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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12.26  2014 서울 키덜트 페어 2편 6
  2. 2013.02.08  도쿄 산책 - 나는 어디 여긴 누구 18
  3. 2013.02.04  도쿄 산책 - 오다이바의 건담 14

 

 

어른이들의 로망 건담 부스로 이동해 봅니다.

플레이모빌이나 베어브릭은 여성들에게도 나름 어필할 수 있겠지만

건담 쪽은 정말 매니아가 아니고서는 기본적으로 남자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을 듯.

 

물론 여심을 자극하기 위한 건담 시리즈는 끝없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정작 그쪽은 건담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으니.

전 물론 조금 낡은 세대라서 옛날 모델들이 좀 더 정겹네요. 모습을 보니 구프같습니다. 색깔은 원래 파란색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건담 중 가장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역시 세월이 흘러도 좋아하는 모델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군요.

제가 어릴때는 이 정도 디테일한 녀석은 없었고, 거의 퀄리티가 좀 떨어지는 복제품이 판치고 있어서

원작의 느낌이 잘 살지 않았습니다만 요즘엔 오히려 원작보다 더 세밀한 녀석들이 많네요.

 

이런 굉장한 디테일을 가진 녀석들 보고 감상하는건 좋아하지만

막상 본인이 구입해서 먹선 등 각종 도구비 써가며 완성하고 나면 집에선 놔 둘데가 없다는 게 가장 아이러니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 무지하게 만들어 재끼던 프라모델들 요즘엔 손을 놓아 버렸네요.

 

 

 

좀 더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 쪽 건담이 더 인기가 있었을 겁니다.

애초에 초기 컨셉은 리지날 건담의 오마쥬로 시작한 작품인데, 중간부터 그냥 개판이 되어 버렸죠.

 

작품은 그렇다치고 프라모델만큼은 당시의 발달된 기술력을 총집합해서 어마어마한 기동력을 보여주어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당시에 프라모델이 팔짱끼기, 꿇어앉기, 양반다리 등의 자세가 가능하다는 게 참 신기했네요.

 

건담 프라모델중 최상위 등급이 PG 라고 알고 있는데, 보통 PG급은 20만원즘 하죠.

어릴 때 500원짜리 기갑계 가리안 프라모델을 신나게 만들었던 저로서는 요즘 프라모델은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군요.

 

 

 

어릴 적 제 동심을 자극했던(?) 프레데터는 여전히 피규어 시장에서도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 비디오 출시땐 삭제가 너무 많아서 국민학생인 제가 봐도 그닥 문제는 없더군요.

 

프레데터는 에일리언과 더불어 SF 호러 캐릭터의 양대 산맥인데

묘하게 B급냄새가 많이 풍겨서 1,2편 이후로는 영 힘을 못쓰고 있습니다.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서 영화보다 캐릭터가 더 주목받는 독특한 케이스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아놀드 형님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저 얼굴을 드러내던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처음엔 주인공이 처절해 보여서 감정이입이 되더니만

15년쯤 지나고 나니 그림 그리는 작가분이 너무 처절해 보여서 안스러운 작품 베르세르크입니다.

 

연재 25년동안 하루 15시간 가까이 그림을 그려가다보니 밖에 나간적도 별로 없고 친구도 없고 결혼도 하지 못하는 작가 모습은

어째 작품에서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주인공과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가 죽기전에 과연 완결을 낼 수 있을지 조마조마합니다. 요즘 주위를 보면 사람이 살 만큼 산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뉴 건담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사자비입니다.

이 친구는 다른 건담보다 좀 두툼하고 펑퍼짐한 편이라 칼로 깎아낸 듯한 기계적 날카로움이 좀 부족하지만

덩치에서 오는 박력은 여전히 굉장합니다. 최근 작품에서는 이 녀석을 원형으로 해서 요즘 트랜드대로 날씬하게 바꾼 모델도 나오는 것 같더군요.

 

이 녀석이 1988년에 나왔는데 제가 직접 본 것은 아마도 92년쯤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막도 없어서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가 싶었지만 시대를 뛰어넘은 전투 장면만은 인상적이었죠.

그 때는 십만원이 넘는 프라모델이란 거 상상도 못했는데, 만약 당시에 이런 모델을 접했다면 눈이 뒤집어지지 않았을려나요.

 

 

 

건담이 기계다 보니 꼭 이렇게 정비받는 모습을 재현하는 경우가 있네요.

SF적이긴 하지만 넓게 보면 밀리터리에 속하는 것이니, 이런 정비 모습도 매니아들의 로망인가 싶습니다.

 

여자들이 자수 뜨는것과 비슷하게, 프라모델 원형에 저만큼 수정을 가하는 것은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할 텐데요.

예전처럼 막 가지고 놀 수 있을만한 모델이 아니라서 그런지 제가 좀처럼 요즘 프라모델에는 손을 대지 못하겠습니다.

 

500원짜리 프라모델들은 신나게 가지고 놀다가 다리나 팔 한쪽이 뚝 부러지면 한동안 슬퍼하고 다시 사러 나가곤 했으니까 말입니다.

 

 

 

문화컨텐츠라는 개념은 사람처럼 나이를 먹어간다고 봅니다. 그 산 증거가 여기 있네요.

 

이 초대 건담은 1978년도 등장 당시만 해도 그냥 로봇탈을 쓴 사람인것마냥 허술한 설정 투성이였지만

인기를 끌고 나서 끊임없이 팬들에 의해 부족했던 설정이 채워지고 수정되고 하면서

지금은 거의 수백년에 걸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날이 시대적 한계상 많이 단순한 모델이었기에 오히려 지금 와서는 극단적인 리얼리티를 표방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일본은 한술 더 떠서 도쿄 오다이바에 실제 크기 건담을 전시해 놓기도 하니

문화 컨텐츠의 지속성이란 점에서 이 건담이란 녀석은 큰 획을 남겼다고 할 수 있겠네요.

 

 

 

원작은 그닥 재미있지 않아서 보지 않았지만 프라모델은 참 많이 샀던 보톰즈 입니다.

건담처럼 폼나는 매력은 적지만 쓰다 버리는 소모품 느낌의 기계라 그 무미건조함이 지금와서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렇게 실제로 험하게 굴러서 생긴 것 같은 스크래치를 재현해 내는 모델러 분들의 능력은 감탄입니다.

프라모델도 이쯤 되면 그냥 예술작품이라 해도 되겠죠. 유명 모델러들의 작품은 재료비 인건비만 해도 수백만원은 훌쩍 뛰어버립니다.

 

 

 

보톰즈의 매력은 역시 진짜로 전장에서 뒹구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죠.

건담이야 뭐 기계 자체가 주인공급의 매력을 발산하지만

보톰즈에서는 주인공이 타던 기체조차 특징없는 양산형 모델이고, 고장나면 스스럼없이 버리고 다른 기체를 타 버리기도 합니다.

 

리얼리티와는 건담과 똑같이 한참 동떨어진 작품이라도 기체에 대한 묘사만큼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덕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죠.

 

 

 

감탄을 하게 만들었던 자쿠였네요. 플라스틱으로 저런 질감을 낸다는 것은 새로운 창작의 영역인 듯 합니다.

왠지 물로 박박 씻어주고 싶어지는 녀석인데, 그러다가는 애써 만들어 놓은 작품 다 망칠 듯.

 

 

 

오리지날 건담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코어 파이터와, 건담 하면 생각나는 그 주인공의 모습입니다.

사실 방영한지 35년이나 된 작품이라 요즘 아동층에게는 어른들의 추억거리로밖에 인식되지 않지만

그러다가 중고생이 되고 대학생쯤 되어 우연히 그 시절의 건담을 접하게 되면

그 어른들이 그랬듯 오리지날 건담에 푹 빠지게 되어 매니아로 전환하는 그런 순환이 일본에서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화의 되물림이라는 것은 이렇게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대중문화 컨텐츠를 재생산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만,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건담쪽 디테일이 워낙 대단해서 다음 부스에 전시중인 겟타 로보 등은 조금 감흥이 덜합니다.

