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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에 해당하는 글들

  1. 2013.08.22  과거로의 여행 - 토요타 박물관 6편 4
  2. 2013.02.04  도쿄 산책 - 오다이바의 건담 14

 

 

신관의 테마는 일본의 자동사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사람으로서는 별로 구미가 당기진 않지만

전후 폐허에서 발전하는 시대상이란 게 상당히 닮은 모습이기도 해서 크게 위화감은 없을거라 본다.

 

 

 

자동차 개념과는 다르지만 어쨌듯, 이런 녀석들이 훗날 자동차의 원형이 되지 않았나 싶긴 하다.

역사 전시관이라고 해도 설마 이런 녀석을 전시해 놓았을줄은 몰랐지만.

 

 

 

이 미니어처는 1924년 도쿄 시내를 달렸던 버스. 중국 영화에도 자주 나와서 그리 신기하진 않은 모습이다.

아무래도 실물이 존재하기는 힘들어 작은 녀석으로 대체되어 있는데, 이곳 토요타 박물관 바깥에는 이거보다 좀 새거긴 하지만

꽤나 낡은 버스 한대가 정차되어 있다. 관객들 사진 찍고 들어가서 놀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너무 더워서 쉬러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이곳 부스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시 생활상과 자동차의 발전상을 나열해 놓았는데

전쟁중에는 암흑기였으니, 자전거조차 귀중품이었다는 몇 가지의 설명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젓가락까지 녹여서 무기를 만들던 시대였으니 당연하겠지만, 역시 대부분의 일본 역사관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침략전쟁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그러고나서 바로 전쟁복구가 스타트되었다는 말이 시작되는데

이게 한국전쟁 덕이라는 설명은 별로 쓰여있지 않은 듯.

 

 

 

미쯔비시 실버 비전이라는 모델. 스쿠터인가 싶은데, 전동자전거라 해도 될듯.

형태나 색깔이나 전쟁직후 생산되었다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실제 사용하던 사람들은 어떤 계층이었을까.

 

 

 

전후 가장 활발했던 이동수단이라면 단연 자전거였다.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훨씬 이전에 기술적 이론이 충분히 검증된 녀석이라서

낙후된 시설과 사회상 아래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전거가 지탱해 온 근거리 사회 기반망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전쟁기간동안 완전히 침묵하고 있었던 자동차 개발과 생산도 다시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게 1950년 초반.

사실 좀 전의 빈티지 전시관과 달리, 한국사람인 나로서는 이 시기의 일본 문물들이 그리 반갑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이 시대를 살아온 일본인들이야 그땐 그랬지 하면서 추억을 되살릴 순 있지만

그 당시의 한국은 아직 일본의 지배와 한국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시기였으니까.

 

 

 

전후 사용되던 소방차와 소방대원들의 옷, 불조심 포스터 등등.

일본은 근대화되기 이전부터 화재에 신경질적으로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지니고 있었고

전쟁중 히로시마 원폭 피해보다 훨씬 더 참혹했던 도쿄 대공습의 악몽 역시 사라지지 않은 시기라서

소방관이라는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마을에서 힘 좀 쓰는 청장년이라면 기꺼이 뛰어들어야 할 자경단 조직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목재가 풍부해서 대부분의 가옥이 목조였는데다가, 쇼군의 성 중심으로

골목길은 고사하고, 나무벽 두 개가 아니라 하나를 끼고 가옥끼리 바싹 붙어있는 형태였던 옛 마을은

일단 한번 불이나면 도저히 진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대참사를 불러왔기 때문에, 메이지 이전 시대까지 민가에서 불을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되곤 했다.

 

아직도 작은 산골마을에서는 정부의 소방서 외에도 마을소방대라고, 제복 입고 정기적으로 점검을 도는 그룹이 있다.

본인이 바이트를 했던 소바집의 사장님도 소방대 소속이라, 예전 회식때 나를 불러서 대원들한테 소개시켜 주시도 했다.

 

 

 

아마 전시된 물품들이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법한 노부부의 모습을

도저히 따로 떨어져 담을수가 없어서 죄송하지만 허락없이 슬쩍 프레임에 끼워넣었다.

 

시기적으로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사실 한국의 노인들에게도 익숙한 물건들일 듯.

