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려오고나니 대구는 이미 한창 벚꽃시즌이더군요.

거의 끝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불행히도 다음날부터 비가 오기 때문에

할머니 제삿날이었던 이날 저녁밖에는 벚꽃을 카메라에 담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쓰레기 버리러 나가면서 해가 저물저물하는 시간에 카메라 들쳐매고 집앞 순환도로로 가 봅니다.

화창한 날씨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남기는 벚꽃이 물론 가장 아름답겠지만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라기 보단, 1년중 며칠밖에 볼 수 없는 벚꽃이란 녀석을 기억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그냥 담은 것만으로 나름대로 만족했네요.

 

 

 

대구 신천 동로에는 도로 옆에 벚꽃나무가 있어서

만개했을 때 도로를 달리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하지만 전 운전을 싫어하니 패스.

저 말고도 산책나온 아주머니가 연신 휴대폰 셔터를 눌러대시더군요.

 

 

 

옆나라 일본과의 지울 수 없는 악연때문에, 벚꽃을 싫어하는 분들도 많은걸로 아는데

전 식물은 식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와 전라도에도 토종 자생하는 벚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더욱 부질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죠.

바람이 한번 쏵 불때 흩날리는 꽃잎의 모습만큼은 정말 절경이네요. 흐드러지게 질 때가 아름다운 꽃이라, 참 오묘합니다.

 

 

저녁무렵에 도로 옆에서 찍은 사진이라 그냥 그대로 놔 두면 빛이 좀 재미가 없고

이럴때는 간소하게나마 마음껏 보정을 해 봅니다. RAW 파일의 장점 덕에 왠만큼 주물러도 원본 손실은 별로 없네요.

 

 

 

조금 많이 만지면 이렇게 이게 대낮인지 저녁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도 가능하긴 합니다.

지난번 후쿠오카의 다자이후 텐만구를 찾았을 때는 매화와 벚꽃이 참 구분이 안가는 듯 했는데

1년만에 벚꽃을 직접 보니 그건 또 금새 구분이 되겠더군요.

 

이 녀석들이 둘다 1년에 한번씩만 피고, 개화일도 길어봤자 한달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아무래도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합니다.

 

 

 

며칠밖에 피지 않는 희소성 때문인지 벚꽃은 뭔가 좀 더 아름답게 보이긴 하는데

사실 이 녀석들이 지고 나서야 정말 생명력 넘치는 푸른 잎사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전 푸른 잎의 벚꽃나무 모습도 참 좋아합니다. 그건 또 다른 멋이 있어요.

 

 

 

그나마 비오기 전에 한 번이라도 담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음날부터 하루종일 비가 쏟아졌기 때문에, 밖에 나가보니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졌더군요.

 

떨어지는 벚꽃잎 사이에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는 낭만적인 유희도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일이긴 한데

그런 곳에 사람이 한적할 리가 없어서 좀처럼 시도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저하고 같이 그럴 사람도 별로 없고.

 

 

 

가까이 담아보니 확실히 매화와는 전혀 다르군요.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

제삿날은 제가 아주 싫어하는 날이라 기분이 많이 우울했는데, 잠깐 산책이나 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그나마 좀 낫습니다.

 

 

 

요즘 제가 서식중인 아파트 근처에 이 녀석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집니다.

찍짓기 시즌일까요. 이 녀석 나름대로는 정말 사력을 다해서 울어재끼고 있네요.

다시 한번 청소를 한 제 방 에어콘 실외기 부근에도 여전히 비둘기들이 호시탐탐 몰려오지만

그 녀석들 울음소리 역시 귀엽기는 해도, 절대로 그곳에서 짝짓기 하게 놔둘 수는 없으니.

 

망원으로 쫙 당기지 않으면 맨눈으로는 잘 안보이는 녀석이라서, 이렇게 사진을 통해 보니 되려 신선한 느낌입니다.

 

 

 

벚꽃이 흐드러진걸 보니, 아파트 뒷마당은 어떤가 싶어서 한번 가 봤는데

앞쪽 마당과 달리 대낮에 햇빛이 가리는 곳에 위치한 곳이라서 아직 꽃이 피진 않았더군요.

그래도 푸른색 꼬마들이 슬슬 머리를 내미는 걸로 봐서 조만간 즐거운 촬영타임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저 풀떼기는 먹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닌가 싶은데...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차근차근히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나오기만 하면 즐겁게 담아줄테니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하고 싶네요.

 

 

 

벌써 핀 녀석들도 있긴 있습니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햇빛이 바로 내리쬐는 앞마당에 꽃이 확 피기 시작하면 뒷마당도 본격적으로 반격을 개시할 듯.

근처에 이렇다 할 공원은 없어도, 조그마한 아파트 마당에서라도 이녀석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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