애초에 리얼한 고증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 아니기도 하지만.

 

로봇 애니메이션은 당시에 인기가 없었더라도 언젠가 다시 조명을 받아 리메이크되고 하는 경우가 빈번한 편입니다.

캐릭터들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세대간 소통의 기회도 늘어난다고 할 수 있겠죠.

 

제가 좀 더 나이가 들어 아이들과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캐릭터가 뭘까 생각해 보는데, 불행히도 한국 작품중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뽀로로 같은 건 결국 어린이 세대에게만 머물러 있는 녀석이라 한계가 있고.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우량만화 '요츠바랑'에 나오는 골판지 인형 담보의 모습니다만

어디선가 밀리터리 매니아의 숨결이 닿은 것인지 손과 발의 형태가 조금 이상하네요. 거기다 무시무시한 무기까지.

실제 작품에서는 저렇게 나오지 않습니다.

 

 

 

뉴건담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만이 아닌 듯. 다양한 버전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반짝반짝한 유광도료를 바른 녀석을 일본에서는 멕키 버전이라고 하는데

이게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수입되는 바람에 한국에서도 금멕기 은멕기 하면서 부르고 있습니다.  그냥 도금 버전이라고 하면 될 텐데.

1차생산직의 용어 상당수가 아직도 일본어를 그대로 쓰고 있는 현실상 여기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 듯 하네요.

 

 

 

조금 큰 부스에 아이들이 상당히 많이 몰려있어서 뭔가 싶었는데

어릴 적 아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던 그 미니카의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국민학생일 때 동네 골목길에서 이거 가지고 질주하던 모습이 많이 보였죠.

모터를 좋은 걸로 바꾸고, 구리스 비싼 녀석으로 칠해주고 하면서 튜닝의 매력을 느끼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물론 요즘도 정식 대회가 열릴 만큼 대중화 되어 있습니다.

이 녀석들은 사실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코스에서 튕겨나가지 않는 밸런스를 잡는 것이 목표였죠.

 

 

 

옆에는 잠시 후에 RC카 레이싱이 벌어질 예정이라 나침반님과 함께 잠깐 앉아서 구경해 보기로 했습니다.

트랙을 보니 좀 던에 전시중이던 미니카 레이싱은 아니네요. 미니카는 조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트랙이 이런식으로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참가자들은 역시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이지만 구경은 어린이들도 많이 하는군요.

키덜트 페어다 보니 어른들이 비싼 RC카 들도 참전해도 그닥 이상하지 않습니다.

 

 

 

역시나 자동차가 너무 빨라서 스트로보가 없이는 실내에서 저 움직임을 따라가기가 힘드네요.

진짜 레이서들의 인간을 초월한 반사신경을 조금이라도 대리만족하는 광경인가 싶습니다.

이 녀석들도 빠르기는 상당히 빠르니 꽤나 정밀한 조작이 필요하긴 하죠.

 

 

 

나침반님이 흥미를 보이셨던 차세대 장난감 쿼드콥터입니다.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서 사용하던 액션캠이 점점 경량화 고품질화 되는 것과 발맞추어

저렴하고 작동 편한 멀티콥터와 폭발적인 시너지를 이끌어가고 있죠.

 

단순히 오락용으로 뿐만 아니라 전문 촬영에도 대부분 멀티콥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활용도는 무궁무진해서 연구 자료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반대로 성능이 너무 좋아지다 보니 사생활 침해의 소지도 많아지고 있더군요.

뭐든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윤리간 충돌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마블 캐릭터들이 영화 덕에 대인기를 누리다보니 그쪽 피규어들이 꽤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촌티나는 수트를 그래도 시대상에 어울리게 재현해 놓은 영화가 참 대단하긴 하죠.

 

마블 영화는 이제 한 편씩 나올 때마다 그냥 축제분위기로 즐기는 듯한 느낌인데

못 볼 정도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식상해 질 수밖에 없는 구성이라 조금 걱정입니다.

일단 시도는 좋았으니 어벤저스 스토리가 일단락 될 때까지는 볼 생각입니다만.

 

 

 

전신을 이 정도 크기로 만들어 줬으면 더욱 행복했겠지만

그러다가는 가격이 수백만원을 가볍게 호가해 버릴 것이 분명하니, 이렇게 흉상으로만 존재하는 뉴 건담입니다.

 

건담 디자인은 오리지날부터 시작해 이 뉴 건담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참신적인 면에서는 Z 건담이 시대를 한창 뛰어넘긴 했지만 어쩐지 이쪽에 더 정감이 가네요.

 

 

 

 

전성기 시절의 주지사님 모습. 영화에서는 적당히 화면 처리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전신 모형을 보니 T1000 과의 싸움에서 진짜 험하게 굴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임스 카메론은 만드는 장르마다 그 특성을 최대한 응축시켜 관객들에게 던지는 통에

이 사람 작품 하나 보고 나면 동 장르의 다른 작품에 관심이 한동안 없어져 버린다는 이상한 단점이 있었죠.

 

 

 

어릴적엔 삭제 버전만 봐도 좀 많이 잔인하구나 싶었는데

무삭제판을 보니 거의 고어 영화에 가까운 연출로 충격을 먹었던 작품입니다.

아, 뒤에 달린 걸 보니 혹시 3편일지도 모르겠네요. 로보캅은 1,2편 밖에 없는데 말이죠.

 

1편에서는 머피의 방탄복 성능실험 장면과 페기물에 돌연변이화 된 조무래기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고

2편에서는 뭐니뭐니해도 닭다리처럼 바둥바둥 거리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네요.

 

 

 

이 모습을 보니 전 한 번에 '못난 아비가 미안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전위예술'이 생각이 나던데 말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아이언 맨 작품 내에서는 저 포즈가 나온 적이 없을텐데.

 

올해도 여전히 보도사진들은 멋진 작품이 많이 나오더군요. 대부분이 인간 탈만 쓴 괴물들의 순간포착이지만 말이죠.

그런 것과 별개로, 저 피규어는 실제 가동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움직이는 녀석이라면 가동률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미니 피규어는 부피도 작고 앙증맞아서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만 덩치에 비해 가격이 좀 나가서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 정도라면 한 개 업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한번 욕구가 터지기 시작하면 물 세는 댐처러머 되어 버리니 꾹 참는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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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간 렌즈가 35mm 와 70-300mm 라서, 중간화각이 조금 비어버리는 느낌이다.

망원렌즈를 사용하려니 전신 담기가 힘들어서 발품을 팔아 뒤쪽으로 물러나 찍는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사진 찍는 풍경이 좀 바뀐 듯 한데

컴팩트 카메라 갖고 다니는 사람은 물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상당수의 관광객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대부분 화각이 넓은지 사진 찍으려고 뒤로 물러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예전 사하라 사막 마라톤 당시엔 절대로 DSLR 급의 장비를 들고 달릴수가 없었으니

고르고 골라서 코닥의 이너줌 컴팩트 카메라를 들고 갔었는데, 내 실력에 비하면 훌륭한 사진을 남겨줬지만

그래도 역시 장비의 아쉬움은 있어서, 여행갈때는 어깨 부서지더라도 좋은 장비 갖고 다니려고 노력한다.

요즘엔 휴대폰 사진도 너무 잘나와서 딱히 카메라 갖고 다닐 필요가 없는걸까?

 

스마트폰을 가지고는 있는데, 그 녀석으로 사진 찍은건 열손가락으로 꼽아도 남는다.

스마트폰으로도 이 정도를 척척 찍어낸다면, 쓸데없이 크고 비싼 카메라 들고 다니는 꼴이 되니 걱정도 된다.

 

 

 

일본쪽 유머사이트에는, 2009년 진도 6 정도의 지진에 이녀석이 쓰러졌는데

혼자서 스윽 일어나더니 다시 제자리에 돌아가 서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밤에 관람객들이 없어지면 가슴의 해치가 열리면서 조종사가 나오는 모습도 봤다는 둥의 이야기도 있다.

