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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7  다시 시작해야죠 18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2월과 3월이었습니다.

작정하고 포스팅을 하려면 못할것도 없지만

블로그 개장 이후 가장 쓰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한달이라서

의무감에 못이겨 쓰는건 의미가 없다 싶어 그냥 마음가는대로 방치해 놓았군요.

 

아직 12월에 다녀온 일본 여행기도 끝내지 않은 게르으니스트입니다만

이제 조금씩이라도 갱신을 해볼까 합니다. 요즘 일이 좀 바빠서 그리 자주는 포스팅하기 힘들겠지만.

 

분위기 전환하는 겸 치고 지난번 서울에 잠깐 올라갔을때 사진이나 올려봅니다.

매번 밖에서는 뭐 먹을까 고민하는 터라, 이번엔 작정하고 처음부터 한끼 먹을 곳을 생각해 왔죠.

네팔인이 경영하는 동대문의 카레 전문점 에베레스트입니다.

 

나침반님과 함께 양고기 카레와 닭고기 카레를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카레라는게 물론 향신료의 조합이긴 합니다만, 이곳은 한국의 어느 음식점이나 갖고 있는 그 조미료의 맛이 나지 않아서 좋았네요.

나침반님은 매운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곳 카레는 별로 걱정할 것 없었습니다.

양고기의 그 독특한 냄새를 느껴보는것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혼자 다니다 보니 한번에 여러 음식 시켜먹기가 힘든 처지인데

같이 온김에 여러가지 먹어보고 싶어서 카레 두개에 난 두개에 탄두리 치킨까지 주문했습니다.

괜히 제 욕심때문에 나침반님 먹는데 고생하신게 아닌가 싶네요. 양이 좀 많긴 했습니다.

 

그래도 뭐, 수다떠느라 2시간 넘게 앉아서 먹어댔기 때문에 결국 먹긴 다 먹었습니다만.

탄두리 치킨 역시 매워보이지만 전혀 맵지 않습니다. 기름기 싹 빠지고 속살이 부들부들한게 잘 만들었더군요.

바깥 음식들 맛이 워낙 강한터라 이곳 요리는 살짝 부드러운 느낌이 듭니다만, 전 그 유니크함이 마음에 들어서 좋아합니다.

괜히 예고도 없이 나침반님 끌고 들어가서, 잘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직원분들이 굉장히 미인이셨습니다.

 

 

 

내려가기전에 하염없이 걸어다녔죠. 슬슬 걷다가 남산 올라갔는데, 이번 루트는 의외로 좀 걸었습니다.

서울은 추울까 싶어서 옷도 좀 두껍게 입었고, 가방에 든것도 많아서 땀을 시원하게 흘렸네요.

 

매번 사람이 미어터지는 남산이었습니다만, 이번엔 타워 앞에서 사진찍는 사람 말고는 좀 적은편이었군요.

카메라는 의무적으로 가지고 다녀서 한두 장 찍어봣는데, 오랜만의 촬영이라서 영 감도 못잡겠고, 별로 찍고싶은것도 없고.

요즘엔 본인이 생각해도 마음이 메말랐다는 느낌이라서... 확실히 사진도 별로 볼만한게 없습니다.

 

 

 

일본, 중국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이곳 남산이라는데, 중국은 몰라도 확실히 일본사람에게는 좋은 장소가 될것 같습니다.

도쿄가 완전히 평지밖에 없어서, 이런 대도시 중앙에 이런 산이 자리잡고 있다는 건 신선할 듯.

 

돈 많이 주고 많이 기다리고 해서 올라갈 수 있는 도쿄타워나 스카이트리의 풍경에 비하면

시야는 제한되어도 훨씬 마음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을겁니다. 서울에 한강과 남산이 없었으면 꽤나 심심했을 듯.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셔터를 눌러대는데

누구나 찍고나서 비켜줄 생각은 추호도 없이, 해가 끝까지 질때까지 자리 차지하고 있는 탓에

막 질 무렵의 사진은 한 장도 건지질 못했군요.

 

삼각대 설치하고 올림푸스 카메라로 수십장 눌러대던 아저씨, 그만큼 혼자 자리 차지하고 찍으면 적당히 찍고 좀 물러나주는게 예의 아닐런지.

