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내부 역시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바닥도 그렇고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타워 미니어처가 떡하니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깥 경치 구경하러 와서 특이한 걸 구경하게 되는군요.
에전보다는 좀 넓어진 것 같습니다. 라운지 밑의 식당과 까페도 이름이 바뀐 것 같고.
어느 타워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세계 각국의 유명 타워들과 비교해놓은 그림도 있네요.
사실 자세히 보면 자기 타워쪽에 뭔가 애정이 더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높이별 비율이 조금 이상하죠.
내부 모습은 그렇다치고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은 어제까지 내린 폭우 때문에 중간중간 얼룩이 많이 묻어 있습니다.
실제로 창문 하나를 통해 찍는 사진은 실제 보는 것과 차이가 좀 나게 되더군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얼룩이 적은 곳을 노려서 셔터를 누르고는 있는데, 돈주고 올라온 만큼의 만족감은 얻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하늘이 참 좋았으니 찍으면서 기분은 좋았네요.
아마 지금은 가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타워 번지점프입니다.
다른 번지점프와 달리 완전한 무중력 점프가 아니라 케이블이 어느 정도 제어를 하는 시스템인 것으로 들은 기억이 나네요.
원래 산 위에 세워진 타워라서, 여기서 점프하면 기분이 참 짭쪼름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웃으면서 점프하는 외국인 사진 옆에 놓인 거대한 꽃다발, 뭔가 좀 기분이 이상하군요.
아무래도 뭔가를 연상시키는 하얀 꽃인데... 개그로 이해하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가동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바깥 풍경을 본다면 진짜 스릴넘칠 것 같습니다.
아직 살아오면서 번지점프는 해 본적이 없어서, 언젠가는 한번 해 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높은곳은 좀 약한 편이라 뛰어내리다가 심장마비 걸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카메라를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아서 렌즈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곳에는 광각에서부터 망원까지 다양한 렌즈를 들고 와서, 자기가 알고 있는 곳을 골라내 담는 것도 재미가 있는데 말이죠.
망원렌즈가 없으니 아쉽지만 그냥 표준화각대를 왔다갔다하며 대구의 전경을 담아봅니다.
도쿄 같은 대도시는 산이 없어서 타워에 올라가도 이런 풍경을 보여주지는 않죠.
타워는 돈 주고 올라와야 하는 곳이라 그런지 밑의 하늘정원과 달리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 그냥 눌러앉아 수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진 찍으니 비켜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깨끗한 하늘을 바라보려 왔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 있으니 굳이 사진을 많이 찍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파트들은 참 재미없게 생겼네요. 구름과 산줄기가 뒷배경을 빠방하게 채워주고 있어서 그나마 볼 만 합니다.
그냥 봐서는 아무래도 서울보다 커 보이진 않는데, 사실 대구 면적이 서울보다 더 크다고 하니 오묘하네요.
거대 아파트들 사이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단지들 모습이 예전 빠져들었던 심시티라는 게임의 발전상을 생각나게 합니다.
고래가 두둥실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구름입니다.
사람이 하늘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못하고 수천년이 지나서야 기계의 힘을 빌어 꿈을 이루었는데
물 속에 사는 생물들은 이미 수만 년 전부터 하늘 속과 같이 3차원 공간을 마음껀 휘젓고 다녔죠.
망원렌즈가 있었다면 아파트쪽의 빛내림을 좀 더 대비시켜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싶습니다.
렌즈라는 건 있으면 별로 쓰지 않아도 없으면 꼭 아쉬운 느낌이 드는 도구죠.
카메라 바꾸는데 제일 귀찮은 게 렌즈군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제조사까지 바꾸지는 않고 동일 마운트 모델을 사용하는데, 이번엔 모험심이 발동해서 싹 바꿔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낙후된 느낌이 들지만 원래 두류공원 쪽과 그 일대 대명동 쪽은 대구에서 가장 잘 살던 지역이었죠.
대명동이라는 이름이 서울의 명동보다 더 크고 화려하다는 뜻으로 지어졌다는 말도 있으니.
확실히 두류공원과 우방랜드를 양 쪽에 거느리고, 맞은편엔 앞산이라는 훌륭한 산이 버티고 있어서
삭막한 도시 속에서는 그나마 거닐기 괜찮은 곳이긴 합니다. 요즘엔 산보다 강변쪽이 더 조명받는 느낌이지만.
포기한건지 배려한건지 알 수는 없지만 라운지 내부의 테이블은 이미 성한 곳이 없습니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참 미개함의 발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가 없는데 말이죠.
동물로 말하자면 암수컷들이 사이좋게 영역표시 한다고 오줌 갈기는 수준밖에 더 되겠나요.
이런 곳이야 그냥 마음껏 새기게 놔 두면 됩니다만, 문화재 기둥에도 이런 짓 해 놓는 꼴을 보면 역시 권장할만한 짓은 아니라 봅니다.
만약 검은 구름과 우중충한 하늘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면
블레이드 러너가 생각났을 만한 풍경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봐도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군요.
이렇게 평소 시야와 전혀 다른 높이에서 바라보게 되면, 이 특이한 콘크리트 더미가 나름 매력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역시 저 안에서 살고 있으면 뭔가 점점 답답해지는 기분을 막을 수가 없네요.