슬픈 역사임에 틀림없지만, 당시 일본과 한국은 십여 년의 시간차를 제외하면 사용하는 제품이 거의 동일했으니.

 

유치원즈음 찾아가곤 했던 아버지의 시골 고향에는 저런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양 쪽으로 나무 여닫이문이 장치되어 있던 흑백 TV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버리지 말고 가져와 보관했으면 좋았을 텐데.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카메라 코너가 이런 전시장에 빠질리가 없다.

카메라 매니아라면 하나쯤 가져오고 싶은 모델들이 좌르륵 전시되어 있다.

물론 당시 일본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코너이니만큼, 라이카나 짜이스 등의 제품보다는

떨어지는 광학기술이지만 당시 인기를 끌었던 녀석들이 주를 이룬다.

 

가난한 자의 라이카라는 별명이 붙은 야시카의 카메라. 물론 라이카의 1/10 정도 되는 가격이었지만

당시엔 카메라라는 물건 자체가 꽤나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아무나 만질만한 녀석은 아니었다.

지금도 야시카 렌즈는 골동품 중에서 꽤나 성능이 좋아서 시장에 나돌곤 혼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반가운 모델. 미놀타 A-2 라고, 한국에서도 아는 사람은 아는 모델이다.

현재 사용중이고, 이번 여행중 찍은 사진을 모두 소화해 준 소니의 DSLR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 시장의 선구자였던 미놀타의 후계기이고

이 녀석은 1956년 미놀타에서 발매된 녀석이기 때문. 지금은 사라졌지만 미놀타는 세계 최초의 기능을 가장 많이 집어넣은 공돌이 집단이었다.

 

당시 미놀타의 고급렌즈군인 ROKKOR 렌즈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 녀석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지금도 교환형 록코르 렌즈가 나오면 옥션에서 굉장한 가격에 거래되고는 한다.

 

 

 

당시의 일본 카메라는 바디나 렌즈나 라이카의 카피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완전히 바르낙 라이카처럼 보이는 이 바디 역시 닛카 IIII (Nicca III) 라는 카피품. 사실상 완전히 같은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렌즈는 일본공학이라고 적혀있는데, 현제 카메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니콘의 전신이다.

 

 

 

카메라 매니아들이라면야 여기서 시간때우기 좋지만 이걸 자동차처럼 한장한장 담아서 설명하다가는

오늘중으로 가져간 메모리 용량이 쫑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한 수 접고 눈으로만 즐기기로 한다.

 

자동차야 토요타 박물관의 아이덴티티나 마찬가지니 많이 담았지만

여기서 구형 카메라들에 대해 썰을 풀어봤자, 조금만 사이트 검색하면 카메라의 역사는 후덜덜하게 나온다.

 

 

 

되려 요즘사람들이 너무나 익숙할 올림푸스 PEN F 모델.

원래 오리지날 펜은 이 녀석이 아니지만, 요즘 발매되는 디지털 펜과 동일한 모습이라 담아본다.

 

올림푸스 최고의 공돌이 집단이 'PEN' 처럼 누구나 들고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목표로 만들어 낸 이녀석은

6천엔이라는, 당시의 카메라 가격에 비해 획기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기능상으로 전혀 꿇릴게 없는 획기적인 모델로

요즘 디지털 펜도 잘 팔린다고 하긴 하지만, 당시엔 정말 없어서 못팔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프 사이즈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카메라보다 2배 더 찍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올림푸스는 여전히 그 때의 철학을 살려서 35mm 판형의 절반 사이즈 센서를 가진 포서드 규격을 만들어

60년이 지난 지금도 펜은 다른 의미의 하프사이즈 카메라로서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60년전 모델을 거의 그대로 복각해 내도 그 디자인에 홀리는 사람이 많다는 건 참 굉장한 일이다.

 

 

 

SLR 구조가 정립되기 전의 카메라들은 사실 현재의 거물인 캐논이나 니콘이 그리 힘을 쓰던 시대가 아니다.

아사히 펜탁스와 미놀타, 올림푸스 등이 각축전을 벌이던 시절이었는데

올림푸스는 언제나 주류와는 살짝 떨어진듯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미있게도 펜탁스만이 여러번 타사에 인수 합병되면서도

브랜드 네임만은 버리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며 여전히 매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당시 펜탁스 카메라는, 손에 쥐어보면 설명이 필요없다고 할 정도로 굉장한 완성도와 내구성을 자랑했다.

