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고 계속 걷다보니 인사동 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참 많더군요. 다들 더운데 잘 돌아다닙니다.

국악 공연을 하고 있던데, 나침반님이 가지고 계신 망원렌즈를 빌려서 테스트 해봅니다.

 

중고 가격이 10만원짜리라 광학 성능을 크게 기대할 필요는 없지만, 사진이란 건 렌즈빨로 결정되는게 아니니 별 관계없습니다.

사실 1년 자전거 여행때도 중고샵에서 제작한지 20년이 넘은 5만원짜리 망원 렌즈 하나 사서 잘만 쓰고 다녔기 떄문에.

 

 

 

사람 많은걸 좋아하지 않아서 인사동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딱히 갈 곳도 없고 해서 그냥 들어가 봅니다.

외국인들이라면 왜곡된 모습이라도 한국의 풍물시장 느낌을 조금을 받을 수 있을테니 나름 존재 가치는 있다고 봐야겠죠.

남대문은 아예 외국인 상대로 장사하려는 분위기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되려 한국 사람이 갈 필요는 없을 듯 하고.

 

예전에 쓰던 카메라 렌즈군을 아직 처분하지 않아서 새 카메라에는 렌즈가 한 개밖에 없습니다.

나침반님 덕분에 오랜만에 망원 렌즈를 사용해 봤네요. 다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죠.

 

 

 

조리개값이 많이 낮아서 실내나 저녁 이후로는 사용이 좀 힘들지만 낮에는 준수한 화질을 보여줍니다.

요즘 카메라에서는 심도 표현이 워낙 부각되는 면이 강한데, 심도는 광각보다는 망원에서 여실히 차이를 드러내는군요.

 

예전 카메라는 망원으로 찍으면 거의 자동으로 심도가 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이번 카메라는 센서가 좀 작아서 그런지 망원으로 찍어도 심도 확보는 어렵지 않네요.

 

사실 개인적으로 적정 이상의 심도는 찍사의 실력부족을 감추는 도구로 사용된다고밖에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배경 확확 날라가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거보다 아쉬운 점은 센서의 DR과 계조 등 화질에 관한 문제죠.

 

워낙 기계적 성능이 뛰어난 모델이라 혹해서 구매를 해 보고 신나게 체험중입니다만

센서 성능은 정말 나날이 발전해 가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으려면 언젠가는 다시 좋은 센서쪽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이 E-M1도 절대 성능이 나쁘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예전에 쓰던 모델들이 전부 기계적 성능은 제외하고 센서가 최상급인 탓에 비교가 좀 되긴 합니다.

 

 

 

사람 사진 찍는것도 싫어해서 인사동 같은 혼잡한 곳에 오면 담고싶은 장면 찾기가 쉽지 않네요.

나름 한국의 문어발식 건물 증축의 모형을 잘 보여주는 곳이 인사동이라서 정겨운 혼돈의 모습은 마음에 듭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기 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요즘엔 거의 돈 뜯어먹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바깥 모습만 구경하고 실제로 소비를 하진 않습니다만.

 

서울 처음 올라왔을 때는 엄니가 한창 보이차 등에 관심을 보이던 시기라, 엄니 상경하면 인사동 가서 차도 마시고 했지만

그때부터도 이미 차의 품질과 가격대가 비참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상가의 분위기라는 건 자기 혼자만 튀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다보니

일단 찻집에서 수다를 떨 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이곳 인사동은 나름 데코레이션에 신경을 쓰는 것 처럼 보입니다.

 

말로는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하는데 막상 한국인들이 가면 이게 뭔 전통이냐 싶은 곳이죠.

한국인이 가서 만족할만한 전통성이나, 하다못해 먹고 보고 즐길 것이 만족스럽지 않은 곳은 외국인들에게 있어도 그냥 잠깐동안의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한국사람이 일본 어디가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어지간히 답변을 할 수 있어도

일본사람이 한국 어디가면 좋겠냐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조금 어려운 저로서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만한 관계라면 인사동 정도 추천해 줘도 괜찮을까 싶습니다.

 

 

 

부산스러움이 전통의 매력 중 하나인 한국이니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별로 전통스럽지도 않은 플라스틱 간판과 건물 벽을 가득 메운 광고들은 아무래도 미관상 영 좋지 않네요.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속한 거리를 좀 더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욕심보다 가게 매상이 더 중요할테니 그러는 것이겠지만

그런 마인드가 모이고 모이면 결국 홍콩 구룡성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카오스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야 아예 그런 무질서의 매력을 한껏 뽐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만.

 

 

날씨가 덥고 해서 어디 들어가서 쉴까 싶기도 했지만 나침반님이나 저나 인사동 가게에 들어가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나름 분위기는 잘 만들었네 싶은 곳에 셔터만 누르고 식후 산책을 즐기는 정도로만 이용중이었죠.