 

물론 1:1 스케일의 로봇이라는 특징때문에 만들어진 소문일 뿐이지만

정해진 시간에 손이나 팔이나 머리가 살짝살짝이라도 움직이는 모습 보면

사실 이녀석은 겉모습만 아니라 실제로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병기가 아닐까 하는 상상이 드는것도 사실.

 

여기까지는 그냥 뜬소문이지만, 2009년 당시 전시를 마치고 해체작업을 시작할 무렵에

머리부터 차례로 해체하다 보니 건담 애니메이션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라스트 슈팅' 장면이 재현되고 말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디테일에 신경쓰는 일본인 특성에 건담 매니아들이 집대성되어 만든 모형이다 보니

2009년 해체했다가 이번에 다시 세우면서도 나름 애니메이션의 설정에 들어맞는 이유를 만들어 냈다.

주인공 아무로가 이 건담 타고 활약하는 도중에, 그의 반사신경을 기체가 점점 따라가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관절부의 운동성을 높히는 마그넷 코팅이라는 신기술을 채용해서 업그레이드를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

이번에 새로 세워진 이 녀석은, 자세히 보면 2009년 버전과 비교해 팔다리의 관절부분이 미세하게 다르다고 한다.

고증에 대한 이런 집착이 때로는 관람객들에게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되기도 한다.

 

 

 

건담 모형 옆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에 따라 화려한 치장을 한 다이바 시티의 단면이 보인다.

건담을 마음껏 즐긴 아이들은 이 빛으로 가득한 계단을 마구 오르내리면서 여운을 만끽하고 있다.

 

계단에 조명 설치하는것도 괜찮은 선택인데, 매끈한 벽면을 스크린 대용으로 사용해서 프로젝터로 글씨는 비추는 시도 역시 훌륭하다.

물리적인 공사를 요하는 것도 아니고, 묘한 조명과 어우러져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옆에 초현실적인 크기의 건담도 서 있으니 더욱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도 들고.

 

 

 

건담이란게 일본에서는 국민적인 브랜드로 자리잡기도 했고

요 근래 들어 만화나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의 소비자 충성도가 상당한 장사가 된다는걸 실감한 기업들이

저 건담까페같은, 완벽한 매이나지향 프렌차이즈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게 요즘 현실이다.

 

일단 인구와 소비층이 두텁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라서, 한국의 경우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케이스지만

어쨌든 부럽긴 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프렌차이즈의 다양화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니까.

 

어릴때는 프라모델에 빠져서 건담을 참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냥 전시된 프라모델 구경하면서 감탄정도 해 주는 레벨이라서

괜히 음료값 비싼 저런 까페에 들어갈 일은 별로 없다. 만약 건담 좋아하거나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과 함께 왔다면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들어가 봤겠지만.

 

그리고 자금이 간당간당한 지금 상황에서 자칫 들어갔다간 쓸데없는 기념품에 손을 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고.

건담까페 대문 왼쪽에 세워져 있는 현수막에는 하로만(ハロまん)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하로' 라는건 건담에 나오는 마스코트적인 캐릭터로, 대강 이렇게 생긴 녀석이다. 애완동물같은 포지션.

'만'이라는 건 한국의 호빵과 같은 간식이라고 생각하면 되니, 하로만은 아마도 이 녀석 모양을 한 호빵을 의미하는 듯.

어릴적만큼의 애정이 있었다면 꼭 한번 사먹어 봤을법한 녀석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건담에 크게 흥미가 없다.

 

 

 

건담만 주구장창 담다 보니 아무래도 사진에서는 크기가 잘 실감나지 않을 듯 해서

죄송하지만 동의없이 한 커플의 뒷모습을 비교대상으로 담아버리고 말았다.

 

여행같은거 가면 특히 좀 더 용기를 발휘해서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는 자세가 필요한데

이렇게 새가슴이어서야, 담고싶은 모습도 제대로 못 담는 사태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인도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사진 찍히는걸 너무 좋아해서 막 덤벼든다는데

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도여행이 필요한 것일까.

 

이렇게 한바퀴 돌아가며 건담을 담고, 잠깐 카메라 꺼둔 채 눈으로 감상을 하고 있으니

아마도 좀 전에 열심히 기념사진 찍고 있었을 법한 젊은 여행객 무리가 나한테 다가온다.

맛폰으로 한국어를 일본어로 번역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자유의 여신상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적당한 아시안 엑센트 영어로 물어보는데

1초 정도 되는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서 내 머리가 너무 많은 요소를 복합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잠깐 말이 헛나가 버렸다.

 

외국사람이라면 그렇구나 착각할수도 있지만 왜 한국사람이 내가 한국사람이란걸 알아차리질 못하는가.

다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분위기좋은 커플이나 일행도 아니고, 시커먼 옷에 덜덜한 덩치에 눈매 사납게 혼자 카메라 잡아든 나를 골라서 물어보는가.

지금 이 사람들한테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밝히게 되면 자신들의 착각에 대해 부끄럽고 미안해 할 것인가.

이 사람들의 착각을 너그러이 눈감아주려면 그들의 생각에 맞춰서 일본사람인 것처럼 반응을 보여줘야 예의에 맞는 것일까.

 

사실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니고 해서 놀랄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날따라 갑자기 이런 생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내 머리를 휘젓는 탓에

적정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반사적으로 일본어가 입에서 튀어나오고 말았다.

사실 자전거 여행때부터 반드시 지키고 있는 사항인데, 일본에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머릿속을 완전히 일본어 OS로 바꿔놓고 있다.

머릿속 생각도 한국어를 일본어로 변환하는게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일본어로 나오도록 연습을 했고

그게 지금은 꽤나 익숙해 진 탓에, 일본서 술 마시고 한국에 전화 걸었을 때는 한참동안 한국말이 안나와서 고생하기도 했다.

 

그런 고로, 머릿속이 멀티태스킹으로 정신없을 때 지극히 자연스럽게 일본어가 나와버린 것.

건담에서 자유의 여신상까지는 바닷가쪽으로 쭈욱 일직선이었기 때문에 길을 잊을 염려는 결코 없었지만

내가 일본어로 대답하자,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한국인 일행은 'Can you speak English?' 라고 묻는다.

이제 한국어로 대답하는건 불가능. 지금와서 대답한다면 내가 젊은이들을 갖고 논거나 마찬가지가 되니까.

 

일본어로는 머릿속 생각도 돌릴 수 있을 정도지만, 일본사람처럼 영어 발음 하는건 한 번도 시도해 본적이 없어서

그냥 배운대로 말해줬는데, 일본사람치고는 발음이 좋구나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네들 발음이나 내 발음이나 거기서 거기였으니까.

그냥 쭉 가라고 말해주니 이번엔 레인보우 브릿지는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는다.

자유의 여신상 보이는 곳에서는 레인보우 브릿지도 보인다고 대답해주자 고맙다고 밝게 인사하며 멀어져간다.

 

결코 악의가 있어서라거나 장난끼 같은 감정은 전혀 없었지만, 이래도 되는 것일까 살짝 생각에 잠기게 해 준 여행길의 에피소드.

사실 여행가서 한국사람에게 한국어로 말하지 않게 된 것에는 아주 사소한 이유가 있기도 하다.

2008년 자전거 여행때, 페리를 타고 홋카이도에 발을 들여 삿포로 맥주 박물관으로 향했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징기스칸과 삿포로 생맥주 무한 뷔페였지만, 개장시간 전에 오는 바람에 남는 시간동안 맥주박물관 견학을 하기로.

엘리베이터에 서 있는데 아기를 안은 젊은 부부가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길래

여행 떠나고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이라, 반가운 마음에 무심코 한국어로 '여행 오셨나봐요' 하고 말을 거니

마치 호러영화 사이코에 나오는 샤워실 마리온의 비명소리와 버금갈 정도로 '어머낫!!' 하고 깜짝 놀라길래 내가 더 놀랐다.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나 싶어서 걱정될 정도였는데, 물론 그쪽은 바로 웃으면서 '한국사람이신줄 몰랐어요' 하고 설명해 주긴 헀다.