 

 

 

카메라쪽에 너무 시선을 뺏기는것도 좀 그래서 서둘러 시야를 돌려본다.

바이크쪽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도 이름쯤은 들어봤을 듯한 혼다 벤리.

지금은 스쿠터로도 나오고 오리지날의 향수를 자극하지 않는 일관된 디자인으로 발매가 되는데

바이크만은 아무리 세련되어도 역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이런 디자인에 끌리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다.

 

 

 

63년 모델인데, 아마 검색해보면 최신형 벤리 역시 이 모양에서 거의 벗어나 있지 않다.

굉장히 조그마한 모델로, 가벼운 산책나가기엔 딱 알맞은 녀석.

수리도 쉬워서 지금도 일본에서는 당시 모델 타고다니는 사람이 꽤 많다.

 

 

 

조금 더 걸어가니 이건 또 음악 매니아들이 군침흘릴만한 장소가 나온다.

사실 60년대 중후반부터는 일본 역사에 남을만한 황금기가 지속되는 탓에

당시 사람들의 유희는 2013년의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윤택했으리라 확신한다. 그야말로 매니아들의 전성시대.

 

 

 

풍요롭던 시대라서 그런지, 당시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재즈 색소포니스트라면 단연 존 콜트레인이었다.

마일스가 지독한 폭군이었다면, 재즈의 성인으로까지 불린 콜트레인이 풍요의 시대와 어울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마일스를 좋아하지만, 일단 재즈에 흥미를 가지려면 콜트레인 없이는 이야기가 안된다는데 동의한다.

만약 여기 끼워져 있는 앨범들이 전부 진짜 초판이라면, 은행 터는것보다 여기 터는게 더 나을거다.

 

 

 

여성 재즈보컬이라면 일단 생각나는 사람이 엘라밖에 없다. 정말로 그 시대는 엘라를 위한 무대였다.

재즈의 난해함에 힘들어하는 입문자라면 다른 말 필요없이 엘라의 앨범을 듣는게 만고 장땡.

사실 당시 일본에서 제일 인기있는 재즈보컬은 사라 본이었지만, 본인은 빌리 홀리데이와 엘라를 손꼽아도 사라 본은 조금...

 

 

 

소품 구성도 참 허투로 하지 않는다. 당시 재즈가 흐르던 어두운 BAR 안에 한개쯤은 비치되어 있던 냉장고.

원래는 술이 가득 차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저것도 나름 어울리긴 한다.

이 녀석을 보니 왠지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당시 신문이나 잡지 광고를 배경으로 한 미니 TV 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

전시관 안에 이런 독립적인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서, 그것도 주제의식에 딱 맞는 디자인으로 배치해 놓는 것은 감탄할 만 하다.

한국에서도 쓰이긴 했지만 일본만큼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몇 안되는 당시 물건이다.

 

 

 

아무래도 이 정도의 미니멀리즘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걸까.

TV 들은 당시 광고들을 틀어대고 있다. 화질이 생각보다 훨씬 좋은건

내부를 따로 개조했기 때문일까, 화면이 너무 작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채널을 틀어보고싶은 욕망이 들지만 만지면 안되기 때문에 한동안 그때 그 광고를 구경해 본다.

사실 일본은 이런 쪽에서 변화를 싫어해서인지, 2013년 현재도 굉장히 촌티나는듯한 광고가 꽤 나온다.

처음엔 보는 쪽에서 소름돋을정도로 촌티나지만, 자꾸 보고 있으니 그것도 나름 괜찮은 CM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1년간 일본 CM만 줄기차게 보다가 한국 돌아오니, CM들이 너무 구름속을 훨훨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사람냄새가 너무 옅은 것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슨 게임인지는 모르겠지만, 팀 버튼의 배트맨부터 시작한 나로서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즐거운 표정과 포즈의 배트맨과 로빈을 오래 지켜볼 수가 없다.

 

물론 팀 버튼과 놀란 감독 사이에 가히 쓰레기라고 불려도 될 만한 괴작 배트맨이 나오기도 했지만

저건 대체 언제적 배트맨일런지... 아마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런 화사한 배트맨 시리즈가 나왔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것도 같고 없는것도 같고.

