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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에 해당하는 글들

  1. 2012.10.15  산인 여행 - 잡화점의 별 22

 

 

유시엔 입구가 아니라 꽃집 입구에 상당한 양의 우산이 곱게 접혀져 대기중인 모습.

버스정류장이 이곳이니 여기서부터 비에 젖지 않게 하기위한 배려인 듯 하다.

유시엔이 이렇게까지 큰 곳인가 싶을 정도로 우산 수가 많은데, 전부 가지런하게 접혀있고, 손잡이 끝부분엔 유시엔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이쪽으로서는 굳이 비오는데 돌아보며 사진 찍을만큼 급하진 않으니 사용할 일은 없지만

구경을 시작하기 전 이런 배려의 흔적을 접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질 만도 하다.

 

 

 

30분쯤 쏟아지고 나니 서서히 비구름이 물러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쏟아부은것 치고는 오래 내린 편.

이 정도라면 느긋하게 둘러보고 사카이미나토행 버스를 타더라도 페리에 늦을 일은 없을 듯 하다.

사카이미나토에도 나름 유명한 볼거리가 있으니 아주 넉넉한 것도 아니지만.

어차피 버스가 1시간에 두 대정도 오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서 이동하는 수 밖에 없다.

 

오늘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으로, 오전중 마츠에를 돌아다닐 때는 깨끗하다가 버스 타고나서부터 비가 쏟아지고

조금 기다리니 또 다시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마츠에 성에서 폭우에 쫄딱 젖었던 경우에 비하면야.

 

 

 

유시엔으로 가는 길에 단촐한 꽃집의 분위기도 몇장 담으며 걷는다.

꽃집이 다들 그렇지만 꽃 외에는 그냥 평범한 콘크리트 건물 덩어리인데,

화분들 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건, 역시 식물이 가진 힘이라고 할까.

 

 

 

오키나와에서도 자주 눈에 들어오던 거대한 꽃.

무궁화와 같은 종이라서 닮긴 닮았다. 한국에서 흔히 보이는 무궁화와는 크기나 색깔이 많이 다르지만.

비가 그치고 간접적이긴 해도 햇살이 들어오다보니 꽃들에게서도 활기가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름모를 꽃. 피어있는 모습도 물론 아름답지만, 피기 전의 꽃망울도 저렇게 모여있으니 나름 매력있다.

 

아파트 구조상 마음껏 식물을 들여놓을 수가 없어서 이런 곳에 오면 항상 아쉬운 느낌.

가끔 아파트 베란다 전체에다가 흙을 채워넣어서 조그마한 정원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구쪽 본가는 베란다를 트는 바람에 그럴 공간이 없지만, 서울쪽 아파트라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닐듯 한데.

배수시설이나 꾸준한 관리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도, 조그만 화분에 담겨있는 녀석들보다 훨씬 보기좋을 것 같다.

 

 

 

희귀한 꽃들이 전시되어 있는건 아니지만, 마음 다잡고 구경하는 이런 시간에는

얼핏 길가다가 스쳐 지나가는 녀석들보다도 집중해서 보는 탓에,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매력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의 정원이란 건, 겨울을 제외하면 응축된 에너지로 넘쳐나는 공간이라서

조금 있다가 구경할 녀석을 대비해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을 풀고 워밍업을 하는 시간이랄까.

 

 

 

버스정류장 위치를 생각하면, 이 꽃집과 유시엔은 한데 묶어서 생각하는것이 옳다고 본다.

일본식 정원과 함께하는 꽃집이란 것이 조금 생소하기도 한데.

규모는 큰편이지만 그냥 평범한 콘크리트 가건물에 식물들만 모아놓은 이 곳이

어째서 독립된 버스 루트까지 가지고 있는 유명한 정원 옆에 위치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시엔에 대한 정보가 완전히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에 의아한 것이 당연했지만

관람이 끝난 후 조그만 이벤트 덕분에 이곳이 가진 의미를 알게 된 시점에서는 여러가지로 마음이 따뜻해 진다.

그 이야기는 당연히 다음 포스팅에서.

 

 

 

요 조그만 길만 건너면 바로 유시엔이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면 고층 건물은 고사하고, 마을 전체에 2층 이상의 건물이 없는 듯한 분위기.

아마도 이 길이 마을에서 가장 큰 도로일 것이다. 자전거 여행때 자주 봐왔지만, 일본에서 가장 마음 편한 모습이란 이런 것.