 

하긴 살은 흑인 못지않게 탔고, 머리에 버프 뒤집어쓴채 다떨어진 넝마같은 옷 걸쳐입고 (훗날 알았지만 실제로 바짓가랑이가 걸레가 되어있었다)

혼자서 설렁설렁 돌아다니는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짐작하는게 힘들법도 하다.

어쨌든 그날 이후로 내가 외국에서 한국사람한테 먼저 말 거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먼저 걸지 않는다만.

 

 

 

건담을 실컷 구경했으니 이제 오다이바에는 별 볼일 없다.

레인보우 브릿지 야경이라도 한번 감상하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지금 가면 방금전 그 한국사람들하고 또 마주칠까봐.

죄지은 건 아니지만, 두번 세번 만나서 친해지다가는 결국 한국사람인거 밝혀야 할것 같아서 부담된다.

참 쓸데없는 걱정도.

 

문득 생각해보니, 오늘은 낮에 아키바에서 물건 사고 일기쓴다고 KFC에서 샌드위치 하나 먹은것밖에 기억나지 않아서

내부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서 다이바 시티안으로 들어가 본다. 본인하고는 한참 인연이 없는 곳이지만

외국에까지 와서 그런지 이런 거대 쇼핑몰 모습도 나름 신기한 구경거리라고 자기암시를 걸지 못할것도 없어 보인다.

 

물론 아무리 외국이라고 해도 사람 붐벼터지는 대형 쇼핑몰에 들어가는건 나로서는 극히 드문 일이지만

이번엔 번듯한 이유가 있다. 뭐라도 배좀 채우고 싶었고, 지난번 의뢰받은 헬로키티 파우치를 여기서도 한번 찾아보기 위해서.

아키바 같은 곳은 전자제품이나 게임같은 매니아의 천국이지만 아무래도 헬로키티같은 샤방샤방한 아이템은 좀 드물다.

 

다행히도 1층 광장 주변이 푸드코트라서 가볍게 둘러보는데, 유명한 타코야키 체인점인 긴타코(銀たこ)가 있어서 그리로 갔다.

이 블로그 자주 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난번 오사카 킨키지방 여행때 급성 통풍의 습격을 받아서

타코야키 하나 못먹고 간신히 살아돌아온 뼈아픈 추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뭐라해도 타코야키를 먹어보려고 벼르고 있던 중이다.

괜히 이런데서는 용기가 솟아나서 직원에게 만들고 있는 모습 한장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직원이 조금 망설이길래 아차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는데, 친절하게도 남들 모르게 한장 찍어가시라고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타코야키 다 먹고나서야 안 사실인데, 직원의 그 망설이는 태도는 긴타코의 제작과정이 비밀스러웠던게 아니라

다이바시티 전체가 원칙적으로는 카메라 촬영 금지장소였기 때문이었다. 다들 휴대폰으로야 아무렇게나 찍고 다니지만

본인 카메라는 누구에게나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거대한 DSLR 이라서 직원이 당황했던 것. 세삼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다. 

 

 

 

 

긴타코는 창업 초기인 1990년대엔 정말 고급스러울 정도로 빼어난 맛이 특징이었는데

전국적인 체인점이 된 후로는 그냥 대충 골라도 기본은 간다는 믿음을 줄 정도의, 하지만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릴 정도는 아닌 그런 가게가 되어버렸다.

 

그도 그럴것이, 개업 초기의 긴타코는 아시아 최대의 수산시장인 츠키지(築地)에서 매일새벽 직접 공수한 신선한 문어로 만드는 타코야키를 내세웠기 때문.

실제로 맛이 훌륭하기도 했거니와, 칸사이 지방 사람들의 프라이드라고 할 만한 간식인 타코야키를, 동쪽 지방에서도 맛있게 만들수 있다는 묘한 경쟁심리가 더해져

긴타코는 짧은 시간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타코야키 전문점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긴타코의 '긴'은 일본 최대의 번화가 긴자(銀座)의 '긴'으로, 창업시 목표가 긴자에 가게를 세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 실제로 긴자에 본점이 있다.

 

지금은 항상 일정수준 이상의 타코야키를 제공한다는 정도로만 인식되는 녀석이라서

매니아들에게는 그닥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추운 바깥에서 건담 찍느라 얼어버린 몸에는 타코야키가 제격이다.

한국에서 끝장나게 추운 날 포장마차에 서서 오뎅과 국물 한잔으로 행복의 절정을 느끼는 것처럼

일본도 추운날 간식으로 이 타코야키가 몇 순위 안에 들어간다. 물론 한국이나 일본이나 1위는 단연 오뎅이지만.

타코야키는 바삭바삭한 겉에 비해 속이 흐물흐물하고 매우 뜨겁기 때문에

겨울날 밖에서 이녀석을 씹어먹으면 속에서 퍼지는 어마어마한 입김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래서 붙여진 이미지일까.

 

배도 고프고 지난번 오사카에서 타코야키를 못 먹은 한도 있고 해서, 한알 한알 입에 집어넣을 때마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누구나 그렇듯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코야키를 먹었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콱 씹는 바람에

그 뜨겁기 그지없는 걸죽한 액체에 입천장을 완벽하게 태워먹었던 추억도 있지만

지금은 워낙 요령이 생겨서, 만든 즉시 내놓은 타코야키도 아무 문제없이 잘만 씹어먹는다.

 

먹으면서 항상 하는 생각인데, 일본은 미각에 까다로운, 혹은 까다로운 척 할뿐인 매니아들이 워낙 많아서

타코야키 역시 가이드북까지 만들어가며 어디가 맛있고 하면서 열을 올리곤 한다.

 

다들 날카로운 송곳으로 절묘하게 회전시키면서 만들어내는 이런 제작방식에 익숙하겠지만

이렇게 제품화 되기 전의 타코야키는 지금처럼 겉은 바삭 속은 흐물이 아니라 그냥 바삭하게 구워낸 문어구이였을 뿐이다.

재료와 도구를 갖추고, 어느 정도의 요령만 익히면 그렇게까지 만들기 어렵지 않은 B급 요리 혹은 간식이기 때문에

이녀석 가지고 미묘한 맛의 차이를 가린다느니, 눈돌아갈 정도의 황홀한 맛이라느니 하는 수식어는 좀 낯간지러운 느낌이 든다.

 

물론 타코야키의 성지 오사카의 구석구석을 잘 뒤져보면, 정말 맛의 레벨이 틀린 가게가 몇군데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타코야키를 좋아하고 여러번 먹어본 사람에게나 통용될만한 이야기.

 

 

 

좀 비싸긴 했지만 만족스럽게 타코야키를 청소한 후, 헬로키티가 있을 법한 가게를 찾아서 다이바 시티 내부를 방황한다.

몇 군데 찾긴 했지만 역시 싼 것들은 너무 어린애틱하고, 비싼 건 아무리 못줘도 10만원은 넘는다.

부탁받은 3천엔 정도의 좀 덜 어린애틱한 파우치는 아무래도 찾을수가 없어서 의뢰인한테 문자로 연락을 넣어보니

그럼 그냥 사오지 않는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서, 헬로키티 파우치는 물품 리스트에서 지워버렸다.

 

조금 피곤해진 몸을 이끌로 마지막으로 레인보우 브릿지의 야경 감상하러 걷기 시작한다.

후지TV 앞에는 상당히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주변을 둘러싼 은하수같은 행렬이 눈길을 잡는다.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레인보우 브릿지보다 이 녀석이 더 볼만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트리를 감싸고 있는 야광 필름에는, 아무래도 후지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 사진을 모아놓은 듯.

 

 

 

해변가까지 거의 다 왔는데, 이곳에 올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고급 호텔들이 보여서 한 장 담아본다.