 

 

 

이 만화잡지를 읽으며 자란 아이들은 지금쯤 환갑을 훌쩍 넘기고 있을 듯 하다.

희소성때문에 이렇게 전시만 되어 있다는게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속을 한번 보고싶다는 욕망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쿄토의 만화박물관에 가면 이런 잡지의 극히 일부분을 직접 손으로 넘겨서 감상할 수 있긴 하다.

1980년대 발간된 한국의 만화잡지 보물섬조차 초판부터 마지막 판까지 보존상태 좋은 녀석이 극히 드물 정도인데

1960년대 발간된 잡지를 이렇게 모아놓은 일본사람들의 콜렉터 기질은 정말 혀를 내두른다.

 

물론 이거보다 더 오래전, 테즈카 오사무와 후지코 F. 후지오 등이 만화를 그리던 초기 시절 작품들은

일본에서도 극히 구하기 힘들어, 한 권에 1천만원 가까운 녀석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한번 읽고 버리는 만화잡지를 이렇게 모아놓은건 참 징하다고밖에.

 

 

 

이런 녀석들 역시 오리지날이라면 가격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오리지날 철인 28호나 아톰 장난감도 초 레어아이템이긴 한데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로봇 '로비'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인 '금단의 행성'에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상태좋은 초판 장난감의 경우 수백만원은 넘어간다. 저 사진에 찍힌 녀석들이 전부 초판 오리지날이라면 중형차 한대값은 나올 듯.

 

 

 

테즈카 오사무는 그 연식에도 불구하고 워낙 일본 만화계의 신으로 알려진 사람이라

그의 작품은 오히려 그 후의 만화작가들 작품보다 보존상태가 더 좋은 편이다.

 

테즈카 오사무의 뒤를 이은 '도라에몽'의 후지코 F. 후지오 콤비의 데뷔작들은

이름을 알리기 전에 출판된 것들이라, 대스승인 테즈카의 작품보다 수십 배는 희귀하기도 하고.

아톰 옆에는 요코하마 미츠테루의 철인 28호가 진열되어 있다.

일본은 이 두 작품의 원본을 이렇게 전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국 문화의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대인기였던 모노폴리. 한국에서는 이것보다 부루마불로 더 알려져 있다.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부루마불조차 스마트폰 네트워크 게임으로 즐기는 시대지만

저 지폐의 감촉과 함께, 신성함조차 느껴지던 가장 비싼 빌딩의 플라스틱 모형의 풍채를 느끼기는 힘들지 않을까.

 

의외로 결판이 잘 나지 않아서 서너 시간 하다가 때려치우는 경우가 많았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나이가 좀 더 들고나서는, 무인도에 짱박히는게 의외로 중요한 전법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모노폴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었던 게 그 부분이었다. 무인도도 돈이 있어야 갈 수 있구나, 이놈의 세상.

 

 

모노레일 유리카모메를 탄다면 오다이바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스미다가와 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타고 이곳에 도착한다면

필수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오디이바의 상징적인 건물, 후지 TV 본사의 모습.

 

해도 짧고,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늦다 보니 주광사진이라고 우길 수 있을만한 녀석이 몇장 되지 않는다.

한국의 방송국과는 다르게 일단 여러가지 관광객용 스팟이 있는 곳이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는 곳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TV 프로를 모르는 한국사람이 여기 가서는 별로 볼게 없다는 게 중론.

 

상단 중앙의 저 거대한 구형 구조물은 까페와 전망대를 겸하는 곳. 사실 저기 앉아서 바라보는 풍경이 후지TV 투어중에서는 제일 마음에 든다.

착공시기가 한창 버블이 절정을 이루고 있을 때라서 그런지, 건축가의 이념이 녹아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 구형 구조물은 무려 그 비싸디 비싼 티타늄으로 외벽을 도배한 녀석이다. 직접 가서 유심히 살펴보면 그 질감이 예사롭지 않다는걸 느낄 수 있다.

 

 

 

본격적으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시간. 사실 아직 저녁이라 부르기에도 뭣한 시간.

해질녘 풍경이라도 한번 담아볼까 싶어서 좁은 바다 건너를 몇장 담아보는데

담고나니 멀리 보이는 건물이 카메라계의 양대산맥 캐논 본사였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왠지 마음이 가지 않는 카메라가 캐논이라서 써 본적은 없는데

1위를 굳건지 지키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돈이 남아돌면 한번 써보고 싶은 생각은 든다.

