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오키나와 다녀오시며 그동안 쫄쫄 굶고 있을 저를 위해서 먹거리를 사오셨습니다.
사실 집에서 청국장만 줄창 끓여먹고 있었는데 이게 어마어마한 가스를 발생시키더군요.
그 넓은 본가 집이 자칫하면 화생방 훈련장으로 변할뻔 했습니다.
오키나와는 일단 일본이지만, 2백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와 교류하던 류큐왕국이었던 터라
의식주를 비롯해 모든 생활패턴이 본토 일본인들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오히려 중국과 한국에 훨씬 가까운 문화적 특성을 지닙니다.
오키나와에는 인구수보다 돼지가 더 많이 살고, 1인당 돼지고기 소비율도 본토의 10배에 달할 정도의 돼지 왕국이죠.
한국과 비슷하게 오니카와는 돼지의 모든 부위를 버리지 않고 사용해서 요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라후테~ 라고 하는 이 돼지고기 요리는 삽겹살을 삶아서 지방을 뺀 다음
간장과 아와모리라는 류큐 전통 곡주를 섞어서 아주 진득하게 졸여낸 음식입니다.
아와모리도 술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유명한 술인데... 한국에서는 오리지날 아와모리 구하기가 힘들어서
청주나 곡주를 써서 졸여낼수도 있을 듯 하네요.
껍질이 쫀득쫀득하고 고기는 간이 잘 베인 장조림같다고 할까요?
오키나와에서는 술집 안주로 자주 나오고, 거의 모든 가정집에서 만들거나 슈퍼에도 지천으로 널려있는 베이스 음식입니다.
미미가~ 라는 음식입니다 (자꾸 ~가 붙는 이유는 끝이 전부 장음이라서) 이건 돼지의 귀부분을 이용한 요리죠.
이건 요리법이 다양해서, 사진처럼 라후테와 같이 조림으로 먹을수도 있고
살짝 데쳐서 고~야 등의 야채와 볶거나 소금에 볶거나 하는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습니다.
이게 완전 콜라겐 덩어리라 쫀득쫀득한데, 사이사이 들어있는 연골의 오돌오돌한 맛이 술안주로 그만입니다.
전 오키나와 여행당시 술집에 들어갈 일이 없어서 거의 먹을일이 없었는데
부모님께서 사오셔서 드디어 제대로 맛볼 수 있게 되었네요.
맨날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가 가져온 쌀과 고추장으로 밥 만들어 먹고 있었으니...
오키나와의 대표 선물거리 친스코~ 입니다.
일단 오키나와에 가면 너도나도 이거 사오는 것은 기본이라고 하죠.
밀가루와 설탕, 돼지기름을 섞어서 구운 쿠키일 뿐이라, 그리 고급스러운 것도 아니고 맛이 특별한 녀석도 아니지만
요즘엔 각종 오키나와 특산품(고~야라던가 파인애플이라던가 흑설탕이라던가)의 향을 섞거나,
설탕과 청정소금을 함께 넣어서 살짝 짠맛이 돌게 만드는 녀석 등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선물용이라 그런지 다양한 맛을 함께 넣어놨더군요. 구아바, 고~야, 코코넛, 파인애플, 흑설탕 등등...
친스코 하면 일본에서는 성희롱(?) 장난으로 많이 쓰이곤 하는데
원래 있던 일본어가 아니라 류큐 방언을 히라가나로 옮겨놓은 것 뿐이라
잘못 읽으면 친스코(ちんすこう) 가 아니라 친코스(ちんこうす) 라고 발음하기 쉽기 때문이죠.
그 애너그램중 친코(ちんこ)라는 단어가 남성의 '거시기'를 뜻하는 단어라서... ㅡㅡ;
오늘은 저녁 모임 갔다오신 부모님께서 망개떡 세트를 받아오셨습니다.
경상남도의 유명한 떡인데, 찹쌀 속에 팥소를 넣고 반달모양으로 돌돌 만 후 망개나무잎으로 감싼 녀석이죠.
망개나무는 청미래덩굴의 사투리라고 합니다.
전 저 잎사귀도 함께 씹어먹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네요.
잎사귀 향기가 굉장히 좋아서 박스를 열면 한동안 냄새를 맡게 됩니다.
잎사귀가 천연 방부제 역할도 하기 때문에 잘 상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찹쌀은 사진에서도 보이듯 입자가 남아있어서 식감이 좋습니다. 전 완전 떡이 된(?) 떡보다 저런 게 더 맛있더군요.
제 활동반경이 좁기도 하지만, 요즘들어 통 이 망개떡을 본 적이 없었는데
고급화를 외치면서 대구에 가게가 생기는 듯 합니다.
운동좀 한 후에 자제하려고 했는데 타이밍 절묘하게 부모님께서 망개떡을 들고 오시니...
정신적으로는 좀 괴롭지만 어쨌든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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