오다이바 내부의 호텔들은 두 곳으로 나뉘어 밀집된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유람선 선착장과 함께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로 감상할 수 있는 이곳 다이바(台場)역 근처에는

4성급 호텔이 주를 이루며 꽤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5성급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스탠다드가 20~30만원쯤 하는 호텔이고, 좀 좋은 객실로 가면 200만원대를 넘는 곳도 있어서

가뜩이나 여행중 숙박업소에는 돈쓰고 싶지 않은 나에게는 그림의 떡같은 곳.

 

이곳과 반대편, 그러니까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이지 않는 아리아케(有明)역에도 호텔이 많은데

그건 아시아 최대의 컨퍼런스 타워 빅 사이트 (Big Sight)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각종 회의와 전시회가 1년내내 열리는 곳이라서

호텔도 관광 중심의 고급보다는 10만원 초중반대의 납득할만한 가격을 가진 녀석들이 많다. 물론 그래도 나한텐 비싸다.

 

 

 

레인보우 브릿지의 야경이 보이는 장소에 도착.

역시 이제까지의 도쿄여행중 가장 많은수의 DSLR과 삼각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일단은 35mm 단렌즈로 화각을 넓게 잡고 담아본다.

아무리 조명을 밝혔다고 해도 상당히 어두운 곳이라서 삼각대 없는 촬영은 실패 확률이 높다.

 

원거리 야경이다보니 조리개를 마냥 개방할수도 없고 해서, 이 정도가 손으로 담을 수 있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물론 RAW 촬영이다보니 노출 조절의 범위가 커서 어렵지 않게 되살릴 수 있었지만, 이 경우는 최대한 덜 떨리는 사진을 담는게 관건.

F1.4 의 단렌즈로 이 정도지, 70-300mm 의 어두운 줌렌즈를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려면 감도를 12800 까지 올려야 하는데, 그건 니콘이나 캐논의 플래그쉽 D4, 1DX 정도가 아니면 힘들다.

 

 

 

물론 손으로 들고 찍는 야경사진이란 건 결국 감도를 올릴 수 밖에 없고

본인 노이즈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라서, 사실 마음가는대로 감도를 올려도 아예 못봐줄 사진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감도를 올리지 않으려 노력하는건, 아무래도 위화감 때문일까.

필름 써 본 사람들은 아마도 나처럼 '감도 1600, 3200 정도는 껌처럼 여기는' 지금의 디지털 센서들에 이런 위화감을 느낄거라 생각한다.

해상력을 유지한다는 전제를 달때, 필름은 많이 봐줘도 400 정도가 한계다. 800 이상의 필름은 해상력과는 다른 표현을 위해 사용하니까.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감도가 400 정도라고 한다면, 증감 현상을 통해서 1600 정도까지는 뻥튀기를 할 수 있다.

이제는 증감 해주는 가게도 별로 없고, 이건 요즘 디지털 사용자들이 알 필요가 없는 내용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아무튼, 그런 의미로 본인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감도는 최대 1600 정도, 많이 봐줘도 3200 까지다.

그래서 요즘 6400 까지도 잘만 찍어대는 디지털 센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3200 이상은 손이 가질 않는다.

 

이렇게만 보면 영락없는 삼각대 사용자인것 같지만, 사진보다 여행이 중요한 본인에게 삼각대는 너무나 먼 존재.

 

 

 

 

 

손으로 들고 찍어봤으니 이제는 여행중 몸에 익은 스킬인 '적당한 삼각대 대용 찾아보기'를 시도해 본다.

자전거 여행중에 DSLR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인데, 삼각대까지 넣고 다닌다는건 좀 미친 짓이다.

그렇다고 어두워지고나서 아예 사진을 안찍을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방법을 짜내다 보니 대강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요는 카메라를 얹어놓을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된다는 것.

다행히도 적당히 평평한 난간이 있어서 카메라를 얹어놓는다.

그리고는 렌즈때문에 앞으로 넘어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수첩이나 지갑 등을 바디와 렌즈 사이에 끼운다.

높이 조절을 위해서는 지갑 내용물을 다 비워야 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 수고야 삼각대 들고다니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수평이 맞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나중에 크롭해서 수평을 맞출 수 있으므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삼각대에 비해 극단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촬영중 손으로 잡고 있어도 안된다. 손의 떨림에도 금새 결과물에 영향이 나타나기 때문.

당연하게도 셔터 누를때의 진동 역시 감지될 정도로 불안불안한 지지대라서 타이머 기능은 필수.

 

삼각대 촬영의 꽃인 벌브촬영은 불가능하다. 바람만 불어도 결과물이 흔들릴 정도니까 많이 버텨도 30초 정도.

그렇게 해서 찍은 30초 노출 사진이 위의 결과물이다.

 

저 위의 야경사진은 감도 3200 에 1/30초 촬영이고, 이 장노출 사진은 감도 100에 30초 노출시킨 녀석.

사실 원본크기로 봐야 감도에 따른 해상력의 감소 같은걸 느낄 수 있지, 이런 작은 사진으로는 그런거 구별하기 힘들다.

눈에띄게 차이나는건 역시 노출시간의 변화에 따른 해수면의 모습이랄까.

고정된 빛은 노출값만 동일하면 어차피 똑같은 모습이지만, 항상 출렁이는 바다 표면의 경우엔 단노출과 장노출의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

든든한 삼각대와 ND 필터를 이용한 극단적인 벌브촬영이라면 그 결과는 더욱 극대화되어, 그럴 경우의 바다는 마치 안개속에 파묻힌 듯한 몽환적인 모습이 된다.

 

물론 알고는 있고, 지인거 빌려서 찍어보기도 했지만 본인은 삼각대를 쓸 일이 정말로 드물기 때문에

그냥 그런 멋진 사진은 그렇게 나오는구나 감탄만 하고 말 뿐이다.

여행 사진은 어디까지나 여행 당시의 내 시선과 감각을 따라가는 이정표일 뿐이지, 황홀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실 그런 점에서 현실과 점점 동떨어져가는 야경 장노출 사진을 별로 찍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물론 지금은 거의 반 장난 형식으로 사진을 담고 있다.

그때는 정말 장난치는 기분이었으니까 여행의 기록으로서도 가치가 있을 듯.

 

적당한 삼각대 대용을 찾았으니 이제는 좀 전까지 찍지 못한 어두운 망원 줌렌즈로 야경을 담아보려 한다.

삼각대는 렌즈의 조리개값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아이템이니까.

 

낮에는 고층빌딩에 가려서 힘을 쓰지 못하던 도쿄타워도, 밤이 되니 온몸에 빛의 은총을 받아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레인보우 브릿지에 가리는 형국이라서, 높은 곳에서라면 다리와 타워를 동시에 간섭없이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려면 역시 해변가 4성급 호텔의 수백만원짜리 객실이 필요한가 싶어서, 역시 세상은 돈이구나 하고 한숨 한번 쉬어본다.

 

 

 

야경을 담은 후엔 다시 유리카모메를 타고 시오도메 역으로 돌아왔다.

오다이바는 관광객들만 가서 노는곳이 아니고, 제대로 된 주거시설과 수많은 회사들이 들어서 있는 상업지구라서

출퇴근 시간의 유리카모메는 만만히 볼 녀석이 아니다. 앉을 자리는 없었지만 다행히도 꽉꽉 눌려가며 갈 정도는 아니었다.

 

날씨가 매우 매서워지고 있지만 길을 빙 둘러서 다시 한번 지브리의 거대한 시계탑 앞으로 걸어왔다.

대낮 사진도 찍었으니 밤 사진도 한번 찍어볼까 싶어서.

 

특별히 유명한 관광 스팟이 아니지만, 역시 지브리의 디자인은 둥글둥글하고 온화한 느낌이라서 기분이 좋다.

특정 장소의 조명이 유난히 밝은것을 보니, 아무래도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는 인형들이 나오는 곳인가 보다.

