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 소개했던 윌리 웡카 초콜릿을 구매했던 곳입니다.
제 블로그는 상업적 소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주소나 연락처를 적지 않습니다만
인터넷에서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그쪽으로 검색해 보시면 되겠네요.
늦깎이 대학원 생활중 만난 분이 커피가게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기대를 했고
검은고양이 한 마리가 가게를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했습니다.
그냥 고양이만 보러 가도 발품이 아깝지 않은데 커피 한 잔까지 곁들일 수 있다면 저한테는 그만한 휴식처가 없죠.
제가 다니는 대학은 아니지만 어쨌든 대구의 모 대학교 근처에 위치해서 학생들이 많이 찾습니다.
주인장 분들이 모두 사교성이 뛰어나서인지 학생들이 알아서 잘 오는 듯 하네요.
가게는 상당히 아담한 편인데 여기저기 고양이 관련 상품과 사진이 빼곡합니다.
저도 뭐 동물이라면 사람 빼고 다 좋아하는데다 특히 고양이는 심각한 중독증세에 빠져있는 터라
이런 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물론 진짜 고양이가 한 마리쯤 돌아다니고 있다면 금상첨화죠.
선물용으로 포장해놓은 커피 병들 디자인이 꽤나 부드럽고 좋습니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겠지만 이런 소규모 가게에서 디자인 하나까지 꼼꼼하게 신경쓴다는 건 역시 성격이 엿보인다고 할까요.
고의는 아니지만 몇 안되는 지인들 중 까페를 하는 사람이 상당수라 요즘 조금 신기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매출액 같은 건 모르지만 규모만 본다면 이쪽 더치미가 제가 아는 지인 까페중에서는 가장 작네요.
하지만 까페 중심이라기보다는 인터넷 판매 중심인 이 곳은 독특한 개성이라는 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달해 있다고 봅니다.
전공이 같다 보니 원서도 쉽게 빌려 읽을 수 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장점도 있고 말이죠.
하루키의 신작 소설을 원서로 빌려주셔서 즐겁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더치커피는 요즘 워낙 유명해져서 딱히 설명할 게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역시 가게의 마스코트를 소개해야 제맛이겠죠.
일본어로 '복'이라는 의미를 가진 '후쿠'라는 검은고양이 입니다.
검냉이는 체험상 성격이 조금 까칠한 편인데 이 녀석은 굉장히 사교성이 좋고 참을성이 대단하더군요.
고양이 입장에서 사람이 꽤나 귀찮게 굴어도 거의 스스로 물러나는 편이고, 정말 작정하고 장난을 걸어도 조금 아프게 깨무는 정도입니다.
원 출신이 길냥이었다고 하니 이해가 되긴 합니다. 어릴적 사람에게 구해진 길냥이는 대체로 참을성이 좋더군요.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니 마냥 귀여워하기엔 조금 안타깝습니다만 그래도 지금 행복하게 삶을 보내고 있으니 더 바랄게 없겠죠.
작은 까페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앉을 자리도 모자랄 때가 있습니다.
고양이는 성격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을 좋아하니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은 환경일 듯.
힘겨운 경쟁사회에서 이 녀석도 나름 근무를 하고 정당한 페이를 받는 사회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여느 냥이와 마찬가지로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길 좋아합니다.
손님은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에 슬쩍 올라갔다가도 금새 밖으로 나오는 걸 보면
고양이 까페에서 사람들 등쌀에 시달린 피곤한 냥이들과는 달리 꽤나 적응을 잘 하는 듯 싶네요.
매우 친한 손님에게는 알아서 달려와 무릎 위에 안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궁디팡팡을 매우 좋아합니다. 땅콩을 까기는 했어도 수컷인데 말이죠.
기본적으로 궁디팡팡은 암컷이 더 좋아하긴 합니다만 어차피 엉덩이쪽에 신경이 집중된 것은 수컷도 마찬가지고
매우 섬세한 자궁때문에 너무 심히 때리다간 병에 걸릴수도 있는 암컷에 비해 수컷은 그냥 두들겨도 나름 괜찮습니다.
의도치 않은 패닝샷이 되어버렸지만 뭐 이것도 쓸만한 것 같아서 저장해 놨습니다.
검은 고냥이는 어두운 곳에서 보면 눈만 깜빡깜빡거리는 매력이 대단하죠.
이제 건장한 청소년기를 막 지나고 있는 녀석이고, 주인장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인지 굉장히 튼실합니다.
냥이는 어쨌든 건강한 게 최고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을 땡글땡글하게 해서 바라보는 모습은 냥이의 필살기 중 하나죠.
이렇게 냥이의 매력에 끌려서 자리에 앉게 되면 한 잔 마실 커피를 두 잔 마시게 되는 효과가 있으니
이 녀석도 나름 자기 밥벌이는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꼬리 끝이 뭉툭하게 휘어진 게 특징이네요. 꼬리 변형은 냥이에게 매우 빈번한 일이라 딱히 질병까지는 아닙니다만.
