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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점프'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08.05  2월 10일 삿포로 - 스키 점프 8
  2. 2014.07.31  2월 10일 삿포로 - 잠깐동안 다시 홀로 10

 

 

다들 박수는 쳐 주는데, DJ 가 혀 굴리며 흥을 돋구는 것에 비해서는 좀 조용하다.

일본인들이 공연이나 행사에서 해당 외국인들에게 그닥 감흥을 주지 못하는게 이 어중간한 호응도 때문이 아닐까.

본인 역시 양손에 카메라 들고 있느라 흥겹게 박수를 치지는 못하지만.

 

추운 겨울밤 이런 경기를 보고 있어도 점프 특성상 가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오히려 추워지는 듯 하다.

 

 

 

선수들 소개하는 점프가 끝난 후엔 본격적으로 공연이 펼쳐진다.

한 사람 점프하는 것도 조마조마한데 이젠 두셋이서 한꺼번에 점프를 시도한다.

공간 확보는 충분하겠지만 동작이 큰 스키 점프다 보니 사람들의 걱정섞인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내일이 눈축제 마지막 날인데, 오타루를 둘러보러 갈 예정이라 실질적인 눈축제 구경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첫째 날과 마지막 날은 이벤트도 여러가지 있지만 사람이 워낙 많아서 별로 구경하고픈 생각도 들지 않는다.

 

조금 조용하게 넘어갈려나 싶었던 삿포로 눈축제는 그나마 마지막 밤에 이런 생기넘치는 이벤트를 볼 수 있어서 다행.

Y양 일행도 같이 보면 좋았겠지만, 한 시간 넘게 열리는 이벤트라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감도를 3200에서 6400까지 올려야 겨우 셔터스피드를 맞출 수 있을 만큼 속도가 빠른 점프라서

결과물은 거의 포기하고 여러가지 방식으로 셔터를 누르는 연습을 해 본다.

 

점프대 주변에 촛점을 고정시켜 놓고 타이밍 맞춰 찍어본다던가

꼭지점에 도달할 때 즈음에 동체추적으로 선수들을 담아본다던가

점프 후 이쪽으로 이동해 오는 선수들을 패닝샷으로 담아본다던가.

 

선수들의 환한 미소를 보니 감각이 없어져가는 손가락도 그나마 위안을 얻는 느낌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카메라로 잡아내기가 힘든 연출이 이어진다.

시간차를 두고 서너 명이 연속적으로 점프를 하거나, 거의 줄줄이 비엔나처럼 여러명이 단체 점프를 하거나.

 

연사 사진을 합성하거나 동영상을 찍지 않는 이상 이 분위기를 담아내는건 불가능한데

사진 합성도 귀찮고 동영상은 취미 밖이라 그냥 적당적당히 셔터만 누른다.

보통은 열 장 찍어서 아홉 장 정도는 그대로 포스팅하는 편인데

이런 스포츠 계열만은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백 장 찍어서 서른 장 정도 건지는 편을 선택한다.

 

RAW 촬영만큼은 항상 고집하다 보니 훗날 귀국에서 편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여행 사진을 편집하는 건, 남은 장수가 줄어드는게 아쉬울 정도로 좋아하는 편이라 문제될 것 없다.

 

 

 

전반부가 끝나고 다시 하염없이 눈발을 맞으며 대기하는 시간이 돌아온다.

하지만 선수들 안전을 위해 쉴새없이 바닥을 고르는 요원들의 모습을 보니 불평할 것도 아니다 싶다.

바닥 형태 탓인지 마치 씨 뿌리기 전 밭을 가는 듯한 느낌.

 

 

 

공식 촬영팀은 점프대 꼭대기에서부터 점프대 바로 옆에까지 여러 장비로 무장하고 열심히 촬영중인데

역시 이 밑에도 책임을 맡은 사람이 한 명 있다. 니콘 장비를 사용중인데, 눈발 대책으로 카메라를 꼭꼭 싸매놓은 모습이 인상적.

 

본인 카메라는 니콘보다 더 방진방적이 떨어지는 녀석인데도 신경쓰지 않고 내리는 눈에 노출되어 있다.

