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아파트 뒷마당 화단은 역시 생각만큼 꽃이 많이 피어있지 않군요.
그래도 앞마당과는 다른 종류의 꽃이 몇가지 피어있어서 좋습니다.
성격탓인지 화려한 앞마당보다는 이런 뒷마당이 더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몇년전에도 똑같은 사진을 한 장 남긴적이 있죠.
이녀석만 옆으로 튀어나온게 단아한 느낌이라서, 뒷마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꽃은 아니지만 마치 참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저렇게 많이 앉아있으면 히치콕의 새가 연상되서 좀 무섭겠군요.
앞마당에 비하면 아직 이른 봄이라 이렇게 기지개를 막 펴기 시작하는 목련도 있네요.
나비의 변태처럼 보이기도 함니다. 나비와 꽃은 뗄 수 없는 관계니, 어디서부턴가 닮아가는걸지도.
성질 급한 녀석들은 이미 피어있습니다.
엄니께서 참 좋아하시는 꽃인데, 땅에 떨어지고 난 꽃잎이 꽤나 그로테스크하게 변하는것도 잊지 말아야죠.
이름 모르는 꽃입니다만 참 곱습니다. 저렇게나마 피어줘서 고맙군요.
중간에 관리실 아저씨가 스윽 들어와서 뒷마당을 한번 돌아보고 가는데
제가 카메라에 찍혀서 오신건지 그냥 그때가 순찰 시간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곳 뒷마당은 아파트 출입 비밀번호를 모르는 외지인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서.
예전엔 개방도 했었는데 아해들이 담배피며 쓰레기 버리고 고기 구워먹고 해서 폐쇄해버렸죠.
이것도 이름 모르는 꽃입니다. 꽃이 맞긴 맞나 싶은 신기한 모습이네요.
아직 덜 핀건지 두상화라서 저게 다 피어있는 모습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일쯤 다시 나가보면 알 수 있을지도.
전부 그늘이라 음영이 옅어져서 사진도 은은하고 그림같은 분위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앞마당의 화려한 꽃들에 비해 부드러운 색깔의 꽃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건 민들레는 아니고... 국화 종류일까요?
뒷마당에서 대낮에 유일하게 햇빛이 들어오는 끄트머리 구역입니다.
확실히 꽃들이 다른 곳보다 많이 핀걸 보니 역시 태양의 힘은 대단하구나 싶네요.
딱 요만큼만 살짝 피어있는 현호색이라는 야생화입니다.
원래 이런 곳에서 자라는 녀석이 아닌데,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왔나 보네요.
아파트 뒷마당에서 희귀한 야생화를 볼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매년 찍으면서 내년엔 없어지지 않을까 두근두근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수줍게 피어있어서 안심했습니다.
아주 약한 꽃이고, 일년중 이 때가 아니면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장 반가운 녀석이죠.
요즘 이 현호색 안에 모르핀에 맞먹는 진통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어쩌면 앞으로는 여기저기서 많이 입에 오르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녀석을 찍을때면 꼭 겨울에 흩날리는 눈이 생각난단 말이죠.
심도를 얕게 잡을수록 더욱 몽글몽글해져, 이미 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봄에 볼 수 있는 마지막 눈송이일까요.
여전히 이름은 모르지만 참 우아한 꽃입니다.
꽃이 지는 속도가 좀 빨라서, 아마 지금쯤은 사라졌을거라 생각합니다.
내년에 다시 보죠.
이렇게 구석탱이에 얌전하게 피어있는 녀석들은 관리측에서 일부러 심은 건 아니겠죠?
뭔가 사이버틱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자기주장이 강한 녀석이 어째서 화단 구석탱이에 조용히 피어있는지...
그냥 걷다보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위치에 조그맣게 피어있는 녀석을 찾는것도 즐거움이죠.
자주색이 흰 꽃잎 속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신기합니다.
사람도 이런데, 나비나 꿀벌들은 모습뿐 아니라 향기에도 환장을 하면서 달려들겠죠.
무드없이 말하자면 꽃들도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입니다.
쭉쭉 솟은 일본의 소나무도 좋지만 역시 이런 고즈넉한 모습의 소나무가 더 정감이 갑니다.
오만하지 않게 굽어있으면서도 단단한 기상이 느껴지는군요.
제 할일을 다 하고 화려한 봄꽃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녀석들도 놓치기 아깝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은 몇년 전에도 찍은 기억이 있군요.
평소 눈높이로는 그냥 조금씩 피고 있네 정도로만 보이지만
좀 더 가까워지면 여기저기서 생명이 넘치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면, 하늘만큼이나 땅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뒷마당에서 유일하게 단체로 핀 녀석들. 사실 날씨때문인지 올해는 개화가 많이 늦었습니다.
몇년전에는 4월 첫째주에 이런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이렇게 얼핏 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뒷마당이지만
올해도 여러가지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흡족한 기분으로 귀환합니다.
수목원이나 공원에서 화려함을 자랑하는 꽃들을 담는것도 좋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애쓰는 녀석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출사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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