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참 엿같은 물입니다.

 

욕이 아니라 정말 엿같이 보이지 않나요?

음... 어떻게 말해도 욕처럼 들리는 듯 하군요.

 

 

 

신천 쪽에서 냄새가 너무 나니 좀 더 바깥쪽으로 걸어봅니다.

바깥쪽은 날파리와 자동차 소음이 반겨주는군요.

이런 곳에서도 커플들은 정답게 누워서 담소를 주고받네요. 사랑의 힘은 대단합니다.

 

전 정체모를 기둥 한장 남겨주고 이미 보이지도 않는 엄니를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망원렌즈를 들고 왔으니 소소한 도촬이라도 한 장 남겨봐야죠.

얼굴이 나오는건 역시 실례니까 이런 모습만 잘 골라서 찍습니다.

300mm 망원으로 찍으면 이 정도 거리에서는 거의 의식할 리가 없으니까 괜찮을지도.

 

명함 가지고 다니면서 찍고나서 사진 보내주겠다고 건네줄 만큼 적극성이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성격상 좀 힘들 듯 합니다.

외국에서는 그나마 조금 나아서 가끔 물어보고 찍기도 하는데, 한국에선 왠지 말걸기도 힘드네요.

 

 

 

그래서 주 피사체는 풍경이나 이런 식물들이죠.

항상 봄은 노란색으로부터 시작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잔디 보호를 위해 군데군데 출입금지 구역이 설정되어 있습니다만

몇몇 노인분들은 아마 글씨를 못 읽는지, 펜스는 뛰어넘는 거라고 알고 사셨는지

잘만 들어가서 담배 피우며 걸어다니는군요.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개들은 상당히 많아서 세삼 놀라울 것도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다들 제 머리통보다 작은 소형견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사람 발걸음이나 자전거에 치여서 크게 다쳤을 때는, 주인은 반드시 자기 자신을 책망해야 할 겁니다.

 

 

 

그늘진 곳에선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녀석들도 힘을 다해 봄을 맞이하고 있네요.

생각없이 밟고 지나가도 그다지 상처받지 않고 잘 자라나는 잡초같은 녀석들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보기 좋아하는 산책로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겠죠.

 

 

 

산책로가 끝날 때쯤 앞산 등산로 부근으로 올라갑니다.

살짝 빨리 걸으면 집에서 50분 정도의 거리니까 적당히 운동하기엔 좋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냄새와 소음때문에 그닥 즐겁지는 않았지만.

 

앞산 산책로로 들어가는 골목길은 옛 향기가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등산객들을 위한 소박하고 어설픈 식당들도 대부분 주말 저녁에만 살짝 문을 연다고 하는군요.

낡은 자판기의 정취를 느끼려면 주변 환경도 맞춰줘야 합니다.

 

 

 

제가 국민학생 때는 이런 풍경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으니

되려 신선해 보이느 것도 무리는 아닐려나 싶습니다.

 

저 멀리 가시던 엄니도 묵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행과 합류를 해야 하니 앞에 서 계시더군요.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 국민학교까지는 아이 걸음으로 20분은 넘게 걸렸는데

친구들이 살던 골목길 부근에는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죠.

지금 그 골목은 아마 제가 상상도 못할 수준으로 바뀌어 있을 테지만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낯익은 풍경을 보니 왠지 밥맛이 더 날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메밀묵집은 주인 아주머니가 없고 아들 되시는 분이 혼자서 고군분투 중이시더군요.

김치, 백김치, 메밀묵 등등 나오는 모든 재료를 아주머니가 직접 만드는 곳이라서

굉장히 허름한 곳임에도 등산객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었습니다.

 

적당한 운동뒤에 저칼로리 메밀묵을 신나게 먹고 다시 50분쯤 걸어서 돌아오는 코스는

신천에서 풍기는 악취만 아니라면 매우 적절한 녀석이긴 합니다만, 냄새 없어질때까지는 그닥 가고 싶질 않네요.

 

돌아오다가 엄니께서 맛있는 토마토라고 좀 사오셨습니다. 짭짤이 토마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녀석인데

품종도 조금 다르고 키우는 땅도 특이하기 때문에, 보통 토마토보다 짜고 답니다.

익으면 익을수록 부담스러울 정도로 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신선할 때 먹어버려야죠. 최대로 익었을 땐 반쯤 캐첩같습니다.

 

참 유용한 산책로이긴 한데, 다음엔 부디 신천에서 악취만 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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