 

나침반님은 준비가 끝나면 일반인들이 평생동안 가는 여행보다 훨씬 긴 기간동안 자전거 여행을 떠나시는데

과연 몇 년 정도 달리다 보면 문득 이런 한국의 모습도 그리워 질려나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마 그리워지기는 커녕 돌아올 날이 다가오는 것을 더 두려워 하실 것 같지만.

 

 

 

악세사리 판매점들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놓여있어서 사진찍는 맛이 났습니다.

관광객용 상품이라 그런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저런 큐빅 많이 붙여놓는 건 싸구려틱해 보이기 때문에 좀 지양했으면 하네요.

 

 

 

아주 예전에 딱 한번 올라가 봤던 쌈지길입니다. 이 안의 가게는 조금 더 개인적인 느낌의 악세사리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물론 그 더운 날 저기를 두루두루 올라갈 일은 없어서 그냥 사진만 찍었습니다만.

 

외국 관광객들이 뭔가 한국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선물을 사 간다고 하면 이곳 가게를 한번 둘러보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나마 프렌차이즈보다는 개성이 묻어나는 가게들이 포진해 있고

옥상 정원까지 걸어가며 눈구경할 요소가 많이 있으니 말이죠.

 

인사동에 가서 쌈지길 한번 안 올라가는 외국인은 없으리라 예상합니다. 그 사람들의 눈에 이곳 상품들은 어떻게 보일런지.

나가노에 있는 몸이 불편한 지인분도 한번쯤 둘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완전한 경사로가 아니라 계단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서 아마도 힘들 것 같네요.

 

 

 

인사동에서 재미있는 볼거리는 가게 상품이 아니라 이런 느슨한 멋이 살아있는 간판들이더군요.

낡아보이는 간판이 사람 지문처럼 다들 묘하게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어서 질리지 않습니다.

거기다 일부러 그런 건지 낡아서 그런 건지 묘하게 구부러진 지지대가 자연스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과다한 간판이 영 보기싫은 한국에서 이런 센스라면 참 보기가 좋은데 말입니다.

 

 

 

인사동이 끝나는 곳 광장에서는 무슨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사람이 많아 그냥은 보이지 않아서 자동차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기둥같은 곳에 한 발만 딛고 올라갔습니다.

나침반님의 망원렌즈를 마운트중이라, 멀리서도 한 장 당겨보자는 생각으로 힘을 좀 썼네요.

 

커플이 아니라 남매로 보일 정도로 굉장히 닮은 두 사람이 본보기(?)로 불려나와 뭔가를 당하고 있습니다.

아마 불 붙여도 뜨겁지 않게 확 사라지는 그런 거품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즐거워보여서 좋다고 생각하며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갑니다.

 

 

 

날씨는 덥고 해서 뭐 시원하게 먹을 거 없나 하다가, 좀 전부터 묘하게 생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기억나더군요.

지팡이 아이스크림이란 가게에서 팔고 있기에 인사동에서 군것질이라도 해 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갑니다.

일반적인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별 다른 건 없지만 저 길쭉한 모습에 혹하기도 하고, 양 끝에 아이스크림이 올라가니 왠지 이득본 듯한 매력이 있습니다.

 

 

 

걸어다니며 군것질이란 것도 참 오랜만에 해 보네요. 망원렌즈로는 찍을 수가 없어서 다시 렌즈를 서로 갈아끼웁니다.

맛이야 뭐 딱히 특이할 거 없지만 더운 날 아이스크림은 역시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네요.

 

일본 자전거 여행때도 저렴한 아이스바로 유명한 가리가리군을 한 개 깨어물면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산 아이스는  유지방이 안들어간 얼음 아이스, 비싼 녀석은 풍미가 제대로 느껴지는 소프트크림이 좋다고 봅니다.

어중간한 소프트 크림은 별로 농후한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해서 만족감이 적더군요.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저는 대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동대문의 양꼬치 집으로 이동합니다.

예전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청계천을 지나가는 도중 간이 화분에 늘어놓은 꽃을 한 장 담아봅니다.

오설록이란 이름이 붙어있는데, 아마도 조금 전 인사동에서 그런 간판을 내건 곳을 본 기억이 나네요.

 

 

 

카메라에 작동 방법에 대해 나침반님과 이야기도 좀 나누고, 꽃도 찍고 하면서 슬금슬금 이동합니다.

동대문이나 인사동 같은 곳을 거닐면서도 별로 기분이 흥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나침반님처럼 베가본드로서의 여행을 즐기는 타입이 이런 도시 볼거리에 그닥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봅니다.

물론 저도 나침반님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이레귤러 여행자에 들어가는 편이라, 서울이란 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구요.

 

 

 

꽃에는 죄가 없으니 열심히 찍어봅니다.

가끔 가다 보이는 꽃인데, 작은 녀석들이 무리지어 알록달록한 색깔을 연출하기 때문에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서울 공기가 탁해서 그런지 대부분 잎파리를 축 늘어트리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걷다 보니 베를린 장벽 일부가 보여서 신기한 마음으로 담기도 했습니다.

축제란 항상 지나고 나면 조금 어색해 지는 것이겠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의 그 흥분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네요.