망원렌즈는 후드가 길어서 눈이 렌즈 표면에 묻을 일도 별로 없어서 그냥 되는대로 내버려 두는데

자신의 기계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좀 더 소중히 다루어 줘야 함에도, 카메라는 그냥 도구일 뿐이지 하면서 팽개치는 성격이라.

 

 

 

다리도 뻐근하고 볼과 손가락은 얼어붙었고, 이만큼 봤으니 이제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고생해서 날아온 눈축제 현장에서 즐기는 유일한 이벤트이다 보니 왠지 아쉽다는 생각에 끝까지 서 있기로 한다.

 

한밤중같지만 아직 한국사람에게는 초저녁 시간이라, 돌아가봤자 별로 할 일도 없으니.

 

스키 점프는 그냥 점프 모습 그대로 날아서 죽지 않고 착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할 따름인데

몸을 비틀어가면서 휙휙 날아가는 모습이 조마조마한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점프대를 벗어나는 순간은 마치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거인이 사람들을 집어던지는 듯한 움직임이 연상된다.

 

 

 

일년에 눈이 일주일도 올까말까 한 지역에서 살아왔기 때문인지

이렇게 휙휙 날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눈과 당연스럽게 뒹굴며 자라온 사람들일 터.

눈이라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 않는 나에게는 왠지 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종이라는 사실이 어색하기도 하다.

 

 

 

몇 초간의 스릴을 즐기는 운동이니 본인이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자전거 타고 몇일 몇달이고 앞에 펼쳐진 길을 달리던 그 때의 감정과 기본적으로 비슷한 녀석이 아닌가 싶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사람은 어떤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지루해서 죽어버리는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성공이든 자식 잘 키우기든 스키 점프든 여행중독이든, 뭐라도 자신을 쏟아부을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니까.

 

점프해서 착지하는 2~3초 남짓한 이 순간이 저 선수들에게는 인생의 가장 큰 부분으로 남지 않을런지.

 

 

 

점프가 막바지에 이르자 내용도 점점 과격해진다. 거의 모든 선수가 1~2초 간격으로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장관.

처음엔 염통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이 정도 되니 저 선수들이 느끼는 흥분과 쾌감이 어떤 것인지 살짝 공감이 가기도 한다.

 

 

 

익스트림 스포츠에는 한계가 없어서, 점점 몰입하다보면 거의 정신줄을 놓아야 할 정도의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딱히 별종이라고 비난할 필요도 없는 듯 느껴지는 이유는 점프를 끝낸 직후 보여주는 저 시원한 미소 덕분이 아닌가 싶다.

 

뭔가를 해내는 순간 뇌속 신호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안면 근육이 본능적으로 만들어내는 달성감의 미소는

저 사람들이 이 짓(?)을 그만둘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익스트림 스포츠의 순간적인 쾌감이 얼마나 강렬한지는 체험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본인은 조금 더 느긋하고 지속적인 면을 추구하긴 해도 그 방향성이 동일하다 보니 은근히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숙소 잡아놓고 편안히 왔다갔다 하는 여행은 사실 조금 미지근하긴 하지만

이 사람들의 2~3초를 나는 하루 단위로 끊어가며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한참 그런 여행을 해 보지 못해서 그 반동으로 평범한 여행이라도 자주 나가게 되었는데

역시 너무 많이 참는 건 몸에 좋지 않을 듯 하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나가재껴도 아직 부족하냐는 말이 나오겠지만.

 

 

 

어리긴 해도 숙련된 선수들이니 다행히 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DJ의 소개를 들어보니 가장 어린 선수가 13살 정도, 최고령 선수가 마흔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어린 선수의 경우엔 어쩌면 올림픽을 누빌 수 있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앉아서 롤러코스터만 타도 심장이 오그라드는데, 이렇게 새처럼 날아오를 때의 쾌감은 과연 어떤 것일런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도 저 순간만큼은 세상에 오직 자기 자신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정말 새라도 된 것처럼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일단 다리가 저렇게까지 찢어지는 데에서부터 감탄해야 하는 본인이 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초보인 본인 눈으로 보자면 스키 점프 자체는 거의 다른 세계의 기술처럼 보여서 멍하니 구경만 하는 느낌이라면

스틱도 사용하지 않고 관객들 앞을 스르르 미끄러지며 환호에 보답하는 모습이 실질적으로 놀라움을 준다.

