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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1  히로시마 여행기 4편 - 쿠레, 먹을만한게 없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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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思考)를 강요하는듯한 전시관을 힘겨운 걸음으로 빠져나간 후의 마지막 코스는
수고했으니 한숨 돌리세요라고 맞이하는 듯한 느낌의 과학관이었다.

쿠레는 예전부터 조선소로 유명했던 곳이니 자신들이 만들어온 놀라운 업적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조선능력으로 보자면 한국을 따라올 나라가 거의 없는데
내가 무지해서인지 한국에서는 2009년 5월에 거제에 준공된 조선 테마파크 하나를 빼고는 도통 관련 상품을 찾을 수 없다.

관광상품이란 세계 어디에도 없는 희귀한걸 겨우 발견해서 개발하는게 아니라
사실 별것 아니고 흔해빠진것 처럼 보여도 그걸 잘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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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식 고취라는 분야에서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사실은 중국도,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족성은 세계 최고일까나) 비슷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거제 조선 테마파크의 상당수를 차지하던 수백년전 우리 민족의 조선 역사 인형들과 달리 이곳 쿠레 야마토 박물관은
대부분이 현대적 조선기술에 대한 가벼운 설명과, 아이들을 위한 체험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퍼즐맞추기과 비슷하게 배를 하나 조립해 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었는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지원사격에 나선 부모도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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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일본 TV 에서도, 정보소개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파도를 만드는 기계'가 열심히 파도를 만들어 보인다.
이걸 신기해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도 해 봤는데,
고민 도중 '이런걸 고민하는 것 자체가 나이먹었다는 증거'라는 결론에 봉착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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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힘으로 공을 위쪽의 골에 넣는 재미있는 실험기구였는데
사진을 찍다보니 뭔가 형이상학적인 그림이 나와버렸다.
마치 올라가는 공의 궤적이 연기로 보이는 듯한 모양이지만 잘 보면 사실 뒤쪽의 모형 배가 빛에 반사된 모습.

찍고나서 10초 정도 내 찍사로서의 능력이 드디어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류까지 담아내는 경지에 이르렀나 싶었다.
정말 그랬다면 당장 진기명기에 달려가서 돈 좀 벌어볼 수 있었을텐데.

당첨될것 같은 로또가 날 속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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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한 햇빛때문인지 라운지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이곳 박물관에서 가장 한산한 곳.
음식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고, 담배도 피우지 말라고 했으니 더더욱 사람들이 오지 않았겠지.
라운지에서 볼 건 저 건너편 쿠레 조선소에서 작업중인 거대한 선박의 모습과
박물관 전력의 상당부분을 보충해주고 있다는 태양열 발전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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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반 남짓한 야마토 박물관 구경은 다 끝났다. 시간은 오후 1시.
예상보다 쿠레에서의 일정이 조금 일찍 끝난것 같은데, 아직 히로시마로 돌아가기엔 JR 전철비가 아깝다.

점심시간이고, 새벽부터 거의 못먹은 터라 뭐라도 좀 집어넣고 싶은 기분이긴 했는데
마음에 들만큼 적절한 가격에 먹을만한 게 없다.
여행이 힘들어지는 순간은 이처럼 재정문제와 배고픔이 현실적으로 결합할 때.

역시 저 건너편에 보이는 잠수함이 신경쓰이니 한번 가보기나 해야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야마토 박물관에 있는 어떤 전시물보다 더 큰 잠수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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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박물관과 저 잠수함과는 1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 엎어지면 지나쳐버릴 거리였는데
그 길 사이에도 야마토 박물관의 전시물이 놓여 있었다.
아마 건물 안에는 도저히 들어갈 크기가 아니었으니 밖에 전시해 놓은거겠지.

이 과도하게 거대한 기둥은 2차대전당시 띵띵거리며 놀고먹기만 했던 전함 무츠(陸奧)의 16.1인치 주포를 그대로 옮겨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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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함 무츠는 전함 나가토(長門) -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서는 나가몬으로 나오기도 하는 캐릭터명이라 친숙하다 - 와 자매함으로, 개조후 만재배수량 4만 3천톤급의 중대형 전함.

밸런스 잘 잡힌 적절한 성능이었는데, 당시 일본 군부의 얼빠진 상황판단능력으로 인해 제대로 된 전투에 투입되지도 못하고 항구에 정박만 하다가
1943년 원인모를 폭발로 항구에서 그대로 바닷속 구경하러 잠수해 버렸다.

아직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고로 계속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 바닷속이 더 편안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 그랑 블루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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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츠의 후미 스크류. 위쪽을 자세히 보니 뭔가 문자가 적혀있다.
판독할만한 거리도, 능력도 안되는고로 그냥 신기해서 찍어봤다.
'요즘애들 참 버릇없어'라는 느낌의 글은 아닐려나. 기원전 그리스에서부터 내려오던 인류 보편의 의식이 이곳에서도 발휘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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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꾸준히 들어가는걸로 봐서 그냥 밖에서 구경만 하는 장식물은 아닌것 같다.
가까이 갈수록 그 크기에 놀라는데, 이건 아무래도 축소 스케일이 아니라 1:1 스케일의 잠수인듯 하다.
바로 옆에 야마토 박물관이 있는데, 뭔가 경쟁사의 노골적인 프로모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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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까지 와보고서야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일본 해상자위대 박물관.

야마토 박물관보다 좀 더 매니악한 요소가 도사리고 있을 거라는 추측에 조금 흥미가 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