 

 

 

시계의 조명 역시, LED를 직접 밖으로 내놓지 않고 숫자 뒤를 비추는 식으로 표현한게 마음에 든다.

디자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도쿄에서 이 녀석 감상해 보는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에 잘 안드러나서 그렇지 상당히 큰 녀석이라서, 작정하고 세부적으로 사진을 담으면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뜯어볼 수 있다. 솔직히 질감이 참 마음에 들어서 직접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동판을 직접 망치로 두들겨서 이어붙인 녀석이라고 하니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지나친 샤프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와 비슷한 느낌일까.

아쉽지만 두 번의 시도 전부, 인형들이 움직이는 시간대와는 많이 떨어진 때에 도착하는 바람에

이녀석들의 공연은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시오도메에서는 지하철로 숙소 근처까지 바로 갈 수 있으니, 넓직하게 조성된 통로를 걷는다.

예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이곳은 도쿄의 비즈니스 중심단지에 속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는, 그 인파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가 될 정도로 이 광장같은 통로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

 

남아공에서 너무 느긋하게 생활하던 모 지인 여성은, 한국 와서 그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력에 굉장히 감동했다고 하던데

그런 사람이라면 출근시간대의 이곳 모습도 한번 소개해주고 싶다. 도시라는 짐승의 혈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장소.

 

 

 

지하철 쪽으로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길래 뭔가 싶었다.

카렛타 시오도메라는 이름의 이 건물은, 취급하는 장르는 좀 다르지만 테크노마트 같은 구조의 복합단지라고 할까.

47층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의 지하와 지상 몇층, 그리고 최상층 몇군데는 각종 쇼핑거리와 까페가 들어서 있지만

중간의 40여층은 그냥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비즈니스 센터다. 이런 구조의 건물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하고는 일고의 인연도 없는 곳이라서 한 번도 들어가 본적이 없었는데, 그 카렛타 정문 상태가 심상치 않다.

이게 뭔가 싶어서 자세히 보니, 입구쪽 벽면 전체에 프로젝터용 스크린을 설치하고 영화를 상영하듯이 동영상을 재생중이었다.

아마 앞쪽에 프로젝터 장비가 있을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인파가 가득해서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기술적으로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만큼 큰 벽면에 이렇게 선명한 화질을 뿌려내는 모습은 좀 놀랍다.

 

기술적인 쪽으로 관심이 살짝 가긴 했는데, 이럴때는 그냥 어린애처럼 이론같은거 다 잊어버리고

앞에서 펼쳐지는 뮤지컬같은 분위기에 취하는게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시선을 집중하기로 했다.

 

 

 

춤과 노래가 이어지는 전형적인 뮤지컬 방식인데

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거리는 멀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신데렐라가 아닌가 싶다.

영사 방식이나 작품 내용이나 묘하게 고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드는게 오히려 마음에 든다.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상매체는 좀 지나치게 디지털을 강조하는 듯 해서 좀 식상하던 참이라.

 

5분쯤 감상하고 있는데 10명쯤 되어보이는 일행이 사진좀 찍어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 온다.

예순은 되어보이는 부부와 좀 더 젊은 부부, 아무래도 친구 가족들과 함께 놀러나온듯 싶다.

설정을 이리저리 만지고 건네주는 카메라는 리코의 컴팩트 카메라. 적어도 카메라에 어느 정도 관심은 있는 분인가 보다.

 

한국에서는 그닥 인지도 없지만, 컴팩트 카메라계의 리코는 상급자 지향의 고급기로 정평이 난 회사.

카메라는 그냥 장난으로 만들고, 원래는 일본 유수의 광학회사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유명한 신도리코의 '리코'가 그 '리코'다.

한국에서 오히려 훨씬 인지도가 높은 카메라 브랜드 펜탁스를 이 회사가 인수해버려서, 이제는 리코 산하의 펜탁스 카메라가 될 정도니까.

 

뒤의 저 벽면이 나오도록 찍어달라고 해서 거의 무릎을 꿇다시피 해서 낮은 각도로 프레임을 만들어본다.

오토모드니까 역광보정 정도는 카메라가 알아서 할거라고 믿고 흔들림에만 주의해서 셔터를 누른다.

한장 담고나서 예비용으로 한장 더 찍어드린다. 이건 남에게 사진 찍어줄 때의 불문율같은 것.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는 할아버지 일행과 헤어졌는데, 왠지 미소가 아주 자연스럽고 기분좋은 사람이었다는 인상이 남는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달았지만, 그 할아버지 역시 나를 외국인으로 보진 않았나보나 싶다.

반나절만에 두 번이라는 숫자는 나름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이긴 하다.

 

편의점에서 컵라멘과 뼈없는 후라이드 치킨 한조각 사들고 와서 먹는데 생각보다 훨씬 남은 자금이 빠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냥 여행자금으로 생각한다면 내일 하루 충분히 버티고도 남는 금액이지만

부탁받은 선물이 중간중간 급작스럽게 늘어난 탓도 있고, 특히 돌아가는 날이 아주 이른 새벽이라

콜택시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서, 거기에 대비해 일정 이상의 금액을 남겨놔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내일 식사비조차 아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일단 그건 그거고, 어쨌든 굶어죽을일은 없으니 걱정은 내일부터 하기로 한다.

라멘과 치킨을 뜯으며 TV 보고, 한국보다는 확실히 추운 일본 숙소덕에 좀처럼 가동하지 않는 히터 스위치도 넣으며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모노레일 유리카모메를 탄다면 오다이바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스미다가와 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타고 이곳에 도착한다면

필수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오디이바의 상징적인 건물, 후지 TV 본사의 모습.

 

해도 짧고,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늦다 보니 주광사진이라고 우길 수 있을만한 녀석이 몇장 되지 않는다.

한국의 방송국과는 다르게 일단 여러가지 관광객용 스팟이 있는 곳이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는 곳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TV 프로를 모르는 한국사람이 여기 가서는 별로 볼게 없다는 게 중론.

 

상단 중앙의 저 거대한 구형 구조물은 까페와 전망대를 겸하는 곳. 사실 저기 앉아서 바라보는 풍경이 후지TV 투어중에서는 제일 마음에 든다.

착공시기가 한창 버블이 절정을 이루고 있을 때라서 그런지, 건축가의 이념이 녹아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 구형 구조물은 무려 그 비싸디 비싼 티타늄으로 외벽을 도배한 녀석이다. 직접 가서 유심히 살펴보면 그 질감이 예사롭지 않다는걸 느낄 수 있다.

 

 

 

본격적으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시간. 사실 아직 저녁이라 부르기에도 뭣한 시간.

해질녘 풍경이라도 한번 담아볼까 싶어서 좁은 바다 건너를 몇장 담아보는데

담고나니 멀리 보이는 건물이 카메라계의 양대산맥 캐논 본사였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왠지 마음이 가지 않는 카메라가 캐논이라서 써 본적은 없는데

1위를 굳건지 지키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돈이 남아돌면 한번 써보고 싶은 생각은 든다.

 

 

 

후지 TV 본사 앞에는 꽤나 큰 쇼핑몰이 위치해 있고, 그 앞에는 방금 지나온 레인보우 브릿지를 감상할 수 있는 해양공원이 있다.

그곳 해양공원에서는 한가한 길고양이들을 몇번 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해가 질 무렵이라서

일부러 찾기엔 힘들듯 하다. 자전거 여행 전날에 이곳에 와서 고양이를 보면 그래도 좀 우울함이 가시곤 했다.

 

해양공원 앞에는 자유의 여신상 축소판이 나름 명물 스팟으로 꼽힌다.

재현도는 상당하지만 사실 꽤나 작은 녀석. 일본에서 이걸 구경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는 뭘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 녀석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지만, 자전거 여행 전 이곳에서 서성이고 있으니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나한테 와서 서툰 일본어로 인사하던 미국인 몰몬교도 두명이 생각난다.