넘어지지 않고 전진하기도 힘든 스키를 저렇게 몸의 일부분처럼 타고 있는게 참 신기하다.

 

 

 

 

후반부 점프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선수 전원이 연속으로 펄떡펄떡 뛰는 고난이도 장면을 보여준다.

그냥 와르르 쏟아지는 것 같지만 앞 선수와의 거리 조절이 잘못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점프라 굉장히 신중하게 간격을 둔다.

 

앞선 선수가 착지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텐데, 이런 이벤트에 참가할 정도의 실력자들이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활강 점프에 비한다면야 별 것 아닌 속도지만, 그래도 수십 km 는 가뿐히 넘어가는 점프를 성공시킨 사람들의 쾌감은 말로 전달하기 힘들 듯.

멋지게 착지 성공하고 나서 바로 눈 앞에 서 있는 관객들이 셔터 세례와 함께 박수를 쳐 주는 모습을 보는 것도 뿌듯하지 않을 리가 없다.

 

 

 

가장 왼쪽 선수가 아마도 이번 이벤트 최연소 출장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 점프에서도 한 번의 사고 없이 웃는 얼굴을 보여주니 추운 겨울밤도 조금은 훈훈해 지는 느낌.

사실 초반 점프에서 착지가 살짝 불안했던 선수가 있었지만 넘어진 정도는 아니고 약간 주저앉은 수준이라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대회가 끝나갈수록 눈발을 더욱 거세지고 있다. 

평소같으면 불평이라도 터져나올듯한 매서운 눈보라지만 축제에 몸을 맡기고 있는 지금은 아무리 퍼부어도 모자라지 않다.

이것도 부르주아틱하게 말하자면 돌아갈 호텔이 있음에서 비롯되는 자만감이지만. 자전거 여행때는 이런 날이 정말 지옥과도 같다.

 

 

 

대망의 마지막 점프는 사실 이제까지의 점프 중 가장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다.

모든 참가자들이 몇 초 정도의 간격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응원이 미지근한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마지막 점프가 되니 관객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마지막 선수의 점프까지 계속 박수를 이어가 준다.

 

폭설에 가까운 눈으로 결코 쉽지는 않을 점프였겠지만 훌륭히 멋진 모습을 보여 준 선수들에게 던지는 박수소리를 끝으로 이벤트가 끝이 난다.

 

 

 

사실상 눈축제의 마지막 밤을 후련한 퍼포먼스로 만족시키고 난 후, 폭설 속을 뚫고 삿포로 역으로 걸어간다.

코가 얼어서 맛이 느껴질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축제를 즐겼으니 맛있는 저녁이라도 먹어볼까 싶다.

어제는 피곤해서 저녁에 편의점 도시락 하나 까먹고 잤기 때문에 뭔가 아쉬운 기분이 남아있다.

 

스스키노쪽에 먹거리가 많긴 하지만 이동거리를 늘리고 싶지 않아서 숙소 근처의 삿포로역으로 향한다.

역 내부는 가격이 좀 세긴 해도 한국과 달리 꽤나 먹을만한 것들이 많다.

 

 

 

홋카이도의 소울 푸드라는 징기스칸은 어차피 마지막날 먹을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에

식당가로 올라가서 뭘 먹어볼까 두리번거린 끝에 그다지 비싸지 않은 양식집으로 들어간다.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 한 잔과 함께 미디엄 레어로 일본식 스테이크 하나 주문.

 

축제 기간이긴 하지만 역내 음식점이다 보니 슈트 차림의 샐러리맨들이 모여서 뭐라뭐라 떠들기도 한다.

대충 나하고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젊은 샐러리맨 둘이 맥주 마시면서 한국 시장이 어쩌고 하는 말을 진지하게 나누고 있는 중.

 

양은 좀 작지만 스테이크 품질은 매우 훌륭하다. 미국식 정통 스테이크와는 달리 씹히는 맛이 강한 한국 숯불구이 같은 느낌이랄까.

술을 즐기지 않는 본인이지만 삿포로에 와서 맥주 안 마시기는 좀 그랬는데, 스테이크가 맛있으니 술도 그럭저럭 들어간다.

 

물론 맥주 반 잔만 마셔도 온 몸이 신호등처럼 새빨개지기 때문에 마시고 나면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냥 앉아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당연히 취하지는 않아서 느긋하게 스테이크의 육질을 음미하며 수첩을 꺼내 밀린 일기를 쓴다.

