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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4  김치 한조각, 홍시 한개 32

일찍 하교하신 엄니께서 바이러스성 포진때문에 가려워하셔서
가기 싫다고 버티시는걸 피부과로 쫓아낸 후 대대적으로 집안 청소를 좀 했습니다.
아마 헤르페스 계열인 듯 한데, 20여년간 고생하셔도 이게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병이라서 말이죠.
환절기나 겨울처럼 습도가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사람 괴롭게 합니다.

청소 끝나고 차나 한잔 하려는데 엄니께서 김치의 맛을 잊지 못하시는지 밥과 김치를 들고 들어오십니다.


겉보기로는 우아한 다과세트와 보이차가 포진한 곳이지만
사실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누워서 고스톱도 치고 하는 다용도실이죠.

약 먹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긴 한데, 원래는 보이차 향기로 가득차야 할 곳이 김치냄새로 가득 차 버렸습니다.


이번에 김장한 김치도 슬슬 맛이 제대로 들어가고 있으니 그냥 밥이 꿀떡꿀떡 넘어가시죠.
엄니께서는 요즘 애들이 이 맛을 알겠냐며 자화자찬(?)하시며 옆에서 보기에도 참 맛있게 드십니다.


얼마나 맛있으시면 이런 표정까지 지어가시며...
이 사진 보고 엄니하고 저하고 한참 웃었네요.

교장 퇴임식때 이걸 한 1m 정도 크기로 인화해서 보내드리면 참 좋아하실것 같네요.
아마 전 쫓겨날 듯.


뭐, 어쨌든 맛있는 김치 맛있게 드시는 건 엄니도 좋아하시니.
뭐든 남이 봐도 참 맛있게 잘 먹는다는 인상을 받도록 먹는게 좋죠.
입맛없어서 음식 깨작거리는 모습은 그닥 보기 좋지 않으니까요.


근데 난 카메라 들고 도대체 뭘 찍고 있는거냐...

저런걸 좍좍 찢어서 밥 위에 얹어먹으면 중화일미가 부럽지 않습니다.


식후에는 달콤한 홍시 쪽쪽 빨아먹는것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올해는 홍시 농사가 꽤나 흉년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맛있다고 많이 먹으면 변비 걸릴수도 있으니 뭐든 적당히 먹어야죠.


항상 다이어트 걱정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뭐든 입맛 없어서 못 먹는 일 없이 맛있게 먹는 가족이라서
그거 하나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들어서 밥맛 없어지는건 사실 조금 살찌는 것보다 훨씬 더 안좋은 것이니까요.


계속 엄니곁을 맴돌면서 찍어대니 홍시도 좀 찍어주라고 하시길래 한 장.
폭풍 흡입이 어울리는 홍시입니다.


요로케 마싯는걸~
하는 듯한 표정의 엄니...


껍질만 남을때까지 쪽쪽 빨아줍니다.
저는 점심때 아버지께서 집에 잠시 오셔서
집 근처 반점에서 복어짬뽕이라는 특이한 녀석을 먹은 터라 차만 마셨습니다.

처음 먹어본 시원한 짬뽕이라 (백짬뽕입니다) 카메라 들고 갈걸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대신 엄니께서 맛있는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셨으니 만족.


유통기한이 걱정스러운 케이크도 좀 잘라서 차와 함께 음미합니다.
밀가루에 방부제가 많이 들어있는지, 설탕 때문인지
가져온지 10일이 넘은 케이크도 멀쩡하군요.

꽤 호화스러운 대구 노보텔 예식장에서 받은 녀석이라 맛도 좋습니다.
엄니께서는 실컷 드셨으니 고스톱 치러 누우시고, 전 카메라 메모리 빼 들고 이 짓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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