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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10.17  산막골에서만 맛볼수 있는 진수성찬 12
  2. 2009.03.11  Fire, Walk with me 8


아프리카에서 알맨님이 돌아오셔서 나침반님과 함께 산막골에 놀러갔습니다.
한국화의 대가 우안선생님이 거주하시는 산막골은 인구 30명 정도의 작은 마을로
휴대전화 전파도 통하지 않는 조그만 산골 마을이죠.

산막골에 가는 도중 항상 차를 세워서 풍경을 즐기게 되는 건봉령 승호대. 한국에서 가장 멋진 풍경 중 하나라고 생각.


보통 산막골엔 까페 회원들과 단체로 왔던 일이 많은데, 이번엔 3명이서 조용하고 느긋하게 왔습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를 먹으며 그저 고요함을 즐기기 위해서.


알맨님이 홀홀단신 아프리카에 뛰어든지도 3년이 되었고, 점점 그 규모나 중요성도 커지는 중이라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승호대 앞에선 그저 풍경만 바라보면 근심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네요.


산막골의 폐교에 도착하면 맨 먼저 하는일이 불 지피기.
우안선생님이 작품활동을 하고 계시는 폐교는 운동장에서 캠프파이어하기 딱 좋은 곳이지만 3명이서 왔으니 그렇게까지는 필요없고

개울가에서 주워온 넙적한 바위를 올려놓고 열심히 장작을 때워서 그 위에 삼겹살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세상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최고의 고기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전날 밤에 비가 온 터라 불이 잘 붙질 않네요.
불 지피고, 밥 만들고, 상추 씻고, 미역국 만들고 하느라 초반엔 정신없습니다.


7개월만에 찾아간 폐교 안에는 우안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신데다, 원래 있던 전기밥솥이 어디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아서
그냥 솥에 물넣고 가스레인지에서 밥 만들기로 했습니다.
1인분 쌀밥이야 진저리나도록 해먹어 봤는데 6인분 잡곡은 불이나 불조절이 처음이라 좀 착오가 많았네요. ㅡㅡ;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진액. 일단 여기는 공기 냄새가 도시와는 차원이 달라서 (나침반님 표현으로는 필터없이 그냥 들이마시는 듯한 느낌)
사방을 꽉 채운 풀내음에 장작 타는 냄새가 어우러져 그저 숨쉬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집니다.


우안선생님이 지난 번 심경색으로 쓰러지신 후로 그림을 배우는 제자분들이나 사모님께서 집안일을 하러 자주 오신다네요.
원래 부엌에 있던 밥솥은 우안선생님 방 안으로 옮겼다는데, 이미 만들고 있었던 중이라 그냥 허탈한 웃음만.
냉장고에 있던 미역과 멸치, 황태로 미역국 뚝딱 만들어서 식사 준비 끝냈습니다. 이제 구워진 고기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릴 뿐.


쓰러지신 후로 살도 좀 빼시고, 음식량도 조절하시고 짠 것도 줄이셨다는 우안선생님.
그냥 봐서는 지난번보다 더 건강하신 것 같은데, 아무튼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제자분들은 갓 피어난 국화꽃을 따고 있습니다. 국화차도 만들고 손님들에게 선물도 주기도 하고 하려고.
오색찬란한 향기에 국화까지 더해지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향기의 향연이 벌어졌습니다.


사진으로 표현하기 힘든 국화의 아름다움에 더해
미술에 조의가 있는 분들이 사진빨 잘 나오게 하려고 국화를 이리저리 세팅하시는 바람에 오히려 부담 백배.


빛의 방향과 구도까지 생각해 가며 간만에 살떨리는 촬영을 했습니다. 마음에 들 만한 건 별로 안나왔지만... ㅡㅡ;


돌판이 꽤나 두꺼워서 달궈지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한번 달궈지면
기름기는 밑으로 줄줄 흐르고, 아무리 구워도 타거나 늘어붙지 않는 최고의 불판이 탄생하죠.


마늘과 버섯, 김치등은 은박지에 싸서 은근히 굽습니다.
그때서야 고구마와 감자를 사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참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저 숯불에서 구워먹는 고구마와 감자는 별미중의 별미인데 말입니다. 밤의 대화시간에 위장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었는데. ㅡㅡ;


교대로 고기 구워가며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상추에 쌈장, 김치, 마늘과 함께 고슬고슬한 잡곡밥과 잘 구워진 삼겹살을 싸서 입에 넣을 때의 기분은~


6명이서 삼겹살 세근은 그리 많은 양이 아니지만 밥과 미역국이 꽤나 많아서 배불리 먹고 먹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어떤 방법을 써도 이 맛을 재현할 수 없다고 자신합니다.
알맨님 말마따나 여기는 공기마저도 양념이 되는 곳이니까 말이죠.


배는 터질 것 같은데, 남은 밥과 이제껏 은박지에서 잘 익혀진 김치와 버섯을 섞고, 고추장을 듬뿍 넣으면
오리지날 숯불 돌판 볶음밥이 완성됩니다.
 
은박지에서 넘쳐흐를듯한 팽이버섯의 액즙이 저 위로 쏟아질 때의 모습은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이게 하죠.


