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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5  상주 명실상감한우 16

토욜날 아버지 생신 파티를 서울서 열고
일요일 일정까지 마친 후 대구로 내려오는 도중이었습니다만.
중간에 고속도로가 많이 막혀서 상주 쪽 국도로 내려왔습니다.

저녁도 늦어서 대구 도착하면 밥 먹을 시간이 지날 듯 해서
차를 몰다가 뭔가 있어보이는 식당에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앉아서 보니 무려 450조원의 경제효과를 가져다 줬다던 G20 회의 만찬용으로 사용되었던 고기로 유명한 곳이라네요.
상주의 소고기는 뭐, 이 근처 사람들에게는 원래 나름 유명했지만.

근데 왜 저는 450조원중에서 쥐똥만큼도 이익본 기억이 안나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국제회의에서 맛을 인정받을 정도라고 하니 기대는 많이 했습니다.
깔끔한 밑반찬과 생각만큼 비싸진 않은 메뉴라서 좋았네요.

단지, 음식 남기지 않기 위해 정말 조금씩만 차려놓은 반찬은 좋긴 한데
빈그릇을 몇 겹으로 쌓아놔도 본척만척 하다가 결국 반찬 좀 더 달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가져다 주는 서비스는 약간 실망이었습니다.
왠만한 곳에서는 그렇게 바깥쪽에 빈 그릇 올려놓으면 '반찬 더 드릴까요?' 라고 물어는 보던데 말이죠.


겉절이도 말하지 않는 한 텅텅 비어도 절대로 보충해주지 않더군요. 이곳 방침이 그런 것일지도.
고기 구워먹을때 제가 가끔 고기보다도 더 좋아하는 구운 마늘과 은행열매는 한 사람당 한 개씩! 마늘 3개, 은행 3개!
역시 G20 회의 식사를 맡을 정도가 되면 이런것도 이렇게 찔끔찔끔 내 놔야 좀 있어보이는 걸까요.

하지만 밑반찬의 질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라서 음식 자체에 불만은 없었습니다.
고추튀김이 완전히 식어빠진 녀석이 나온 것 빼고는.


왠만해서는 이곳에 다시 올 일이 없기 때문에
모듬부위를 시켜서 맛을 음미해 보기로 했습니다.

모듬이지만 질이 떨어지는건 아니고 (명품 모듬이라는 훨씬 비싼 메뉴가 있긴 했습니다) 3사람이서 먹기엔 그리 부족하지 않았네요.
저희 가족은 모두 상당한 대식가라 이런 곳에서 마음먹고 먹으면 20만원 이상은 금새 먹어버립니다만
어제 생신 만찬에 충분히 만족한 탓에 그닥 많이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네요.


여러 부위가 나왔지만 각각의 특징이 잘 살아있고 씹는맛도 훌륭해서
과연 칭찬받을 만한 녀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접근성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근처 갈 일이 있다면 한번쯤 들러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왠지 적어보이던 고기도 사실 구워서 잘라놓으니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 없이 적당한 양이더군요.
물론 메뉴 한편에 '명품'이라고 적힌 높은 등급의 고기는 가격이 좀 아찔하긴 합니다.
일반 메뉴도 일부러 차별하는 듯한 느낌은 없고 신선하고 잘 숙성된 녀석들이라 문제는 없습니다.

단지, 호기심에 주문해본 물냉면 비빔냉면은, 시기가 시기라 그런지 수준 이하였습니다.
육수가 맛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빔냉면의 경우 육수가 미지근하다못해 거의 식어버린 녀석을 내 오는 바람에
엄니께서 화를 내시며 다시 가져다 달라고 말씀하시기까지 했네요.

물냉면의 국물은 너무나도 달짝지근해서 내가 지금 육수를 마시는건가 설탕물을 마시는건가 싶었고 말이죠.
시기가 안맞았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고기를 내놓는 가게라면 이런 냉면은 내놓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엄니께서는 그냥 된장찌개 먹을걸 후회를 많이 하시더군요.

암튼 예정에 없이 찾아간 가게 치고는 고기의 질이 훌륭해서 만족한 곳입니다.
고속도로가 정체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가 보지도 못했을 곳이라 뭔가 신선한 느낌이었네요.
냉면쪽에 손대지 않는다면 든든하게 외식하기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