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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29  고급 김밥? 대구 엠도씨(M℃)

 

 

지난주인가 지지난주인가 엄니께서 TV 보더니 여기 맛있겠다며 찾아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일반론적인 의미에서 TV에 나오는 맛집은 찾아가면 손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맛있어 보였다고 하시니 오랜만에 외식이나 할까 싶어서 찾아봤습니다.

 

알아보니 대구의 유명 치킨 브랜드 교촌에서 만든 레스토랑식 김밥집이네요.

대구의 맛집거리인 수성못 근처에 꽤나 멋들어지는 인테리어를 동반하고 오픈했습니다.

김밥이 주류이다 보니 드라이브 인 코스까지 마련해 놓은 반면 주차시설이 부족해서 전용 주차장은 길 하나 건너서 마련해 놓았습니다.

 

 

 

김밥의 재료는 당연 모두 국산에 어머니의 손맛이 담겨있다고 할 정도로 퀄리티에 신경을 쓴다고 적혀있습니다.

이 블로그는 맛집 홍보 블로그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세세한 부분까지 찍지는 않았습니다만

메뉴판이 그냥 예술 작품처럼 멋진 사진으로 가득합니다. 상당히 공을 들인 듯 하네요.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의미에서 가게 이름이 M℃ 인 것일까요.

 

 TV에 나오고 난 다음날 찾아갔기 때문에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바로 앉을 자리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이 많아서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김밥만 먹기는 좀 그러니 저는 우동 포함된 세트메뉴를 시켰고

교촌에서 만든 레스토랑이라 치킨 같은건 꽤나 잘 나오겠지 싶어서 오돌뼈 숯불구이인가 하는 것도 주문했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달리 서빙하는 아해들은 아직 초보인지 주문서도 없이 제 주문을 듣고 가더니

좀 있다 다시 주문서 들고 와서 주문을 복창하는 이상한 모습을 연출하시더군요.

 

30분이 짧은 시간은 아니라서 의미없는 사진도 찍고 하면서 앞으로 등장할 김밥을 기다립니다.

분위기를 보면 김밥집이 아니라 고급 스테이크점 같은 느낌이라, 인테리어와 TV 광고 등에 이만큼 투자를 했으니

가격은 만만한 편이 아니라 조금 긴장은 되더군요. 진짜 맛이 있어야 그나마 불만이 적을 듯 한데.

 

 

 

엄니가 차고 나온 이상한 팔찌는 사연이 좀 있는 녀석이죠.

법무사이신 아버지를 찾아온 한 할머니가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 돈이 없다고 대신 준 게 이 팔찌입니다.

그냥 사기꾼이나 마찬가지인데, 아버지가 이런 사람을 다그치질 못하는 성격이라 그냥 무보수에 이것만 받고 말았다고 하네요.

 

그냥 따뜻한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면 그것도 뭐 나쁜 건 아닙니다만, 못된 늙은이들이 활개치는 세상은 참 답답하죠.

 

 

 

상당한 기다림끝에 음식이 나왔습니다. 식기 세팅이 상당히 개성적이죠.

이 사각 김밥은 시각적으로는 참 먹음직스럽습니다. 쌀도 일반 백미와 현미가 동시에 들어있네요.

샐러드도 싱싱하고 단무지도 적당히 쪼그라들어서 장아찌같은 쫄깃함을 내 주어 꽤나 수준이 높습니다.

 

김밥은 확실히 다진 닭고기가 맛을 잡아주고 나머지 재료들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어 맛있습니다.

엄청나다고 할 만한 임팩트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판매용 김밥에 비하면 확실히 만족감이 다르군요.

 

하지만 가격이 좀 비싸서... 이게 5천원인가 그럴겁니다.

물론 인테리어나 식기 디자인, 식당 규모를 생각하면 이렇게 받아야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반찬값을 포함하더라도 손님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가격은 저 김밥 한 조각이 약 700~800원 정도니

한줄 1500원 짜리 김밥과 비교하면 젓가락을 집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에 충분한 가격이죠.

 

 

 

문제는 이 오돌뼈 어쩌구 하는 구이.

숯불구이긴 한데, 저 손가락만한 녀석 안에 씹을 수 없는 뼈까지 들어가 있죠.

제 오른손 한 주먹에 저 구이 전체가 다 들어갈 정도의 양입니다.

 

맛은 어마무지하게 짜고 맵습니다. 엄니는 한 조각 먹고 그냥 젓가락을 내려놓으시네요.

그야말로 100% 술안주용입니다. 식사용으로는 먹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반대편에는 동일한 양의 일반 소금구이. 맛은 맵지 않다 뿐이지 짜기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숯불에 직접 구운 녀석인데, 대체 어느 초보가 구워재꼈는지 숯불을 사용해서도 물텅물텅 제대로 씹는 맛도 없고 불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일반적인 치킨 1/4 정도가 될까말까 한 양의 이 녀석이 16000원 이라는 가격이라는 점이죠.

엄니와 제 생각으로는 5천원 정도 해도 맛이 없어서 안먹을 것 같습니다.

교촌이 치킨으로 유명한 브랜드인데, 이 녀석을 보면 이 메뉴가 마치 필요없는 부위를 소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드네요.

 

 

 

메뉴판에 김치에 대한 자부심이 한 페이지 따로 나와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있습니다.

확실히 김치는 일반적인 가게에서 내놓는 녀석보다 확연히 좋네요. 김치에 까다로운 엄니도 이 녀석은 맛있다고 합니다.

 

김밥 전문이라 그런지 김밥은 비싼 걸 제외하면 맛있는 편이고, 각종 반찬도 확실히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만

숯불구이라고 내 놓은 닭의 레벨이 일반 동네 치킨집보다도 형편없는 수준이라 매우 실망했네요.

 

지금 사진에 나온 녀석과 함께 그럭저럭 맛있었던 우동 한그릇 합한 두 사람 식사비가 32000원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라면 두 번 다시 그 가격 내고 이 음식 먹으러 가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엄니도 마찬가지.

 

 

 

엄니나 저나 배가 전혀 부르지 않은 상태로 모처럼의 휴일 외식을 끝마치고

너무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집에서 시험삼아 만든 김치 감자탕을 더 맛있게 먹었네요.

 

엄니는 EBS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뭔가를 메모하시는데

거기서 본 요리인데다가, 집에 신김치가 많이 남아있어서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돼지고기 등뼈는 잔뜩 넣었는데 가게에서처럼 조미료를 넣지 않아서 맛은 그냥 좀 더 구수한 김치찌개일 뿐이네요.

MSG가 몸에 해로운 녀석이 아니라고 여러번 말씀드려도 무조건 저염도 자연식이 우주 제일이라고 굳게 믿는 엄니라서

집에서는 태어나서 한 번도 MSG를 사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맛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녀석 충분히 맛있었으니 뭐 불평할 건 없지만 말이죠.

아무튼 시험삼아 가 봤던 엠도씨라는 가게는 역시 TV 방송보고 찾아다니는 건 위험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더욱 굳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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