 

 

 

맥주 탓에 얼어붙었던 몸도 금새 녹았고, 한 시간 가량 식사와 일기를 즐기고 숙소로 돌아간다.

8시만 되어도 술집과 파칭코 가게 외에는 거의 조용해지는 분위기라서, 조금 전 그 뜨거웠던 스키 점프가 한 줌의 꿈처럼 느껴지는 고요함.

 

삿포로가 워낙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다 보니 보통 외곽에 많이 위치한 대형 파칭코 가게가 역 주변에도 참 많이 포진해 있다.

파칭코를 좋아하는 타입이었다면 취기도 올라왔겠다 시원하게 한 판 땡기고 가겠는데, 돈이 아까워서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오늘 밤까지 실컷 내리고 오타루에서는 맑은 하늘이 맞이해주길 바라며 숙소 골목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옮긴다.

 

LP의 부드러운 음색에 취해 한동안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슬슬 밖으로 나간다.

Y양과 코마츠군은 저녁에 식사 약속이 있다고 해서 너무 늦기전에 전철을 타야 한다.

내일은 오타루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하는데 괜찮으면 함께 가잔다. 나 역시 내일은 오타루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동의.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지고 날씨도 더욱 쌀쌀해진다.

삿포로의 날씨가 서울과 비교해서 그리 추운편은 아니라지만 눈이 워낙 많이오기 때문에 밤이 되면 체감적으로 더 추운 느낌이다.

 

관광객이 워낙 많은 눈축제장이라 가능하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장을 한 바퀴 돌수 있도록 요원들이 지도를 하고 있다.

인파가 역방향으로 엉켜버리면 워낙 난잡해질 가능성이 있어서. 그래서 일단 Y양과 코마츠군은 전철 타는 곳까지 걸어가며 못 본 전시물들을 구경하기로 한다.

일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울트라맨. 이것 외에도 고지라 등 50~60년 전의 캐릭터들이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부럽기 그지없다.

 

 

 

곰이 서 있어서 혹시 쿠마모토의 마스코트인 쿠마몬인가 싶었는데

옆에 TV타워로 보이는 건물과 함께 곰 가슴에 홋카이도 지도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쿠마모토와 홋카이도의 합작품인가 싶기도 하다.

홋카이도는 이주 역사가 짧은 만큼 그 반작용으로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저 지도는 여러가지로 많이 쓰이곤 하는데, 삿포로 맥주정원의 명물인 무한 징기스칸의 불판도 홋카이도의 지도모양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역시 알아보기 힘든 일본 지역 캐릭터보다 이런 세계적인 캐릭터들이 이해하기 쉽다.

일부러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쪽에 눈이 쌓여서 마치 머리카락 자란 푸우처럼 보이는게 재미있다.

 

 

 

호빵맨에 나오는 세균맨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뭔가 얼굴이 심각하게 무서워서 인상적.

호빵맨은 참 순수한 얼굴밖에 나오지 않지만 어른들의 장난으로 여러가지 무서운 바리에이션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터널을 통과하는 하행 신칸센.

현재 홋카이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로, 도쿄에서 삿포로까지 신칸센 철로를 만드는 공사가 2015년 완공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탓에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이 녀석이 완공되면 도쿄에서 삿포로까지 4시간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옆의 설명 간판에는 사용할 수 있는 IC 카드까지 설명해놓는 살짝 개그스러운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것도 뭔가의 마스코트인 듯 한데 알 수가 없다. 코마츠군에게 계속 물어보기도 미안하고.

스키를 신고 있는걸로 봐서 동계올림픽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홋카이도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던 곳. 당연히 캐릭터의 인지도 때문일거라 생각한다.

스마트기기의 보급과 함께 터진 첫 번째 대박 앵그리버드의 주인공.

인기작이라 그런지 특징 묘사도 꽤나 잘 되어있어서 아는 사람은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제작팀 쪽에서 일부러 넣은건지 군데군데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도 재미있다.

 

 

 

축제에 대한 일본인의 꼼꼼한 준비성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자판기 스킨마저도 축제 캐릭터를 집어넣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배워갈 만한 점이 아닌가 싶다.

당연히 이런 걸로 매상의 변동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본인처럼 소소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아닐런지.