한국과는 분단 상황이 너무 다르다 보니 이쪽에 대입하기는 힘든 편임에도 이 벽이 가지는 상징성은 역사에 오래도록 남으리라 봅니다.

 

 

 

인이 밴드들이 붙여놓은 듯한 포스터인데, 대부분의 보기싫은 불법 광고물에 비하면 의외로 괜찮네요.

오히려 옆에 남아있는 무수한 싸움의 흔적이 이 포스터와 시너지를 일으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은근히 고전적인 그림과 색상이면서도 QR 코드만 달랑 적혀있는 근미래적 시도도 재미있군요.

 

 

 

청계천 도매상가들은 일요일날 휴무라서 대부분 셔터가 내려져 있습니다.

뚱땡이 아저씨라는 문구와 피카소적인 그림이 이곳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어쩐지 조금 전 인사동 풍경보다는 훨씬 마음에 드는군요. 사진에서도 그런 기분 변화가 느껴질런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청계천이지만 꽃에는 죄가 없으니 찍고 봅니다.

나침반님이 렌즈의 화각에 따른 구도의 변화에 대해 질문하시길래 이것저것 대답은 해드렸습니다만

화각과 심도 등의 요소는 사실 다양한 렌즈로 많이 찍어봐야 몸으로 체감이 가능한 것이라서.

 

지금은 그리 자주 찍으실 기회가 없겠지만 어차피 여행 시작하면 외국어보다 더 빨리 몸에 익을거라 생각합니다.

 

 

 

동대문에서 알아놓은 양꼬치 구이집은 화교 가족이 영업하는 듯 합니다.

객석에서도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 예전 우즈벡 요리점에 갔을 때의 미묘한 긴장감이 살아나는 듯 하더군요.

 

그래도 한국어 알아듣는데는 큰 문제가 없어서 주문하시는대로 척척 가져다 주십니다.

양꼬치 부위별로 1인분씩에다가 이곳에서 맛있다는 꿔바로우를 주문했습니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맛만 본다는 심정이었죠.

처음 음식이 나올때만 해도 이 정도면 양도 적고 적당히 먹을만 하겠다 싶었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 둘이 먹으면 꽤나 배가 부른 느낌이라서 놀랐습니다.

 

평소라면 이런 고기는 그냥 한입거리도 안되는데, 요즘 나이를 먹어서 배가 좀 줄었나 싶기도 하더군요.

 

 

 

각종 향신료로 배합해 놓은 소스에 찍어먹으면 양고기의 부드러운 육즙과 매콤쌉쌀한 소스의 궁합이 상당합니다.

한국은 고추가루가 대세인 만큼 향신료가 별로 다양하지 않은 편이라, 이런 소스의 맛이 신선한 체험으로 다가오는군요.

 

꼬치는 금방 구워서 따끈따끈하고, 양고기 기름에 소스가 묻으면 간식이나 술안주로 훌륭한 조합을 자랑합니다.

문제는 안그래도 더운데 숯불 위에서 꼬치를 굽고 있으니 지금 입으로 들어가는게 양기름인지 제 땀인지 모르겠다는 점이었지만.

 

 

 

꿔바로우는 한국에서는 찹쌀 탕수육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돼지고기를 넓적하게 썰고 찹쌀가루를 묻혀 튀겨냅니다.

일반적인 탕수육보다 겉이 쫄깃쫄깃해서 안의 돼지고기살과 묘한 조합을 이룹니다.

 

물론 바삭바삭한 맛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 탕수육이 더 나을듯 하기도 하네요.

양이 적어보여서 둘이서 먹으면 별 것 아니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꼬치구이하고 이녀석을 계속 먹다보니 배가 부릅니다.

 

이런 곳은 자주 오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체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나침반님은 겨울에 와서 술이라도 한 잔 하며 먹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하십니다.

저도 땀흘리지 않고 먹는 양꼬치 구이가 좋습니다.

 

 

 

더운 여름날, 그것도 바로 대구로 내려가야 하는 시간 부족때문에 술을 하기는 어려웠고

대신 시원해 보이는 탄산 음료라도 마십니다. 좋긴 한데 역시 땀을 많이 흘려서 단 음료는 조금 무리가 있네요.

그냥 맥주 3000cc 짜리 통에다가 얼음과 물을 가득 담아놓으면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대구는 서울에 비해 이런 이국적인 음식 찾아다니기가 좀 힘든 편이라

서울에 올라갈 때는 가능한 한 다른 곳에서 먹기 힘든 음식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죠.

 

대충 포스팅이 끝났으니 다음부터 다시 홋카이도 여행기로 돌아가야겠습니다.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서울 키덜트 페어 2편  (6) 2014.12.26
2014 서울 키덜트 페어 1편  (4) 2014.12.24
언젠가 똥  (6) 2014.11.17
구글의 포샵실력  (12) 2014.10.01
하늘이 폭발하던 날  (8) 2014.09.27
언젠가 양꼬치 :: 2014. 11. 18. 16:24 Photo 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