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벌써 시커먼 하늘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아직도 해가 쨍쨍합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그냥 구름이 좀 많아졌다 싶은 정도였는데
지금은 바람이 아주 사람 날려버릴 정도로 강하게 불고 있네요. 역시 좋은 날씨는 빨리 사라지는가 봅니다.
바람이 정말 심상치 않아서, 의자들이 저절로 춤을 추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습니다.
맞바람일때는 뭔가 거품 속을 헤집고 걸어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그래도 더운 여름날이라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겨울이었다면 정말 혹독한 촬영환경이 되었을 법 합니다.
바람이 굉장하니 구름의 모습도 평소와는 다른 녀석들이 많더군요.
낮에는 쨍하디 쨍한 하늘에 반해서 이곳을 찾을 결심이 섰는데, 막상 지금은 휘몰아치는 구름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저 멀리서 산을 완전히 뒤덮어버릴 구름 쪽은 굉장한 박력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 부근은 소나기라도 내리지 않을까 싶더군요.
매연과 안개에 가려져 있으면 뭔가 와닿지 않는 표현이지만
이런 하늘 아래서 강력한 바람에 분주히 움직이는 구름을 보고 있으면
지구라는 것도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집니다.
구름이 훨씬 많아져서 처음 기대했던 깔끔한 일몰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짙은 구름덕분에 명암차가 극명해지는 모습 역시 굉장한 볼거리였습니다.
망원렌즈가 있었다면 좀 더 포인트를 줘 볼 수 있을 법 한데, 카메라 바꾸는 일은 역시 뒷맛이 조금 씁쓸하네요.
그 날 봤었던 가장 신기한 구름의 모습입니다. 바람이 워낙 강했기에 만들어 질 수 있었던 흔적이죠.
혹시나 싶어 몇몇 사이트를 둘러보니 제가 즐겨가는 모 님의 사이트에서도 이 구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카메라를 잘 안들고 나가는 편이라 운이 굉장히 좋았죠. 역시 부지런해야 사진도 많이 남길 수 있군요.
귓가를 때리는 바람소리와 함께 저 폭발하는 듯한 구름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베버의 마탄의 사수가 생각납니다.
비가 온 후라 하늘이 맑고 구름이 많고 바람이 강한 이런 조합이라
구름들의 명암도 굉장히 뚜렷하고, 작은 구름들은 마치 식빵을 찢어놓듯이 흐트러져가는 모습이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수백 수천년을 공들여 만든 수많은 건축물과 문화의 흔적들도
이 장관 하나에 비교해 나을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법 합니다.
아무튼 이 부근에서는 제일 신기하고 제일 크고 졸라 짱센것이 지구다 보니 말이죠.
해가 지는 맞은편에 보이는, 왠지 머리카락 휘날리며 산을 넘어오는 거인처럼 느껴지는 구름입니다만
저물어가는 태양빛에 직격을 당하니 가슴쪽에서 심장이 폭발하듯 뛰는 분위기가 연출되더군요.
앞산 주변을 포위하듯이 서서히 넘어오는 구름의 위용은 참 대단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니, 좀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원에 모여 사방팔방 하늘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네요.
비가 그치고 나서 포근하고 투명한 하늘을 담으려 준비한 카메라였는데
거칠고 야성적 매력이 흘러넘치는 파괴적인 구름의 모습을 담게 되어서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한국의 대도시에서는 참 일년에 몇 번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이런 거라도 없으면 도시 생활이 얼마나 재미가 없을런지.
이랜드에서 열심히 꾸며놓은 다양한 볼거리의 하늘정원도 지금만큼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네요.
모든 사람들이 전부 하늘을 동경하며 흔적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직장때문에 좋은 하늘이 보여도 발만 동동 구르고 제대로 감상하질 못해서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퇴근 후 이런 모습을 보여주니 하늘을 원망할 수는 없겠군요.
오늘빛을 받아 더욱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 구름이 워낙 인상적이라서 비슷한 사진을 많이도 찍었습니다.
렌즈가 하나뿐이라 어떻게 찍어도 비슷비슷한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정말 신기하고 웅장한 모습이라 잊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찍고 맨눈으로 감상하고를 한참동안 반복했네요.
문든 테런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구름과 바람과 노을빛으로 생명을 빚어내는 듯한 풍경이 오버랩되는군요.
놀이공원을 통해서 내려갈 수가 없으니 덥긴 해도 산책이나 하는 기분으로 텁텁한 날씨속을 걸어갑니다.
야간 개장도 하는 것인지 슬슬 색색의 전구가 나무를 밝히기 시작하더군요.
조금 전까지 하늘에 감탄하고 있던 터라 이런 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늘 보러 타워쪽은 한두 번 찾아간 적이 있는데 이 놀이공원은 마지막으로 가 본게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군요.
이랜드가 인수했으니 뭔가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제가 저기 들어갈 일은 없겠지만.
중학교땐가 학교 소풍때 여기 와서 3가지 탑승권 받아들고 뭔가 골라타던 그 때는 그래도 나름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죠.
전체적으로 타워 쪽을 작심하고 띄워보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들 놀기에 좋은 공원에다가 각종 푸드코드, 놀이공원과 연계된 로프웨이 등등.
제 경우는 조카가 대구 내려와 놀러다닐 때쯤 한번 추천해주면 되지 않으려나 싶은 정도네요.
어쨌든 오랜만에 보는 우방랜드 모습이라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한장 더 남기고 갑니다.
아이때 가는 것과 어른이 되서 갈 때의 느낌이 너무나도 다른 곳이죠.
추억이라 할 만한 건 별로 없지만 어른 되서도 가끔 하늘보러 갈 수 있는 곳이 도심에 있으니 좋긴 합니다.
암튼 올해는 하늘 좋은 날이 평소보다 많아서 그나마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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