 

 

 

회장 중간부분엔 세계 각국의 팀이 출품하는 국제 눈조각 콩쿠르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 팀도 분명 출전했을거라 생각해서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이 작품이 올해 콩쿠르 우승작이라고 한다.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설명문을 보니 금새 이해가 간다. 하나되는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

 

 

 

워낙 일본이라는 나라가 공동체의식을 중요시하기도 하고, 세계인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을 앞둔 시기이도 하고

특히 지금 일본은 협동과 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보니 한국팀이 시류를 잘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출품작들에 비해 모던 아트적인 느낌도 들고, 자세히 뜯어보니 우승 먹을만 하겠다는 생각.

 

 

 

조형의 퀄리티는 다른 국가 팀들의 작품도 결코 떨어지지 않지만, 주제 표현이라는 면에서는 확실히 한국팀이 뛰어나다.

물론 이 눈조각 콩쿠르라는 것이 피말리게 경쟁해서 우승을 거머쥐는 그런 대회가 아니라서.

 

 

 

저녁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Y양 일행은 이제 돌아가는 중이니 그렇다치고 본인은 좀 더 눈축제를 구경하려고 생각중인데.

바로 돌아가기에는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니지만 추운 날씨에 무리하는건 앞으로의 여행에 지장을 줄 지도 모르니 신중해야 할 듯.

 

어둑어둑해지니 좀 전까지 새하얀 자태를 자랑하던 퐁키 키즈의 거대한 조각상이 고운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낮에 새햐안 눈색을 만끽하고 저녁에 화려한 조명빨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눈축제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여기저기서 대인기인 후낫시. 확실히 일본에서 인기몰이중인듯, 관광객 중에 '후낫시다~' 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꽤 많다.

코마츠군도 후낫시를 매우 좋아하는지 싱글벙글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러고보니 코마츠군에게도 뭔가 선물을 줬었어야 하지 않았다 싶다.

Y양은 한국에서 타지까지 와서 고생한다고 과자라도 하나 사드렸는데, 코마츠군은 토박이라는 생각에 선물 생각을 깜빡 한 듯 하다.

 

 

 

일행 셋이 전부 사진찍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서, 이동 속도 맞추기가 쉬운 점이 참 마음 편하다.

사진에 관심없는 일행이라면 어쨌든 찍는 입장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모습이 되기 때문에 조금 미안한 기분도 드는데.

 

낮과 밤의 이미지가 이렇게 달라지면 어쩐지 이득보는 기분이 된다.

 

 

 

무려 자위대 삿포로지부 마스코트인 모코가 회장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홋카이도 토박이인 코마츠군이 설명해 준다.

자위대는 당연히 모병제이다 보니 항상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홍보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군대라고 해서 마스코트를 딱딱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컨셉으로 나온 듯한 느낌.

 

 

 

밤이 되면 밤을 이용한 즐길거리가 등장한다. 단순히 불만 켜 놓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아이디어.

저 멀리서 레이저로 바닥에 캐릭터 그림을 비춰주니 아이들이 재밌어하며 달려든다. 이럴 때는 물론 좋은 셔터찬스.

저작권(?) 문제로 가능하면 얼굴이 나오지 않게 소심하게 찍는다. 어디서 아이 부모가 달려와 카메라를 내던지지 않을까 가슴을 졸이며.

 

 

 

거대한 전시물들은 오히려 밤이 되니 그 위용을 드러내는 듯 하다. 주위의 어둠과 대비되어 명암도 확실해지고 웅장함이 더해진다.

사람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지, 낮보다 사람이 훨씬 많은 듯 하다. 역시 축제는 저녁부터가 본편인 것인가.

 

이러나저러나 날씨도 매우 춥고 조명이 9시 정도까지밖에 켜지지 않기 때문에,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초저녁 기분밖에 나지 않지만.

Y양이나 코마츠군이 저녁약속 없고 술이나 펍의 분위기를 즐기는 타입이었다면 늦은 밤까지 술안주를 즐겼을 테지만

두 사람 모두 나와는 다른 매우 착실한 생활을 하고 있는 분위기라서 살짝 아쉽긴 했다.

 

 

 

말레이시아 가게에서는 현란한 반죽돌리기를 시연하고 있다.