그들에게는 외국에서 전도활동하는게 필수 의례인 듯, 한국서 왔다고 하니 전도할 생각도 않고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교리와 신념이 다를 뿐, 워낙 사교성 좋고 사회적으로 문제 일으키지 않는 종교라서

서로서로 이방인 신분으로 타국에서 만나니 그냥 오랜만에 영어 회화나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내게 있어 오다이바의 자유의 여신상은, 몰몬교 친구들과의 가벼운 한때를 의미한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서 레인보우 브릿지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벌써부터 나이 지긋한 분들은 좋은 자리에 삼각대 펴 놓고 사진 촬영을 하고 계시던데

아무리 성능좋은 최신 카메라라고 해도, 역시 야경 제대로 찍으려면 삼각대는 필수다.

 

물론 이동성을 중시하는 본인은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대강 감도 높여서 찍거나 난간을 삼각대 대용으로 이용해서 장노출 사진을 찍는다.

물론 난간을 사용해서 찍어도 벌브샷을 버틸만큼 완전히 떨림을 잡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담을 수 있는 풍경의 범위는 줄어들지만, 상업적 의뢰가 아닌 이상 내가 뭘 더 신경쓰리.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오다이바의 고급 고층 호텔의 창문에서 바라보는 본토의 빌딩숲 야경을 보면서

모종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 나라가 이렇게 발전했구나 하면서.

오다이바의 호텔들은 대부분 상당한 고급이라서, 돈이 남아도는 상황이 아니면 내가 하룻밤을 즐길 수는 없다.

 

 

 

사실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는 표현이 옳을 듯 하다.

이번 구경 목표인 건담같은 녀석은, 환한 대낮보다는 조명빨 받는 밤이 더 볼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 시점까지 그 건담이란 녀석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별로 걱정할건 없다.

오다이바에서 유명한 장소 몇군데만 돌아다니다 보면 저절로 찾을 수 있을테니까.

 

망원으로 갈아끼웠으니 후지 TV의 중앙 스피어부분을 담아본다.

물론 사람도 많고 가격도 비싸고 해서,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싶은 곳인데

나중에 자금 널널한 사람과 함께 간다면 살살 꼬셔서 가볼까 싶긴 하다.

 

저녁이 되면 밑에서 조명이 구의 하단부를 비추는데, 역시 티타늄의 특징을 어필하기 위해서인가 생각해 본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오다이바의 명소는 사실 찾기가 어렵지 않다.

모노레일은 오다이바 각지를 전부 이어야 하기 때문에 섬을 'ㄷ' 형태로 빙글 도는 루트이지만

실상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해양공원, 후지TV, 비너스 포트 등의 건물은 거의 직선으로 쭉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유리카모메 레일 따라가지 않고 그냥 직선으로 주욱 걸어가기만 하면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일본에 온 후로 가장 추운 저녁이라서 오히려 힘이 나는 기분.

이제까지는 너무 더워서 괜히 이 옷 입고 왔다고 후회하곤 했는데

거진 2~3도까지 떨어지고 바람도 많이 불기 시작하자 비로소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

 

오다이바는 유명 관광명소 몇군데를 빼면 아직도 허허벌판인 곳이 많고

거주지역, 호텔지역은 물론이고 물류창고 역할을 하는 부두도 많기 때문에

해가 지고나면 도쿄 시내 중심부에 비해 상당히 어두컴컴한 편이다. 요즘 절전운동때문에 더더욱 그렇기도 하고.

 

건널목 몇개 지나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쇼핑몰같은 곳이 나타난다. '다이바 시티'라는 곳.

쇼핑에 하등 흥미가 없는 본인이라서, 몇 번이고 찾아온 오다이바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본 기억이 없다.

오다이바라는 단어는 영어하고는 전혀 관계없지만 'Diver' 라는 단어를 씀으로 적당히 중의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굉장히 큰 몰인데, 위에 뭔가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녀석이 떡하니 서 있어서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다.

쪼그만 녀석을 보니 아무래도 대인기 코믹스인 원피스 캐릭터 같다. 본인은 그 코믹스 읽어본지 10년도 넘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거대한 쇼핑몰이 딱히 애니메이션 상품만 파는 곳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저런 캐릭터들을 정면에 떡하니 전시해 놓는 곳이니, 어쩌면 이곳 어딘가에 건담이 놓여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큰 곳이라, 천천히 한바퀴 둘러보면 대강 감을 잡을 수 있을것 같아 시계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는분도 있고 건담이 뭔지도 모르는 분 역시 있겠지만, 요즘 오다이바의 명물로 자리잡은 건담 모형은

무려 1:1 스케일, 즉 전고가 18m 나 되는 로봇이기 때문에 건물 안에 위치하긴 힘들다.

전시되어 있다면 지금쯤 해도 저물었겠다 조명이 빛나고 있을 터이니, 돌다 보면 눈에 쉽게 들어올 듯.

 

 

 

걷다가 고개를 돌리니 후지 TV 의 뒷모습이 보인다. 쌍둥이 빌딩 사이를 사다리로 연결해 놓은듯한 구조라서

가끔 왜 저렇게 낭비 심한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 묘한 모습덕분에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으니까.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이 건물을 만든 건축가도 일본 최고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이 건물에도 나름대로의 철학을 담아넣었고, 그 결과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겠나 싶다.

 

다이버 시티 건물을 돌고 있으니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린다. 주위 사람들도 명백하게 어느 한 곳으로 몰리고 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쉽게 건담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건담을 찾으면 저 멀리 비너스 포트까지 잘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좋다.

비너스 포트는 쇼핑하거나 연인들끼리 맛있는거 먹으며 산책하기엔 좋은 곳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니까.

 

 

 

운이 좋았는지, 역시 건담을 이곳 다이버 시티 광장에 위치해 있었다. 원피스 캐릭터가 놓여있었던 입구 반대편.

그런데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이 건담 모형도 정해진 시간에 뭔가 이벤트를 벌이는가 보다.

 

막 도착했을때는 팔과 고개가 조금씩 움직이면서 가슴을 비롯한 몇몇 부위에서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뭐, 사람처럼 움직인다기 보다는 그냥 까딱까딱 장난감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이 거구가 움직이는 모습이니 볼 만은 하다.

아쉽게도 그게 끝물이었는지, 간신히 사진 한장 찍자마자 건담은 두번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마 다들 알고있을 건담.

내 나이또래의 대부분은 사실 애니메이션을 본게 아니라 프라모델을 통해 접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그때는 라이센스 개념이 아예 없던 시절이니, 정체불명의 짬뽕 캐릭터도 참 많았다.

 

그런만큼 품질도 꽤나 조악해서, 가끔은 쓰이지도 않는 부품이 사출되어 붙어있는 경우도 있었고.

80년대 중후반에 이르면, 그 조잡한 카피품에 실증난 아이들, 특히 나같은 아이들은

동네 문방구가 아니라 RC 카 등의 좀 더 제대로 된 장난감을 다루는 전문점에 비치된

일본 직수입 프라모델을 떨리는 손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을거라 생각해 본다.

 

초딩이 사기엔 꽤나 비싼 탓에 부모님 데리고 가서 한시간을 고민해서 몇개 고르던 추억도 생각난다.

그 프라모델과 함께 놀던 아이들이 이젠 사회 전반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꿈과 희망의 프라모델이었던 건담이 이젠,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설정 그대로 전장 18m 에 이르는 녀석으로 등장하게 되었으니

한번 어른이는 영원한 어른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결과물이 이 녀석 아닌가 한다.

 

 

 

물론 실제 애니메이션이 방영된지 30년도 넘었기 때문에, 오리지날 건담은 이렇게 멋있진 않다.

30년의 세월동안 끊임없이 갈고 다듬어져 대충 로봇처럼 보이는 지금의 모습이 완성된 것이지

오리지날 버전은 팔다리가 사람처럼 움직이는, 갑옷 둘러쓴 사람과도 같았다. 그 시절 애니메이션의 한계이긴 하다.