 

 

 

후지 TV 본사 앞에는 꽤나 큰 쇼핑몰이 위치해 있고, 그 앞에는 방금 지나온 레인보우 브릿지를 감상할 수 있는 해양공원이 있다.

그곳 해양공원에서는 한가한 길고양이들을 몇번 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해가 질 무렵이라서

일부러 찾기엔 힘들듯 하다. 자전거 여행 전날에 이곳에 와서 고양이를 보면 그래도 좀 우울함이 가시곤 했다.

 

해양공원 앞에는 자유의 여신상 축소판이 나름 명물 스팟으로 꼽힌다.

재현도는 상당하지만 사실 꽤나 작은 녀석. 일본에서 이걸 구경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는 뭘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 녀석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지만, 자전거 여행 전 이곳에서 서성이고 있으니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나한테 와서 서툰 일본어로 인사하던 미국인 몰몬교도 두명이 생각난다.

그들에게는 외국에서 전도활동하는게 필수 의례인 듯, 한국서 왔다고 하니 전도할 생각도 않고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교리와 신념이 다를 뿐, 워낙 사교성 좋고 사회적으로 문제 일으키지 않는 종교라서

서로서로 이방인 신분으로 타국에서 만나니 그냥 오랜만에 영어 회화나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내게 있어 오다이바의 자유의 여신상은, 몰몬교 친구들과의 가벼운 한때를 의미한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서 레인보우 브릿지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벌써부터 나이 지긋한 분들은 좋은 자리에 삼각대 펴 놓고 사진 촬영을 하고 계시던데

아무리 성능좋은 최신 카메라라고 해도, 역시 야경 제대로 찍으려면 삼각대는 필수다.

 

물론 이동성을 중시하는 본인은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대강 감도 높여서 찍거나 난간을 삼각대 대용으로 이용해서 장노출 사진을 찍는다.

물론 난간을 사용해서 찍어도 벌브샷을 버틸만큼 완전히 떨림을 잡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담을 수 있는 풍경의 범위는 줄어들지만, 상업적 의뢰가 아닌 이상 내가 뭘 더 신경쓰리.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오다이바의 고급 고층 호텔의 창문에서 바라보는 본토의 빌딩숲 야경을 보면서

모종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 나라가 이렇게 발전했구나 하면서.

오다이바의 호텔들은 대부분 상당한 고급이라서, 돈이 남아도는 상황이 아니면 내가 하룻밤을 즐길 수는 없다.

 

 

 

사실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는 표현이 옳을 듯 하다.

이번 구경 목표인 건담같은 녀석은, 환한 대낮보다는 조명빨 받는 밤이 더 볼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 시점까지 그 건담이란 녀석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별로 걱정할건 없다.

오다이바에서 유명한 장소 몇군데만 돌아다니다 보면 저절로 찾을 수 있을테니까.

 

망원으로 갈아끼웠으니 후지 TV의 중앙 스피어부분을 담아본다.

물론 사람도 많고 가격도 비싸고 해서,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싶은 곳인데

나중에 자금 널널한 사람과 함께 간다면 살살 꼬셔서 가볼까 싶긴 하다.

 

저녁이 되면 밑에서 조명이 구의 하단부를 비추는데, 역시 티타늄의 특징을 어필하기 위해서인가 생각해 본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오다이바의 명소는 사실 찾기가 어렵지 않다.

모노레일은 오다이바 각지를 전부 이어야 하기 때문에 섬을 'ㄷ' 형태로 빙글 도는 루트이지만

실상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해양공원, 후지TV, 비너스 포트 등의 건물은 거의 직선으로 쭉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유리카모메 레일 따라가지 않고 그냥 직선으로 주욱 걸어가기만 하면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일본에 온 후로 가장 추운 저녁이라서 오히려 힘이 나는 기분.

이제까지는 너무 더워서 괜히 이 옷 입고 왔다고 후회하곤 했는데

거진 2~3도까지 떨어지고 바람도 많이 불기 시작하자 비로소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

 

오다이바는 유명 관광명소 몇군데를 빼면 아직도 허허벌판인 곳이 많고

거주지역, 호텔지역은 물론이고 물류창고 역할을 하는 부두도 많기 때문에

해가 지고나면 도쿄 시내 중심부에 비해 상당히 어두컴컴한 편이다. 요즘 절전운동때문에 더더욱 그렇기도 하고.

