니다.
시간이 살짝 촉박하지만 언덕 위를 둘러보지 않고 은각사를 떠난다는 건 너무나 아쉬운 일이기에
천천히 꾸준히 올라가시는 엄니를 뒤에서 찍어대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곳은 봄이나 가을에 오면 정말 별세계가 어떤 곳인가 느낄 수 있죠.
특히나, 입구가 아주 높은 나무들로 꽉 막혀 한번 꺾인채로 들어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들어오고 나면 현세와 분리된 듯한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지은지 500년이 넘어가는 곳이라 정말로 나이들어 보이는 비석들도 군데군데 존재합니다.
일본식 정원은 보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여기저기 들어가 보고 싶지만 참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네요.
쿄토가 지금 보면 그리 큰 도시가 아닌 듯 하지만 천 년 가까이 일본의 수도로 남아있다 보니
예전 기준으로 보면 정말 거대한 도시였습니다. 원래부터가 중국의 장안을 본따 만든 도시이기도 하고.
그래서 버스로 30분쯤 걸리는 금각사의 키타야마(北山) 와
은각사가 위치한 히가시야마(東山)는 생활 양식 자체가 전혀 다른 개별적인 공간이었습니다.
키타야마가 화려하고 귀족적인 문화의 중심지였다면
히가시야마는 세속을 벗어나 적막한 곳에서의 평안함을 추구하는 편이었죠.
금각사와 은각사는 그 대치점에서도 유독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곳이니
이 두 곳은 꼭 페어로 묶어서 구경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눈사람에 코까지 만들어 놓는 센스가 재미있어서 찍어봤습니다.
이 당시엔 겨울왕국이 일본에 개봉하기 전이어서 당근이 사용되지 않았던 듯.
비단 일본식 정원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정원은 꼼꼼해야 합니다.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공간이다 보니 사소한 것도 단점으로 눈에 들어오기가 쉽거든요.
그런 면에서 일본은 정원 만드는데는 도가 튼 민족이라 할 수 있겠죠.
제가 은각사를 처음 봤던 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일본의 정원 정원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거진 3시간 가까이 묵묵히 길을 거닐기만 하던 게 생각납니다.
외국까지 와서 입장료 내고 둘러본다면 기본적으로 신기하거나 웅장한 것들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 곳이 어떤 느낌을 주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입니다.
쿄토엔 눈이 별로 오지 않아서 겨울엔 매력이 좀 떨어집니다만
눈으로 뒤덮힌 은각사는 정말 절경이라고 하더군요.
조금씩밖에 쌓여있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넓은 대지와 넓은 연못 사이에 우뚝 서 있는 찬란한 금각사와는 달리
이곳은 언덕을 올라가면 은각과 함께 쿄토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자랑합니다.
엄니는 금각사 은각사 둘 중 어느 것이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지만
전 그러지 않아도 보수공사 때문에 한참 보질 못했던 데다가
원래 은각사를 훨씬 더 좋아해서, 짧은 관람시간이 아쉽게 느껴질 뿐이었네요.
그래서 은각사에 비해 금각사 사진이 압도적으로 수가 적습니다만 그냥 찍사의 취향이라고 생각하시는게 좋을 듯.
돌다 보면 아무리 풍경이 좋아도 너무 좁은 듯한 느낌이 들어 가끔 답답하기도 했는데
조사해 보니 사실 원래 은각사는 훨씬 더 컸다고 합니다. 금각사처럼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곳이 아니라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서 이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하네요.
이것도 물론 전쟁 때 폭격을 받지 않은 쿄토라는 도시의 축복 덕분이기도 합니다만
원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제가 쿄토 가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원의 완성도는 이런 소소한 곳에서 완성된다고 봅니다.
자연의 미를 인공적으로 구성하는 복잡미묘한 장소가 일본의 정원이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금속 재료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곳까지 자연의 형식을 유지하려 합니다.
여기에 금속으로 된 맨홀 뚜껑이 떡하니 들어서 있었다면 제 고취된 기분도 확 내려앉았겠죠.
교토 버스 투어는 당연히 모든 관광지의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은 군것질거리 정도 밖에 없습니다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하룻만에 이런 곳들을 다 돌아다니려다 보니
실제로 한 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40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본다면야
20분만에 다 둘러보고 밖에 나와 담배까지 필 시간이 되겠지만
저로서는 내려가는 언덕길이 참 짧게 느껴지는군요.
처음에 연리지인가 싶어서 유심히 바라본 나무입니다.
뿌리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꼬인 녀석이로군요.
처음엔 왜 은이 없냐고 아쉬워 할 수도 있지만
산책을 한번 마치고 나서 다시 보는 은각은 '은박이 없길 잘했다'라는 느낌이 드리라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카레산스이 구조가 확립되기 이전의 일본 정원은
반드시 연못이 존재해야 했었기 때문에 건설 난이도도 상당히 높았는데
이곳은 그 당시 왕이나 다름없었던 쇼군의 별장이었기도 하고,
히가시야마라는 걸출한 산에 딱 붙어있는 위치라 물흐름을 당겨오기 어렵지 않았을 듯 합니다.
이번 여행은 엄니 가이드 형식으로 따라간 것이라 대부분 저한테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오랜만에 은각사를 와서 셔터를 누르다 보니 왠지 엄니와 제가 그냥 따로 구경한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살짝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만, 은각사 40분 만큼은 제 나름대로 즐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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