피자 도우 돌리는것과 비슷하긴 한데 좀 더 유연성이 있어서 움직임이 비규칙적이라 더욱 생동감이 느껴진다.

 

겨울 삿포로 축제장에서 말레이시아 사람이 그것도 무려 반팔로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더 놀라웠지만.

음식 만드는 부스 내부는 어디든 춥기보다는 덥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데, 실제로 보면 또 그게 금방 이해되기는 어렵다.

열정을 봐서 하나 사먹어 주고 싶기는 했지만 Y양 일행은 이제 저녁먹으로 가는 중이고

본인 역시 홀로 저녁이지만 괜찮은 녀석 먹고 싶어서 배를 비우는 중이라 군것질은 힘들다.

 

 

 

오오도리 중앙에 도착해 Y양과 코마츠군은 전철을 탄다. 눈축제 기간이라도 삿포로는 돌아가고 있으니 저녁시간대의 인파는 대단하다.

혼잡한 개찰구에서 내일 삿포로역에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초면 일행들과의 관광이라서 좀 긴장한 탓인지, 큰일 하나 끝내고 홀가분한 기분도 없지 않다.

물론 눈축제 같은 행사는 혼자서 묵묵히 걸어다니며 사진찍어봤자 별로 재미있지 않으니 일행이 생긴 건 나에게 참 좋은 이벤트였긴 하다.

 

6시도 되지않은 시간이라 어둑어둑한 하늘과 달리 이대로 돌아가기엔 많이 아쉽다.

형형색색의 대만측 얼음궁전을 감상하며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잠시 생각해 본다.

 

 

 

인파가 좀 비정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몰리고 있는데, 주변에서 확성기를 든 사람들이 스키 점프를 위해 이동을 서둘러 달라는 소리를 지른다.

아마도 어젯밤 텅 비었던 그 점프대에서 오늘도 이벤트가 일어나는 모양이라 마침 잘 됐다 싶어서 슬금슬금 걸어간다.

 

점프 구경은 아마도 자리를 한번 잡으면 꼼짝도 못하고 있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이 추운 날씨에 Y양 일행과 보려고 했다면 괜히 극기훈련 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해 질 수도 있었을 듯.

 

점프 이벤트는 6시에 시작하는데, 다행이 조금 이른 시간이라 무난하게 펜스 바로 앞에 설 수 있었다.

10여분 전부터는 뒤로 빠져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진행요원들은 이동하는 사람들 방해되지 않게 해 달라고 간청을 한다.

 

 

나름 괜찮은 장소다 싶었는데 사람이 가득 들어차고 나니 방송이 나온다.

오늘 점프는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한다고. 라인의 상태도 전혀 다른걸 봐서 아무래도 점프도 종목이 따로 있는가보다.

 

왼쪽에 자리를 잡은 탓에 생각한 것보다 시야가 확 트이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일찍 온 것은 다행.

늦었으면 사진 대부분의 하단부엔 시커먼 뒷통수가 난립하고 있었음에 틀림없을테니까.

 

 

 

망원으로 갈아끼우고 눈 펑펑 쏟아지는 저녁에 서 있으니 팔은 뻐근하고 다리는 욱신거린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망원을 통해 보는 게 훨씬 잘 보이니 계속 주시중인데, 준비하는 선수들이 굉장히 어려보인다.

저 위에 서서 밑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다리에 힘이 쏙 빠질것 같은 높인데다가 거기서 수십 km의 속도로 점프를 하다니.

 

스피드를 즐기는 운동은 별로 하지 않는 본인으로서는 섬뜩하기만 하다. 부디 실패하는 일은 없기를.

 

 

 

타이밍 좋게도 점프가 시작할 즈음부터 내리는 눈이 더욱 거세진다.

이 정도로 눈내리는 상황에서 사진을 찍는 경험은 처음이라 좋은 연습이 되리라 생각.

 

사실 이번 여행중 눈이 이 정도로 내리기를 바라는 날이 딱 하루 있다.

토카치(十勝) 지방의 독특한 경마인 반에이 경마는 자이언트급의 거대 경주마들이 속도보다 파워를 겨루는 경기인데

원래 겨울경기에 특화된 녀석들이라, 내가 가는 날짜에 눈이 펑펑 내려주면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아서 기대중이다.