 

건널목 몇개 지나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쇼핑몰같은 곳이 나타난다. '다이바 시티'라는 곳.

쇼핑에 하등 흥미가 없는 본인이라서, 몇 번이고 찾아온 오다이바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본 기억이 없다.

오다이바라는 단어는 영어하고는 전혀 관계없지만 'Diver' 라는 단어를 씀으로 적당히 중의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굉장히 큰 몰인데, 위에 뭔가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녀석이 떡하니 서 있어서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다.

쪼그만 녀석을 보니 아무래도 대인기 코믹스인 원피스 캐릭터 같다. 본인은 그 코믹스 읽어본지 10년도 넘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거대한 쇼핑몰이 딱히 애니메이션 상품만 파는 곳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저런 캐릭터들을 정면에 떡하니 전시해 놓는 곳이니, 어쩌면 이곳 어딘가에 건담이 놓여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큰 곳이라, 천천히 한바퀴 둘러보면 대강 감을 잡을 수 있을것 같아 시계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는분도 있고 건담이 뭔지도 모르는 분 역시 있겠지만, 요즘 오다이바의 명물로 자리잡은 건담 모형은

무려 1:1 스케일, 즉 전고가 18m 나 되는 로봇이기 때문에 건물 안에 위치하긴 힘들다.

전시되어 있다면 지금쯤 해도 저물었겠다 조명이 빛나고 있을 터이니, 돌다 보면 눈에 쉽게 들어올 듯.

 

 

 

걷다가 고개를 돌리니 후지 TV 의 뒷모습이 보인다. 쌍둥이 빌딩 사이를 사다리로 연결해 놓은듯한 구조라서

가끔 왜 저렇게 낭비 심한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 묘한 모습덕분에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으니까.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이 건물을 만든 건축가도 일본 최고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이 건물에도 나름대로의 철학을 담아넣었고, 그 결과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겠나 싶다.

 

다이버 시티 건물을 돌고 있으니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린다. 주위 사람들도 명백하게 어느 한 곳으로 몰리고 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쉽게 건담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건담을 찾으면 저 멀리 비너스 포트까지 잘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좋다.

비너스 포트는 쇼핑하거나 연인들끼리 맛있는거 먹으며 산책하기엔 좋은 곳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니까.

 

 

 

운이 좋았는지, 역시 건담을 이곳 다이버 시티 광장에 위치해 있었다. 원피스 캐릭터가 놓여있었던 입구 반대편.

그런데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이 건담 모형도 정해진 시간에 뭔가 이벤트를 벌이는가 보다.

 

막 도착했을때는 팔과 고개가 조금씩 움직이면서 가슴을 비롯한 몇몇 부위에서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뭐, 사람처럼 움직인다기 보다는 그냥 까딱까딱 장난감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이 거구가 움직이는 모습이니 볼 만은 하다.

아쉽게도 그게 끝물이었는지, 간신히 사진 한장 찍자마자 건담은 두번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마 다들 알고있을 건담.

내 나이또래의 대부분은 사실 애니메이션을 본게 아니라 프라모델을 통해 접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그때는 라이센스 개념이 아예 없던 시절이니, 정체불명의 짬뽕 캐릭터도 참 많았다.

 

그런만큼 품질도 꽤나 조악해서, 가끔은 쓰이지도 않는 부품이 사출되어 붙어있는 경우도 있었고.

80년대 중후반에 이르면, 그 조잡한 카피품에 실증난 아이들, 특히 나같은 아이들은

동네 문방구가 아니라 RC 카 등의 좀 더 제대로 된 장난감을 다루는 전문점에 비치된

일본 직수입 프라모델을 떨리는 손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을거라 생각해 본다.

 

초딩이 사기엔 꽤나 비싼 탓에 부모님 데리고 가서 한시간을 고민해서 몇개 고르던 추억도 생각난다.

그 프라모델과 함께 놀던 아이들이 이젠 사회 전반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꿈과 희망의 프라모델이었던 건담이 이젠,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설정 그대로 전장 18m 에 이르는 녀석으로 등장하게 되었으니

한번 어른이는 영원한 어른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결과물이 이 녀석 아닌가 한다.