 

한국은 도시 외곽의 분위기를 뭐라고 찝어서 정의하기가 힘든데

일본의 도시 외곽은 상당부분이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이 나즈막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데

도심지에서는 자리잡기 어려운,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상점들이 주를 이룬다.

땅값만 싸다면 높은 건물보다 낮고 넓은 건물이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에.

그 결과 주로 잡화점, 중고차 가게, 2층을 넘지 않는 대형 마트등이 외곽으로 빠져 있다.

대형 마트의 경우에도 굳이 지하 주차장을 만들 필요가 없이, 마트 앞에 상당히 큰 규모의 주차장을 가진 녀석들이 대부분.

자전거로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가 서서히 중고차가 주르륵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보이면 도시로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

 

왼쪽 건물에 보이는 간판은 옷이나 그릇 등을 파는 잡화점 콘페이토(こんぺいとう)라고 적혀 있는데

거대 체인이 아닌게 확실한 저 가게 이름은 의외로 일본 각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도심지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생활권인 외곽지역에 주로 위치하는지라 관광객이 찾아가기엔 힘든 곳.

대부분이 관광객이 버스나 철도 등을 이용해서 이동하는데, '창고'라고 불리는 잡화점이 위치한 곳은

이런 대중교통이 지나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인 평범한 도시 외곽이기 때문에 작정하고 찾아가지 않는 한 보기 힘들다.

 

도심의 유명한 잡화점으로는 돈키호테가 있지만, 외곽의 잡화점은 한국의 대형 마트만한 크기의 단층건물이 대부분.

돈키호테 따위는 가소롭게 보일 정도로, 정말 잡화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다양한 녀석들이 창고처럼 가득가득 차 있다.

좀 큰 도시 외곽의 잡화점은 악기, 의류, 반지, 시계, 음악, 영화, 게임, 장난감, 카드게임, 중고책 등등 없는게 없다.

콜렉터들이 군침흘리는 빈티지 기타나 구하기 힘든 모형건, 분위기와 달리 고가의 희귀 라이터 등도 눈길을 끈다.

 

조명은 어둡고 내부 마감 없이 짙은 나무색 등의 어두운 소재로 만들어져 있고, 통로는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다.

난잡하고 시끄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잡화점은, 오랜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그런 분위기가 매상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이곳의 잡화점이야 그런 물건들을 들여놓을 일이 없으니, 그냥 옷이나 그릇등을 파는 것 같은데

콘페이토라는 이름의 잡화점이 의외로 많은 것은 나름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콘페이토는 포르투갈어(Confeito)로 '별사탕'이란 뜻. 건빵에 들어있는 그것. 발음을 차용해서 한자로는 '金平糖'이라고 쓴다.

1500년경 포르투갈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별사탕은, 당시로서는 만들기 힘들고 비싼 고급 과자였는데

재래식으로 별사탕을 만들때는, 특수한 가마솥을 가열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설탕물을 넣고 끊임없이 회전시켜줘야 했다.

여기서 별사탕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참깨를 이용하는데, 이것이 사탕의 핵이 되어 주변에 설탕이 모이면서 별 모습이 된다.

 

잡화점에 콘페이토라는 이름이 자주 붙는 것은 그 빛나는 듯한 오묘한 모습과 함께, 사탕의 핵이 되는 참깨의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들어와서 이리저리 구경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반짝하고 눈에 들어오는 상품을 찾을 수 있는 곳.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이렇게 가게 이름으로 그 원류를 연상해 볼 여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맞은편에 드디어 유시엔의 모습이 드러난다. 비 때문에 한참 지체되었지만 일단 목적지에 도달한 셈.

버스 정류정에 내려서 꽃집을 통과한 다음 보이는 유시엔의 정문 모습만으로는

저 너머 어디에 어떤 정원이 기다리고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앞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니까.

 

비는 그쳤어도 아직 구름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하늘이라 약간 아쉽지만, 저 멀리서 천천히 푸른 하늘이 다가오고 있으니

느긋하게 둘러보고 있으면 하늘 색도 촬영과 감상을 도와주리라고 생각한다.

이곳 역시 외국인에게는 입장료 반값 할인이 가능하니 부담이 없다. 등에 가득한 짐을 보관할 장소가 있기를 바라며 길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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