하긴, 카메라라는 것 들고다니는 인간들 인격이 워낙 개차반일 경우가 많아서 저도 카메라 꺼내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뭐 작품사진 대단한거 찍겠다고 (것도 남산에서) 관광객 미어터지는 곳에 혼자 공간 자치하고 버팅기는지.

 

전 이딴 곳에서 사진 몇장 못찍었다고 아쉬워할 마음 추호도 없습니다.

 

 

 

남산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는데 결정적인 방해물이 되는건 사실 사람이 아니라 이녀석들입니다.

그냥 조그만 공간에 매달 수 있는 곳을 제한해 놨으면 모르겠는데

반대로 약간의 공간만을 남겨놓고는 전부 이 자물쇠들로 담벼럭이 도배되어 있더군요.

 

아무리 하트모양 덕지덕지 발라놔도 금속덩어리의 차가움과, 상대를 구속하고 말겠다는 욕심이 느껴지는 자물쇠가 좋아질리 없습니다.

이건 소망이 아니라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고로 예쁘게 찍어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나침반님은 앞으로를 위해 사진을 좀 더 자신의 의도대로 찍을 수 있도록 연습을 하시는게 좋겠죠.

이론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사진은 일단 다양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는게 좋다고 봅니다.

사진 찍으러 다니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쉽긴 하네요.

 

뒷모습 정도라면 이해해 주실테니 슬쩍 담아봤습니다.

그러고보니 서울에서 덩치 큰 카메라 꺼내들어도 별로 부담되지 않는 곳이 남산입니다.

관광객들은 역시, 큰맘먹고 온 탓에 좀 괜찮은 카메라들을 많이 들고 다니더군요.

하지만 결국 수백만원이 넘는 최상급 플래그쉽 카메라 들고다니는 쪽은 여지없이 한국사람이네요.

 

뭐, 저도 남말 할 저치는 아니지만 말이죠. 필름판형 외에는 도무지 손에 익질 않아서 계속 비싼거 사용하고 있으니.

 

 

 

해가 지고 있어서 사진찍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실루엣을 이용해서 한장 담아볼까 했는데, 타이밍 좋게도 사람들이 앞을 지나갔습니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사람까지 찍여서 오히려 분위기는 더 살아나는 느낌이 드는군요.

 

 

 

남산 올라왔는데 타워 안찍어주면 섭할까봐 남겨줍니다.

마침 해가 져서 불이 들어오는 즈음이라 찍을맛이 나더군요.

 

카메라는 그냥 덤으로 갖고 온거라, 제일 작은 50mm 단렌즈 하나만 들고와서 화각잡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사진이 이상하게 잘 안찍히길래 내 실력이 이렇게 썩었나 했지만

막상 돌아와서 점검해보니, 구형 수동렌즈의 핀 인식이 잘못되어서 50mm 를 200mm 라고 인식해 버렸더군요.

M 모드를 사용한게 아니라서 셔터스피드도 기준과 확 달라져버렸고, 손떨림 방지도 교란되고 해서 엉망이었던 셈입니다.

 

 

 

내려올때는 다른길을 선택했습니다.

다들 버스타고 왔다갔다 하는건지, 산책로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가다가 느낌이 좀 괜찮은 곳이 있어서 슬그머니 멈춰서 나침반님을 찍었습니다.

 

좀 더 잘 찍어드릴수도 있었을텐데, 카메라가 아무리 좋아도 찍사의 실력이 이래서야.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서울은 별로 정이 가질 않네요.

그나마 밤이 되면 활기가 보이는 도시라서, 그거 하나 즐길만은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평생 살라고 하면, 솔직히 좀 끔찍하긴 하죠.

 

 

 

나침반님의 긴 계획도 이제 절반을 넘어 달리고 있는 중이고

전 앞날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만

어쨌든 이러저러한 일이 겹쳐서 다들 나름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듭니다.

 

여러 지성들이 마음의 평온과 가진것에 대한 만족을 강조하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그런 인생은 저하고 별 관계가 없는 듯 하네요.

그냥 잠시동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추석연휴엔 나침반님도 어디 좀 나가봐야겠다고 하시고, 저도 그때쯤 몸이 달아있을 테니

5일동안 어딜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현재로서는 제일 진취적인 마인드인 셈이군요.

 

느리긴 해도 다시 천천히 포스팅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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