 

 

 

물론 실제 애니메이션이 방영된지 30년도 넘었기 때문에, 오리지날 건담은 이렇게 멋있진 않다.

30년의 세월동안 끊임없이 갈고 다듬어져 대충 로봇처럼 보이는 지금의 모습이 완성된 것이지

오리지날 버전은 팔다리가 사람처럼 움직이는, 갑옷 둘러쓴 사람과도 같았다. 그 시절 애니메이션의 한계이긴 하다.

 

오리지날에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면서도 시대에 따른 이미지의 변화를 꾸준히 양산해 가는

일본인들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은, 태권브이로 대표되던 한국의 캐릭터 시장이 몰락한 상황과 대조해서 더욱 두드러진다.

 

비교하기엔 좀 뭣하긴 한게, 당시 한국의 애니메이션이란 일본쪽에서 하청받은 셀 원화중 에러난 것을 몰래 빼돌려서

짜집기 한 후에 제멋대로 상영한 것이라서, 시작부터가 표절과 무단 도용의 씨앗을 갖고 있었으니 그 힘이 다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어두운 단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을테니 넘어가기로 한다.

 

 

 

거대한 건담을 직접 바라보는 것도 물론 한때 열렬한 프라모델 매니아였던 본인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지만

그 앞에 놓여진 크리스마스 특집 캐릭터들이 워낙 귀여워서 무심코 이쪽에 더 관심이 가버렸다.

 

건담에 산타 수염을 그려넣은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이긴 했는데

양족에 입체 눈사람 모양을 한 녀석들이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빨간 외눈녀석은 건담 주인공인 아무로의 라이벌 샤아가 타는 '3배 빠른' 자쿠인데

원래 디자인이 단순무식의 극치를 달리다 보니,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놔도 적응력이 빠른 장점이 있다.

 

만약 여기 홀려서 관련 기념품샵을 뒤져 봤다면, 아마도 저런 눈사람모양 자쿠를 손에 넣을수 있었을거라 생각도 해보지만

선물을 많이 산 탓인지, 요코하마에서 너무 지출이 많았던 건지, 지금 손에 남은 자금이 너무 부족해서 아예 생각을 접는다.

사실 많이 간당간당한 상태라서, 내일은 맛있는 것은 커녕 세끼 밥이라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수준.

 

과거로부터의 경험상, 이런 모형 기념품은 사들고 가 봤자 대부분 별 의미없이 방치되곤 해서

순간의 기분에 휩쓸려 구매하는건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무튼 크다. 정말 크다. 단지 크기때문에 이곳의 볼거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1:1 크기로 재현하는 건 이곳만의 특징은 아니다.

 

 

 

1:1 건담 모형은 2009년 건담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는데

코베(神戸) 시의 외곽에 위치한 이 철인 28호 모형도 거의 같은 시기에 착공되어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 자전거 여행때는 코베에서 좀 휴식을 취하려던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코베에 도착한 날이 코베 대지진 추모 + 재건 기념으로 매년 벌어지는 루미네이션 축제날이었다.

오후부터 경찰인력이 동원되어 도로를 통제하고, 어마어마한 인파가 코베 시 전체를 가득 메우는 통에

어디 한적한 공원에서 텐트친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하다못해 비지니스 호텔마저도 완벽하게 만실이 되어버렸다.

 

텐트를 치기는 커녕 자전거에 탄 채로 이동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간신히 시를 빠져나와 무작정 달렸는데

그 앞에 우연히 도착한 마을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이 철인 28호 모형이었다.

한국에 알려진 철인 28호는 아마 이 녀석이 아니고 리메이크 버전의 말쑥한 녀석일듯 한데

세월의 흔적은 느껴지지만, 전고 15m 의 거대한 이 녀석의 박력넘치는 포즈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건담이 세월의 흔적을 끝없이 수선하며 매끈한 디자인을 자랑한다면

이 녀석은 6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별다른 수정 없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아련함이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만화 삼국지의 작가로 잘 알려진 요코하마 미츠테루 화백의 1956년 작품 '철인 28호'는

일본 최초의 거대로봇 만화로, 사실상 로봇만화의 선구자인 셈.

 

한신 대지진 복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조성된 이 모형은, 제작비 1억 3천 5백만엔을 들여 2009년 9월에 완성되었다.