정말 저걸 어떻게 다 먹나 막막할 정도였지만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금새 해치워 버렸습니다.
아마 여기서 밥 먹어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내용일 듯.

배에 부담가지 않고 언제까지나 들어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음식입니다.

이 날은 우안선생님께서 폐교에서 주무시지 않고 제자분들과 함께 떠나는 터라 산막골에서 처음으로 일행 셋이서 보내는 밤을 맞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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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돌아가고 대충 회관을 정리한 뒤 학교로 돌아가 삼겹살 10근을 앞에 두고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불장난은 재미있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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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봤던 소심한 녀석이 불은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네요.
슬금슬금 다가가서 만져주니 역시 금새 경계를 풀고, 오히려 손을 멈추니 슬금슬금 몸을 제쪽으로 비비기도 합니다.
역시 제 농후한 손놀림에 걸리면 어떤 동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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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시는 분 말씀으로는 굉장히 머리가 좋은 개라고 하시더군요.
초코파이를 무지하게 좋아해서 아침에 토끼나 새같은 산짐승등을 사냥해와서 집앞에 내놓고 초코파이를 내놓으라고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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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키의 1.5배는 되었던 장작더미는 금새 무너져 버렸습니다. 조금만 더 타면 숯을 이용해서 고기를 구워먹을수 있을듯.
휴대폰도 통하지 않는 첩첩산중이라 공기는 서울에 비할 수 없이 맑은터라
그냥 멀찍이 앉아서 불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그리 좋을수가 없더군요.
이런 공기좋은 곳에서는 술도 담배도 훨씬 맛있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저도 이곳에서 담배 한번 피워보려고 예전부터 작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개피 물어봤습니다.
딱히 담배때문에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함께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좋은 소재거리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네요.
확실히 공기가 워낙 맑아서 그런지 별로 어지럽지도 않고 기분은 상쾌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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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임의 책임자로서 온몸으로 열심히 뛰었던 행자분도 이제 좀 긴장이 풀리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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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던 마을 어르신 몇분과 함께 촛불 켜고 올해 소망을 바라는 어쩌구 시간을 가졌는데
전 이런 공동고백같은거 질색이라 슬쩍 도망쳐 나왔습니다. 이래서 찍사가 편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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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기를 굽습니다.
통나무 두개 사이에 숯을 퍼담은 후 그 위에 고기를 잔뜩 얹은 석쇠를 올려놓습니다.
기름이 줄줄 빠진 맛있는 삼겹살이 만들어지겠죠. 행자분은 금새 실력발휘를 해서 학교안 취사장에서 김치찌개를 만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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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도통 안보이던 냥이가 고기냄새를 맡고 다가왔습니다.
이녀석은 학교에서 우안선생님과 반 동거중인 냥이인데.. 너무 잘 먹어서 좀 비만끼가 있네요. ㅡㅡ;
어떨 때는 학교 앞에서 하루종일 자다가, 다른 날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는건지 한참 안보일때도 있는
우안선생님과 비슷할 정도로 자유스럽게 살아가는 녀석입니다. 그러고보니 덩치도 닮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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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덜익은 삼겹살 몇점을 던져주고 돌아오는데.. 삼겹살의 기름이 숯에 떨어져 불길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이때부터 석쇠 올리거나, 고기 옮기거나 하면서 굽기담당들의 처절한 사투가 시작되었죠.
연기가 하도 많이 나서 그분들 몸에선 야릇한 장작 냄새가 며칠동안 계속되었을 겁니다.

전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하라 멤버들과 뒤에서 담배나 꼬나물고 이번 모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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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10근은 장장 4시간동안이나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끝간데 없는 회원들의 위장을 책임졌습니다.
불장난은 타오를때도 재미있지만, 서서히 불씨가 사그라들때의 아쉬움도 놓칠 수 없는 아련한 즐거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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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안선생님은 학교 안에 2차 준비를 하시고 몇몇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셨습니다.
중간에 산막골 처음 온 우리쪽 젊은 회원들도 덤태기로 새벽까지 이야기를 들었죠. 여기 오게되면 한번쯤은 겪은 통과의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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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회원들은 마을회관으로 자러 가고, 사하라 멤버들만 남아서 정신없었던 오늘을 무사히 넘긴것에 대해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해 줬습니다.

산막골의 밤은 제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과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마 서울의 밤을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높겠죠.
저를 위해 준비한 장난감같은 조그만 담배를 입에 물고 짙게 가라앉은 주위를 보고 있으면
친한 동료가 옆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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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직 추위가 풀리지 않은 3월 초순의 산막골은 벌레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정적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러고 있으면 마치 사하라의 밤을 연상케 해서 더욱 더 즐겁고, 그리워지더군요.
아마 사하라 멤버들은 저하고 비슷한 생각을 했나 봅니다.

새벽 2시쯤 사하라 멤버들이 자기로 되어있든 10평남짓한 조그만 관사로 들어갔는데
전 옆의 골방에 책상에 있길래 가지고 갔던 책을 꺼내들고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이런 밤에 그냥 자버리는게 아쉽기도 했고, 고요하고 공기좋은 분위기에선 책도 훨씬 재밌게 읽히는 터라
먼동이 틀 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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