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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케이지'에 해당하는 글들

  1. 2008.09.07  웨더맨(The Weather Man, 2005) 4
  2. 2008.05.24  로드 오브 워 (Lord of War, 200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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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
'이건 고어 버빈스키의 영화가 아니라 스티브 콘래드의 영화다'

고어 감독은 적어도 내 시각에선, 지금 이 정도 수준의 영화를 만들만한 감독이 아니다.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이 작품은 최고의 명작이라 칭송받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
이 작품만큼은 그의 이름이 아니라 스티브 콘래드의 이름이 좀 더 기억되어지길 바란다.

여기서 주절거려봤자, 애초에 이 작품 본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 ㅡㅡ;

각본가 스티브 콘래드의 체험담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작품 전체가 그의 심리를 통과해 투영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론 그의 자서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이 작품 후에 그가 각본을 맡은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 2006)를 봐도 이 각본가의 능력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DVD 서플에서 서로서로를 칭찬하는 장면은 흔하디 흔하지만, 스티브 콘래드에 대한 칭찬은 나도 동의한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무슨 CT 촬영기라도 달렸는지,
너무나 흔하고 평범해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 속의 본질을 아주 명쾌하게 꿰뚫어 보여준다.
그 명쾌한 해답이 작품의 제목에서 드러난다는 점이 또 매력적인 장치기도 하고.

일기예보는 순 뻥이다. 원숭이한테 주식시장을 맡기는 거나 일기예보를 맡기는 거나 별 차이 없다.
일기예보는 예보가 아니라 추측일 뿐. 실제 날씨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이 작품처럼 본질에 명쾌한 접근을 이루는 영화에는 그만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필수적인데
작품의 질에 따라서 삼류 액션배우와 최고의 연기파 배우를 왔다갔다 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선택은 탁월했다.
그 스스로가 커멘터리에서 밝혔듯 이 작품에서 그는 자기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그 놀라운 연기력조차 마이클 케인이라는 거목 앞에서는 간신히 명함만 내밀 정도라는게 놀라울 따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알프레드를 생각하면 아주 큰 오산이다.
배트맨의 알프레드는 맡은 역할만큼의 가벼움을 보여주지만, 이 작품에서는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사실상 니콜라스의 유일한 이해자이자 조언자 역할을 하는 그의 연기는, 자칫 감정 이입되면 눈물이 쏟아질 만큼 진솔하다.
갓 앤 몬스터(Gods And Monsters, 1998)에서 노망변태할아범 역을 소름끼치게 연기했던 이안 맥켈런 이후로
동 나이대 배우의 연기 중 단연 으뜸가는 명 연기를 펼쳐줬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다.

인생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기 시작할 나이 ~ 그 이후부터의 모든 자식, 부모, 직장인들에게 추천하는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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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니콜을 나의 감독 분류 1등급으로 상향조절하게 만든 영화.
트루먼 쇼의 각본도 담당한 앤드류 감독은 이 작품으로 그의 진정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듯.
세삼스럽게 니콜라스 케이지의 벗겨진 머리가 사랑스럽게 느껴지게 만든 영화.

영화 내외적 요소 모두 산란기 연어처럼 꽉꽉 차 있어서 여러가지로 생각하면서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영화사상 최고의 오프닝 Best10 에 넣어도 될 만한 '총알의 여행'부터 감독의 재치가 눈에 보인다.
어떤 미국 스튜디오도 제작비를 대 주지 않은 영화이자, 실제 AK-47 소총이 모형총보다 더 싸서 영화상 모든 AK-47 은 실제 총이라던가 하는 사실들은
차라리 현실감이나 있지. 이 영화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사건들이 세계속에서 너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얼핏 믿기 힘들수도 있을 거다.

원래 알고 있다고? 난 '알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녁 뉴스를 보며 '아휴 불쌍해~ 어떻해~', '저런 나쁜 놈들~' 따위나 주절거리다가
뉴스 끝나면 광우병 환자처럼 드라마 시청하며 하루를 끝내는 사람은 그것을 '모르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5세 이하 영아의 생명을 1주일 연장시키는데 필요한 돈이 1천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라면 한봉지 못먹을 만큼의 손해를 감수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것을 '모르는' 것이다.

시종일관 저열한 웃음 유발을 위해 난리를 치다가 뒷부분에 가서 눈물 빼는 신파극 연출하려는 영화 감독들이
이 작품의 출현 이후 좀 성장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이 영화는 최고의 블랙코메디와 신랄한 전쟁 다큐멘터리의 특성을 절묘하게 섞어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출연한 작품들의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왔는데,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와
'어댑테이션' 이후 이 영화는 케이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총알의 여행' 못지않게 케이지가 AK-47 애찬론을 펼치는 장면이나, 비행기 하나를 통째로 해체해
버리는 롱테이크 신 등등 이 영화는 굉장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웃으면서 감상하다가도
결국은 비켜갈 수 없는 어두운 현실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힘이 이 영화에는 존재한다.

두달 전쯤 주인공 유리 올로프가 참조했던 실제 무기상인이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나는 여전히 영화 끝부분처럼 씁쓸하다.
그 인간을 추적하고 잡아들인 건 미국 마약단속국이었기 때문에.
결국 현실에서의 결말 역시 영화와 다를바 없는 코메디라는 사실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