안내린다면 어쩔 수 없지만 운이 좋으면 이번 폭설이 그 날 촬영의 시험촬영 쯤 될 수 있을테니 나쁘지 않다.

 

 

 

풀프레임 망원렌즈는 베낭여행에 가져가기엔 참 크고 무거운 녀석이라 여간 귀찮은게 아닌데

그래도 다가갈 수 없는 지역의 모습을 찍을 일이 많은 경우엔 항상 믿음직하게 사진을 뽑아주기 때문에 내치고 갈 수가 없다.

 

살짝 억지스럽게 악을 쓰고 있지만, 촬영의 편의를 위해 손가락쪽은 드러난 손목 보온대만 차고 있어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망원렌즈를 물린 풀프레임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극기훈련하는 느낌이 든다.

겨울 홋카이도의 위력이란 걸 실감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이번 여행은 주욱 이 차림으로 갈 생각인데

고작 삿포로 정도에서 고생한다면 앞으로가 험난할거라 생각해 어찌어찌 참아보려고 노력중.

 

 

 

어쨌든 실수하면 생명마저도 위험한 점프이다 보니 안전관리에는 각별히 신경 쓰는 느낌이다.

몇 안되는 인원들이 정말 땀흘리며 열심히 필드를 고르고 있다.

 

왼쪽 점프대는 매끈하게 닦여져 있는데, 오늘 점프하는 오른쪽은 눈이 굉장히 울퉁불퉁하게 쌓여 있어서

아마도 점프의 종류에 따라 지면의 상태도 달라야 하는 것인가 싶다.

 

 

 

30여분간의 기다림 끝에 DJ 같은 사회자의 신명나는 목소리와 함께 이벤트가 시작된다.

한국과 달리 이런 쪽에서는 감정표현을 자제하는 일본 사람들의 특성상, DJ 가 흥을 띄우려 노력해도 신사적인 박수 외에는 꽤나 조용한 편.

선술집에서는 누가누가 소리 잘 지르나 싶을 정도로 웃고 떠드는 일본 사람이지만 이런 곳에선 왠지 사회적인 분위기에 신경을 쓰나 보다.

 

가볍게 한 사람씩 점프가 시작되는데

조명이 있다고는 해도 이런 캄캄한 밤에 조리개값 어두운 망원렌즈로 질주하는 스키어들을 잡아낸다는 게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내 카메라가 동체추적에 특화된 모델도 아니라 일단 평소 습관대로 싱글 AF 에다가 연사만 걸어놓고 타이밍을 노려서 찍어본다.

 

아주 구닥다리 카메라는 아니라서 다행히도 3장 중 1장은 그럭저럭 건질 만한 녀석이 나온다. 감도를 3200 에서 6400 까지 올려야 겨우 셔터스피드가 확보되긴 하지만.

 

 

 

이번 이벤트는 누가누가 멀리 날아가는가가 아니라 익스트림처럼 멋진 동작을 보여주는 쪽으로 진행되는 듯 하다.

점프대 자체의 높이도 아찔한데 그걸 몸을 꼬면서 날아가는 스키어들의 모습을 보니 거의 서커스 보는 느낌.

 

홋카이도에서는 친숙한 겨울스포츠지만 관객들 사이에서도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선수들의 연령대는 대학생이나 사회인도 있지만 상당수가 지역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라 놀라울 따름이다.

 

 

 

전부 개성있는 포즈라 점프 위치만 같을 뿐이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어떤 식으로 몸을 움직이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거의 패닝샷에 가깝게 카메라를 움직여가며 촬영할 수 밖에 없는데, 다행히도 촛점이 잡히기만 하면 대충 찍을 순 있다.

 

컴팩트 카메라 들고 온 사람들은 거의 동영상 촬영용으로 쓰고 있는 분위기.

맛폰 촬영탓인지 여기저기서 번쩍거리기는 하는데, 이 거리에서 플래시 터져봤자 별 의미가 없다.

휙휙 날아올라서 사뿐하게 착지하는 인간같지 않는 모습에 감탄하면서 눈을 뷰파인더에서 뗐다 붙였다 한다.

사진만 담으면 실제로 보는 재미가 줄어들기 때문에 둘 다 놓치지 않기가 참 피곤하지만, 집중해서 다음 선수들의 점프를 주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