 

오리지날에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면서도 시대에 따른 이미지의 변화를 꾸준히 양산해 가는

일본인들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은, 태권브이로 대표되던 한국의 캐릭터 시장이 몰락한 상황과 대조해서 더욱 두드러진다.

 

비교하기엔 좀 뭣하긴 한게, 당시 한국의 애니메이션이란 일본쪽에서 하청받은 셀 원화중 에러난 것을 몰래 빼돌려서

짜집기 한 후에 제멋대로 상영한 것이라서, 시작부터가 표절과 무단 도용의 씨앗을 갖고 있었으니 그 힘이 다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어두운 단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을테니 넘어가기로 한다.

 

 

 

거대한 건담을 직접 바라보는 것도 물론 한때 열렬한 프라모델 매니아였던 본인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지만

그 앞에 놓여진 크리스마스 특집 캐릭터들이 워낙 귀여워서 무심코 이쪽에 더 관심이 가버렸다.

 

건담에 산타 수염을 그려넣은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이긴 했는데

양족에 입체 눈사람 모양을 한 녀석들이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빨간 외눈녀석은 건담 주인공인 아무로의 라이벌 샤아가 타는 '3배 빠른' 자쿠인데

원래 디자인이 단순무식의 극치를 달리다 보니,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놔도 적응력이 빠른 장점이 있다.

 

만약 여기 홀려서 관련 기념품샵을 뒤져 봤다면, 아마도 저런 눈사람모양 자쿠를 손에 넣을수 있었을거라 생각도 해보지만

선물을 많이 산 탓인지, 요코하마에서 너무 지출이 많았던 건지, 지금 손에 남은 자금이 너무 부족해서 아예 생각을 접는다.

사실 많이 간당간당한 상태라서, 내일은 맛있는 것은 커녕 세끼 밥이라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수준.

 

과거로부터의 경험상, 이런 모형 기념품은 사들고 가 봤자 대부분 별 의미없이 방치되곤 해서

순간의 기분에 휩쓸려 구매하는건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무튼 크다. 정말 크다. 단지 크기때문에 이곳의 볼거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1:1 크기로 재현하는 건 이곳만의 특징은 아니다.

 

 

 

1:1 건담 모형은 2009년 건담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는데

코베(神戸) 시의 외곽에 위치한 이 철인 28호 모형도 거의 같은 시기에 착공되어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 자전거 여행때는 코베에서 좀 휴식을 취하려던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코베에 도착한 날이 코베 대지진 추모 + 재건 기념으로 매년 벌어지는 루미네이션 축제날이었다.

오후부터 경찰인력이 동원되어 도로를 통제하고, 어마어마한 인파가 코베 시 전체를 가득 메우는 통에

어디 한적한 공원에서 텐트친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하다못해 비지니스 호텔마저도 완벽하게 만실이 되어버렸다.

 

텐트를 치기는 커녕 자전거에 탄 채로 이동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간신히 시를 빠져나와 무작정 달렸는데

그 앞에 우연히 도착한 마을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이 철인 28호 모형이었다.

한국에 알려진 철인 28호는 아마 이 녀석이 아니고 리메이크 버전의 말쑥한 녀석일듯 한데

세월의 흔적은 느껴지지만, 전고 15m 의 거대한 이 녀석의 박력넘치는 포즈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건담이 세월의 흔적을 끝없이 수선하며 매끈한 디자인을 자랑한다면

이 녀석은 6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별다른 수정 없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아련함이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만화 삼국지의 작가로 잘 알려진 요코하마 미츠테루 화백의 1956년 작품 '철인 28호'는

일본 최초의 거대로봇 만화로, 사실상 로봇만화의 선구자인 셈.

 

한신 대지진 복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조성된 이 모형은, 제작비 1억 3천 5백만엔을 들여 2009년 9월에 완성되었다.

그 어마어마한 보조금과 기부금을 이런거 만드는데 쓰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높으신 분들이 싹 갈라먹고 입닦아 버리는 행태에 비하면야

이 녀석은 꾸준히 관광객과 관련 상품을 팔아주고 있으니 나름 성공한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한국돈으로 계산해도 17억 정도인데, 한국의 각 지역에 세워놓은 홍보용 동상들 예산 찾아보면

대체 그 돈을 다 어디로 처먹었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건담도 볼거리지만, 꾸준히 울려퍼지는 음악 역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박자는 분명 '징글벨'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데, 밝고 활기한 음이 아니라 뭔가 음침하고 어두운 음계로 내려가 있다.

건담이 어쨌든 로봇 전쟁 만화다 보니,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리메이크한 음악인 듯 한데

묘하게 이 박력넘치는 모형과 매치가 잘 되어서 듣기가 좋다. 특히 밤에 들으면 더욱 음산한 느낌이라서.

 

이 건담은 2009년에 제작되어 잠깐 전시된 후 철거되기도 했는데

기간한정 전시였던 탓에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렸다는 신문 기사도 읽은 기억이 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거대한 녀석을 그렇게 잠깐 전시하고 해체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다음해 도쿄 옆인 시즈오카현(静岡) 의 역에 다시 전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 회사 반다이(BANDAI)의 본사가 시즈오카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라고들 하더라.

역앞에 전시된 후에는 반다이 본사 앞에 전시될 거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의외로 다시 오다이바로 돌아오게 되었다.

역시 관람객 끌어모으는데는 오다이바 만한 곳이 없어서였을까.

 

 

 

35mm 단렌즈로 몇장 담고, 70-300mm 줌렌즈로 갈아끼운 후 세부를 감상하는데

이 줌렌즈는 조리개값이 상당히 어두워서, 감도를 3200 까지 올려도 아주 간신히 사진을 건질 수 있을 정도.

손떨림 방지기능이 없었다면 절대로 이 정도 이미지를 얻을 수 없었을 듯 하다.

 

이미 79년 원작의 투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꼼꼼한 성격의 일본인들 답게 만화 캐릭터임에도 리얼리티가 폭발하는 디테일을 보여준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말로 사람 들어갈 수 있게 만든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밤이라서 피사체가 부각되는 장점은 있는데

조명이 생각보다 강한 색이라서 아무래도 원래 건담의 색깔과는 다르게 나와버린다.

다행히도 사진촬영은 항상 RAW 파일로 하기 때문에, 이 한장은 건담의 원래 컬러를 그대로 복원시켜봤다.

 

물론 실제로 이 당시 눈에 보이는 색깔은 이렇지 않았지만, 원래 건담은 이런 색이다.

색온도를 맞추다 보니 원래 밝은 주광색인 옆 건물 전등색깔이 녹색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긴 했다.

 

 

 

건담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흥미가 있던 없던

이 정도로 거대한 모형은 확실히 즐거운 구경거리임에 틀림없다.

 

이 건담은 건담 시리즈중 최초의 모델이라서 퍼스트 건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본인은 이 건담을 즐기던 세대가 아니라서, 좀 더 후기의 건담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건담' 하면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이 녀석이다 보니

놀란 표정으로 거대한 발 근처를 뛰어다니는 두 아기의 모습에서 '세대간의 끈'을 느낄 수 있는듯 하다.

 

얘네들이야 이게 뭔지 알리 없겠지만, 이 애들 부모는 아마 나하고 거의 비슷한 나이대일테니

30년 전의 추억을 자기 자식들과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되는 건담 모형이, 그 덩치만큼이나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망원렌즈를 마운트 중이라 슬그머니 도촬을 해버렸는데

얼굴을 완번히 드러낸 건 아니니, 이 정도라면 이해해 주길 바랄 뿐이다.

 

좀 더 용기가 있었다면 이걸 찍고나서 부모한테 다가가 사후 허락을 구하고

메일 주소라도 받아서 훗날 이 사진을 보내주었다면, 이 쓸데없는 죄책감도 사라졌을텐데 하는 후회도 없잖아 있다.

다음엔 명함이라도 좀 들고가서 이런 사진 찍은 후에는 정중하게 말을 거는게 좋으려나.

 

아무튼 이 애들은 이제 '건담'이라는 단어 하나는 평생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을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