그 어마어마한 보조금과 기부금을 이런거 만드는데 쓰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높으신 분들이 싹 갈라먹고 입닦아 버리는 행태에 비하면야

이 녀석은 꾸준히 관광객과 관련 상품을 팔아주고 있으니 나름 성공한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한국돈으로 계산해도 17억 정도인데, 한국의 각 지역에 세워놓은 홍보용 동상들 예산 찾아보면

대체 그 돈을 다 어디로 처먹었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건담도 볼거리지만, 꾸준히 울려퍼지는 음악 역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박자는 분명 '징글벨'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데, 밝고 활기한 음이 아니라 뭔가 음침하고 어두운 음계로 내려가 있다.

건담이 어쨌든 로봇 전쟁 만화다 보니,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리메이크한 음악인 듯 한데

묘하게 이 박력넘치는 모형과 매치가 잘 되어서 듣기가 좋다. 특히 밤에 들으면 더욱 음산한 느낌이라서.

 

이 건담은 2009년에 제작되어 잠깐 전시된 후 철거되기도 했는데

기간한정 전시였던 탓에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렸다는 신문 기사도 읽은 기억이 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거대한 녀석을 그렇게 잠깐 전시하고 해체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다음해 도쿄 옆인 시즈오카현(静岡) 의 역에 다시 전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 회사 반다이(BANDAI)의 본사가 시즈오카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라고들 하더라.

역앞에 전시된 후에는 반다이 본사 앞에 전시될 거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의외로 다시 오다이바로 돌아오게 되었다.

역시 관람객 끌어모으는데는 오다이바 만한 곳이 없어서였을까.

 

 

 

35mm 단렌즈로 몇장 담고, 70-300mm 줌렌즈로 갈아끼운 후 세부를 감상하는데

이 줌렌즈는 조리개값이 상당히 어두워서, 감도를 3200 까지 올려도 아주 간신히 사진을 건질 수 있을 정도.

손떨림 방지기능이 없었다면 절대로 이 정도 이미지를 얻을 수 없었을 듯 하다.

 

이미 79년 원작의 투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꼼꼼한 성격의 일본인들 답게 만화 캐릭터임에도 리얼리티가 폭발하는 디테일을 보여준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말로 사람 들어갈 수 있게 만든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밤이라서 피사체가 부각되는 장점은 있는데

조명이 생각보다 강한 색이라서 아무래도 원래 건담의 색깔과는 다르게 나와버린다.

다행히도 사진촬영은 항상 RAW 파일로 하기 때문에, 이 한장은 건담의 원래 컬러를 그대로 복원시켜봤다.

 

물론 실제로 이 당시 눈에 보이는 색깔은 이렇지 않았지만, 원래 건담은 이런 색이다.

색온도를 맞추다 보니 원래 밝은 주광색인 옆 건물 전등색깔이 녹색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긴 했다.

 

 

 

건담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흥미가 있던 없던

이 정도로 거대한 모형은 확실히 즐거운 구경거리임에 틀림없다.

 

이 건담은 건담 시리즈중 최초의 모델이라서 퍼스트 건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본인은 이 건담을 즐기던 세대가 아니라서, 좀 더 후기의 건담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건담' 하면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이 녀석이다 보니

놀란 표정으로 거대한 발 근처를 뛰어다니는 두 아기의 모습에서 '세대간의 끈'을 느낄 수 있는듯 하다.

 

얘네들이야 이게 뭔지 알리 없겠지만, 이 애들 부모는 아마 나하고 거의 비슷한 나이대일테니

30년 전의 추억을 자기 자식들과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되는 건담 모형이, 그 덩치만큼이나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망원렌즈를 마운트 중이라 슬그머니 도촬을 해버렸는데

얼굴을 완번히 드러낸 건 아니니, 이 정도라면 이해해 주길 바랄 뿐이다.

 

좀 더 용기가 있었다면 이걸 찍고나서 부모한테 다가가 사후 허락을 구하고

메일 주소라도 받아서 훗날 이 사진을 보내주었다면, 이 쓸데없는 죄책감도 사라졌을텐데 하는 후회도 없잖아 있다.

다음엔 명함이라도 좀 들고가서 이런 사진 찍은 후에는 정중하게 말을 거는게 좋으려나.

 

아무튼 이 애들은 이제 '건담'이라는 단어 하나는 평생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을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