길냥이었을 때 고생을 안했을 리는 없으니 이 녀석도 나름 힘든 인생을 잠깐이나마 경험했을거라 봅니다.
지금은 그냥 털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밖에 나가면 길냥이 중에서도 지위가 꽤 높지 않을까 싶네요.
이 까페 주변엔 길냥이가 꽤 많은데, 산전수전 겪은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도 있어서 어떨런지는 모르겠지만.
한창 나이때인것 치고는 생각보다 발광을 덜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 벽에까지 도달한 후
항공모함 위에서 출발하기 직전의 전투기처럼 힘을 잔뜩 모으고 돌진하는 기술을 선보입니다.
튀어나가기 전의 흔들흔들이 이게 또 참을 수 없는 매력이기도 하죠.
이런 녀석처럼 말입니다.
검은 고양이가 좀 강인해 보이는 면도 있지만 이 녀석도 기본적으로 듬직하게 생겼습니다.
울음소리는 아직 아기티를 못 벗었기 때문에 그 갭이 오히려 귀엽지만 말이죠.
사람들 등쌀에 치이고 중간중간 스크래쳐에서 뚜둑거리기도 하고 나름 심심하지 않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이 거의 없는 때 방문해 보니 밖에서 노는 시간이 현저히 줄고 수면시간이 많아지더군요. 역시 냥이는 냥이입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은 누가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냥이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뭘 쳐다보는지 몇 번이고 바깥 풍경을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막상 나가면 겁내는 녀석들이 많죠.
후쿠는 가끔 창문을 열고 무단 산책도 감행하는 모양입니다만 아직까지는 별 사고가 없었다고 합니다.
멀리만 나가지 않으면 잠깐잠깐 나가는 것도 생활의 활력소가 되겠죠. 문제는 한국의 길거리가 고양이들에게 매우 위험한 곳이라.
저는 사람을 거의 찍지 않습니다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쨌든 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은 좀 기피하게 되네요.
어디까지나 제가 존재하지 않는 입장에서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싶은 게 제 지론이라
이쪽을 쳐다보는 녀석들은 왠지 담기가 좀 부담스럽습니다.
뭐 이 녀석은 눈동자와 털 색깔의 대비가 훌륭해서 이렇게 보고 있으면 재미있긴 하네요.
까페에서 제일 편안해 보이는 의자에 훌쩍 올라가 앉습니다. 전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있는데 말이죠.
냥이는 사람에 비해 동공의 수축과 확장이 훨씬 뛰어난 편이라 밝기에 따라 확확 변하는 눈동자가 재미있습니다.
사람도 이렇게 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네요. 첫 인상이 중요한 대면 장소는 반드시 어두운 곳을 택하게 되겠지만.
하도 사진을 많이 찍혀서인지 알아서 포즈도 잘 취해줍니다.
더치미 까페 블로그에 가 보시면 이 녀석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죠.
하지만 이렇게 드러누웠다고 해서 배를 만지면 응징이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배는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곳인가 보네요.
이것도 냥이차가 있어서 개처럼 쓰다듬어 달라고 발랑 까지는 녀석도 있긴 합니다만.
관록이 묻어나는 얼굴입니다. 왠지 사자를 좀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재미있는 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얼굴일수록 성격이 순하다는 겁니다.
가끔 애교를 부리긴 하지만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시선을 맞추면 뭔가 그윽하게 말을 걸어주는 느낌이 듭니다.
쓰다듬어 주다보니 제 손에 고개를 얹고 잠을 청하네요.
오른손을 쓸 수 없어서 옆의 손님분에게 카메라를 부탁하고 한 장 담아달라고 했습니다.
예전에 고냥이 까페에서도 이런 일이 몇 번 일어났었는데, 제 손이 잠자기 편한 구조를 하고 있는걸까요.
손님들하고 노는 게 좀 피곤하긴 한지 아주 깊게 잠들어버립니다. 흔드는 정도로는 꼼짝도 하지 않네요.
왠지 이 녀석이 잠자기 시작하면 슬슬 일어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반쯤은 혹은 그 이상 이 녀석때문에 까페를 찾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동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당연한 거니 제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까지는 없겠죠.
커피와 책 한권, 그리고 고양이를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보낼 가치가 있는 까페입니다.
윌리 웡카 초콜릿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딱히 식사거리도 없고 커피도 오직 더치커피만 판매하는 곳이라
오히려 퀄리티에서는 나름 신용이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커피라는게 범위를 넓힐수록 상당한 지식을 요구하다 보니 이렇게 한 우물만 파는게 낫기도 하죠.
카메라를 들고 간 것은 처음 한 번 뿐이라 더 찍지는 못겠지만, 그 후로도 가끔 가서 후쿠를 괴롭히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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