라운지가 높긴 높은데, 높아서 보기 좋은 아래쪽 풍경은 전부 콘크리트라 그닥이고
하늘은 오히려 창문 때문에 밖에서 보는게 더 깨끗하니 그닥 입장료에 비해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도쿄 스카이 트리는 라운지 내부에 다양한 설명과 시각별로 변하는 포토 갤러리와 까페, 기념품점 등 즐길거리가 꽤 있었는데
여기는 그냥 썰렁하기만 해서 풍경 한번 둘러보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네요. 그래서 별로 미련가지지 않고 다시 내려갑니다.
이랜드가 인수한 후 타워 하단부에 개장한 푸드 폴리탄이라는 곳에 구경 겸 들어가 봅니다.
역시 이런 곳에서는 먹는 장사가 최고겠죠.
이랜드 역시 부채덩어리인 우방랜드를 그냥 놀릴 생각은 없는지, 대구 시내는 물론 서울 중심가에 내놔도 꿀릴 것 없는 굉장한 규모와 시설을 자랑합니다.
시간이 그런건지 정식 개장 전이라 그런건지 사람은 거의 없어서 묘한 기분으로 가볍게 돌아다닐 수 있었네요.
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면 사진 찍기는 좀 힘드니까.
가게별로 스타일을 차별화하긴 했지만 푸드폴리탄 전체의 통일감은 느껴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패스트푸드 과자 술집 등등 외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장르는 거의 다 입점해 있네요.
좀 더 본격적인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푸드폴리탄 외에 뷔페음식점인 에슐리도 위치해 있으니 선택의 여지는 많습니다.
나이를 먹고 대기업들의 흡혈행위에 진저리가 나서 그런지, 대단하다는 느낌 보다는 역시 돈을 쏟아붓는구나 하는 생각이 더 강하긴 합니다만.
조명이나 분위기를 일단 술집 비스무리하게 세팅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푸드 폴리탄이라는 곳 전체가 완전히 개방된 하나의 공간이라
뒤에서 왁자지껄하며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술을 즐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애초에 지금은 사람이 너무 적어서 이 쪽은 아예 휴업상태였습니다.
놀이공원도 인접해 잇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곳도 있더군요.
일단 자주 오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 해질 무렵까지 사진 찍으려면 시간도 좀 남아있어서
가볍게 뭔가 먹어보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는데 좀처럼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치즈전문점 와인전문점 등 장르는 매우 다양합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다 사고나지 않도록 기둥쪽에 완충장치를 해 놓은 것도 보기가 좋군요.
치즈 전문점에서는 유럽 사진에서 항상 신기하게 느껴졌던 저 동그란 녀석이 진열되어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유럽의 치즈는 유럽여행 갔던 한 지인이 저 주려고 치즈를 사 놨다가 너무 맛있는 바람에 유럽에서 다 먹어버렸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그 맛이 기가 막힌다고 하는데, 그런 치즈를 맛보기 전까지는 한국의 치즈에 그리 집착하지 않으려 합니다.
결국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엔 배가 고프지 않다는 점을 들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햄버거집인 글로버거라는 곳을 시험해 보기로 합니다.
이런 쪽에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햄버거집이라 살짝 기대를 해봅니다.
버거킹 정도의 가격이라 소위 말하는 수제버거 정도로 비싼 가격은 아니더군요.
놀이공원과 인접한 푸드코트는 가격이 좀 아름다운 경우가 많은데, 생각만큼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적당히 세트 주문해놓고 앉아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이곳은 규모도 꽤 크고 거진 종류별로 있을 건 다 있어서, 한 끼 때운다는 의미로는 대안이 필요없을 정도로 무난하네요.
요즘 어지간히 검증된 곳이 아닌 데서 외식을 하면 속이 영 안좋아서 점점 밖에서 먹는 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만
아이들 데리고 이곳에 오면 일단 먹는 거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햄버거는 롯데리아나 맥도날드의 빈대떡 버거보다는 볼륨감이 있습니다.
중간에 흐트러짐 방지용으로 꽂아놓은 스틱은 별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양상추는 적당히 아삭하고 양파는 굽지 않은 날것을 얹어 놓았네요. 이건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으니 취향맞춰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패티는 바로 구워서 나오기 때문에 주문 후 시간은 좀 걸리지만 따끈따끈하고 육즙이 적당히 살아있네요.
감자튀김은 일반적인 것보다 좀 굵고 부드럽습니다. 이것 역시 취향따라 갈리는 부분이죠.
패티는 고소하고 조금 덜 짠 대신 치즈와 잘게 자른 피클을 함께 먹어서 맛을 보완하는 듯 합니다.
버거킹급의 맛이지만 바로 만들어 내준다는 점 때문에 약간 더 맛이 있어 보이는 듯한 느낌일까요.
적당히 음미하기에 나쁘지 않은 녀석이었습니다만, 이상하게 먹고 나시 장내 가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생양파를 먹으면 그런 일이 종종 있어서 그것 때문인가 싶은데, 재료가 덜 깨끗하거나 한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생양파나 매운 음식에 배가 매우 민감해서 그럴 수 있으니 뭐라 할 순 없군요. 맛은 괜찮았습니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 슬슬 노을이 질 무렵이라 다시 하늘을 담으러 밖으로 나가봅니다.
푸드 폴리탄 끝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거대 마카롱 탑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네요.
고급 과자로 유명하긴 하지만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그냥 무덤덤한 녀석이기도 합니다.
손바닥만한 마카롱 한두 개가 거의 밥 한공기 칼로리에 육박하기 때문에
저 탑에 보이는 크기의 마카롱이 진짜라면 아마도 괴물같은 칼로리를 자랑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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